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칼럼] 나무 터널 - 김명경 수필가
수없이 많은 나무가 세상을 살다가 갔고, 그의 이세들이 이 세상을 지금도 지키고 있다.
그러한 현시점에서 아름 드리 큰 나무를 비롯하여 이제 갓 태어난 나무들 그사이에 잡초들도
그 생명을 이어가면서 앞으로의 미래를 서로가 상생하며 엮어 나갈 것이다.
이 모든 것을 다 지배하는 것이 바로 우리 인간이다. 나는 이 지배 환경에서 산과 들을
바라보면서 ‘등 굽은 나무가 산을 지킨다’라는 선인들이 남기고 간 말에 ‘정말일까? 하고
산에 가서 등 굽은 나무를 무식하게 찾아보기도 했다. 이 말의 진의를 가리기 위해서 말이다.
맞는 말이었다. 하늘을 향해 올곧게 뻗은 나무는 사람 같으면 한창나이인 젊은 나무였고,
이따금 보이는 등 굽은 나무는 오랜 세월 이 산을 지킨 늙은 나무였다. 맞는 말임을 나는
자인하면서 그때의 등 펴져 힘찬 나무는 지금도 구중궁궐의 기둥으로 남아 우리에게 그
빛남을 유적으로 자랑하고 있다. 그리고 또다시 새 생명은 탄생하여 사람과 동물처럼
종족 번식을 하여 여기 나와 함께 길을 가고 있다.
나는 40대 초반에 서귀포에서 근무하게 되면서 가끔 한라산 5·16 도로를 이용하여
자동차 등으로 넘어올 때가 있었다.
그때의 도로 양옆의 나무들이 많이 자라서 서로 손을 잡을까? 말까? 하는 구간을 보곤 했었다.
이보다 더 옛날에는 도로가 터널이 되어 하늘이 잘 안 보이는 구간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박정희 대통령이 제주도를 순시하는 과정에서 안보상 도로의 나무들을 정리 정돈하여…
즉, 숨어서 저격 등을 하는 나쁜 행동을 못 하도록 정돈했다는 일화를 들으며, 그때 많은
나무가 사라졌구나! 함을 나는 알 수가 있었다.
지금은 세월이 흘러 그 옆에 있던 작은 나무들이 이제 성인 목이 되어 손을 잡아 그 일
구간에는 터널을 이루어 정말 좋아 보임을 볼 때 그때 내 나이 40대 중반의 모습과 약
20여 년이 더 넘은 지금의 한라산의 모습에서 격세지감을 느낀다.
이렇게 세상은 변해가며 진행형이다.
나는 10년 전부터 큰 화분에 ‘좀 눈향나무’ 한 그루를 키우고 있었다.
나는 이 나무를 우리나라 지도 형태로 만들어 분재의 묘미를 즐기려고 생각하여 키워 온 것이다.
그런 가운데, 나는 정원에 연못을 조성하고 그 주변에 여러 작은 나무 등을 심어서 조경했다.
나는 생각 끝에 바로 그 자리, 연못 돌담에 바짝 붙여서 심으면 괜찮을 것 같은 생각으로 심었다.
10년 이상 화분에서 자란 나무라 고풍스러움을 나는 느끼며… 전정을 해 나갔다.
그 마지막 과정에서 ‘좀 눈향나무 터널’이 만들어지고, 그 아래 콩짜개덩굴이 붙은 돌을 가져다
놓아 터널 속의 푸르름을 더 했다.
지금 난 의자에 앉아 그 나무 터널을 바라보면서 잘 만들었구나 하고 느끼며….
자동차를 운전하여 그 터널을 통과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