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산 앞으로 네 명의 사공이 배를 몰고 어딘가로 향하고 있습니다.
아주 옅은 색으로만 채색된 바다가 왜 이리 평화로워 보일까요?
어떤 곳을 두고 '거범도강'이라 부르며 작품을 남겼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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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 사는 이진사가 정선 사또로 발령이 났다.
한평생 허튼짓 한번 하지 않고 말을 아끼고 행동거지를 조심해 온 이진사는 내일 아침이면 임지로 떠나야 하는지라 주위를 한치 빈틈없이 정리했다.
조신한 이진사 부인은 멀리 떠나는 남편을 위해 겨울 옷가지며 이불이며 밑반찬을 준비하느라 몇날 며칠을 바쁘게 움직였다.
그날 밤~
이진사는 내년 봄까지 보지 못할 부인의 옷고름을 풀었다.
치마를 벗기고 고쟁이를 내리자 부인은 깜깜한 방 안에서도 누가 들여다보는 듯 두손으로 음문을 감쌌다.
이진사가 부인의 손을 치우자 부인은 죽은 듯이 반듯하게 누워 숨소리만 가빠졌다.
이진사가 조심스럽게 부인의 다리를 벌리고 위로 올라가 음양의 조화를 부려도 부인은 가쁜 숨을 감추느라 애쓸 뿐 두손을 반듯이 요 위에 놓고 죽은 듯이 꼼짝하지 않았다.
이진사도 부인의 목덜미 너머 요에 얼굴을 묻고 아랫도리만 들썩들썩하다가 큰 숨을 토하고 내려왔다.
부인은 서방질하다 들킨 여자처럼 급히 일어나 옷을 입고 부엌으로 나갔다.
날이 밝았다.
옷섶으로 눈물을 훔치는 부인을 뒤로하고 이진사는 집을 나섰다.
하인 둘이 봇짐을 지고 뒤를 따랐다.
동강을 따라 굽이굽이 오르던 이진사는 주막에서 하룻밤 자고 이튿날 저녁 까치고개를 넘어 정선 땅을 밟았다.
고갯마루에 역졸과 이방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방이 생글생글 웃으며 신관 사또 이진사를 소나무 아래 바위에 깔아 놓은 돗자리로 모시고 술을 따랐다.
목을 축인 이진사는 역졸이 몰고 온 말 등에 올랐다.
길은 험한데 말이라고는 생전 처음 타 보는데다 설상가상 삐쩍 마른 이놈의 말이 발놀림이 고약해 말 등이 요동을 쳤다.
말 위에 앉은 이진사는 울상이 되어 혼자 중얼거렸다.
“걷는 것보다 별로 편할 게 없네.”
말 등이 상하로, 옆으로, 앞뒤로, 어찌나 움직이는지 이진사는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말을 처음 타 본다는 말을 할 수가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말 등을 지켰다.
고개 넘고 물 건너 정선 관아에 왔을 땐 이진사의 엉덩이는 퍼렇게 멍이 들었다.
말 등에서 내려 어기적어기적 걸어 방에 누웠다.
저녁에 신관 사또를 위한 연회가 베풀어졌다.
이방이 옆에 앉아 이진사에게 귓속말을 했다.
“사또 나리~
한달 전부터 나으리 객고를 풀어드릴 수청기생을 찾느라 정선 천지를 헤매고 다녔습니다.
보십시오.”
이진사에게 큰절을 올리는 열일곱 살 매향이는 초승달처럼 예뻤다.
술잔이 돌고 얼큰히 취한 이진사가 관아의 방으로 들어오자 벌써 매향이 이부자리를 깔고 있었다.
매향이 사또의 관복을 벗겨 벽에 걸고 촛불을 끄더니 자신도 치마저고리를 벗었다.
이진사는 이제야 사또가 된 실감이 났다.
말로만 듣던 수청기생의 고쟁이까지 벗기자 발가벗은 매향이는 부인이 하던 밤일과는 전혀 딴판으로 해, 이진사는 깜짝 놀랐다.
마침내 이진사가 매향이 배 위에 올라 양물을 음호 속 깊이 밀어 넣자 매향이는 말 울음소리를 내며 말 등처럼 엉덩이를 요동치는게 아닌가.
이진사는 깜짝 놀라 양물을 빼고 물러나 앉았다.
“여봐라~
불을 켜고 너는 썩 물러가렷다.”
매향이가 울면서 나가고 이방이 들어왔다.
사또가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낮에는 말 등이 하도 요동쳐 엉덩이에 멍이 들었거늘 밤에는 또 내 양물이 멍들도록 할 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