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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원결의’ 등 소설 속 70여개 장면 재현
인천 중구 선린동 차이나타운 거리에 명물이 등장했다. 인천화교중산학교 후문 담장을 따라 펼쳐진 길이 135m의 ‘삼국지(三國志) 담장벽화’다. 유비·관우·장비의 도원결의(桃園結義)에서부터 진(晉)의 위·촉·오 삼국통일까지 소설 속의 77개 명장면들이 선린동 하인천에서 자유공원으로 가는 오르막길 양쪽 담장에 그려져 있다.
벽화는 먹과 수채물감이 어우러진 수묵화로 그림 속의 인물들이 금방이라도 벽을 뚫고 나올 것처럼 표정과 움직임이 생생하다. 장비가 조조의 군대와 단신으로 맞서고 있는 장판교 전투, 유비와 손권의 연합군이 조조군대를 전멸시킨 적벽대전, 위와 촉이 사활을 걸고 맞붙었던 오장원 전투 장면 등이 박진감 있게 묘사돼 있다. 한참 동안 벽화를 둘러보던 김석배(79)씨는 “한 바퀴 돌아보고 났더니 삼국지를 다시 읽은 기분”이라며 “이러다가 삼국지 책이 안 팔리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벽화작업을 총지휘하고 있는 사람은 원용연(元龍淵·53·동구 송림동) 화백. 그는 인천 토박이로 중구청이 발간한 홍보 책자에 중구의 옛 풍물을 그리기도 했다.
원 화백은 삼국지 벽화에 대해 “철저한 고증을 거쳐 당시의 옷차림과 갑옷·투구 등을 재현했다”고 말했다. 놀라운 것은 이 그림들이 가로 34㎝×세로 25㎝ 크기의 타일 수천 개로 이뤄졌다는 것. 작품 1편에 적게는 20장에서 많게는 90장의 타일이 쓰였다.
원 화백은 “종이 위에 먹과 수채물감으로 그린 그림을 타일에 옮긴 뒤 타일을 섭씨 830도의 고온에서 구워냈다”며 “이 타일들을 하나하나 벽에 붙이는 방식으로 벽화를 완성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벽화사업이 시작된 것은 중구청이 지난 4월 낡은 화교학교 담장을 장식할 작품을 공모하면서부터. 자유공원과 차이나타운을 오가는 관광객들의 시선을 끌기 위한 사업이었다. 평소 삼국지 그림을 그려온 원 화백의 작품이 공모에 당선됐고 지난 6월부터 벽화사업이 본격 시작됐다.
중구청 관계자는 “벽화가 완성되면 자유공원과 차이나타운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명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국지 담장벽화는 현재 진행중인 조명장치 설치 등 마무리 작업을 거쳐 오는 8일 완성될 예정이다.
(이용수기자 [ hejsue.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