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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 사법 개혁 둘러싼 정부와 야권 및 시민사회 대립 이어져
◦ 정부가 추진하는 사법 개혁에 대한 반대 시위 지속
- 4월 27일 텔아비브에서 열린 사법 개혁 반대 시위에 20만 명이 참여했으며, 5월 6일에도 11만 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이스라엘의 여러 다른 도시에서도 사법 개혁 반대 시위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18주 연속으로 사법 개혁 반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 이츠하크 헤르조그(Isaac Herzog) 이스라엘 대통령은 정부와 야권의 대화를 중재하고 있으나, 시위 지도부는 1주일 내로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면 대화를 중단할 것을 야권에 요구했다. 5월 6일 시위에 참여한 베니 간치(Benny Gantz) 야권 지도자 또한 진전이 없다면 대화를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발언했다. 야권과 시위 지도부 사이에서는 협상이 시간을 끌기 위한 전략일 뿐이라는 의심도 제기되고 있다.
- 4월 22일 헤르조그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역사상 가장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언급하며 협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헤르조그 대통령은 협상을 방해하려는 세력이 있다고 경고하며, 협상이 결렬되면 방해 세력은 역사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사법 개혁 요구하는 친정부 시위대도 등장하며 국가 분열 심화
- 한편 4월 27일에는 베냐민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이스라엘 총리와 우파 연정을 지지하는 친정부 시위가 열려 사법 개혁 추진을 요구했다. 이스라엘 언론 더타임스오브이스라엘(The Times of Israel)은 친정부 시위대 규모를 약 20만 명으로 추산하고, 사법 개혁과 정부를 지지하는 여론도 강력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 시위에는 우파 정치인 베잘렐 스모트리흐(Bezalel Smotrich) 재무부 장관도 참여해 사법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 4월 30일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 언론사 CNN과의 인터뷰에서 사법 개혁 이후에도 이스라엘은 ‘확고한 민주주의’ 국가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사법 개혁 추진 의지가 여전히 강력함을 시사했다. CNN 측은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가 현재 가장 큰 논란이 되는 의회에 대법원 결정을 무효화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내용을 철회할 가능성을 내비쳤다고 분석했다.
☐ 정치적 혼란으로 경제에 악영향 우려
◦ 국제 신용평가기관, 정치적 혼란 지적하며 이스라엘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
- 지난 4월 국제 신용평가기관 무디스(Moody’s)는 이스라엘 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하향했다. 무디스는 사법 개혁을 둘러싼 혼란으로 초래되는 국정 악화를 신용등급 전망 하향의 원인으로 제시했다. 광범위한 합의를 얻지 못한 채 전면적 개혁을 추진하려는 이스라엘 정부의 행보가 제도적 역량과 정책적 예측 가능성을 약화시켰다는 것이 무디스의 분석이다. 무디스의 발표에 앞서 네타냐후 총리와 헤르조그 대통령은 무디스 고위 임원을 만나 정부가 합의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 무디스의 발표 이후 네타냐후 총리와 스모트리흐 장관은 이스라엘 경제가 여전히 건실하다고 반박했다. 특히 스모트리흐 장관은 신용등급 전망 하향이 중대한 사안이 아니며, 무디스가 여전히 이스라엘 경제를 안정적으로 보고 있으며 신용등급을 A1으로 유지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 야권과 경제 전문가들, 정부 정책이 경제에 피해를 끼친다고 비판
- 야권과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 반응이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비판했다. 야권 지도자 야이르 라피드(Yair Lapid) 이스라엘 전 총리는 정권의 쿠데타가 이스라엘 국민의 생계를 위협하고 경제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증거가 바로 무디스의 신용등급 전망 하향이라고 주장했다. 아비그도르 리베르만(Avigdor Liberman) 전 재무부 장관 또한 신용등급 전망 하향은 경제에 지진이 일어난 것과 같다고 지적하며 네타냐후 총리가 경제를 파괴하는 중이라고 비판했다.
- 경제학자들은 경제가 안정적이라는 네타냐후 총리와 스모트리흐 장관의 발언이 매우 우려스럽고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비판하는 성명을 내고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사법 개혁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 이스라엘 중앙은행은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면 이스라엘 경제에 발생할 피해 규모가 최소 140억 셰켈(한화 약 5조 591억 원)에서 최대 500억 셰켈(한화 약 18조 685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아미르 야론(Amir Yaron)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는 경제적 피해를 줄이 위해서는 최대한 빠르게 정치인들이 합의를 도출하여 정치적 혼란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중앙은행은 정부와 야권이 합의해 경제적 피해가 최소화되더라도 경제성장률과 인플레이션에 악영향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았다. 2023년 1월 기준 3.5%였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정치적 혼란의 영향을 고려해 3%로 하향 조정되었으며, 인플레이션 전망치도 기존의 3%에서 3.9%로 상승했다.
- 한편 정치 문제가 이스라엘 경제의 핵심인 테크기업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 4월 IVC 리서치 센터(IVC Research Center)는 2023년 1/4분기 이스라엘 테크기업에 대한 투자가 전년 동기의 58억 달러(7조 6,850억 원)보다 70% 감소한 17억 달러(한화 약 2조 2,525억 원)에 그쳐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 테크기업은 전체 일자리의 10%, 수출의 50%, 세입의 25%를 창출하고 있다.
☐ 정부가 사법 개혁보다 경제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여론 대두
◦ 네타냐후 정부의 경제 문제에 대한 무관심에 비판 제기
- 이스라엘의 인플레이션은 약 5% 선으로 15년 만에 최고치이다. 정부가 가격을 정하는 우유 가격은 5월 1일부로 16%가 올랐으며, 이에 따라 유제품 가격도 큰 폭으로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물가 상승 압력이 계속되자 4월 이스라엘 중앙은행은 다시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한 4.5%로 고시했다.
- 친(親)네타냐후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스라엘 언론 이스라엘 하욤(Israel Hayom)에서도 네타냐후 정부가 사법 개혁 등 정치적 문제에 매몰된 나머지 물가 상승 대응에 필요한 경제 정책 준비에는 소홀했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 사법 개혁보다 경제 문제 해결이 우선이라는 여론 성장하며 여당 지지도 추락
- 4월 이스라엘 언론 채널12(Channel 12)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74%가 정부의 우선순위가 경제 문제 해결이 되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사법 개혁을 택한 응답자는 19%에 불과했다. 지난 선거에서 여당 리쿠드(Likud)당을 지지한 응답자 가운데에서도 69%가 경제 문제를 우선순위로 꼽았다.
- 이스라엘 언론 마리브(Maariv)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금 총선이 치러질 경우 리쿠드당과 우파 연정은 현재 64석에서 14석을 상실한 50석을 얻는데 그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리쿠드당 의석은 32석에서 23석으로 줄어든다는 결과가 나왔다. 다른 설문조사에서도 우파 연정의 예상 의석은 57석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되었으며, 연정의 대표적인 극우 정치인인 이타마르 벤그비르(Itamar Ben Gvir)가 이끄는 오츠마 예후디트(Otzma Yehudit)의 지지율은 1석을 간신히 얻을 정도로 떨어졌다.
< 감수 : 김은비 국방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Reuters, Tens of thousands join protests against Israeli judicial overhaul, 2023. 05. 07.
The Jerusalem Post, Hundreds of thousands of Israelis protest judicial reform for 18th straight week, 2023. 05. 06.
CNN, Netanyahu tells CNN Israel will remain a ‘robust democracy’ despite judiciary plans, 2023. 04. 30.
The Times of Israel, Pro-overhaul protest showed the right’s strengths — and the government’s weakness, 2023. 04. 29.
The Times of Israel, Herzog voices hope on overhaul compromise, knows ‘who is to blame’ if talks fail, 2023. 04. 23.
The Times of Israel, ‘Economic earthquake’: Opposition lashes government after Moody’s downgrade, 2023. 04. 15.
The Times of Israel, Moody’s downgrades Israel’s credit outlook, citing ‘deterioration of governance’, 2023. 04. 15.
The Times of Israel, Bank of Israel hikes rate to 4.5%, warns judicial shakeup could badly harm economy, 2023. 04. 03.
[관련 정보]
1. 이스라엘, 2022년 의료기술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투자 13% 감소 (2023. 5. 4)
2. 이스라엘 총리, ‘사법 개혁 이후에도 이스라엘은 민주주의 국가로 남을 것’ (2023. 5. 3)
3. 이스라엘, 사법 개혁 지지 시위에 20만 명 운집 (2023.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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