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어린이날을 맞는 아들에게 한티순례길을 얘기 했을 때 흥쾌히 가겠노라 얘기해준 아들에게 고마웠다. 산티아고까지는 못 가더라도 한티순례길이 조성 되었다는 얘기를 듣는 그 순간부터 꼭 가고 싶었던 찰나 때는 이때다 싶었다.
가기 이튿날 가방을 꾸리고 소풍가는 아이처럼 가방을 보며 잠 못 이루었다. 드디어 출발일 아내와 두 딸들의 배웅을 받으며 대구병원앞 250번을 기다렸다. 20여분의 기다림 뒤에 초록빛깔의 250번에 탑승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왜관 남부정류장으로 향했다.
30여분 뒤 왜관 남부정류장에 도착하여 가실성당으로 가는 20번 버스 시간표를 보니 한시간이나 기다려야 할 판. 할수없이 택시를 타고 가실성당에 도착하여 무사히 그리고 하느님과 함께하는 순례길이 되기를 청하며 성체조배 후 첫 스템프를 찍고 힘차게 출발하였다.
도암지쉼터 가기 전 아이스크림이 생각나 인근식당 주인장에게 슈퍼가 있는지 물으니 그냥 냉장고에 있는 아주 시원한 물한병을 건네 주셨다. 아주 시원하게 물한모금 들이키고 남은 물은 물병에 채웠다. 식당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데 연화리 이장님댁이라고 하시고 사장님도 가톨릭신자라고 하신다. 아~ 필요한곳에 준비되어 기다려 주신 그분께 또 한번 감사드린다.
도암지 뚝방에 펼쳐진 멋진 소나무들과 팔각정, 그리고 그네 너무나 그림 같은 곳이었다. 잠시 신발을 벗고 그곳의 풍경과 일치를 이루려 노력해 봤다. 그냥 그곳에 머물고 싶었다.
오늘 하루의 목적지인 신나무골성지에 도착하여 십자가의길 기도를 마치고 성지옆에 있는 식당에 가서 한방오리백숙을 거하게 한상 먹고 연화리피정의집으로 향했다.
피정의집에 5시30분에 도착하니 소성당에서 수녀님들의 저녁기도소리가 들렸다. 밖에 테이블에서 잠시 기다리는데 저녁기도 소리가 그레고리아 성가처럼 들려온다. 그래서 눈을 감고 명상에 빠져봤다. 너무나 좋았다. 잠시뒤 수녀님이 나오셨고 안내를 받아 숙소방으로 들어가 샤워후 커피 한잔 들고 피정의집 마당에 산책을 하며 예수님상과 성모님상, 마당을 지키는 누렁이와의 만남을 가지며, 여유 있는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 첫날을 보냈다.
둘째날 마침 피정의집에 신부님께서 오셨어 주일미사를 피정의집에서 할 수 있었다. 아침 7시 주일미사를 피정오신 몇 몇분들과 수녀님들과 함께 미사를 마치고 아침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갔는데 우~와 정말 맛있게 준비되어 있는 식단 이었다.
모닝빵과 수제사과잼, 버터, 햄, 치즈, 따끗한 삶은 계란 그리고 아주 신선한 샐러드와 우유, 커피 이 모든 것을 든든히 먹고 가방을 꾸리고 있는데 수녀님이 오셨어 “점심은 어떻게 하냐?”고 물어주신다. 그래서 컵라면이랑 오렌지 등을 준비해 간다하니 잠시 기다리라 하신다. 20여분뒤 호일에 싸인 김밥 4줄과 삶은계란, 칼집까지 신경쓰신 사과 두알, 그리고 과자 한상자 이 모든걸 챙겨주신다.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새벽부터 내리던 비에 방수자켓을 입고 그 위에 우의까지 입고 화이팅을 외치며 피정의집을 나섰다. 그나마 숲길을 갈때는 우겨진 나뭇잎들이 비를 막아주어서 체온을 지킬 수 있었던 것 같다. 첫날과 다르게 비를 맞으며 가는 순례길은 또다른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그렇게 그렇게 걷다보니 댓골지를 지나 성당묘지 팔각정에 도착하였다. 근데 꽃가루로 인해 앉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는데 옆에 보니 누군가 두고 가신 매트가 있어 펼쳐보니 아주 깨끗 편히 앉아서 쉴 수 있었다. 누군가를 위해 준비해 주신 매트 정말 감사드립니다.
온종일 비를 맞으며 구름위를 걷는 기분으로 양떼목장, 창평지, 금낙정, 여부재를 거쳐 동명성당에 도착. 예정보다는 많이 늦은 시간이었지만 성당 옆 칼국수집에서 따스한 칼국수와 해물파전으로 요기를 하고 미리 예약한 유진모텔로 향했다. 모텔에서 따스한 물로 샤워를 마친뒤 드라이기로 젖은 등산화와 양말을 말리기 시작했다.
한참뒤 어느정도 말린다음 날씨를 검색하니 내일 오전까지 비 소식이 있다. 아들은 이미 울상. 낼 새벽미사하면서 계속 순례길을 갈지 생각해보자하며 달래고 잠자리에 든다. 몸은 이미 천근만근인데 계속되는 비소리에 쉬 잠이 들지 않는다.
셋째날 아침 일찍 일어나 가방을 꾸리고 동명성당으로 향했다. 미사를 하며 내내 순례길을 어떻게 할지 생각 생각하다 아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하기로 결정하고 미사를 마쳤다. 미사를 마치자 말자 원장수녀님께서 오셨어 인사를 건네주신다. 아들이 대견하다 하시며 손수 매듭지어 만드신 묵주와 손가락묵주 기도서를 건네주시며 격려해 주신다.
아~ 어찌 여기서 포기 할 수 있단 말인가. 아들과 눈빛으로 홧~팅을 외치며 가방을 다시 어깨에 들쳐 맨다. 동명저수지 밑에 있는 편의점에서 소시지와 초코파이, 커피로 아침을 먹고 다시 순례길로 향했다.
원당공소, 진남문을 거쳐 드디어 한티성지에 도착. 이름모를 순교자 묘지를 지날 때 마다 아들과 함께 영광송을 마치며 숯가마터로 향했다. 마지막 코스인 숯가마터가 왜 그리도 힘들던지 지금도 그 길이 제일 힘들었던 같다.
드디어 입구 마지막 스템프 도장을 쾅 찍고는 영성관 사무실에 완주 확인을 받으러 갔다. 사무실에 계신 신부님과 인사를 나눈 뒤 간단한 설문조사를 마친 뒤 직접 완주 도장을 찍으시라는 세심한 배려로 직접 완주 도장을 찍고 기념품도 받고 영성관 입구에 계신 성모님 앞에서 인증샷까지 찍고 신부님께 안수기도까지 청해서 안수기도 받고 이렇게 순례길의 모든 일정을 마쳤다.
이 모든 순례길에 함께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아들과 순례길을 걸으며 내내 감사 드렸던 분들은 가는길마다 촘촘히 리본끈을 달아 주신 분과 그 높은 산능선길까지 야자매트를 깔아 주신분, 연화리피정의집 수녀님과 동명성당 원장수녀님, 시원한 물을 건네주신 연화리 이장님, 성당묘지 팔각정에 매트를 준비해주신 분, 한티성지 신부님 등등 이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더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근데 말입니다.~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사실 한가지가 있다는 사실. 그것은 쉼터에 있던 팔각정이 팔각정이 아닌 육각정이었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안내문까지 나와 있던 4구간 청산농원을 지나 팔각정은 두 개가 있었는데 하나는 사각정이고 다른 하나는 분명 육각정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왜 육각정을 팔각정으로 알고 있었던 것일까요. 판단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한번 아재 시리즈 해 봤습니다. 모두 망설이지 마시고 한티순례길 꼭 와 보시길 적극 강추합니다. 종주가 아니더라도 구간별로 해 보셔도 좋을듯 싶네요. 끝까지 읽어 주셨어 감사드리고 주님의 평화가 늘 함께 하시길 기원드립니다.)
첫댓글 아들과 함께 한 한티가는길 후기...
감동이 그대로 전해옵니다.
우중에도 굴하지 않으시고...
하느님 감사합니다.
하느님께 찬미드립니다.
비오는 와중에 아들과 함께 한티가는 길을
완주하셨군요.
대단합니다.
그리고 아들!! 장합니다.
감사드립니다. 비가 와서 더 좋은 길이었습니다.
아들과 함께라니~~
더 큰 감동입니다.
우중에 어려운 걸음 끝까지 함께해준 아드님께도 축하의 인사 전합니다..
걸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제가 오히려 감사드려야지요. 좋은 순례길 만들어 주셨어 감사드립니다.
아드님과 함께 한 걸음이 정말 부럽습니다. 저도 나중에 그럴 기회가 오겠지요?
아들!! 짱 멋져요.
망설이는 순간,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 나타나는 신비로운 힘이 일상에서도 큰 도움이 되기를 바라게 되는 한티가는길입니다.
아들을 앞 세우고 뒷 모습만 보고 걸었네요. 든든해서 좋았습니다. 이렇게 잘 자라게 해주시는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아들과 함께 걸었던 한티가는 길..... 한마디로 사랑의 길이 아니었던가 합니다. 먼훗날 두고두고 얘기하실 거리가 될 것이라고 가늠합니다. 유진모텔로 숙소 정하신다는 것을 어디선가 본 듯 한데 나름대로 연화리피정의 집과 함께 아이들과 함께 걷는 아빠로서의 고민과 세심한 가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 초등학교 아이 데리고 지리산 종주하던 기억이 후기 덕분에 저로서는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저는 비오는 날 오후, 비가 개이자마자 싱그러운 한티 1구간을 걸었습니다. 한티 가는 길 언제든지 찾아오세요. 운영위원회에 연락주시면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평화가 늘 함께 하시길.....^^
네. 감사드립니다. 좋은 순례길 운영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운영위원회에 주님의 은총이 늘 가득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