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그리웁고 가슴 아픈 것 (19편)
그 해가 막 저물어가는 12월 크리스마스
연순이는 서울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반대를 하던 문중 어르신네들을 엄마와
오빠들이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설득을
하여 우여곡절 끝에 승낙을 얻어낸
것이다
결혼 후 연순이는 제부와 목동아파트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하였고, 연순이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고 제부와 같이 부동산
기획사를 운영하였다
경제가 어렵다 어려워 하면서도 오직 살아
나는건 부동산 경기였다
세계 경제가 어려워 그 여파를 직접 받는
증권은 바닥을 연일 처대고 있었고, 채귄도
금리가 내리며 찾는 사람들이 없었다
그런데 기현상으로 시중에 남아도는 돈이
둑이 허물어지듯 부동산으로 대거 유입
되었다
연순이와 제부가 운영하는 부동산 기획사는
제부 외삼촌의 도움으로 큰 R회를 맞았다
대형 건설사 전무이사인 제부 외삼촌의
도움으로 용인 동백지구의 아파트 분양
대행업체로 지정되어 일간지마다 대형
광고를 실었고, 돈이 많은 투자자들이나
한 몫 건질려는 개미들까지 모여 동백지구는
기웃거리는 사람들로 넘쳐흘렀다
제부는 집안운도 있었지만 평소의 성실함이
배가되어 아파트 분양대행에 성공하였다
청약률이 25대 1이나 되었다
근처 다른 부동산들도 호황을 누렸지만
제부 회사만 하지는 못했다
먼저 일간지에 분양광고를 올리고 초기
투자를 많이 해 아파트 모델이랑 이벤트
행사를 많이 한 결과이었던 것이다
다른 부동산 회사보다 2배 많은 도우미를
고용해서 손님들에게 1대1 면담을 해주었고
손님들은 아주 만족해 많은 신청이 있었다
그 이후 2번인가 분양대행에 성공하여
연순이와 제부는 목동 아파트를 사고
그 근처에 작은 점포를 매입할 수 있었다
그런데 경기란 놈은 누구나 예측할 수 없는 것
세계 IT산업과 정부의 벤처산업 육성으로
점차 경기가 살아나자 돈은 다시 증권이나
펀드로 몰렸고 부동산은 점차 버블이 붕괴되고
있었다
정말 연순이 회사의 운이 너무 좋았던 것이다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기 시작하고 방송매체
들의 가세로 하락속도마저 빨라지자
제부가 운영하는 부동산 기획사는 고전을 면치
못했고 겨우 겨우 꾸려나갈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제부가 받는 스트레스는 엄청 나
집에 들어 온 남편의 표정이 굳은 날이면
연순이도 쩔쩔 맸다
불황이 장기간 이어지고 회생기미가 없자
고통으로 고민하던 제부는 피로가 누적되어
급기야 쓰러졌던 것이다
금요일 저녁 늦게 온 아이들과 늦은 저녁을
먹던 해순이에게 연순이의 전화가 걸려온다
소파에 놓여둔 해순이 전화의 컬러링이
요란하게 울리고 있다
“그 사람 나만 보고 웃어요
내 눈에만 보여요
내 입술에 영원히 담아 둘거야.....“
노래가 3번 반복되고 나서야 해순이는 전화를
받고 연순이는 토요일 일요일 이틀간 옆 침상
간병인에게 2일몫의 일당을 주고 간병을 부탁
했다면서 내일 새벽에 집으로 온다고 했다
전화를 끓고 아이들 저녁을 다 먹인 후
설거지 그릇을 씽크대에 설거지통에 집어 넣고
해순이는 바삐 근처 슈퍼로 향한다
고생한 연순이를 위해 무언가를 준비해야
겠다고 생각해서이다
늦으면 혹시나 슈퍼가 문을 닫을까봐
급히 나온 것이다
슈퍼에서 여러 가지 야채와 참치를 산 해순이는
집으로 와 맛있는 참치조림을 준비한다
준비가 끝나자 식탁을 정리하고 그릇을 다 씻은
해순이는 8시 SBS 뉴스를 보기 위해
거실로 와 쇼파끝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는다
뉴스가 중간쯤에 접어들고 조금 지루해지던 때
문자음이 울린다
핸드폰을 열어보니 H한테 온 문자이다
“내일 만날 수 있을까요”
“내일 동생이 병원에서 온다해서 시간을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 그럼 대충 몇시에 만날 수 있는지요”
“저 내일은 아침만 제외하고는 시간이
있을 것 같네요“
“그럼 12시쯤이면 어떨까요
제가 점심 식사 대접을 하고 싶은데
제가 아주 잘 가는 단골집이 있어요
아마 식사에 만족하실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하세요
저도 준비할게요“
“해순씨를 만나러 제가 어디로 가면 됩니까
장소를 말해 주면 시간에 맞춰 가겠습니다“
“사당동으로 하면 어떨까요
교통도 편리하고 저도 가기 편한데
H는 괜찮은가요“
“저야 뭐 해순씨가 좋다면 되지요
하하하 그럼 사당동 어디에서“
“13번 출구앞에서 만나요
거기가 도로여서 차를 대기 쉬울 거예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저 너무 많이 기다리게 하지는 마십시오
안 그러면 해순씨 동생집까지 처들어 가겠습니다“
“호호 아니 여기가 어딘줄도 모르면서 어찌
찾아오시겠다 그러세요
아파트 단지도 엄청 넓은데“
“그게 무슨 문제입니까
찾아가서 해순씨 안 보이면 각 동마다 해순씨
이름을 부르며 돌아다니면 되겠지요
안 그래요
사랑에는 불가능이 없답니다
그 단단하던 무쇠도 사랑앞에서는 흐물흐물
엿가락처럼 휘어지고
그 단단한 바윗돌도 사랑의 입김에 구멍이
대문짝만하게 뚫혀진답니다“
“ 그거 혹시 개똥철학 아니에요
H만의 철학
옹고집 철학
호호호호호호“
H의 말이 우스워 웃음이 절로 나온다
해순이는 H의 털털한 성격이 마음에 들어
전화를 끓고 나서도 한참이나 혼자서
웃는다
‘아니 H의 무엇이 마음에 들어 내가 이렇게
웃고 좋아하는거지
평소에는 스스로 냉정하다는 소리를 듣는 내가
중년의 나이에 접어든 지금
사랑이란 말
남자를 만나는 일은 처음인 것은 아닌데
어찌 숫처녀 가슴처럼 팔짝 팔짝 뛰는거지‘
해순이는 스스로를 생각해 보아도 내면의
속은 자신도 모르겠다
이전부터 전화와 쪽지는 주고 받았어도
만나기는 H가 해남에 찾아왔던 작년 겨울
한번뿐 아닌가
여태까지 지켜온 평정심이 무너지는 자신이
미워지기도 한다
‘내일은 무슨 옷을 입고 나가지
제부의 병문안에 맞추어 수수한 차림으로
왔는데‘
‘머리는 내일 연순이 오면 물어보아 연순이
단골미장원에서 해야겠다‘
해순이는 거실 거울앞에서 이리 서보고 저리
서보며 스스롤 폼을 재본다
그러다 싱거운지 픽 하고 웃어버린다
밤은 깊어만 가는데 잠은 안 온다
13층 건물밖으로 보이는 어둠이 괴물 같다
괴물 건너 공원의 단풍나무잎들이 가로등아래
반짝인다
계절에 맞춰 돌아갈 길을 아는 저 나무들,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며 정도를 알기에
봄에 가지에 눈을 틔우고 여름에 생명의
무수한 이파리들로 영양분을 저축하여
가을에 열매를 맺고 그 열매속에서 또다른
생명을 잉태시켜 씨앗을 만든다
지구가 생긴이래 숫한 반복의 생활이지만
언제나 소중한 생명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자연이 부르는 소리에 응답한다
자연의 순리에 늘 대적하는 지구상의 생물은
인간뿐이다
자연을 극복하기위한 싸움이 이제는 자연에
대항하는 싸움으로 바뀌어가는 인간들의
거역의 삶
인간이 아무리 아름다운 조형물을 만들어도
저 밖에 보이는 가로등 아래 한잎 두잎
떨어지는 자연의 수그러움을 닮을수 있을까
빨갛게 노랗게 푸른 잎으로 계절에 맞춰
옷을 갈아입고 흙으로 돌아가는 자연의
긴 여정을
밤 12시가 조금 안되어 초인종이 울린다
‘이 시간에 누구지
연순이 내일 온다고 했는데‘
혼자 중얼거리며 출입문 문에 설치된 구멍으로
보니 연순이다
얼른 문을 열자 연순이 피곤한듯 초췌한 얼굴로
들어와 쇼파에 털썩 주저앉는다
“너 내일 새벽에 온다고 했잖아”
“그랬는데 간병인 아줌마가 자기가 환자를
돌보아줄테니 집에 가서 쉬었다 오래
내가 아마 피곤해서 남편 침상옆에 엎드려
코를 골며 졸았는가봐“
해순이는 연순이의 말을 듣고 너무 안TM럽다
얼마나 몸과 마음의 고통이 심할까
그것을 혼자 참고 있는 연순이가 불쌍해
우울해진다
“피곤해 보인다
빨리 씻고 자“
연순이는 그러마 하고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하며 며칠 동안 묵은 피로를 날려 보낼려고
한다
해순이는 욕실문에 다가가
“연순아 저녁은
내가 너 온다고해서 조금 준비했는데“
“저녁생각은 없고 우리 양주 한잔 하자
전에 누가 선물로 준 것이 장식장에 있어
도통 먹지 않아 누굴 줄려고도 했는데
남편이 그냥 놔두라고 해서“
“알았어 그럼 내가 안주와 얼음을 준비할게”
목욕을 끝내고 나온 연순이와 해순이는
식탁에 마주 앉아 양주잔을 기울이며
가을밤의 어둠을 바라본다
“너 앞으로 어떻게 살거야
당장 생활할 돈 있어
병원비도 많이 들텐데“
“아직은 견딜만 해
세준 점포세도 다달이 나오고 약간 모아둔
돈도 있어
남편이 빨리 나으면 좋을텐데“
“그러게 말이다
니가 이렇까지 정성을 들이는데 빨리
나을거야
너 몸조리나 잘해
너까지 쓰러질까봐 난 무척 걱정이다“
“염려마
언니보다는 내가 늘 건강했어
자랄 때 언니는 늘 아프고 무슨 알레르기가
그리도 많은지 언니하고 같이 노는 날이면
난 늘 아빠와 엄마한테 혼나고 했잖아“
“맞어 나도 너에게 늘 미안했어
혼자 있기가 너무 싫어 너만 못살게 굴었던
것 같애“
“상태를 보아가며 3주후면 실밥을 풀고
재활 훈련을 해야한데
하루에 2번 씩
오전에 1번 오후에 1번
그러다 어느 정도 걸을 수 있게 되면 퇴원
시킨다나
대학병원이어 대기 환자수도 많아
병실이 부족해 그러나봐
남편 재활훈련이 끝나고 어느 정도 정상인
비슷하게 되면 과일가게를 해 볼려고“
“아니 같이 운영하던 회사는 어찌하고”
“그 회사는 이미 내놨어
인수자가 나서 다음 주에 권리금을 받고
넘기기로 했어
권리금이라 봤자 얼마 안되고 보증금도 있으니
남편 나을때까지 견딜 수 있을거야“
해순이는 희망을 잃지 않는 연순이가
고마울 뿐이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혼자 버텨나가는 힘이 고맙기만 하다
“시집식구들은?”
“응 시집식구들은 언니 오기 전 날 병문안
왔다 갔어
별말이 없더라
시부모는 눈물만 글썽이며 고생이 많다며
부족한 것이 있으면 말하라 그랬어
그렇지만 난 손 내밀고 싶진 않아
큰 동서가 가만 있지 않을거야
시집 재산 보고 자청해 시집살이를 하고
있으니까
시부모가 가진 땅이 좀 있나봐“
“그래 잘했다
그런 일은 잊어 먹어
그리고 노력해서 잘 사는 방법이나 생각해“
해순이는 연순이가 든든해져 오며 믿음의
중량감이 느껴진다
|
첫댓글 좋은자료 잘보고가요 감사 합니다
고맙습니다
오늘도 행복하시길요
좋은글 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