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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공론
[대한약사저널] 장-뇌 축의 관점에서 파킨슨병의 이해
운동성·비운동성 증상 억제 새로운 치료적 접근법 제공 기대
2020-06-20 06:00:00 감성균 기자
1817년 James Parkinson이 최초로 파킨슨병에 대해 기술한 이래로 파킨슨병의 발병 기전에 대한 연구들이 진행되면서 병태생리학적 관점이 확장되고 있다. 특히 파킨슨병에서 두 번째 뇌라고도 불리는 장신경계와 관련해, 장의 마이크로바이옴이 ‘장-뇌 축’을 통해 파킨슨병에 관여한다는 사실이 제시되면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파킨슨병의 병태생리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알파-시누클레인(α-synuclein)은 먼저 장에서 축적이 일어나고, 미주신경을 따라 중추신경계로 이동해 신경세포 사멸에 관여함으로써 파킨슨병을 유발할 수 있다. 파킨슨병의 질병 초기에 장에서 중추신경계로 진행되는 병태생리 과정의 핵심인 장-뇌 축을 타겟으로 하는 치료 전략은 질병의 조기 단계에서 진행을 늦추고 비운동 증상을 개선할 수 있을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장-뇌 축의 관점에서 파킨슨병의 병태생리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하는 치료적 접근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파킨슨병에서의 장-뇌 축
파킨슨병은 뇌의 흑색질(subtantia nigra)에 존재하는 도파민 신경이 점진적으로 파괴되며, 도파민 뉴런에 알파-시누클레인 봉입체인 루이소체가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파킨슨병의 증상으로는 안정 시 떨림, 동작의 느려짐, 자세 불안정, 몸의 뻣뻣함과 같은 운동성 증상이 대표적이나, 60~80% 환자에서 비운동성 증상으로 위장관계 장애(장운동 감소로 인한 변비, 구역, 복부팽만감, 위식도역류, 삼킴 곤란)가 흔히 발생하며,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파킨슨병에서 위장관 뉴런의 통합적인 네트워크인 장신경계(enteric nervous system, ENS)는 ‘제2의 뇌(second brain)’로 불리며 질병의 발병과 증상 발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장신경계와 장의 여러 구성요소는 장-뇌 축(gut-brain axis)을 형성해, 위장관과 중추신경계 간 쌍방향 의사소통 시스템에 관여한다.
따라서 장내 미생물 균총은 장-뇌 상호작용에 영향을 미치며, 식이 요인은 장내 세균총 변화나 장신경계,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장-뇌 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건강한 장 세균총이 파괴되는 장내세균의 불균형(dysbiosis)은 파킨슨병을 포함해 이미 여러 질병에서 병태생리에 기여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파킨슨병의 운동 증상이 발생하기 약 12년 전부터 나타나는 위장관계 증상은 파킨슨병의 병태생리 과정에서 위장관의 병리가 관련됨을 암시한다. 실제로 만성 세균성 장염 환자의 치료 과정에서 장벽 신경에 알파-시누클레인이 과량 발현되고, 이것이 뇌로 이동하면서 파킨슨병이 유발되는 사례가 보고됐다.
특히 주목할 점은 파킨슨병에서 나타나는 위장장애는 주로 장신경계의 알파-시누클레인 축적과 점막 염증과 관련성이 있으며, 환경인자들은 장을 통해 파킨슨병의 발달과 진행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파킨슨병에서 장의 병태생리
△장신경계에서 알파-시누클레인의 축적
알파-시누클레인은 중추신경계에서 주로 시냅스 전 말단에 많이 분포하는 단백질로, 신경전달 및 시냅스 항상성 조절에 관여한다.
파킨슨병의 병리학적 특징은 뉴런의 엑손, 수상돌기, 세포체에 루이소체(lewy body)의 형태로 알파-시누클레인 봉입체가 생성되는 것이다.
정상 프리온 단백질(PrPC)이 잘못 접힌 병원성의 프리온 단백질(PrPSc)에 의해 ‘감염’ 되듯이 잘못 접힌 비정상적인 알파-시누클레인 단백질은 정상단백질을 잘못 접히도록 하는 주형으로 작용해 주위의 정상 단백질을 병원성으로 변형시킨다.
흥미로운 점은 파킨슨병의 첫 단계는 외부 환경에 대한 진입로 역할을 하는 장신경계의 뉴런과 후각망울에서 인산화되고 응집된 알파-시누클레인 축적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이 부위는 독소나 병원체 등에 대한 면역?염증 반응이 시작하는 곳으로, 각각 미주신경(vagal nerve)과 후각경로(olfactory tract)를 통해 특정 패턴에 따라 전파가 개시되는 지점이다.
알파-시누클레인 병리는 후각망울이나 장신경계에서 외부 독소나 병원체에 의해 발생해 흑색질이나 중추신경계의 다른 영역으로 전파될 수 있다. 미주신경이 장신경계에서 뇌로 알파-시누클레인이 이동하는 통로가 된다. 반면 후각망울에서의 병리학적 과정이 시작되는 경우, 후각망울을 통해 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파킨슨 환자의 뇌뿐 아니라 장신경계에서도 축적되는 알파-시누클레인은 장신경 세포를 손상시키고 이로 인한 위장관계 기능 장애를 유발한다. 또한 장에서의 염증 반응은 전신 순환을 통해서 혹은 파킨슨병에서 나타나는 손상된 뇌혈관장벽을 통해 뇌로 특정 신호를 전달하게 된다.
△장신경계에서 뇌로 알파-시누클레인의 전파
코나 장 점막의 마이크로바이옴, 살충제 등 독소, 미생물과 같은 환경 요인은 후각망울과 장신경 세포총 내에서 병태생리 과정을 시작해, 점막에 염증과 산화성 스트레스를 유발함으로써 알파-시누클레인 축적을 유도한다.
미주 신경은 장신경계에서 뇌간, 중뇌, 기저전뇌, 최종적으로 피질 영역을 통해 뇌로 알파-시누클레인을 이동시킨다. 장벽에서 뇌로 이동한 알파-시누클레인은 이후 근처에 있는 뉴런으로 엔도시토시스(endocytosis) 과정을 통해 알파-시누클레인을 전파할 수 있다.
한 연구에서 장신경계에 살충제를 국소적으로 투여해 파킨슨병과 유사한 증상을 유도했으며, 신경 절제를 통해 뇌로 알파-시누클레인의 병리학적 진행을 차단할 수 있었다.
후각망울과 장신경계 점막은 흡입과 음식 섭취를 통한 환경 물질에 노출돼 있으므로 식이, 독소, 장 미생물, 다른 환경 병원균과 같은 환경인자가 파킨슨병의 병리를 진행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새는 장’과 장 박테리아 구성의 변화
파킨슨 환자에서는 장 투과성 증가하는 이른바 ‘새는 장(leaky gut)’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는 알파-시누클레인의 장내 축적과 관련된다.
장 투과성의 증가로 염증성 박테리아 생성물(예. lipopolysaccharide, LPS)이 이동하기 쉬워지면서 위장관 염증과 산화성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이는 장신경계에서 알파-시누클레인이 축적되도록 한다.
또한 장에서 유래한 LPS는 뇌혈관장벽(BBB)의 파괴를 촉진해 환경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흑색질의 신경 염증과 손상을 촉진시킨다. 실제로 파킨슨 환자의 장 조직에서 TNF-α, IFN-γ, IL-6, IL-1β와 같은 염증성 사이토카인과 더불어 장의 신경아교세포(glial cell)의 활성이 증가하는 현상이 관찰됐다.
파킨슨 환자의 장에서 나타나는 또 다른 변화는 장 박테리아(microbiota) 구성의 변화이다. 장 박테리아의 변화는 장에서의 병리과정을 통해 뇌혈관장벽의 투과성을 증가시킴으로써 장과 뇌 사이에서 물질의 전파 경로를 제공하고 알파-시누클레인 원섬유가 형성되도록 한다.
파킨슨 환자의 점막과 대변의 미생물 군집은 정상과 차이가 있는데, 단쇄지방산인 부티르산을 생산하는 항염 박테리아가 더 적었으며, SCFA 감소가 장의 새는 특성에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파킨슨 환자의 대변 검체에서 Prevotellaceae가 감소(77.6%)했으며, 자세 불안정 및 보행 장애와 상관성을 갖는 Enterobacteriaceae의 상대적인 증가가 나타났다. Prevotellaceae가 감소하면 장 건강에 기여하는 신경활성을 갖는 단쇄지방산(short chain fatty acid, SCFA)이 감소하고, 티아민과 엽산의 생합성도 감소한다.
SCFA인 부티르산(butyrate)은 항염 및 항미생물 효과, 장 방어벽의 새는 현상을 감소시킨다. SCFA 감소는 장신경계의 변화를 유도하며 파킨슨병 환자에서 나타나는 위장관 운동 장애와도 관련된다. 또한 장의 투과성을 증가시켜 박테리아 항원의 이동을 촉진할 수 있다.
또한 Prevotella 감소와 Lactobacilliceae 증가는 파킨슨 환자에서 관찰되는 그렐린(ghrelin)의 분비 장애를 유발하는데, 그렐린은 정상적인 흑질 선조체의 기능을 유지하고 보호하는 장 호르몬이다.
장-뇌 축의 관점에서 파킨슨병의 치료적 접근
현재 파킨슨 진행을 막는 질병 조절 약물이나 근본 치료법은 없다.
특히 장-뇌 축을 겨냥해 파킨슨 병리의 진행을 예방하거나 운동 증상과 더불어 비운동 증상도 완화시키는 치료제도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인지질막 전구체나 장 마이크로바이옴을 겨냥한 프리바이오틱스(prebiotics),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와 같은 영양 기반 요법이 파킨슨병의 정통 치료법의 보조요법으로서 현재 치료법의 한계를 극복하는 전략이 될 수 있다.
장-뇌 축에 영향을 주는 식이 요법은 마이크로바이옴 조성을 변화시키고 장신경계와 중추신경계에서 뉴런의 기능에 영향을 줌으로써 장-뇌 축에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식이로 섭취하는 인지질 전구체, 보조인자는 신경막의 형성과 기능에 도움을 주고 염증을 감소시킴으로써 장신경계와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주어 파킨슨 환자의 운동성, 비운동성 증상을 감소시킬 수 있다.
또한 프로바이오틱스, 프리바이오틱스, 신바이오틱스(synbiotics)는 장 마이크로바이옴 조성에 영향을 미치고 장상피의 고결성을 강화하고 염증 반응을 감소시켜 신경퇴행성 과정의 개시 및 진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신경막 전구체 및 보조인자
신경 전구체 및 보조인자를 함유하는 특정 영양소는 시냅스 소실을 막고, 중추신경계 및 장신경계에서 파킨슨 환자의 신경막과 관련된 병리를 억제할 수 있을 것이다.
비임상 연구에서 이들은 파킨슨 환자의 운동성, 비운동성 이상을 개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냅스 손실과 신경막 병리를 억제하는 것은 파킨슨병 치료의 타겟이 될 수 있는데, 뉴런막의 형성과 유지에 필요한 인지질 전구체인 우리딘(uridine), 오메가-3 지방산, DHA, 콜린이 활용될 수 있다.
인지질 전구체는 기본적으로 순환으로부터 얻어지므로, 식이 요법을 통해 이러한 전구체의 혈중 농도를 증가시키면 인지질 합성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인지질 합성의 보조인자인 비타민 B군, C, E, 셀레늄은 신경막 전구물질의 흡수와 대사를 촉진시켜 신경막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프로바이오틱스
프로바이오틱스는 파킨슨병 환자에서 나타나는 마이크로바이옴 불균형을 개선하고 위장관 기능을 향상시켜 새는 장, 박테리아의 이동, 장신경계 염증을 변경시키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프로바이오틱스를 통해 위장관 기능이 개선되면 추가적으로 레보도파 흡수가 촉진되며 파킨슨 환자에서 흔히 나타나는 긴장, 우울, 기억력 등의 행동적, 인지적 결핍을 감소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시되고 있다.
△프리바이오틱스
프리바이오틱스 섬유소는 파킨슨병에서 나타나는 위장관 관련 증상을 개선하며, 염증과 관련된 면역 기능, 장 운동성, 변비에 대한 유익성이 제시된 바 있다.
또한 GOS, FOS는 래트의 뇌 해마에서 뇌유래 신경인자(BDNF)의 수준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BDNF 신호 전달은 신경의 보호, 생존, 가소성에 필수적이므로 GOS, FOS 보충은 뇌신경 보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파킨슨병 환자 대변의 미생물 군집에서 단쇄지방산인 부티르산을 생산하는 박테리아가 더 적은 경향이 있으므로 프리바이오틱스 섬유소의 사용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신바이오틱스
신바이오틱스(synbiotics)는 프로바이오틱스가 선호하는 프리바이오틱스를 선택적으로 함유하는 제품으로 파킨슨병 환자에 필요한 면역 기능, 장 세균총의 불균형, 장 기능에 유익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론
현재 파킨슨병 치료를 위한 효과적인 질병조절제는 없으며, 대표적인 치료제인 레보도파(levodopa)는 뉴런의 소실을 예방하지 못하며 비운동성 증상 조절에는 효과가 없다.
파킨슨병의 병리 진행에서 ‘장-뇌 상호작용’을 이해함으로써 운동성 및 비운동성 증상을 억제하는 새로운 치료적 접근법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식이성 막 전구체나 보조인자는 신경막 형성과 기능을 증가시키고 염증을 억제해 장신경계와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주며 비운동성 이상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다.
프로바이오틱스, 프리바이오틱스, 신바이오틱스는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조성을 개선하고 장상피 고결성의 증강, 염증 반응 감소를 통해 신경 퇴행 과정의 개시와 진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러한 요법은 파킨슨병의 병리 진행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위장관 장애를 효과적으로 치료함으로써 레보도파의 흡수와 이용성을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로써 레보도파 복용 시 나타날 수 있는 약효 변동(fluctuation) 현상을 개선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향후 파킨슨병 환자에서 인지질막 전구체, 마이크로바이옴 타겟 요법의 유효성에 대한 임상 연구를 통해 구체적인 적용 방법과 근거가 제시돼야 할 것이다.
References
Eur J Pharm 2017,817,86-95
Front Neuroanat 2018,12,113
Front Neurosci 2019.13:369
J Korean Neurol Assoc Volume 2015,33(4),247-251
Proc Natl Acad Sci USA 2009,106(31),12571-12572
파킨슨병 신약 개발의 새로운 패러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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