아카시아는 일본에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사노 요코는 요즘 '뭐라고' 시리즈로 주목받는 일본의 작가인데요.
우리에겐 '아저씨의 우산' 등 동화작가로 먼저 알려졌습니다.
뭐라고 시리즈 중 '추억이 뭐라고'에서
'아카시아'는 그리 익숙한 나무가 아닐 거라는 심증을 갖게 합니다.
'''''''''''''''''''''''
사노 요코는 1938년 중국 베이징에서 태어나 6살 무렵 다롄으로 이사갔다가
패전하면서 후지산 자락인 시즈오카 근방에 있던 아버지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대학교는 동경에 있는 유명한 무시시노 미술대학을 입학합니다.
이런 배경하에서 '어릴적 마음이 기억하는 어린 날의 소중한 일상들'을 담은 "추억이 뭐라고( 사노 요코/ 늘/ 2017) "를 보아야 합니다.
그런데 읽기도 전부터 제 마음을 흔들어 놓은게, 바로 원 제목입니다.
어줍잖게 일본어를 배우고 있답시고 안쪽 표지에 있는 원제를 찾았더니...
영어로 ' Acacia, Karatachi, Mugibatake'입니다.
어랏, 카라타찌와 무기바다케는 몰라도 맨 처음 '아카시아'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아카시아에 관한 에세이 제목은 '바리캉'입니다.
다섯살 겨울에 베이징에서 다렌으로 이사를 가서,
1945년 소학교 1학년 6월의 추억을 2페이지에 걸쳐 담고 있습니다.
첫문장과 중간쯤에 두번 아카시아가 등장합니다.
다렌은 멋들어진 곳으로 멋쟁이 아이들도 많았다.
거리에는 아카시아 향기가 진동했다.
..................
다음날 아침, 아카시아 꽃잎이 눈처럼 하얗게 흩날리는 가로수 길을
모자를 푹 눌러쓰고 터벅터벅 걸어서 학교로 갔다.
...................
그동안 몇몇 일본 작가들의 아카시아에 대한 인상기를 염두에 두면,
패전 후 일본 후지산 근처로 태평양바닷가로 이사온 사노 요코는
중국 동북부의 다롄항에서의 철부지 때 가물가물 추억을 아카시아와 연결짓고 있습니다.
단순히 심증 뿐이겠지만요.
아카시아가 일본에서 흔한 나무가 아니었음을 짐작할 여지를 갖고 있습니다.
''''''''''''''''''''''''
영어로 ' Acacia, Karatachi, Mugibatake'를 찾아보니 "アカシア からたち 麥畑"입니다.
카라타찌는 탱자나무이고요. 무기바타케는 보리밭을 말합니다.
보리밭은 귀환자로 일본에 돌아간 그해, 소학교 3학년 시절의 추억인데요.
그 뒤로 나는 가끔 보리밭을 바라본다.
하지만 가장 아름답고 그리운 보리밭은
'귀여운 네가 있으면'이라고 증오에 찬 큰 합창소리가 들리던 그 푸른 보리밭이다.......
무슨 이야기일지 궁금하죠...내용이 궁금하시면^^ 일독을 권합니다.
카라타찌 그러니까 탱자나무에 관한 추억은 중학교 1학년 때의 이야기입니다.
난생처음 탱자나무를 본 사춘기 소녀의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사노 요코는 어렸을 때의 결정적인 추억을 '나무와 풀밭'과 연결짓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어렸을 때 추억을 담은 에세이들이 많습니다만,
이렇게 짧게 짧게 글 재미있습니다.
가볍게 그러나 가볍지 않게 읽을 꺼리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