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빈아
아빠다. 내가 우리 가족 중에서 가장 늦게 편지를 쓰는구나. 그만큼 선빈이가 군 생활을 잘 하고 있을 것이라 믿기에 별 걱정을 하지 않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네가 군 입대한 지 오늘로 꼭 열흘 째구나. 날씨는 점점 더 더워지고 있는데 힘들지 않은지 모르겠다. 아빠의 걱정은 무엇보다도 네 왼쪽 어깨 통증이다. 들어갈 때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완전히 정상적 상태는 아니라서 혹시 훈련 중에 무리하여 더 심해지지 않을까 염려된다. 얼마 전 네 부대에서 네 건강 상태에 대해 묻는 연락이 왔었는데, 회신으로 네 어깨 통증을 알렸다. 혹시 훈련 중에 어깨 문제가 생기면 바로 상급자에게 알려라. 괜히 억지로 참다가 문제 키우지 말고.
이제 우리집 소식을 몇 가지 전하마.
호두와 완두는 여전히 둘이 숨바꼭질, 잡기놀이, 씨름을 하며 사이좋게 잘 지내고 있다. 호두는 네가 집에 안 들어오는 것이 이상한지 밤 늦은 시간에는 현관문 밖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가 무슨 소리만 들리면 총알 같이 문앞으로 뛰어간다. 우리 가족 모두는 호두가 너를 기다리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호두에게 선빈이는 당분간 오지 못한다는 것을 알려 줄 수 없음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요즘도 아빠는 매일 하루에 한번씩 호두와 차를 타고 나가 산보를 다닌다. 그런데 갈수록 호두가 제멋대로 아빠로부터 멀리까지 혼자 뛰어다녀서 문제가 되고 있다. 그저께는 현동에 갔었는데 호두가 차 다니는 길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다가 차 사고가 날 뻔했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래서 요즘은 호두와 산보를 나갈 때는 오늘은 어디로 가야할지 결정하기가 쉽지 않고 산보 중에는 마음이 늘 불안하다. 어떤 때는 이런 호두가 밉기까지 하단다. 당분간 더 안전한 산보터를 찾아보아야겠다.
참, 현동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아빠가 현동에 녹두거리를 조성한 것은 알고 있지? 작년 말에 뿌린 녹두 씨앗이 성공적으로 싹이 터서 지금은 무성하게 자라나고 있다. 한마디로 녹두거리 조성 사업은 대성공인 것이지. 그런데 한 가지 문제는 내가 녹두라고 생각한 그 식물이 녹두라는 확신이 점점 더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아빠가 뿌린 식물의 꽃은 보라색인데, 아빠가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녹두꽃은 색깔이 노랗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빠가 뿌린 그 식물은 도대체 뭘까? 엄마는 그것이 녹두라고 말했고 밥에 넣어 먹기도 했는데... 우리가 먹은 것이 녹두가 아니란 말인가? 당최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답답하기만 하단다.
그리고 요즘은 경남대 축제 기간이다. 첫날은 가수 장미여관, 그리고 또 걸그룹 누군가가 왔다고 하더라. 어제 밤에는 선형이가 선린이를 데리고 가수 노래를 듣고 왔다. 아빠는 늘 그렇듯이 교육학과 학생들이 연 주점에서 술을 진탕 마셨다. 선빈이가 여기 있었으면 함께 즐겼을 텐데 그 점이 좀 아쉬웠다. 언젠가는 너도 다시 돌아올 테니 그때 실컷 퍼마시자.
오늘은 여기까지. 호두 산보 데려갈 시간이 되었으므로.
네 휴가 때 서울에서 참치를 먹도록 하자. 입대 전날에 먹었던 참치가 참 맛이 있더구나.
더운 날씨에 몸조심하고 동기들과 사이좋게 지내라.
'내가 좀 손해 보자'는 생각으로 조금만 양보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첫댓글 교수님도 근대간 아드님에게 인편을 쓰시는 군요...
저도 한동안 인편, 손편 많이 썼답니다. 여친이 없는 아들을 둔 엄마라서.. ㅎㅎ
많이 보고싶고 걱정 되실꺼 같아요.
그래도 다정한 모습 보기에 좋아요^^
선빈이는 군생활을 힘있게 잘 할것 같습니다.. 뒤에서 후원해주는 멋진 가족들이 함께 하니까요. 물론 그 속에 호두!도 포함되지요.^.^
네...저도 새겨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