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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25년째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 본사 외벽을 장식해온 ‘광화문 글판’에서 시민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시구(詩句)다. ********************************************
[풀 향기 한줌/나태주]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워봐 참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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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2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게 되면 연인이 된다 ****************
[그립다/나태주]
쓸쓸한 사람, 가을에 더욱 호젓하다
맑은 눈빛, 가을에 더욱 그윽하다
그대 안경알 너머 가을꽃 진자리
무더기, 무더기 문득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길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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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나태주]
저녁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가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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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를 / 나태주]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는 몰라도 된다.
너를 좋아하는 마음은 오로지 나의 것이요
나의 그리움은 나 혼자만의 것으로도 차고 넘치니까
나는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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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나태주]
너무 멀리 가지는 말아라. 사랑아
목소리 들리는 곳 까지만 가거라. 돌아오는 길 잊을까 걱정이다 사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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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나태주]
오래 보고 싶었다.
오래 만나지 못했다
잘 있노라니 그것만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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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태주]
마당을 쓸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깨끗해졌습니다.
꽃 한 송이 피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아름다워졌습니다.
마음속에 시 하나 싹 텄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밝아졌습니다.
나는 지금 그대를 사랑합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더욱 깨끗해지고 아름다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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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나태주]
하루의 좋은 시간을 다른 곳에 다 써 먹고
창문에 어둠 깃들어서야 그댈 생각해 낸다.
그댈 생각하고 그대에게 편지를 쓴다.
너무 섭섭히 생각 마시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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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나태주]
여자라는 나무를 가슴 안에 숨겨서 키우는 날부터
남자는 몸이 야위어간다
어떤 여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남자는 세상에서 다시 한 번 태어나는 목숨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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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는 전화/나태주]
살아서 숨 쉬는 사람인 것만으로도 좋아요
그럼요. 그럼요. 거기 계신 것만으로도 참 좋아요
그럼요. 그럼요. 오늘은 전화를 다 주셨군요.
배꽃 필 때 배꽃 보러 멀리 한번 길 떠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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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세상/나태주]
멀리서 보면 때로 세상은 조그맣고 사랑스럽다 따뜻하기까지 하다
나는 손을 들어 세상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자다가 깨어난 아이처럼 세상은 배시시 눈을 뜨고 나를 향해 웃음 지어 보인다.
세상도 눈이 부신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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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태주 시인 약력 *1945년 충남 서천 출생. *1963년 공주사범학교 졸업. *초등학교 교사로 43년 동안 일하다가 정년퇴임.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 당선. *시집 『대숲 아래서』외 여러 권. *공주문화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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