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영(영국)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이스터 섬의 모아이 석상 둘을 칠레 당국에 돌려줘야 한다는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고 BBC가 17일(현지시간) 전했다. 한 인플루언서가 팔로워들에게 이 박물관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모아이를 돌려줘라'는 글을 스팸 식으로 날리자고 독려하면서 캠페인이 벌어졌다. 박물관은 이에 어쩔 수 없이 댓글을 달 수 없게 조치했다. 알고 보니 이 계정은 청소년 기부 단체와 협력하기 위해 만든 것이었다.
이스터 섬은 라파 누이라고 불리는 칠레 영토인데 태평양 한가운데 있다. 칠레 본토로부터는 무려 3700km 떨어져 있다. 1400년부터 1650년까지 이 섬에는 모아이 석상들이 세워져 지금까지 많은 숫자가 남아 있다. 하지만 여러 석상이 전 세계 박물관 등에 옮겨졌는데 영국박물관에는 호아 하카나나이와 하바란 이름의 석상 둘이 상설 전시돼 있다.
영국 상선 토파즈 호의 리처드 포웰 선장이 1869년 빅토리아 여왕에게 선물한 것인데 여왕은 이를 영국박물관에 기증했다. 당연히 포웰 선장은 라파 누이 주민들에게 허락을 받지 않고 약탈한 것이었다. 해서 호아 하카나나이(훔친 친구란 뜻)를 그 섬에 돌려줘야 한다는 요구가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이번에 캠페인을 주도한 이는 칠레 인플루언서 마이크 밀포트다. 그는 많은 이들이 즐겨 찾아 본 동영상들에서 모아이 석상 얘기를 꾸준히 해 왔다. "우리 팔로워들은 위키피디아에도 '모아이를 돌려줘라'는 스팸을 쏟아내기 시작했고, 영국박물관 인스타그램에도 같은 내용의 글을 올리는 이들이 북적이고 있다"고 최근 동영상에서 밝혔다.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도 최근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이런 소셜미디어 캠페인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영국박물관 대변인은 논쟁은 환영하지만 "특별히 젊은이들에게 우려를 끼칠 만한 곳에서는 안전 규정을 감안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생뚱맞은 이유로 댓글을 차단한 것이다.
아울러 라파 누이의 동료들과 선의로 공개적인 관계를 갖고 있으며 2018년 이후 그 지역 사람들을 런던으로 초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그리스 총리는 파르테논 신전의 조각 엘긴 마블스의 반환을 요구한 일이 있다. 영국이 식민 시대 전 세계를 돌며 약탈한 것 가운데 가장 소장 가치가 뛰어나 원래 소유한 국가에 돌려줘야 하는 것으로 평가받는 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