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512) - 스토리가 있는 삶
20가구가 사는 연립주택의 화재 때 집집마다 초인종을 눌러 화재사실을 알리고 끝내 현장을 빠져나오지 못한 체 숨진 안치범 씨의 의로운 죽음에 머리를 숙인다. 누구의 삶이나 귀하고 소중한 것, 같이 사는 이웃을 위해 천하보다 귀한 생명을 바친 청년이여, 하늘의 축복과 위로를 받으시라.
며칠 전 TV에 출연한 젊은이에게서 시류보다 스토리가 있는 삶을 선택, 기억분야의 연마에 정진 후 세계무대에 당당히 올라섰다는 경험담에 깊이 공감하였다. 짧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남기고 떠난 안치범 씨의 희생, 시류 대신 스토리를 택한 청년의 지혜를 접하며 암울한 현실을 밝히고 헤치는 희망의 행렬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주말에 집안의 행사가 있어 서울 행 기차에 올랐다. 객실에 들어서니 순천에서 한 시간 넘게 달려온 객차의 좌석이 텅 비어 아내와 둘이 객실을 전세 낸 느낌이다. 이를 폰에 담아 지인들에게 보냈더니 운치 있는 가을 여행 즐기라는 성원이 답지한다. 차창으로 스치는 김제, 논산, 평택의 들녘들이 황금물결로 풍요롭다. 더운 여름 구슬땀 흘린 농부들의 삶도 풍성하였으면.
집에서 가까운 효쳔역에서 기차에 올라 지정된 좌석에 들어서니 전체가 텅 비어 전용열차에 오른 기분이다
토요일(9월 24일), 숙모의 기일에 즈음한 추모행사가 경기도 양평의 산기슭 농원에서 많은 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기일이면 후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즐겁게 보내라는 숙모의 유지에 따라 해매다 거르지 않고 열리는 가문의 축제마당이다. 6.25 때 스물다섯의 나이로 사업하는 남편과 헤어져 서울에서 고향으로 피난길에 오른 것이 마지막, 뱃속의 아들까지 3남매를 꿋꿋이 키운 숙모님은 사회 각계에서 한 몫을 감당하는 자녀들의 자랑스러운 어머니로 가문의 기림을 받으셨다.
어려운 가운데 장학기금을 기탁하기도 한 숙모님은 알뜰하게 모은 자산을 후손들의 화목과 우애를 위한 기금으로 쾌척하신 아름다운 스토리의 주인공, 자녀와 후예들은 10주기를 맞아 ‘어머니의 향기’라는 제목의 책자로 그 공덕을 기렸다. 해마다 추모행사에서 때에 맞춰 메시지를 전한 터, 이번의 메시지는 ‘가문의 스토리를 이어가자’로 정하였다. 모두의 삶은 하나의 스토리, 스스로는 물론 이웃과 사회에 유익한 씨앗으로 남으면 좋으리라.
* 집안의 카페에 실은 추모행사기를 덧붙인다.
9월 24일,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에 있는 사촌 동생의 농원에서 숙모님의 12주기에 즈음한 추모행사를 가졌다. 참석자는 45명, 어른에서 어린이들까지 두루 참석하여 집안의 화목과 번성을 자축하는 뜻깊은 모임이 되었다. 사촌 동생 내외가 3일 동안이나 농원에 기거하면서 손님맞이에 정성을 기울였고 바쁜 일 제쳐놓고 참석한 가족들의 사랑과 우애를 확인하는 좋은 시간이었다.
가을 햇살이 약간 따갑고 산속의 정기가 청량한 좋은 날씨, 오전 10시경부터 모여든 가족들은 삼삼오오 농장주변을 거닐며 잘 여문 밤을 따고 담소를 나누는 등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다가 12시 넘어 예배를 드리고 맛있게 준비한 오찬을 나누며 오후 늦게까지 정겨운 시간을 가졌다. 뜻깊은 행사를 준비한 사촌에게 치하를, 기쁜 마음으로 참석한 가족들에게 감사를 드리며 가문의 축복과 사랑이 더 깊어지기를 축원한다.
예배 후 한 자리에 모여 기념촬영을 한 할아버지의 후예들
가문의 스토리를 이어가자
'그 후손이 땅에서 강성함이여 정직자의 후대가 복이 있으리로다‘(시편 112편 2절)
최말순 숙모님을 기리며 열두 번째 추모 모임을 갖는다. 해매다 거르지 않고 성대한 행사를 마련한 한용, 명희, 한선 동생의 노고를 치하하며 아름다운 뜻을 물려주신 숙모님의 통찰과 혜안에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
최근에 천혜경로원의 할머니 한 분이 아내에게 우리 가문을 좋은 집안이라고 칭송하더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연을 물었더니 책자를 통해 알았다며 매우 부럽고 훌륭한 집안이라는 대답이다. 이처럼 모르는 사이에 우리를 지켜보고 부러워하는 이들이 있는 것을 더러 경험하였으리라.
지난봄 성묘 행사 때 전한 메시지는 ‘온전하게 행하는 자가 의인이라 그 후손에게 복이 있느니라(잠언 20장 7절)’는 말씀에 기초하여 ‘가문의 품위와 명예를 높이자’는 것이었다. 오늘은 그 기조를 이어서 우리 가문이 지키고 행한 아름다운 전통과 이야기들을 계속하여 이어가기를 바라서 ‘가문의 스토리를 이어가자’고 제안한다.
우리는 회상의 피란길 걷기로 가문의 화목과 단합을 내외에 널리 떨쳤고 여러 차례의 국내외 여행과 문집발행 등으로 독특한 전통과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만들어 왔다. 서울에서 고향으로 이어진 회상의 피란길 걷기의 발걸음은 남한일주와 해파랑길 걷기, 서울-도쿄, 대만일주에서 산티아고 성지순례로 뻗쳐나갔고 가문의 문집도 회상의 피란길(2010년), 화목하고 우애하라(2013년), 어머니의 향기(2014년)로 이어졌다.
은퇴 후 해마다 한 권 씩 펴내는 ‘인생은 아름다워’가 금년으로 7권 째, 그 책날개에 다음과 같은 글을 실었다.
‘소년이 늙기는 쉬우나 학문을 이루기는 어렵다(少年易老 學難成)는데 어느새 세월의 막바지에 다가섰다. 하루하루가 소중한 일상, 지난 1년을 충실하게 보냈다. 두 달 동안 대만을 일주하고 한 달간 동해안을 종주하였으며 여러 차례 국내외를 여행하고 기회 닿는 대로 삶의 지혜에 귀 기울였다. 남은 때에 새기고 지킬 덕목을 떠올리며 한 해 동안 쓴 글을 제1부는 소중한 일상들, 제2부는 대만일주하며 느낀 소회, 제3부는 해파랑길 걸으며 적은 기록으로 나누어 편집하였다. 나름 열심히 살아온 은퇴 후 궤적을 해마다 거르지 않고 엮어낼 수 있음을 보람으로 여긴다. 모두의 삶에 행복과 아름다움 바이러스 널리 퍼지라.(앞 쪽)
이번 글로 인생은 아름다워 시리즈 500회를 맞는다. 은퇴 후 7년 여, 삶을 아름답게 보는 관점의 글을 지속적으로 쓸 수 있어서 행복하다. 그런데 주변 상황은 마냥 즐겁기만 할 수 없다. 개개인의 사정도 그렇거니와 경제가 어렵고 시국도 불안하다. 그래도 인생은 행복하고 아름다운 것, 때에 맞춰 이를 확인하는 문구가 반갑다.
‘행복은 즐겁지만은 않다. 동시에 매우 불편하다. 행복 자체가 불편함을 끌어안고 있는 것이다. 즐거움과 불편함이 하나 되어야 완전한 행복이라 할 수 있다. 한쪽을 헐어내면 모두 허물어지는 구조처럼 말이다.’(뒤쪽)’
원하기는 10권, 아니 20권까지 ‘인생은 아름다워’ 시리즈를 펴내고 싶다. 그것이 자신뿐만 아니라 가문의 스토리를 이어가는 귀중한 자료가 되리라.
숙모님은 우리들로 화목하고 즐거워하라는 귀한 뜻을 전수하셨고 숙부님은 아늑하고 풍요로운 선영을 유산으로 물려주시므로 가문의 터전에 살을 붙이셨다. 이를 바탕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만들고 가꾸어야 하리라. 그리하여 정직하고 충실한 삶으로 후손이 땅에서 강성하고 복되기를 다짐하자. 우리 모두 자신은 물론 가문의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귀중한 삶을 이루자.
첫댓글 일곱 번째 '인생은 아름다워'가 출간되었다는 소식 맞습니까?
축하 드립니다.
교수님의 성실함과 세상을 보는 안목이 응축된 책이니만큼 대박나시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