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사에 매몰된 연합회, 파트너십 실종
- 신앙의 자유를 겨누는 반기독교 법안 앞에 무기력
- 실행 로드맵 없는 비판은 공허하다
- 껍데기를 벗고 본질로 돌아가라
▲전국 17개광역시도 기독교총연합회 정기총회 사진
전국의 광역시·도 기독교총연합회는 출범 당시 각 시·군·구 기독교연합회를 아우르며 도(광역시) 단위에서 교회의 공적 목소리를 대변하고, 사회 속에서 복음적 가치를 실현하겠다는 분명한 목적을 가졌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그 설립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 행사 중심의 활동, 지역사회의 필요에 대한 무관심, 반기독교 법안에 대한 미온적 대응은 연합회의 존재 이유를 근본에서 흔들고 있다.
연합회는 도청(광역시청)과의 관계에서 대등하고 건강한 파트너십을 통해 기독교적 가치를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 현장은 행사 참석과 의전적 참여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광역시청에서 열린 다문화 가정 공청회에서 기독교 대표가 발언권조차 확보하지 못한 사례는 연합회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기독교가 단순한 축사·기도 요원으로 전락한다면, 행정기관과의 진정한 협력은 기대할 수 없다. 연합회 스스로 권위를 깎아내린 셈이다.
연합회의 존재 이유는 지역사회의 고통을 복음적 사명으로 감당하는 데 있다. 그러나 다수 연합회는 청년 자살, 고령화, 다문화 문제 등 절박한 과제 앞에서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성명서와 정치적 논평에만 의존하고 있다. 경기도의 한 연합회가 청년 자살 문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었으나 상담센터 하나 세우지 못한 현실은 이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반면 전북과 충남 연합회가 쉼터와 돌봄 프로그램을 통해 주민들의 신뢰를 얻은 사례는 분명한 교훈이다. 문제는 그러한 모범이 극히 예외적이며, 전국적 확산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진은 지난 13일 서울과 수도권, 부산과 충남 및 충북 기독교총연합회 등이 ‘손현보 목사 구속 규탄 기자회견’을 국회 정문에서 개최하는 모습
차별금지법과 성평등 조례는 단순한 사회 제도가 아니다. 이는 교회의 신앙 자유를 직접 겨누는 칼날이다. 동성애를 죄라고 선포하는 설교가 ‘혐오 표현’으로 낙인찍히고, 기독교 기관이 성경적 가치에 따라 교직원을 채용하는 것이 ‘고용 차별’로 몰릴 수 있다. 성평등 조례는 성별 자기결정권 교육을 의무화해 학부모와 교회의 교육권을 침해할 수 있으며, 교회가 동성애 옹호 단체에 시설 대관을 거부했다가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연합회의 대응은 집회와 성명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인천에서 열린 조례 반대 시위가 법적·학문적 논거 부족으로 언론의 역풍을 맞은 사례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신앙의 자유를 지키는 문제는 단순한 감정적 반발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법률과 학문, 그리고 사회적 설득이 뒷받침된 치밀한 대응이 필요하다. 교회는 이제 순교적 각오로라도 자유를 지켜야 한다는 절박한 자세로 나아가야 한다. 이영훈 목사의 경고처럼, “신앙의 자유는 순교적 각오로 지켜야 할 헌법적 권리”임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교계 지도자들의 질타는 분명하다. 심하보 목사(서울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는 “연합회가 교단 지도자들의 사교 모임으로만 남는다면 사회는 물론 교회 내부에서도 외면 받을 것”이라며 강하게 경고했다. 정영진 목사(부산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역시 “섬김과 봉사가 없는 연합은 존재 가치가 없다”고 직격했다. 이는 단순한 충고가 아니라, 변하지 않으면 소멸할 수밖에 없다는 냉혹한 진단이다.
이제 연합회가 설립 목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구체적 로드맵이 필요하다. 신학자, 법률가, 사회학자, 청년과 여성 지도자가 함께하는 전문위원회를 두어 현안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전국적 공동 대응 네트워크를 통해 법률적·정책적 활동을 체계화하고, 지역 현안을 면밀히 분석해 맞춤형 사역을 실행해야 한다. 아울러 재정과 의사결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대표성을 실질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이것이 교회와 사회 앞에서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지금의 광역시·도 기독교총연합회는 스스로 무력함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아직 늦지 않았다. 본래의 정신으로 돌아가 지역 교회와 사회를 연결하는 진정한 다리로 거듭나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대표성 없는 껍데기 조직’이라는 조롱은 머지않아 현실이 될 것이다. 한국교회의 신앙 자유와 공적 책임이 달린 이 문제를 연합회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지금이야말로 변화와 결단의 때다.
노곤채 목사/ 뉴스앤넷 대표, 한국기독언론협회 회장, 서울시기독교총연합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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