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패배한 게 아닙니다. 더 결집해서 다음 총선 때 또 보여줍시다." "정치권도 이제 2030세대 여성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피 말리는 밤샘 개표가 마무리된 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설욕'을 다짐하는 여성들의 글이 시시각각 올라왔다. 이번 대선의 또 다른 승자는 수많은 무명의 여성들이었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압도적 승리를 저지함으로써 '젠더 갈라치기'라는 혐의를 받은 윤 당선인의 공약을 심판했다.
여성의 목소리는 자주 지워졌다. "여성은 온라인에서만 조직적이고 남성보다 투표 의향이 떨어진다"(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말처럼, 여성의 표심은 과소 평가돼왔다. 2030세대를 필두로 한 여성 유권자들은 이번에 '힘'을 제대로 보여줬다. 지상파 방송 3사의 대선 출구조사에 따르면, 60대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대의 여성들이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게 과반의 표를 몰아 줬다. 20대의 이 전 후보 예상 득표율은 58.0%, 30대는 49.7%, 40대는 60.0%, 50대는 50.1%였다. 2030을 넘어 4050세대 여성들까지 똘똘 뭉친 것이다.
'비호감 선거'인 이번 대선 레이스 초반까지 여성 유권자들은 윤 당선인도, 이 후보도 택하지 않은 채 부동층으로 남아 있었다. 여성들을 폭발시킨 건 윤 당선인이다. 윤 당선인은 여성이 남성보다 투표에 적극적이란 사실도 간과했다. 2012년과 2017년 대선에서 여성 투표율이 남성보다 모두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