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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01_
창문을 통해, 눈부신 햇살이 들어오고 있었다. 태양으로부터 생명을 얻은 햇빛은 티끌하나 없는 유리창을
호기심어린
눈으로 쳐다본다. 그리곤, 창가에 턱을 괴고 앉아 있는 소녀의 눈망울에게 인사를 한다.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깨질 듯한
물방울에게 대화 하듯이 소심스럽게 그녀에게 손을 내밀고, 둥그런 눈으로 그녀에게...
-안.....녕.....
햇빛의 인사가 소녀의 입가에 머물고, 반짝거리는 그녀의 맑은 눈에서, 쓰디 쓴 말간 액체가 형체를 보인다.
체리목
창틀에서 바깥세상을 보고 있는 소녀는, 이내 햇빛으로부터 등을 돌리곤 그녀의 침대에 엎드려 눈물을 쏟아낸다. 핑
크빗이 도는 퀼트로 만들어진 푹신한 이불 속에 파묻혀 흐느끼던 소녀의 어깨가 들썩이고, 그 어깨의 들썩임은 이내
거세어진다. 세상이 자신에게 가져다 준 아픔을 원망한다는 듯 이불 위에서 떨림을 반복하던 소녀의 가녀린 손가락
마디마디가 곱게 수놓아진 이불을 꽈악 부여잡더니 곧 이불에서 슬픔을 토로하던 소녀가 고개를 든다.
천천히.. 아무도 자신의 영역을 침범할 수 없도록, 고고히 들어올린 그녀의 눈망울은, 곱다. 창백하고 잡티
하나 없는
피부의 소녀가, 손을 들어 스윽- 하고 눈물을 닦아낸다.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그 무언가를 없애고 싶다는 듯이
고개를 두어번 가로젓곤, 다시 창가로 고개를 돌려 슬픈 눈으로 작렬하는 태양을 바라본다. 쓰디 쓴 웃음까지 나오는
지금, 그녀에게 절실히 필요한 건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 한 사람이었다. 그저... 그저 그의 품에 안기어 깊은 잠에
빠져 들었으면.. 영원히..... 그
그와 함께일 수 있도록.....
-똑똑
자신의 방에 들어오고 싶다는 누군가의 노크소리가 들린 건, 또각거리는 구두굽의 행진이 있고난 후였다. 마치, 그 노
크소리를 듣지 못했다는 듯 그녀가 깍지를 낀 두 손 위에 갸름한 얼굴을 올리곤, 오른쪽으로 비스듬하게 뉘였다.
왼쪽 가슴에 알량하게 붙어있는 심장은 터질 듯 아파왔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이, 자신의 볼을 타고 흐르는 뜨거운
눈물도 별 거 아니라는 듯 살짝 미소마저 짓고선 눈부신 태양의 세계를 내려다본다.
소녀의 심장에 그의 추억만이 남겨진 후, 그의 얼굴이 더이상 그녀의 눈 앞에 나타나지 않은 날부터는 항상 반복되는
일상이었다. 해가 창공에서 작렬하며 그 빛이 소녀의 얼굴 위로 흩뿌려지면, 때가 되었다는 듯 소녀는 눈을 뜨곤 했다.
무미건조한 얼굴로 시녀의 도움을 받아 세안을 하고 숨이 막힐 듯한 코르셋으로 슬픈 맥박을 유지하는 심장을 조인
후에야 치렁치렁한 보석이며 레이스가 달린 드레스를 입어야 했다. 그리고 창가에서 그의 얼굴을 지우려-또는 떠올리려-
눈물을 떨치고 나면 항상 그랬듯 건조한 구두굽 소리가 소녀의 방문 앞에서 멈추곤 했다.
의례적인 노크소리가 또 한 번 그녀에게 출입을 허가하길 부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리목 창틀을 눈으로 스윽,
바라보고 있는 소녀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세 번째 노크가 있은 후에 그들은 쇠 소리를 몇 번 낸 후 도둑고양이마냥
들어올 것이다. 무의미한 병사들을 대동하고, 관심이 없다는 표정을 지은 사람들은 눈물로 얼룩져 삭막한 방안의 공기
를 더욱 슬프고 삭막하게 만들어 버리고 말 것이다...
「루아 카르텔, 들어가도 되겠니?」
위장된 듯, 화를 억지로 참고있는 듯한 목소리가 문 밖에서 희미하게 들리더니 곧 쇠들이 맞부딫히는 소리가 들린다.
자물쇠를 풀르는 듯한 소리가 연달아 들리곤, 침대와 화장대만 있는 쓸쓸한 작은 방에 중년의 부인이 도도한 시선을
하고 창가에 앉아 있는 소녀를 바라보더니 한숨을 내신다. 체념했다는 듯, 더이상 그녀의 무기력함에 대해 걱정하지
않겠다는 듯 말을 하려 벌린 입을 다물고 뒤를 따라온 이들에게 고개를 끄덕한다. 하지만, 그 다짐은 곧 어머니만의
걱정어린 시선으로 변하고 만다.
「정말 아무 것도 먹고싶지 않아요. 그릇을 깨서 손목을 그어버릴 지도 모르니, 제발 가져가세요」
청아하고 단다하다. 작은 공간의 적막을 깨뜨린 소녀는 햇살 아래 눈을 지긋이 감은 채로 나른한 목소리로 그들에게
말했다. 아름답고 부드럽지만, 감정이 담기지 않아 푸석하기도 하다. 살얼음 같이 차가운 그녀의 말에 식탁을 세팅하
던 이들의 손이 굼떠지더니, 부인의 눈빛에 다시 그들이 분주해진다.
「그래도 먹어. 니가 모든 음식을 먹을 때 까지 너의 자살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 답답하고 우울한 니 방을 벗어
나지 않을 생각이니-.」
단단한 경고인 듯한 부인의 음성또한 딱딱하다. 심플한 드레스에 머리를 틀어올린 부인은, 간이 식탁이 완성되고 의자
의 세팅이 끝나자 딸의 등을 볼 수 있는 자리에 가서 앉았다. 그리고 때를 기다렸다는 듯, 또다시 소녀의 가녀린 목소
리가 적막한 방안에서 떠돈다. 이번엔 슬프다. 감정이 잔뜩 담기고 걱정하는 듯한, 애원하는 듯한 목소리다. 목이 매이
고 울음이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은 듯...하다
「정말.. 크리스에겐.... 아무지 짓도 안하신 것....... 맞죠....그렇..그런..거죠...?」
어느새, 다시 눈물로 얼굴을 물들인 루아가, 창가를 향해 있던 몸을 틀어 그녀의 어머니를 바라본다. 물기에 젖은 그녀
의 목소리와, 눈물로 얼룩진 그녀의 얼굴이 다시금 그녀가 걸터앉아 있던 침대로 향한다. 슬픔을 이겨낼 수가 없다. 가
녀려, 뼈만 앙상하게 남은 그녀의 어깨가 흐느낌으로 떨려오는 걸 보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어머니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다. 그저 제 슬픔을 못이겨 죽음의 파멸로 자신을 내몰고 있는 딸에게 매몰찬 눈빛만 줄 뿐이었
다.
「말씀...해.........줘요........」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보이기 싫어 이를 꾹 물며 소녀의 몸에서 빠져나와 동양인 여인의 귀에 들어왔지만, 날카롭고
단아한 눈빛을 한 루아의 친모는 그저 간이테이블에 차려지는 백색 식기구와 먹음직스런 음식을 바라볼 뿐이었다.
물론 지금 이렇게 무기력한 딸에게 이 모든 음식을 먹인다는 건 불가능 한 일이란 걸 부인도 알고 있었지만 며칠 째
끼니를 굶도록 놔두지는 않을 작정이었다. 모든 걸 체념하고 굵은 밧줄에 과감히 자신의 한목숨을 버리려고 작정했던
딸이라면, 창문을 깨어 그 조각으로 손목에 선명한 선을 그었던 딸이라면 굶어죽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며 작정을
하고 있을런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계속해서 떠오르는 '크리스'라는 젊은이의 얼굴에 루아의 흐느낌은 격해졌으며, 또다시 눈물이 마르지 않은 그 자리엔
새로운 눈물방울로 얼룩져 그녀의 슬픈 마음을 대변했다. 왜 몰라주는 걸까. 슬픔을...
「크리스, 크리스, 크리스,!도대체 그딴 아이에 대해 니가 왜 걱정 해야 하는지 모르겠구나」
하찮은 벌레의 이름을 말하는 듯, 친모가 악을 쓰며 소녀를 어루고 달래려고 한다.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짙은 눈썹
꼬리를 찌후리고 입술을 깨무는 모습에 걱정과 미안함, 또다른 걱정이 섞이어 묘한 결정체를 만들어낸다. 기가 차다
는 한숨의 끝에 소녀의 흐느낌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분노를 담은 눈으로 소녀는 어머니를 쏘아본다. 마치,
자신의 적을 향해 기선제압 하듯이.. 소녀의 격한 감정은 두 눈에 드러나 있다. 눈에서 흘러나오는 눈물을 만든 건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였고, 그 이와 자신의 부재를 만들어 낸 건 바로 루아 자신의 가족이었다. 그 구성원중 한 명인
어머니였기에 눈물이 마르지 않은 적의감이 담긴 루아의 보라빛 눈이 어머니를 응시했다.
잠시 생각할 것이 있다는 듯, 투명한 눈꺼풀로 투명한 보라색 눈동자를 덮은 그녀가 입술을 깨물었다. 격해져오는 숨
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아직까지 하얀 치아가 분하고 슬프다는 듯 슬픔의 감정을 토로하려 옅은
떨림을 반복하고 있지만 그 분노는 곳 심장 한 복판에 고이 접어 간직한다.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는 분노의 표출이다.
「아무 짓도 하지 않으셨죠..」
「내가 무슨 짓을 해야 된다는 필요를 못느끼겠더구나. 내가 미천한 것을 상관해야 할 필요도 없고.」
「털끝 하나도 안건드리셨죠. 저와 한 약속대로 그의 가족에게 편안한 보금자리를 마련 해 주셨나요?」
「그래. 모든 게 잘 해결되었으니 이제 그만 식탁으로 와서 뭐좀 먹지 않겠니?」
짜쯩이 다분한 어머니의 목소리였지만, 루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는 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소식때문이었다.
벌써 칠일이 지나가고 있었다. 소녀 루아와, 소년 크리스가 부재를 고한 지는. 어리석은 신분의 엄격성 때문에 깨어진
사랑은 더이상 회복이 될 수 없다는 걸 소녀는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가 그리워 지고 마는 건, 사랑해서 였다.
그를 사랑하고 그리워 할 수록, 온 몸에 생채기가 생기고 그 독에 짓이겨 죽어버리고 말 것이란 걸
알지만..........
잊고 싶다고 생각해서 잊어질 사랑은 애초에 아니었다. 그 걸 알고 있었고, 위험한 사랑에 대한 대가는 언제나 각오하고
있었지만 이별.
그 후에 다가올 아픔과 쓰라림과 절망 그리고 공허함에 대해서는 생각 해 보지 못했다.
크리스와의 이별은, 생각하기 싫었음이 분명했다.
「루아 카르텔. 내가 그 젊은이에게 몹쓸 짓을 하기 전에 포크를 집는 것이 좋을거야.」
성까지 또박또박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에는 더이상 모녀지간의 사랑이란 걸 찾아볼 수 없다. 찾아볼 수 잇었다면
그와의 사랑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발각되기 전 이었다. 고고한 줄 모르고 행복한 줄만 알았던 사랑............ 항상
너무 풍부해서 서로를 사랑하는 것에 너무 행복해서 그 것이 미칠 여파는 차마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사랑에
대한 단속조차 하지 못했다. 그 것이 모든 결과를 초래하였고........
'난........ 혼자야....'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로운 걸음을 하는 그녀의 흑발이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었다. 칠일만에 그의 안부를 들을
수 있었다. 가루 약을 통째로 삼킨 듯 입안이 쓰라려 왔지만, 상관치 않았다. 그저, 크리스의 안부로 된 것이었기에..
하지만, 햇빛에 반짝여 눈을 따갑게 하는 은제 포크를 들어올린 순간, 소녀는 또다시 입술을 깨물어야 할 수밖에 없었
다.
「베넷 백작과 그 아들이 내일 오실거다.」
황당하고 기가 차다는 듯, 짧은 숨을 토한 루아가 까만 눈동자의 어머니에게 무언가 말하려 입을 열었지만, 부인은 자신의
앞에 딸이 없다는 듯 허공을 보며 말을 이었다. 그녀에게 조금의 말 할 시간도 주려고 하지 않고싶다는 생각이 다분히
드러나 있었다.
「또다시 목을 매 그분들에게 약속날을 미루게 하는 일은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잠시 쉬려 하면 또다시 말을 잇는 부인의 모습은, 마치 기계인 듯 했다. 더이상 딸의 눈물을 보고싶지
않는다는 듯, 테
이블 밑에 두 주먹을 꽉 진 부인이 이제서야 딸의 보랏빛 눈을 쳐다보며 말을 했다.
「경호원을 붙일 생각이다. 그래도, 죽고싶다고 하거든 니가 목을 매려고 할 그 밧줄로 꽁꽁 매어둘 작정이야.
혀를 깨물 수 없도록 재갈도 채울거야. 그래도 안되거든...」
「어머니」
「그 미천한 것들을 이 마을에서 내쫒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 중 하나더구나」
「.........」
「물론, 절대 그를 받아주지 말라고 주변 성들에게 일종의 조취를 취하는 것도 고려 해 보고 있는 중이야.」
「.........」
「너만 고분고분히 나와 니 아버지의 말에 순종 해 준다면, 그 젊은이도 단란한 가정을 꾸려서 잘 살테지.?」
부인의 말이 끝을 맺고, 맛이 느껴지지 않는 음식을 입에 넣은 루아의 입은 그저 움직이기만 했다. 사진의
허를 찌른
가족들의 음모였다. 모든 게 제 손에 달려있다는 듯, 제 목숨하나 마음대로 다루지 못하도록 그들은 루아의 목덜미를
꽉 잡고 있었다. 지금에야 루아의 목을 조르는 건 스스로가 자살기도를 위에 천장에 맨 굵은 밧줄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다는 알량한 명목으로 사랑을 갈라놓은 권력과 명예에 목숨을 건.... 가족들이란 사실을 뼈저리게 알게 되었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 크리스의 신변에 이상이 생기게 하지 않으려는 듯 루아의 왼 쪽 손에
들린 포크는 두어번 음식 위를 오갔고 이제는 더이상 안되겟다는 표정으로 의자를 떠났다.
항상, 모든 것에는 약점이 있다.
언제나 루아를 보살펴주던 강인한 사랑은 부재의 시작부터 큰 약점이 되고 있었다.
그 약점은 루아의 심장 곳곳에 큰 생채기를 내어 아프고 슬프게 하고 있었고
가족들에게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어 루아의 숨을 조르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생채기는 치료가 가능하다.
루아는.. 그 걸 깨닫지 못한 채 장총까지 맨 병사들의 감시 하에서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
추억은 씻겨내려가지 않고 있었다. 추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루아의 머리는.. 크리스와 함께 한 추억의 공간을 없애지
않겠다는 듯 심장에게 한 줄기 사랑을 놓지 말기를 부탁했고 떠나가지 않는 사랑의 아픔에 침대에서 그의 이름을 부르다
지친 소녀의 눈물이, 볼을 타고 침대를 적시었다. 그리고, 그 눈물을 떠나보냄을 마지막으로 소녀가 잠의 나래에 빠졌다.
이제.........
.................지쳤다...사랑에.
_02_
하룻밤을 지세운 루아의 눈이 토끼눈처럼 새빨게져 있었다. 전날 밤, 얼마나 큰 아픔을 눈물로 호소했던 것일까. 목숨
조차 스스로 다루지 못하는 구차한 삶 속에서 얼마나 몸부림을 쳤으면, 굵은 밧줄을 풀러낸 그녀의 가녀린 손목에는
피가 맺혀있었다. 그 초롱초롱했던 눈의 생기마저 잃은 루아의 몸단장을 해 주면서, 카르텔가의 시녀들은 차마 루아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며칠 밤을 잠자지 못하고, 먹지 못하여 수척해진 그녀의 얼굴, 핏기를 잃어 창백해진 소녀의 입술이며
눈물조차 흘리
지 못하는 눈동자. 그 모든 것이, 사랑의 잔재였으며 사랑의 아픔이었다. 얼마나 아팠을까. 겨우 열일곱 밖에 되지 않
은 소녀에게 갑자기 다가온 사랑의 부재.,
그 현실.
「흣,」
코르셋을 착용하는 그녀의 몸이 자잔한 떨림을 반복했다. 마치 한 겨울, 가녀린 생물들이 추위에 벌벌 떠는
듯, 심장을
매여오는 고통에 루아가 어금니를 깨물며 그 고통을 감수하려 발버둥 쳤다. 하지만,
-털썩
심장을 매어오면 매어올 수록 터져나갈 듯한 그 아픔에 다리에 힘이 풀려 그 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자신을
위로하려
건네는 말들은 루아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몇 시간 후면 결혼상대가 될 베넷 백작과 그 아들이 성에 도착할 것이고
그리하면.. 그리되면..... 크리스와 나누었던 소박하고 뜨거웠던 사랑은 한 줌의 재가 되어 날라갈 것이 뻔했다. 추억으
로 남기는 건 싫었다.
추억은 너무 아프다. 추억은.... 항상 눈물만 가져다 주기에, 그와의 사랑이 한낯 기억에 그치지 않고
말거라는 그 사실
에 또다시 소녀의 몸이 눈물을 토해내었다. 땅에 두 손을 짚고 눈물을 흘리던 소녀가, 오른 팔을 서서히 들어올려 보라
색 눈동자가 있는 눈으로까지 들어올렸다. 붉은 선혈의 자욱이 선명하다. 이 것은, 금지된 사랑의 흔적이다. 세상에 반
항하였던, 신분을 극복하고자 했던 무모한 도전의 결과였다.
「아가씨....」
잔인하리만큼 아픈 사랑의 결과에 대해, 그 누구도 루아에게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사랑,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아
름아웠던 그들의 사랑에 대해선 그 누구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서로에게 조심스러웠으며 서로를 한없이 아꼈던 소
년과 소녀의 사랑. 하지만, 신분이라는 벽. 결코 허물어버릴 수 없는 그 벽 앞에 무너져야 했던 두 사람의 열정은 결국
외부적인 힘에 의해 끊어져야만 했고 그 사랑의 대가로 돌아온 건 아픔, 아픔 또 아픔 뿐이었다. 몸이 허약해지면 허약
해질 수록 눈앞에 선명해지는 크리스의 미소에 심장이 터질 듯 두근거렸지만, 그 건 환상일 뿐이었다. 만질 수도, 체온
을 느낄 수도 없어. 루아의 곁엔 그가 설 자리가 없었다. 심장은 자리를 내주었지만, 사회는 그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둘의 사이에 뜨겁고 무서운 불구덩이를 만들어놓았다.
힘겹게 일어선 소녀를 부축한 시녀들은, 그녀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혹은 자신들이 원하든 원하지않든 다시
그녀가
코르셋을 착용하는 걸 도아주어야 했다. 코르셋을 조이면 조일 수록 심장이 쓰라려오는 걸 느꼈다. 생채기가 생길 대
로 생기고 짖이길 대로 짖이긴 그녀의 심장은 더이상 뛸 공간이 사라짐에 대해 큰 아쉬움을 토로했지만 그 아쉬움은
절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다만, 선명한 이목구비를 가진 그녀의 얼굴이 인상을 지으면서 자신이 고통스러움을
알리었고 시간이 지날 수록 그 고통은 무디어져만 갔다.
그리곤, 소녀는
「사랑의 고통도... 익숙해 질까....」
라고, 창가에서 활기차게 인사하는 태양에게 물었다. 하지만, 그 질문에 태양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은 체
그저 너그럽
고 따뜻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지금은 그런 미소를 보낼 적절한 때가 아니었지만, 루아의 기분이 어찌되었건 태양
은 그저 밝고 그저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그저 밝고 아름답게.
마치,
..아름다운 시절을 크리스와 함께 공유했던 그 때처럼.
.....
............
크리스, 그 사람은.. 참으로 사랑스러운 사람이었다. 비록 루아는 성주[城主]의 딸이었고 크리스는 고작 상인의 아들
이었지만 그의 학식은 늘 책과 함께했던 루아보다 풍부했고 마음이 넓고 따스한 사람이었다. 특히 미소를 지으며 루아
의 이름을 부를 때에는....
「최고...였는데..... 멋있구....」
중얼거림 속에서 한 사람의 크리스가 태어났다. 환한 미소, 자상한 말투, 부드러운 행동들.... 모두가 사랑으로 가득차..
루아는 그런 그의 모습을 가장 좋아했었다. 그 누구도 발걸음을 하지 않는 들판 한복판에 있는 플라타너스 나무에 기
대어 한가로이 책을 읽곤 했었던 크리스. 기쁨에 겨운 루아의 발걸음을 들으면 그는 곧 책에서 눈을 때고 이렇게 말했다.
-루이셀리아_!
라고. 자신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 그에게 새초롬한 표정을 지으며 왜 그렇게 부르냐고 물으면 항상, 그는
그녀의 몸을
포옥 안곤 했었다. 함께 뛰는 심장소리가 들릴 정도로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고, 36.5˚C의 체온이 서로에게 맞 닿고. 상
대방의 체취가 고스란히 제 몸에 베일 때 쯔음 크리스는 루아의 새초롬한 대답에 이렇게 말해주곤 했었다.
-그건 말이야
부드럽고 달콤하게. 마치 초콜릿 무스를 한스푼씩 떠먹고 있는 듯한 황홀감에 젖게 하는 그 나른한 보이스로.
-나와 함께 있을 때 너의 아명. 나만이 부를 수 있는 너의 애칭. 모든 사람이 공용하는 너의 이름을 나까지도 사용하면
억울하잖어? 이래뵈도, 비밀의 정원속에 숨겨진 연인인데.. 그러니, 넌 나만의 루이셀리아. 너를 루이셀리아라고 부를
수 있는 건 나, 크리스 일루엣만의 특권이야.
그만 아는 이름을 또다시 속삭이곤 했다.
「............루이셀리아...」
'당신과 함께였을 때, 그 이름이 가장 사랑스럽다고 말해주지 못한 것이 너무 후회가 되. 듣기 좋으면서도,
너무 행복
하면서도 괜한 마음에 너의 가슴을 툭 치곤 그러지 마라고 했었는데... 니 귀에 속삭이지 못한 것이 너무 후회가 되.
당신이 지어준 이름, 루이셀리아가 가장 사랑스러운 이름일거라고. 그 때 난 살아있음을 느낀다고 말하지 못했던 것이..
너무나도............ 후회가 될줄이야.'
방에 혼자 남겨진 루아가 그녀의 '아명'을 조용히 읊조렸다. 단아하고 도도한 시선으로 굳게 닫혀진 문을
바라보는 모
습은, 아름답다. 햇빛을 등지고 앉아서 옛 사랑을 기억하는 그녀의 수척한 얼굴은, 차마 아름답다고 말할 수 없다. 너
무나 눈이 부셔서 '아름답다'는 단어를 사용한는 것이 죄악처럼 느껴진다.
흰 장갑으로 손목에 난 붉은 선혈을 가린. 마치 부서질 듯 가녀린 그녀의 손가락이 허공에 머물면서 크리스 일루엣의
얼굴을 그리었다. 허공을 응시하는 그녀의 눈동자는 눈이 부신 보라빛이다. 생기를 잃은 듯 했던 그녀의 눈은 다시 뜨
거운 액체로 촉촉해져있다. 눈 위에 그어져 있는 짙은 선은 그녀의 고고함을 더해주고 있었고 눈을 사이에 둔 코는 오
똑함을 자랑하였고, 반쯤 벌려진 그녀의 입술은 붉게 물들어 있다.
-똑똑
둔한 나무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날카로운 턱날을 가진 그녀의 고개가 그 곳을 응시했다. 예상했었다는 듯 쇠와 쇠가
맞부딫히는-자물쇠를 여는- 소리가 둔탁하게 방을 울렸고. 루아의 마음처럼 문은 슬프게도 열리었다. 그리고 그 곳에
는, 잘도 기품있게 꾸민 그녀의 어머니가 서 있었다.
「나오렴」
삭막한 그 한마디에, 루아는 모든 걸 체념할 거라는 듯 제 몸에 거추장하게 걸쳐져 있는 호화스러운 드레스를
이끌고
한걸음, 한 걸음 내딛었다.
성주의 집이란 걸 자랑이라도 하는 듯, 루아가 지내던 다락방에서 내려가는 동안 크리스탈로 장식 된 촛불들이 어두운
길을 밝혀주었다. 탁 트인 2층에 들어서자 마자 오랜만에 보이는 사람들의 분주한 모습에 잠시 미소를 지은 건 부정하
지 않겠다.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우고, 왕이 두터운 총애와 신뢰를 얻고 있는 베넷 백작의 행차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가
끊임 없었고, 그 소란스런 와중에 힘없는 그녀의 다리는 그녀의 어머니를 잘도 따라가 주고 있었다.
_03_
반짝이는 골드 컬러가 이국적인 드레스. 스커트의 윗부분을 버슬 스타일로 크게 부풀린 디자인이 상당히
이색적이다.
투명하고 뽀얀 피부에, 마치 태양이 내려온 듯 화사한 드레스를 입은 그녀의 모습에 대 저택의 홀에 모여있는 귀빈들
이 하나씩 눈을 돌린다. 백작 가족만 올 줄 알았던 약속에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고 장엄하고 부드러운 클래식
음악이 흐르자 당황한 루아가 잠시 발을 삐끗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부드러운 흑발을 날리며 빠른 걸음으로 어머니
를 따라간다.
스네이크 모양의 골드 이어링. 마치, 요정 하나가 지상에 호기심을 풀러 내려온 듯한 그녀의 뾰족한 귀를 감싸고 돌며
화사한 불빛에 반사되어 흑발 사이에서 그 매력을 더하는 순백색의 다이아몬드가 청아한 꽃을 그리어 낸다. 그 위에
박힌 작은 멜리 다이아몬드와 달랑거리는 물방울 모양의 색색의 원석이 포인트를 이룬 머리장식또한 화려하긴 마찬
가지다. 유난히 검은 머리와 투명한 피부, 선망의 대상으로 꼽아진 보랏빛 눈동자. 끝은 날카롭지만 동그랗게 뜬 그녀
의 눈은 두려운 듯 크게 떠 주위를 의식하고 있고 -여기 있어-라는 어머니의 말에 주춤거리며 서있는 그녀는 마치 손
님같다.
자신의 집이지만, 그렇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역시.....
'혼자'라는 외로움이, 소녀의 가슴속을 꽉 조으고 있었기에.. 어쩌면 그 감정은 코르셋이란 자신의 심장을
감추기 위해
사용한 무자비한 도구보다도 더 먼저 가슴속에 자리잡아 조금씩 생채기를 내고있었는 지도 모른다.
「제 딸입니다」
Hall에 모인 사람들의 화기에에한 웃음소리에 넋이 나간듯한 표정으로 그들을 보고 있는데 등 뒤에서 익숙하고, 익숙
하지만 온 몸이 거부반응을 일으키게 하는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정정한 기를 뿜어내고 있는 아버지. 자신에
게 물려준 맑은 보랏빛 눈동자가 자연스레 웃으면서 '백작'으로 보이는 이에게 자신을 내보이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하
지..... 한동안 크리스 이외의 모든 것들에 대한 사고를 정지했던 루아였던지라, 반쯤 벌린 입으로 무어라 웅얼거리다
가 뒤에서 느껴지는 어머니의 손길에 재빨리 두 손으로 골드빛 드레스를 살짝 들어올리며 인사한다.
「루아 카르텔양이군요」
인자하고 너그러운 목소리다. 베넷 백작이라 불리는 사람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명성의 힘에도
불구하고 겸손
하고 이해심 많은 사람인 것 같아 보였다. 백색의 머리가 희끗희끗 보이는 그가 지은 눈웃음에 루아가 붉은 입술에 옅
은 미소가 그려졌다.
「이녀석은 내 아들, 라이언 베넷이라고 해요, 루아양,.」
그제서야, 장신의 백작 옆에 우두커니 서있는 남자를 쳐다보았다. 보라색의 눈이 매혹적인 루아의 눈빛이
그에게 머물
고, 크리스와는 확연히 다른 그의 인상에 소녀가 잠시 주춤했다. 너무 다른 사람과의 또다른 만남... 크리스는 알고 있
을까..... 하는 생각과, 잔인하리만치 차가운 그의 표정에 소름이 돋은 흰 팔을, 장갑을 낀 손으로 만지작 거렸다.
브라운 계열. 층을 많이 냈지만 얼굴께로 감기는 어께까지 내려오는 부드러워 보이는 머리카락. 크고 화려한
샹들리에
의 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머리를, 그가 약간 숙이며 인사를 했다.
「반가워요」
그의 아버지와는 확연히 다른 억양. '생긴 대로 산다'는 말이 아주 잘 어울릴 법 했다. 고개를 위로
들어야 겨우 얼굴을
볼 수 있을 만큼 큰 키에 루아가 고개를 살며시 들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곤, 눈이 마주칠 법 한 찰나에 한 쪽 무릎을
살며시 굽혀 그에게 인사했다. 아무런 일도 없는 듯이, 순종적인 모습이었다.
「루아. 루아 카르텔입니다」
사랑에 메말라 건조하지만, 여전히 깨끝하고 매력적인 목소리를 한 루아가 입을 열었다.
그리고, 또 한번 그가 자신을 소개했다.
「라이언 베넷입니다.」
***
「이단 첼리어스..... 이단 첼리어스라고? 들어보지 못한 이름인데..」
「다른 마을에서 이주 해 왔습니다.」
「그래...? 이주해 온 이유가
뭐지?」
「베넷가의 호위무사가 되기 위해서입니다.」
「단순히..... 그 이유때문인가.......?」
금테 안경을 쓴 노인이 흰 양피지에 적힌 신상정보를 보며 눈썹을 치켜올렸다. 아주 먼 곳에서 온 열 일곱의
청년이
라.. 생김새를 보아하니, 마을 영주에게 쫒기거나 첩자로 온 것 같진 아니하다. 하지만, 저 당당한 눈빛에서 풍겨오는
포스는 감히 무시하지 못한다. 죽음마저도 감수할 수 있는 강렬한 눈빛은 베넷가의 호위무사들의 필수조건이었지만,
그의 눈에는 무언가가 있다. 감히 말로 표현못할 그 어떤 것에 사로잡힌 노인이 잠시 양피지와 청년을 쳐다보다 고개
를 끄덕였다.
노인의 지시가 있고 난 바로 직후, 장총으로 무장을 하고 또한 장검을 허리츰에 차고 있는 호위무사 두 명이
당당한 풍
채의 이단을 대리고 경합장으로 향했다. 호위무사들 사이에서 발걸음을 하고 있는 그의 모습은 아주 훌륭하다. 무언가
품은 듯한 가슴의 뜻은 그의 눈빛으로 전해진다. 경합장으로 발을 디딘 순간 조용해진 경합장이 무색하다 생각하기도
전에, 그의 이름은 그게 호명되어진다.
「이단 첼리어스!」
모든 경합의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자는, 그 용맹을 떨치고 있는-심지어는 국가 군인보다 더 큰 명성을
자아내고 있
는- 베넷가의 호위무사가 될 수 있다. 최후의 승자는, 마지막 10인을 이끌고 또다른 부대를 창설하게 될 것이다. 그 꿈
을 품고있는 자들이 눈빛만 거센 이단의 모습에 한순간 숨을 죽였다, 이내 곳 콧웃음을 치며 흥미진진한 게임을 보듯
그를 쳐다본다.
아직 스무살 도 되지 않은 어린애가 무엇을 할 수 있겠냐는 비아냥거림이다. 동시에, 무시할 수 없는 그의
눈빛에
순간 움츠러든 심장에 여유를 주기 위한 릴렉스의 웃음이기도 했다.
이때까지 모든 이들을 제친, 눈에 큰 상처가 있는 이다 이단의 상대자로 나온다. 손에 쥐어진 이단의 검이 태양의 빛을
받아 승리를 외친다. 일련의 기압소리도 없이, 분노를 담은 이단의 눈이 상대방의 허를 찌른다. 잔인한 경기방식이다.
도처에 피를 흘리며 치료하는 이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서바이벌 형식으로 된 무자비한 경주를 이끌어가던 '거인'이
놀란 눈으로 이단을 바라본다.
금발머리의 야리한 사내는, 무시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겨우 옆구리를 빗나간 이단의 날렵한 칼에 '거인'이 한
발자국 물러나 다시 이단의 기새를 살핀다. 공부만 하던 샌님쯤으로 보였지만 이젠 무시할 수 없는 포스를, 이단의
강력한 기를 느낀 거인이 선제공격을 했다. 한순간 조용해졌던 경합장이 다시 호기심과 기대의 함성으로 가득찬다.
거인에게 당해 붕대를 감고 있던 이들도 모두 시선을 아끼지 않고 두 '괴물'들의 칼싸움을 흥미진진하게 바라본다.
거인의 칼을 능수능란하게 막아낸다. 우락부락한 근육직의 몸이 도움이 되는 때가 있다면 그 건 골목길에서 단순한
패싸움을 할 때 뿐이다. 칼을 다루고, 자신에게 날아오는 총알을 막을 수 있으려면 적당한 근육과, 민첩하고 순발력
있게 움직일 수 있는 알맞은 체격이 필요하다. 자신의 앞에 있는, 온 몸이 태양에 그을려 구리빛인 '거인'은, 가볍고
가벼운 이단의 몸놀림을 당해내지 못한다. 그 걸 크리스는 알고 있었기에 더 가벼운 마음으로, 더 자신있는 눈동자로
거인을 노려본다.
한참, 서로 신경전을 벌이던 두 사람이 칼 소리를 내며 서로를 향해 돌진한다. 거인의 기합소리만 경합장을 매운 채로,
경기는 타인들의 의아함과 함께 종료된다.
금발머리. 눈동자가 투명한 회색의 눈. 열의에 찬 붉은 입술. 태양에 그을린듯, 그을리지 않은 듯 혈기왕성한 피부. 한
사람만을 포옹하기에 적당히 큰 키와 그 사람을 위해 단련한 근육이 이단에게 어울린다. 날렵한 몸놀림과 정확한 칼짓
에 숨이 차오른 심장이 그의 왼쪽가슴에서 힘차게 뛰고 있다. 그리고, 그 심장은 무언가를 전하려는 듯 하다.
모든 것이 어울린다. 금발, 회색의 눈동자, 칼을 쥐고 있는 손, 날렵한 몸짓. 한사람만을 위해서 살아가기에 꼭 알맞은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이 있노라고. '이단 첼리어스'라는 이름이.... 어울리지 않다고, 작은 심장은.
하지만 절대 뛰는 법을 멈추지 않는 심장이 나지막히 속삭인다.
「이단 첼리어스」
승자의 이름을 부르는 베넷가 호위대장의 장엄한 목소리에 모두가 숨을 죽였다. 한때 부드러웠던 눈빛, 사랑만 속삭였
던 그의 입술. 호위대장의 발치에 무릎을 꿇은 이단의 입술이 작은 경련을 했다. 무릎꿇은 그의 시야에 누군가의 얼굴이
그려졌다. 아름답다. 까만 흑발, 보석같이 청아하게 빛나던 보랏빛 눈동자. 따뜻하고 촉촉해, 건조한 마음을 녹여주었던
붉은 입술. 하지만 무엇보다도, 아름아운 마음. 서로를 사랑해서 불타올랐던 마음을 공유했던 사람.........
크리스. 크리스 일루엣의 심장이 이단 첼리어스의 왼쪽 가슴에서 격하게 누군가를 부르고 그리워하고
있었다.
루아, 카르텔. 자신의 연인, 자신의 여인, 그만의 사랑, 크리스의 안식처. 영원한 만남을 약속한 그녀와의 사랑은...
쉽게 식는 것이 아니었다. 이성을 내세우던 머리조차도, 심장에게 굴복해 버렸다.
「루아 카르텔....」
그녀를 뺏아간 이를 위한 복수. 그 복수를 위한 첫걸음. 이단의 신상명세가 적힌 양피지를 보며 의아해하던
노인의 눈
은 전혀 틀린 것이 없었다. 무던히 풍기던 무시못할 포스. 죽음도 당당히 받아들일 수 있는 강렬한 눈빛, 그 마음. 그
건, 사랑을 향한 복수로부터 나오는 증오심이었다. 자신의 사랑을 갈라놓게 한, 라이언 베넷.
크리스 일루엣이, 살아 해결해야 하는 난제. 사랑을 위해서........라면....................
주먹이 쥐어지는 건, 사랑을 위해서가 아니다.
사랑이기 때문이다.
크리스 일루엣이 사랑하는 루아를 위해서가 아니라,
크리스 일루엣이 마음속에 담고있는 루아 카르텔 '이기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랑하게 되는 것이고
어쩔 수 없이 본능적으로, 관능적으로, 당연히 그녀를 찾는거야.
사랑이기에 냉정함을 잃지 않고 다른 누군가의 죽음을 기원하는 그는...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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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배경음악은 동방신기 시아준수군의 Beautiful Thing입니다.
개인적으로 동방신기라는 가수를 사랑하는 마음은 없으나,
친구의 강요로 인해 들어보았는데, 선율이 부드럽고 애수가 넘치더군요.. 흠흠..
우연찮게 제가 정한 소설의 제목과 노래명이 같기도 하고
슬픈 소설분위기에 맞는 것 같아 과감하게 질러버렸습니다!!
배경을 샀음에도 한 번에 세 개를 올리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배경음악은 세 번뿐이 못쓰더라구요.. 그리고 20일..-_-!!
다음, 정말 치사빤쮸에요!!
아.. 그리고 이 길고, 어쩌면 지루하고 여느 인터넷소설과는 다른 따분한 필체의 제 소설을
열심히 읽어주신 여러분께 아주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송구스럽습니다..;
제가 항상 소설을 읽기만 하다가 쓰려니 이렇게 딱딱한 글씨가 나올줄이야..
그럼에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과감하게 배경음악까지 지르고 이렇게 글을 올리는 것은
절대 여러분을 약올리기 위함이 아님을 강조하면서
-가시연- 시연이는 이만 물러가옵니다~.
아, 배경은, 제가 만들었습니다..-▽-뭔가.. 뿌듯하다죠!!
그러면, 저의 우울한 소설과 함께 고독한 주말을 보내시길..(퍼억-!)
비는 건 절대 아니고,
행복하고 감수성 넘치는 날들 보내세요!!
p.s대세는 코리아 입니다!!
중국놈들하고 미국놈들, 꺼지라고들 하죠-_-
그리고, 아직까지 정치를 주도하고 있는 친미, 친일 국회의원분들도
그냥 사라지세요
-이상, 애국소녀 가시연 이었숩니다♥-
첫댓글 배경 정말 이뻐요^^ 노래와 듣는 재미도 쏠쏠하네요. 건필하세요 완죤 강츄 >_<
어머어머, 정말 감사합니다>.<이런 반응, 너무 좋은거 있죠!!
아악ㅜㅜ* 너무나 기대되는 소설이에요~ 다음 소설 기다릴테니 건필하세요~~~^ ^
건필하겠습니다, 바다향a님!! 오호호호, 힘이 불끈 솟아오릅니다!! 지금부터 4편을 쓰러 고고*-_-*
삭제된 댓글 입니다.
기대이상!! 이라뇨..ㅜㅜ너무너무 기쁩니다.. 아 제 닉네임이 예전에 한 번 사용 되었었군요.. 실망시켜 드린 건 아닌지..ㅜㅜ 여튼, 미소님 감사해용>0<오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