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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三國志) (204) 영릉성 공격과 입성 <하편>
형도영이 말에서 떨어지자 조자룡의 창 끝이 그를 꼼짝 못하게 하였다.
"여봐라! 이 자를 결박지어라!"
형도영은 달려든 유비의 군사들에 의해 온 몸이 오라에 꽁꽁 묵인채 유비의 앞으로 끌려 나왔다.
장비가 오라에 묶인 채 꿇린 형도영의 대갈통을 쥐어 박으며 소리친다.
"이놈! 네 놈이 아까 날 보고 이름뿐인 백정놈이라고 하며 큰소리치지 않았더냐! 그런데 어찌 이런 꼴이 된 것이냐!"
그러자 온 몸을 사시나무 떨 듯 벌벌 떨던 형도영이 장비를 올려다보며,
"용서하십시오! 사실은 제가 백정이었습니다. 그런 점을 봐서라도 용서해 주십시오!"
형도영은 장비를 향하여, 비굴하게도 연실 쩔쩔매었다.
"헹! 너 같은 놈은 당장 물고를 내버야 돼!"
"아이고, 장군님! 용서 하십시오! 어떡하다 보니, 유 태수 밑에 들어가 장군이 되었을 뿐, 그저 머릿수만 채웠습니다. 제발!..."
이런 모습을 지켜 보던 유비가 단호한 어조로 입을 열어 명한다.
"이제와서 그런 말을 한들, 무슨 소용이냐, 늦었다! 처형해라!"
"엥? 에, 에, 에?.. "
형도영은 처형하란 소리를 듣고, 명을 거행하려는 달려든 병사들이 잡아 끌자, 끌려 나가지 않으려고 몸부림을 치며, 연신 사정조의 비명을 질러댄다.
"아,아,아... 대인! 소인에게는 팔십 노모가 계시고, 자식놈들이 있사옵니다요! 부탁드리오니,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
하고, 발악발악 소리를 지르며, 끌려나가지 않으려고 몸부림을 쳐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장비가 손가락질을 하며 말한다.
"덩치도 큰 놈이 이렇게 졸장부 같이 놀고 있냐?, 엉? .. 그깟 쓸데 없는 머리하나 잘린다고 이런 난리를 피우냐!? 나는 너 같은 겁쟁이가 제일 싫어, 좋다! 내가 직접 베어주마!"
장비는 이렇게 말한 뒤에 형도영의 뒷덜미를 우악스러운 손으로 잡아 당겼다.
"가자!"
"안되요, 안돼!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제발, 제발요!"
형도영의 이런 사정조의 외침은 전혀 장군답지 못했다.
이를 지켜 보던 공명이 형도영을 끌고 나가려는 장비를 만류하며 불러 세운다.
"아, 장군 , 잠깐만요! "
장비가 그 말을 듣고, 형도영의 뒷덜미를 놓아주었다.
공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형도영 앞으로 나서며,
"형 장군, 그대는 어찌하여 우리 장 장군이 제일 듣기 싫어하는 소리를 한 것이오."
하고, 안쓰러운 어조로 말하자,
"소인이 미처 몰랐습니다, 다신 안 그러겠습니다! 예, 맹세합니다요!"
형도영은 공명을 올려다 보며 이렇게 사정조로 말한 뒤에, 장비를 향해 통사정을 한다.
"장군님! 소인이 잘못 했습니다. 말을 잘 못한 제 혀를 차리리 베어 버리십시오. 그러나 목숨만 살려주시면 됩니다. 소인은 팔십된 노모와 어린 자식이...?"
여기까지 말했을 때, 공명이 그의 말을 끊고, 말한다.
"그만하게!"
"예, 예!..."
"자네의 효심이 깊은 것을 봐서, 기회를 주도록 하겠네, 만약, 우리를 도와 공을 세운다면 장 장군도 용서할걸세."
"소인을 풀어만 주신다면, 성 안에서 도와 드리면서, 유씨 부자를 붙잡을 수 있도록 할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요!..."
그 말을 듣고, 장비가 우악스런 말을 해보인다.
"그 말을 어찌 믿지?"
"정말입니다!...어찌 장군을 속이겠습니까?..."
형도영은 장비를 올려다 보며 애절한 눈빛으로 말하였다.
"아, 장 장군!? 진심인 것 같으니, 용서해 주시지요."
공명은 이렇게 말하면서 유비를 향한다.
그리고 묻는다.
"주공, 어찌할까요?"
"좋소, 선생 말대로 합시다."
유비의 대답은 짧고 간결했다.
"아! 감사합니다. 대인!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형도영은 연실 머리를 조아리며 감사를 표했다.
그러자 공명이 즉시 명한다.
"여봐라! 형 장군을 풀어줘라!"
"예!"
형도영은 그를?끌고 나가려던 병사들에 의해 결박이 풀어졌다.
장비가 그를 향해 묻는다.
"어찌 보답할꺼야?"
형도영은 유비를 애절한 눈빛으로 올려다 보며 두 손을 맞잡고 말한다.
"오늘 밤 삼경에 영릉성 성문에 오십시오. 횃불로 신호하고 성문을 열어 장군님을 맞이하겠습니다."
"알았네, 여봐라! 형장군을 배웅하라."
"예!"
대답은 공명이 하였고, 형도영은 공명의 명에 따라 유비의 군영을 나와 영릉성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고맙습니다. 대인! 고맙습니다. 장군!"
형도형은 유비의 군막을 나가면서도 연실 유비와 공명, 장비와 조운에게 사례의 말을 해보였다.
형도영을 보내 놓고 공명을 시작으로 유비와 장비, 조운까지 형도영을 비웃는 웃음을 한바탕 웃었고, 유비가 유쾌한 얼굴로 공명을 부른다.
"선생, 저 자가 실력도 부족한데 다가, 간사하기가 이를 데가 없구려. 방금 자기 주인을 몇 번이나 팔아먹었소? 저런 소인배를 믿어도 되겠소?"
"솔직히 말해, 형도영은 절대 믿을 수 없는 자입니다. 돌아간 뒤에 자신이 혈전을 펼쳤고, 포위망을 뚫고 살아 돌아온 것이라고 허풍을 떨어 댈 것입니다. 우리에게 보답은 커녕, 매복을 하고 기다리고 있을 자 입니다. 그럼 우리는 ..."
"역이용 하면 되겠구려!"
"그렇지요!"
"음, 좋소! 자룡, 익덕!? 잘 듣게, 솔직히 말해서 우리가 형,양의 네 개 군을 치는 것은 어렵지 않네, 한 가지 어려운 일이 있다면, 바로 그곳 백성들의 민심을 얻는 것이지. 그래서 나는 싸움을 피할 수 있다면, 가능한피해서, 병사 한 명이라도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네. 그래야 민심을 얻을 수 있을 것이야. 그러니 명심하게, 현직 관원과 원한을 맺지 말고, 백성들의 원망을 듣는 일이 없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네 개 군을 주공의 영토로 보시고 관리하시려고 하시는 군요."
하고, 공명이 대꾸하였다.
그러자 유비가 미소를 지으며,
"선생은 역시, 내 속을 꽤뚫고 있구려!"
하고, 말하며 소리내어 웃었다.
"하하하하!...."
...
한편, 구사일생으로 영릉성으로 돌아온 형도영은 태수 유도에게 아뢴다.
"소장은 일부러 잡혀갔던 겁니다."
"뭐요? 당신이 일부러 잡혀간 것이라구?"
유도의 아들 유현이 놀라며 물었다.
"소장이 출전해서 보니까, 적군의 기세가 등등해서, 아무래도 강공 보다는 지략을 쓰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습니다. 해서, 장비, 조운과 교전하며, 능히 제압할 수 있었음에도 일부러 지는 척 하며, 조운에게 잡혀갔던 겁니다."
"그런 뒤에는?"
태수 유도는 다음 말이 궁굼하여 재촉하였다.
"그 후, 유비의 막사로 끌려갔는데, 유비가 저를 보더니 친히 포박을 풀어주면서, 소장에게 고관 대작에 봉해주고 상을 내리겠다고 회유하면서 자기 친 딸 까지 주어서 사위를 삼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성 내에서 내통을 해달라고 회유했습니다.
그래서 소장은 못이기는 척 하며 응했더니, 오늘 밤 삼경에 횃불을 신호로 기습하기로 약조를 했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이것을 역이용해서 궁노수를 집중 배치하여 삼경에 성문으로 들어오는 유비와 그의 장수들을 쏘아 갈기면, 모두 몰살을 면치 못할 겁니다.
이어서 제가 군사를 이끌고 관우가 지키고 있는 형주를 공격해서 쳐부숴 버리면, 형양 9군은 주공 손에 들어오지 않겠습니까?"
"음!..."
유도는 반신반의하는 표정으로 신음과도 같은 소리를 내었다.
"묘책이야, 묘책! 유비를 아주 보기좋게 속였구만!"
유현은 크게 기뻐하다 말고 갑자기 칼을 뽑아 형도영을 겨눈다.
"헌데, 이건 우릴 속이려는 수작일 수도 있지!"
형도영은 울상이 되면서 말한다.
"공자? ... 공자께서 소장을 이렇게나까지 의심하시다니, 정말 섭섭합니다!? 공자, 소장은 지난 십 년간 주공을 따르면서, 한없는 은혜를 받은 몸인데, 어찌 주공을 배신할 수가 있겠습니까? 만일 제가 주공을 배반할 마음을 먹었다면, 하늘의 천벌이 내릴 겁니다."
"음! 형 장군은 곧은 사람이다. 더구나 형 장군 머리에서 매복을 하겠다는 묘책이 나올 리가 없다. 이 계책은 제갈양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만,형 장군, 어디, 장군의 계획대로 해보게!"
마침내 영릉 태수 유도의 용서와 허락이 떨어졌다.
"예! 명에 따르겠습니다!"
이윽고 이날 밤 삼경이 되어 형도영은 약속한 대로 영릉성 성루에 횃불을 밝혀 올렸다.
이것을 보고 성문 앞으로 다가간 장비가 성루를 향해 말한다.
"형 장군은 어딨냐? 우리 주공께서 보자 하신다!"
그러자 성루에서 다음과 같은 소리가 들려온다.
"유황숙은 오셨냐?"
장비가 뒤를 돌아다 보며 말한다.
"여기 오셨다!"
장비의 말과 함께 어둠 속에서 갑옷과 투구를 쓴 유비가 나타나 성루를 올려다 보는 것이었다.
유비가 등장하자 성루위에서는 아래를 향하여 소리친다.
"성문을 열어라!"
영릉성 문이 활짝 열렸다.
"가자!"
장비는 측근의 정예병을 데리고 성안으로 말을 달려 들어갔다.
"형도영은 나와라!"
장비가 이렇게 외치자, 그와 동시에 성루에서 형도영이 나타나며,
"이 백정 놈아, 너는 포위되었다. 당장 말에서 내려 항복하라!"
하고, 아래를 굽어보며 소리치는 것이 아닌가?
"이런, 매복에 걸렸다, 주공을 보호하고 철수 하라!"
장비가 짐짓 놀란 소리를 지르며, 앞서 성문으로 들어온 군사에게 명하자, 형도영이,
"여봐라! 빈틈없이 포위하고 모두 활을 쏘아라!"
하고, 명한다. 그와 함께 성루에선 성 아래로 화살이 날아오기 시작하였다.
장비의 군사들은 방패를 쳐들어 화살을 막으면서, 순식간에 성 밖으로 빠져나갔다.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한 형도영은 준비한 추격군을 출동시켰다.
"놈들을 놓치면 안된다! 빨리 쫓아가라!"
추격군의 선봉은 영릉 태수 유도의 아들 유현이 맡았다.
그리하여 어둠 속에서 퇴각하는 장비와 유비를 십여 리를 추격하였다.
그러나 유비군의 뒤를 쫓다가 보니, 적의 군사는 의외로 적은 게 아닌가? 소스라치게 놀란 유현이 말을 멈추는 순간, 좌우 숲속에 매복해 있던 조자룡이 들고 일어난다.
"형도영아! 창을 받아라!"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형도영의 목이 조자룡의 창 끝에 낙엽처럼 날라가 버린다.
그 바람에 유현은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하고 사로잡혔다.
"투항하면 살려준다! 무기를 버리고 말에서 내려라!"
장비의 호통으로 우왕좌왕 하던 영릉성 병사들은 모두 무기를 버리고 말에서 내렸다.
...
한편 그 시각, 유비와 공명은 바둑을 두면서 영릉성 공격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군막 밖에서 말 울음 소리가 들리며 땅을 박차는 발소리가 들리자, 공명이 손을 멈추고 말한다.
"아, 익덕이 왔군요. 발소리를 들으니, 대승을 거뒀나 봅니다."
그 소리를 듣고, 유비가 얼굴에 함박 웃음을 지었다.
"하하하핫!.."
장비는 웃음 소리를 앞세우고 들어왔다.
그리고 두 손을 맞잡고 두 사람을 향하여,
"군사! 군사의 결정은 귀신 같소!? 형도영 그 머저리 같은 놈이 궁노수를 매복하여 날 포위하지 않았겠소? 행! 헌데, 그 놈이 그런 간계를 쓰고 우릴 추격해 오는 바람에 영릉 태수 유도의 아들, 유현을 사로 잡아 올 수가 있었습니다. 하하하하!..."
"어디있습니까?"
공명이 반색을 하며 일어난다.
"저기, 마굿간에 묶어 놨지요."
"어허? 객(客)을 그렇게 대접해서야 되나? 어서 가서 모셔오게."
유비가 나서며 말한다.
그러자 공명이 말을 이어받으며,
"익덕! 큰 공을 세웠소. 유현을 잡았으니 영릉은 이제 우리 겁니다."
"어?... 무슨 말이오?"
"말씀드렸지만, 유도는 마음이 약한 자라, 독자(獨子)를 자기 목숨처럼 끔찍이 아낍니다. 영릉성 내부의 대,소사를 모두 유현이 맡고 있으니까요. 두고 보십시오. 내일 아침이면 유도가 성문에 투항 깃발을 내걸고 아들 유현의 목숨과 맞바꾸기 위해, 영릉 태수의 인장(印章)을 바칠게 분명합니다."
"저 녀석을 성과 맞바꾼다구요? 헤헤, 잘 됐군! 잘 됐어!..."
장비는 공명의 말을 듣고 손뼉을 치며 좋아하였다.
...
공명의 예측은 적중하였다
날이 밝자, 영릉성 성루에는 항복을 알리는 백기가 내걸리고, 영릉 성주 유도가 성문을 활짝 열어 젖히고, 좌우로 대소 신료들을 도열시키고 유비를 맞았다.
유비가 말에서 내려 유도앞으로 다가서자, 유도가 두 손을 올려 허리를 굽히며 말한다.
"영릉 태수 유도가 유황숙을 뵈옵니다! "
이와 동시에 영릉성 신료들이 함께 복창한다.
"유황숙을 뵈옵니다! "
유비가 허리를 굽히고 있는 유도의 손을 잡아 일으킨다.
"유 형! 예는 거두십시오. 같은 황족(皇足)의 후예끼리 이제야 뵙게 되는 군요."
"아이, 별 말씀을요. 소인이 감히 어찌 유황숙과 비교되겠습니까?"
패장 유도는 유비 앞에서 쩔쩔매고 있었다. 유비가 뒤를 돌아 보며 말한다.
"공자를 모셔와라."
장비가 뒤를 향해 손짓해 보이자, 한 대의 수레가 천천히 다가온다.
그리고 그 안에서 <쪼르르> 달려 나오는 청년 하나가 있었으니, 그는 유도의 <금쪽 같은 내새끼> 유도였다.
"파파! (죽음의 문턱을 넘다보니, 짱깨가 영어를 씨부렸다)"
"살아 있었구나! 으흐흑!... 이제야 마음이 놓이는구나!..."
"아버님! (장깨가 제 정신을 차렸다) 투항하십시오. "
"오냐, 오냐!..."
유도는 뒤로 돌아서 시종이 들고있던 영릉성 태수의 인장함을 받아들고 유비의 앞에 보이며,
"죄인 유도가 여기 영릉 태수 인장을 바치오니 유황숙께서 받아 주십시오!"
하고, 말하며 무릅을 꿇어 보인다.
그러자 유비는 꿇어 앉은 유도를 붙잡아 일으키고,
"말씀은 익히 들었습니다. 태수로 계시는 십 년동안 백성들은 배불리 먹고, 도적들이 난입을 못 했다니, 감히 청컨데, 유 형께서 영릉성을 계속 맡아, 태수로 남아 주십시오."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 유도가 깜짝 놀라며,
"유황숙? 이곳 영릉이 외지고 백성도 많지 않지만, 그래도 엄연한 일개 군(郡)인데, 그냥 이대로 버리려고 하십니까?"
"어렵게 얻은 곳인데 버릴리야 있겠습니까? "
"황숙, 그러면 황숙의 친족 중에 한 사람을 앉히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유 형이 바로 제 친족 아닙니까? 저와 같은 유씨(劉氏)니까요. 유 형 외에 그 누가 어울리겠습니까."
"허허허허... 유황숙! 유황숙의 도량은 정말, 바다보다 넓으십니다. 허허허허!..."
"허허허허... 영릉에 봉화주가 그렇게 좋다고 하던데, 이곳 태수께서 한잔 청해 주시죠. 이젠 배가 고프군요. "
유비가 공명과 장비, 조운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러자 술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장비가,
"그래야죠, 당장 갑시다. 한잔 해야죠. 술 냄새가 여기까지 나네!"
하고, 말하는 바람에 모두가 함께 웃는 중에, 영릉 태수 유도가, 기쁨에 넘치는 얼굴과 어조로,
"황숙, 아니,아니... 주공! 자,자.. 어서 들어가시죠!"
하고, 말하면서, 앞장 서서 유비 일행을 성 안으로 안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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