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연말결산(3)]
2008년 중국, 일본, 대만 바둑계에도 국내바둑팬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한 많은 사건 사고가 있었다. 하네나오키 9단의 3연패 후 4연승 본인방 등극, 장쉬 9단의 7대기전 4개 석권, 박문요-송롱후이 조선족 기사의 활약, 구리 9단의 국내외 기전에서의 맹활약, 이정빈 외국인로서 처음 대만에서 입단, 중국 우승상금 9천만원 란커배 기전 탄생, 조치훈 9단 통산 1300승 달성, 저우쥔쉰 대만기원과 불화 5년 출전정지, 창하오 9단의 부동산 매매사건, 이야마유타 8단의 등장! 등 다양한 일들이 있었다.
사이버오로에서 이들 가운데 의미가 깊은 사건 사고를 되돌아 보았다.
1위.16년만의 대 역전드라마, 3연패 후 4연승! 지난 7월 하네나오키 9단이 일본바둑사상 16년 만에 일본 3대 타이틀전에서 3연패 끝에 4연승의 대역전 드라마가 펼치며 생애 첫 본인방 타이틀을 획득했다.
하네나오키 9단은 제63기 본인방전에서 동갑내기 타이틀 보유자인 다카오신지 9단을 상대로 초반 3연패를 당하여 타이틀전이 싱겁게 끝나는 듯했으나 막판에 4연승을 거두면서 대역전극을 만들어 내며 일본 3대 타이틀 홀더로 복귀했다.
이번 본인방전은 초반 타이틀 보유자인 다카오신지 9단이 3연승을 거두면서 싱겁게 끝날 것처럼 보였으나 하네나오키 9단이 막판 배수진을 치고 반격에 나서면서 심상치않은 조짐이 보였다.
4연패를 노리는 다카오신지 9단과 하네나오키 9단이 서로 3연승을 주고 받으며 난타전을 벌여 승부를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었으나 최종국에서 하네나오키 9단의 기적 같은 ‘3연패 후 4연승’을 거두면서 막을 내렸다.
꼭 16년 만에 일본 바둑사상 도전7번기 승부에서 3연패 끝에 4연승을 거두는 6번째 기록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3연패 후 4연승’ 드라마는 1992년 7월22,23일 양일간 벌어진 본인방전에서 조치훈 9단이 고바야시고이치 9단에게 ‘3연패 후 4연승’을 거둔 이후 16년 만이다.
2위.박문요-송롱후이 조선족 기사의 활약!
지난 8월 말경 일본 도쿄에서 벌어진 제4회 도요타배에서 박문요 5단은 세계최강 이창호 9단을 비롯하여 목진석 9단, 씨에허 7단 등을 차례로 꺾고 생애 첫 세계대회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또한 지난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벌어진 제1회 세계마인드스포츠대회에서 송롱후이 초단이 여자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스타로 부상한대 이어 정관장배 4연승을 거두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들은 모두 조선속기사이며, 흑룡강성 하얼빈 출신이다.
박문요 5단은 최근 중국바둑계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기사로 구리 9단을 위협하는 소표세대의 대표주자이다. 박문요 5단은 금년 제21기 중국 명인전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현재 중국랭킹 4위에 올라있다.
◇박문요 5단의 최근 3년간의 국내 랭킹 변화
지난 10월 중국 베이징 국제회의장에서 벌어진 제1회 세계마인드스포츠대회 여자개인전에서 중국의 여류 신예인 송롱후이 초단이 일본의 쯔쿠다 아키코 4단을 비롯하여 한국의 박지은 9단, 이민진 5단 등을 차례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중국바둑계는 중국랭킹 200위에 올라있는 송롱후이 초단에게 금메달을획득할 것이라는 기대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중국측은 원래 이창호 9단 불참, 이세돌 9단 단체전 출전 등의 상황에서 구리 9단, 루이나이웨이 9단이 당연히 남녀개인전 금메달을 따 줄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는데 이들이 모두 낙마한 대신 전혀 뜻밖의 다크호스가 중국바둑의 체면을 살려주었다.
이후 상승세를 이어간 송롱후이 초단은 정관장배에서 4연승을 거두며 2008년 한 해를 자신의 해로 만들었다.
3위. 구리, 10억 원이 보인다!
2008년 한 해는 사실 구리 9단의 한 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2008년 총 7개 기전(NEC배, 창기배, 천원전, 후지쯔배, 아함동산배, 란커배,명인전)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통산 28번째 우승을 기록했으며, LG배(對이세돌 9단), 도요타배(對박문요 5단), NEC배(對콩지에 7단) 결승진출 등 엄청난 전과를 올렸다.
창기배, 란커배 우승으로 중국바둑사상 처음으로 바둑 사이클히트(전 기전 한 차례 이상 우승) 기록을 세웠으며, 중국랭킹 통산 15번째 1위에 오르는 등 엄청난 전과를 올렸다.
이외에도 중국 명인전 타이틀전에서 0:2로 도전자 박문요 5단에게 뒤지고 있다가 도전3,4,5국에서 연이어 승리를 거두면서 타이틀 방어에 성공하며 명인타이틀 5연패를 달성했다.
또한 랭킹 2위인 창하오 9단에 비공식 대국을 포함해 11연승(공식 8연승)을거두며 확고한 자신의 입지를 굳혔다.
이에 따른 수입도 엄청나다. 구리 9단은 국내 기전에서만 3억원을 벌어 들인 것을 비롯하여 후지쯔배에서 2억1300만원을 챙겼다. 그 외에도 결승전에 진출해 있는 도요타배, LG배, NEC배, 중일아함동산배 등에서 모두 패하더라도 2억7300만원은 확보하게 되어 근 8억원에 이르는 상금을 확보하게 된다.
또한 결승전에 진출해 있는 기전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한다면 최대 7억8460만원을 추가하여 12억 9760만원으로 13억에 가까운 우승상금을 챙기게 된다.
국내에서도 최정상급 기사가 한 해에 10억원의 상금을 벌어들이기란 쉽지 않다. 중국기사가 이와 같은 금액의 상금을 벌어들일 수 있게 된 요인은 좋은 성적이외에도 환률 상승에 따른 요인도 적지않다. 한때 인민폐 1위엔에 한화 120원~130원이던 환률이 금융위기 이후 200원 안팎을 오가면서 구리 9단의 이런 기록도 가능하게 된 것이다.
4위. 장쉬, 7대 타이틀 쓸어 담는다!
금년 장쉬 9단은 일본 7대 타이틀 가운데 명인, 왕좌, 십단, 기성전을 쓸어 담으면서 생애 통산 27번째 우승을 기록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일본바둑사상 5번째로 일본 7대 타이틀 가운데 4개를 동시에 보유하는 기사가 됐다.
또한 장쉬 9단은 7대 타이틀 4개를 비롯하여 NHK, 아함동산배 우승 등 6관왕에 올랐으며, 금년 생애 통산 7번째 연간 50승 달성 신기록 수립했다.
이는 야마시타 게이고 9단의 통산 6회, 하나나오키 9단의 통산 4회, 다카오신지의 통산 3회 등의 연간 50승 기록을 뛰어 넘는 기록으로 일본에서 가장 많은 횟수를 기록했다.
일본기원의 통계에 따르면 역대 기사중 연간 50승 이상을 달성한 기사 랭킹가운데 장쉬 9단이 2002년 70승 14패를 기록한 것이 최다승 기록이며, 장쉬 9단은 생애 통산 7번째 연간 50승을 돌파했다.
하지만 아직 일본 랭킹 1위기전인 기성(棋聖)타이틀 도전기에 조차 진출해 보지 못해 그의 위상에 흠집을 내고 있다.
5위. 저우쥔쉰, 대만기원과 불화 5년 출전정지!
2008년 초 대만기원은 LG배 선수권자이자 대만의 1인자로 불리는 저우쥔쉰 9단을 비롯하여 린셩시엔, 펑징화, 저우핑치앙 등 13명의 소속기사들에 대해서 대만기원이 주최하는 모든 기전에 대해 출전정지 처분을 내렸다. 대만기원은 모든 소속 기사들에게 대만기원의 정책에 대해서 따를 것을 요구하는 동의서에 서명을 하지 않은 기사들에게 5년간 출전정지를 시킨 것.
당시 총 50명(현재 2008년 입단자 포함 41명)의 소속기사 가운데 최근 1인자로 부상하고 있는 천스위엔 7단을 비롯하여 린즈한 8단, 샤오정하오 5단, 유경민 5단 등 총 37명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서명을 하였고, 동의서에 서명을 거부한 13명이 대회 출전 금지 처분을 받았다.
대만의 1인자였던 저우쥔쉰 9단이 가지고 있던 타이틀은 주인이 없어진 관계로 새로운 주인을 찾는 리그전을 벌였다. 대만 3대 타이틀 가운데 하나인 왕좌전은 천스위엔 7단이 총 8명이 벌인 리그전을 통해 우승을 차지하면서 왕좌에 올랐다.
대만기원이 소속 프로기사들에게 제시한 동의서는 주로 기사들을 통제하는 내용이 상당부분 포함되어 있어 많은 프로기사들의 불만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조항이 1년~5년간 대회 출전 정지라는 치명적인 조건으로 기사들을 통제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대만기원 소속 프로기사들은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