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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리니지 죽겠지?
2002.10.27.일요일
딴지 정치&문화부 논설우원 'LifePen'
영상물등급위원회 (이하 영등위)의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18금 등급 판정으로 게임판이 상당히 시끄럽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는 본지의 입장은 단호하다. 영화던, 인터넷 컨텐츠건, 체제의 이름을 빙지한 심의행위 자체가 불순하다고 생각해 왔던 본지다. 특히 게임도 예술의 한 경지라고 믿는 본 위원으로써는 어떤 종류의 심의나 단속 시도는 창작의 자유를 침해하는 몰상식한 야만행위라고 믿는다. 아하 통재라! 대체 우리는 언제 문명국의 수준에 도달할꼬! 청소년 보호라는 당의정 때문에 고우영 선생의 삼국지에 먹칠을 하게 만들었던 시대에서 우리는 간신히 벗어나고 있던거 아니였나? 시간은 진실을 속일 수 없다. 야한 만화책 몇권 본다고 인생이 확 뒤집히지 않는다는 것은 10대에 만화를 박탈당했던 20대와 30대의 한국인의 명랑 건전한 삶이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어렸을때 나쁜 만화나 영화를 봤기 때문에 전적으로 그 탓으로 인해 그만 변태가 된 슬픈 한국인 있으면 부디 자수해서 광명 찾으시라)
물론, 우리는 리니지의 입장을 전적으로 옹호하지 않는다. 양시양비론의 논지를 채택하려는 것이 아니라, 어찌되었건 리니지를 둘러싼 여러 가지 먹구름들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아이템 현금거래나 아바타 매춘 등의 심각한 문제에 대해서 그동안 엔씨 소프트는 제대로 된 개선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이번 18금 판정의 모순과는 별개로 심지어 엔씨 소프트가 스스로 이번 사태를 유도했다는 음모론까지 야기되고 있는 현실이다. 또한 최소한 대의명분이라는 측면에서 엔씨 소프트를 옹호하는 여론의 호응은 그다지 크지 않다. 유감스럽게도 청소년 보호를 주장하는 많은 단체들이 영등위 결정에 찬성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하다. 추악한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아이들이 최소한 게임을 하는 동안에는 현실로부터 탈출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과연 다수가 지지한다고 해서 영등위는 옳고 엔씨 소프트는 틀린 것인가? 우리는 그런 도식적인 견해에 딴지를 건다. 왜냐하면 이번 파문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엔씨 소프트가 아니라, 리니지를 이용하는 유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진실은 저 너머에 있다. 당신이 우선 편견을 언인스톨 하기만 한다면.
어른들은 누가 보호하나?
이번 기사를 준비하다가, 영등위가 게임을 보는 입장을 설명해줄만한 기사를 찾아냈다. 게임 평론가 박상우씨는 전 영등위 위원으로 이번 리니지 파문이 일자 디지털 타임즈에 다음과 같은 기고문을 실었다. 이 글로 먼저 시작하는 이유는 영등위 결정에 대한 대부분의 찬성여론이 대부분은 이런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리니지'의 문제점이 불거진지 벌써 몇 년이 흘렀다. 그 동안 엔씨는 핵심 시스템을 전혀 수정하지 않았다. 이유는 자명하다. 그것이야말로 `리니지'의 중독성의 핵심이고, 수익을 올리는 원천이기 때문이다. 어른은 물론 청소년의 용돈까지 거둬들여야겠다는 엔씨의 입장은 게임업계는 물론 한국 벤처 업계를 대표하는 회사의 행동으로서는 너무나 여유가 없어 보인다. 김택진 사장은 "해외의 커다란 프로젝트들이 무산될까 걱정"이라며 협박하기에 앞서, 수익에만 눈이 멀어 게임의 사회적 본분을 망각할 경우 전체 게임 업계에 돌아올 차가운 시선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자칫하면 산업 전체가 매도되고 사회적으로 버림받을 수 있는 것이다. 영등위의 이번 결정은 게임 산업 발전에 찬물을 끼얹는 게 아니라 오히려 너무 늦기 전 게임 산업을 사회로 포용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전체 원문보기) |
박상우씨가 한가지 오해하고 있는 것이 있다. 한 사회가 정의하는 판단기준과 외부의 판단기준은 다르다. 다를 수밖에 없다. 물론 베니스 영화제는 오아시스가 '18금'임에도 불구하고 상을 준 게 아닐 것이다. 오아시스의 예술성을 보고 준 것이다. 그러나 오아시스 정도의 수위라면 미국 등 이른바 선진국에서 개봉될 때 '18금' 이하의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다면 박상우씨는 그 나라가 청소년 보호를 포기했다고 말할 수 있나? 리니지도 마찬가지다. 다른 나라에서 등급을 심의할 때 한국보다 낮은 등급을 주는 것에 대해서는 뭐라고 비난 할것인가. 박상우씨나 영등위의 논리대로라면 그 나라는 청소년 보호를 땅에 내팽개친 패륜지국이다. 또는 만약 엔씨가 그 나라로 본사를 이전하고, 한국에는 서비스 지원부서만 두는 다국적 기업이 된다면 어떻게 비난할건가? 글로벌 시대 외국기업의 장사방식에 대해서 따질수 있을까?
우리 나라에서 제시한 심의등급은 절대적인 전가의 보도가 아니다. 이점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은 박상우씨 자신일 것이다. '죽어도 좋아'의 심의 판결에 항의하며 영등위 위원직을 사임하지 않았는가? 영등위가 등급심위에서 실수를 할수 있다는 증거는 그 자신이다. 더구나 리니지가 돈에 눈이 어두워 게임 시스템을 수정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며 영등위를 옹호하던 그는 불과 몇 달전에는 같은 지면을 통해 이런 발언을 했다.
물론 시장 분석이 성공을 보장해주는 건 아니다. 구체적인 게임 기획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첫째, 다른 게임과 달라야 한다. 시스템이나 기획, 스토리가 아무리 좋아도 충분하지 않다. 수많은 게임들 속에서 처음 접한 사람의 시선을 잡아놓기 위해서는 ’어 이거 무슨 게임이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가 돼야 한다. 깊이 있는 시스템과 재미를 가지고도 첫 번째 순간을 붙잡지 못해 실패하는 게임이 적지 않다. 둘째, 그러면서도 다른 게임들과 비슷해야 한다. 일부 하드코어 게이머를 제외한 대부분의 게이머는 게임에서 새로운 것을 학습할 생각이 없다. 너무 낯선 시스템, 복잡한 구조를 참을 게이머는 많지 않다. 이미 익숙한 장치들을 제공하며 딱 한 발짝만 더 걸으면 충분하도록 해야 한다. (중략)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들은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해서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도 구체적으로 따져보려 하지 않는다. 부정적 결론이 나오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게임 산업이 성숙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검증 작업과 관리 시스템을 끌어들이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전체 원문보기) |
게임이 돈을 벌기 위해서 '이미 익숙한 장치들을 제공하며 딱 한걸음만 걸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돈을 버는 비결이라고 하면서, 리니지는 오랫동안 시스템을 수정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라고 한다. 리니지는 PK 시스템에서 확실히 다른 게임과 다르다. 또한 철저한 검증을 말하다면 대체 리니지 만큼 돈버는 방식이 검증된 게임이 또 있는가?
'리니지'는 문제 해결 방법으로 폭력이 가장 쉽고 편한 방법임을 시스템상으로 보장한다. 그리고 오랜 플레이 시간 동안 이 사실은 반복적으로 학습된다. 엔씨측의 "현실과는 다르게 온라인 게임은 자신이 열심히만 하면 그 능력을 키워 인정받을 수 있는 세계이고, 사용자들은 이러한 정직한 세계관에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는 주장에는 화가 나기보다는 오히려 슬퍼진다. 등급 분류가 청소년 보호를 위한 것이라는 데서 힘을 얻는 게 이 부분이다. 성인은 현실과 게임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지만, 청소년은 아직 판단이 미숙하고 충동적이다. `리니지'를 통해 폭력이 가장 쉬운 문제 해결 방법이라고 인식한 청소년이 현실에서도 범죄를 저지르는 일은 심심찮게 매스컴에서 보도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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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씨의 말에는 심각한 어폐가 존재한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성인도 현실과 게임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다. 리니지를 통해서 폭력이 가장 쉬운 문제 해결 방법이라고 인식한 '어른'들이 현실에서도 범죄를 저지르는 일은 청소년의 범죄만큼이나 심심찮게 매스컴에서 보도되고 있다. 왜 청소년의 범죄만 문제삼아서 청소년 18금 판정을 내리면 청소년의 범죄가 줄어들꺼라고 믿는지 모를일이다. 이왕이면 어른들도 리니지를 못하게 하면 이세상의 모든 범죄가 줄어들지 않겠는가?
아이템을 얻기 위해 살인하는 게 무분별한 폭력보다 낫다는 논리는 너무나 두렵다. 더군다나 아이템 현물 거래가 공공연한 상황에서, 게임 속 폭력으로 아이템을 얻고 이를 팔아 현실에서 돈을 번다. 청소년에게 폭력은 게임은 물론, 현실에서까지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는 수단으로 인식될 것이다. 폭력은 피해자의 정신도 오염시킨다. 정정당당한 결투에서 패했다면 실력을 더 키워 도전을 해야겠다는 의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조금 키워볼 만하면 번번이 압도적으로 레벨이 높은 사람들이 와서 죽이고 아이템을 빼앗아가 다시 바닥부터 출발해야 한다. 의욕은 사라지고 남는 것은 억울함과 복수심뿐이다. 피해자는 원하지 않는 폭력을 당함으로써 자신도 폭력에 전염된다. 전염된 피해자는 폭력을 행사하자마자 복수심의 충족뿐만 아니라 아이템 획득이라는 감미로운 부산물도 맛본다. 그는 더이상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다. `리니지'는 이처럼 폭력을 끊임없이 전염시키는 시스템을 가진 게임이다 |
그렇다. 리니지가 폭력을 전염시킨다면, 어른들도 리니지 게임을 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 박상우씨의 논리대로 라면 이런 위험한 게임에서 어른들을 보호할 마지막 시대적 보루는 오직 영등위뿐! 하지만 영등위는 리니지를 18금으로 허용했다. 놀랍게도 어른들은 폭력에 노출되어도 상관없다는 것이다!
영등위나 박상우씨의 잠재의식을 사로잡고 있는 것은 '나이주의'다.
영등위와 박상우씨는 청소년을 계도할 사회적 권위를 가지기 위해서 현실과 게임을 명확하게 구분 못하는 멍청한 청소년보다 자신들은 월등하고 우월한 존재라는 식의 인식차를 악용하고 있다. 그러나 슬프게도 오히려 어른들이 청소년을 강압적으로 아이템을 빼앗고, 폭행하고, 강탈해도 보호책이 없는 아이들이 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어른은 완전한 존재가 아니다. 만약 박상우씨나 영등위가 지적하는대로 정말로 리니지가 악한 악마의 게임이라면, 어른들도 아이들만큼 보호받아야 한다.
도대체 마약의 규제에 남녀노소의 구분을 둘수 있는가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어른들이 청소년들에게 어떤 인생의 지침을 내려줄 만큼 온라인 게임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
어른들이 얘네들에 대해 |
우리 어른들은 온라인 게임이나 인터넷 분야에서 아이들에게 권위를 내세울만한 연륜을 지니고 있지 못하다. 우리가 청소년들에게 금지시키는 담배나 섹스, 술과 같은 사회행위에 대해서 어른이란 존재는 과거에 그것을 경험해본 바가 있기 때문에 이러쿵 저러쿵 말할 체험을 가지고 있다. 청소년들이 꼼짝못하는 것은 먼저 세상에 태어난 자들의 '내가 살아봤더니 이렇더라'라는 잔소리에 불과한 것이다. 오히려 온라인 게임에서, 어른들은 아이들과 동등한 약자의 조건이다. 온라인 게임이 본격화 된 시점에서 아이들은 어른들 보다도 더 많은 경험을 치뤘다. 최소한 '나이'나 과거의 경험으로 이른바 어른이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이용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사회적 지침을 운운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문화에서의 규제주의는 청소년 보호를 빙자한 권력투사에 불과하다. 리니지를 하면 청소년의 인생이 망친다고 믿는 영등위가 어른들까지 건드리지 못하는 이유는, 어른들은 청소년들처럼 게임을 즐길 권리, 즉 인생을 즐길 권리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죄와 벌
영등위 온라인 소위원회가 공표한 엔씨 소프트의 "죄"는 다음과 같다. PK에 의한 아이템 획득 및 손실 가능한 게임 시스템이 존재하고 있으며 청소년에게 맹목적인 폭력성, 사행성 및 정신적인 폐해를 유발할 "수" 있다 라는 것이다. 그러나 영등위가 존립근거인 예술물에 대한 규제주의에 찬성한다 할지라도 이번 결정이 가지는 모순을 먼저 하나하나 집어보지 않을수 없다.
첫째로 영등위의 이번 판정이 과연 판단의 엄정성을 확보했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우선 영등위를 비판할 수 있는 빌미는 영등위 발표문 안에 이미 존재한다. 만약 영등위가 리니지가 어떤 피해를 유발할 "수"도 있다 라는 단순한 추정만으로 18금 판정을 내렸다면 논리적 모순을 지니게 된다. 모든 남자들은 성기를 가지고 있다. 아니 이건 잘못된 문장이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성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성기를 가지고 있다라는 이유만으로 많은 남자들이 예비 성폭행범으로 취급받아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럴수도 있고,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영등위가 정말로 리니지의 위험성을 문제삼고 싶었다면,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적시해야 한다. 영등위는 신이 아니다. 영등위는 모호한 표현으로 생사람을 잡아서는 안된다. 정말로 리니지를 통해서 누가 어떤 피해를 어떻게 입었다면, 그 피해의 규모는 어느 정도이고, 어떤 법적인 민형사상의 판단이 내려졌는가가 먼저 증명되어야 한다. 그 누구도 영등위에게 사법적 정의 판정권까지 부여하지 않았다. 영등위가 이렇게 판단했다면, 그 판단에는 사실관계가 분명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관련 주체들이 모두 동의할 수 있다. 한마디로 아가리를 닥쳐! 할 수 있는 것이다.
영등위의 판정이 그동안 사회 주체들 모두가 찬성하는 가치 준거가 없었던 온라인 게임의 가이드 라인을 설정하는데 의미가 있다면 그 설정에 어떤 면이 작용했는지 우리는 당연히 알아야만 하고,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 그래야만 그 관습에 묵시적으로 합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영화에 여성의 가슴은 나와도 되지만 음모가 나와서는 안된다는 기준같은 것이다. 그러나 취재 도중 영등위 위원들에게 리니지 피해자들에 대한 직접적인 사정청취가 이루어졌는지를 물었으나, 심의 과정은 밝힐 수 없다며 확인을 거부했다. 이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사후약방문이나 리니지 논란이 이렇게 확대되고 관련자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결국 영등위의 미숙한 업무처리 탓이 크다. 영등위는 리니지가 18세 이하의 청소년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힌다는 분명한 증거부터 먼저 제시했어야 하지 않은가. 그랬다면 게임회사가 자기 죄가 만천하에 들어나는게 무서워서라도 찍 소리를 못할테니까. 최소한 리니지 때문에 정신병자가 되거나, 아바타 매춘을 하거나, 패가망신한 사람의 실명이 나오면 더욱 적당하겠다.
한때 만화가 아이들의 인생을 망친다고 우기던 암울했던 시절에 규제주의자들은 아무런 증거도 없이 마녀사냥을 벌이며 만화책 화형식을 벌였다. 이유? 근거? 사실? 그런건 없었다. 그냥 법적인 근거나 사실에 의한 것이 아니라, 그냥 높은 양반들이 모든 만화책이 악이라고 하면 악인 것이다. 지금 영등위는 그런 마녀사냥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만약 아니라면 리니지가 마녀라는 증거를 햇볕 아래 내놓아라.
처벌에는 법적 근거가, 규제에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우리는 설마 영등위가 유신시절의 악습을 반복하는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 지금 게임이 죄를 짓고, 벌을 받아야 한다면, 하늘 아래 모든 것이 분명해야 한다. 우리는 영등위가 지금이 유신시대가 아니라는 희망을 주길 바란다. 그래서 영등위가 어떤 피해자가 어떤 구체적인 피해를 입었는지를 어떻게 검토했는지 그 검토 내용부터 공개해주길 원한다.
둘째로, 영등위의 온라인 게임 판단 기준은 무엇인가?
영등위가 먼저 잡아야 할 가이드 라인은 어떤 게임이 좋은 게임이고 나쁜 게임이니까 청소년들은 할수 있다, 없다를 정하는 것이 아니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등장한 열린 서사구조의 예술작품을 굳이 심사하겠다면, 그 심사기준은 영화나 음반처럼 닫힌 내러티브의 예술과 어떻게 다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하는 것일거다.
온라인 게임처럼 심의하기에 곤란한 컨텐츠는 없다.
전문가가 아닌 평범한 관객도 '사회조리'에 맞는지 아닌지에 대해서 영화를 평가할 수 있다. 단 평가의 전제조건은 최소한 그 영화에 대해서 어떤 편견을 가지고 있던간에 적어도 그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봤을 경우다. 영화가 끝나고 타이틀 롤이 올라가는 경우, 연극이 막을 내리고 배우들이 커튼콜을 하는 경우, 책의 마지막 장이 덮히는 경우. 우리는 그 예술물의 시연이 종료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호평 혹은 악평이던 예술물의 시연이 완료된 후에나 본격적으로 이루어진다. 극중 아주 반사회적 내용이나, 미숙한 공연이 있다고 해도, 끝에 가서 어떻게 마무리 하느냐에 따라 그 예술물의 감동은 얼마든지 극과 극으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사람의 전기를 쓸 수 없는 것처럼 기존의 영상물 등급 위원회가 다루는 컨텐츠는 그 시연이 종결되는 닫힌 서사 구조의 컨텐츠, 즉 영화, 비디오, 음반이며, 가수의 생방송 공연은 해당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하지만, 알다시피 온라인 게임에 엄격한 의미의 엔딩이란 없다. 온라인 게임은 네버엔딩 스토리다. 온라인 게임의 서사구조는 열려있다. 끝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한 내러티브 구조를 가진 게임의 어느 한 시점, 혹은 한 상황의 시스템을 문제삼아 그 게임의 유저에게 악을 강요하는 나쁜 게임이라고 말하는 것은 모순이다. 살아있는 사람의 삶의 방식이 살아있는 한 얼마든지 바뀌듯이, 그 게임의 나쁜 엔딩을 원하는 유저는 지금 그 게임으로 어떤 악행을 저지르더라도 개관천선할 수도 있다. 더구나 온라인 게임에서의 플레이는 영등위 위원이 시연할때나 일반적인 유저가 시연할 때 각자 다르다. 100명이면 100명이 다 다르다. 백인이 다 다른 결론을 내리는 마치 인생과도 같은 예술물의 가치기준을 어떻게 객관화할 수 있는가? 영등위 위원이 느끼는 감정이나 판단만이 그 게임으로 체득할 수 있는 유일한 감정상태이며, 따라서 절대적인 기준을 가진다고 말하는 것은 아집이고 독선이다.
살아있는 것은 함부로 평가할 수 없다. 만약 영등위가 그럴수 있다면 게임뿐 아니라 살아있는 한 사람의 행위만 가지고 그 인간이 쓰레기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다는 말과 다를바 없다. 이것은 영등위 위원이 현재 가장 최초로 초연중인 햄릿을 보고 있다가, 햄릿이 숙부를 죽이는 장면에서 아직 끝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근친살인을 다루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앞으로는 이 연극은 18세 상영불가라고 외치고 공연을 중지시켜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영등위가 과거에 완결된 형태의 영화나 음반 같은 닫힌 컨텐츠를 심의하는 관점으로 열린 컨텐츠인 온라인 게임에 접근하는 것은 잘못이다.
만약 영등위가 그런 수준의 판단력에 자신이 있다면, 심의의 공평성을 위해서 영화의 제작 단계부터, 연극의 리허설 단계부터 음반의 녹음 단계부터 참여해야 한다. 더구나 생방송 공연의 립싱크 같은 사기 행위야말로 오히려 청소년의 미래에 더 악영향을 준다고 믿는 본위원은 왜 영등위가 이러한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공연중의 사기 행각에는 일체 간섭하지 않는지 매우 의아하게 생각한다.
사실 영등위는 이런 골치아픈 온라인 게임 컨텐츠의 심의에 개입하지 말았어야 했다. 영등위여! 당신들의 직무유기로 아이들이 화려한 연예계에 혹해 인생을 망치고 있다! 아이들을 지켜야 하지 않는가!
세 번째로 현재의 심사 방식과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다
현재의 심사제도 아래에서 영등위 온라인 소위가 심사물인 “온라인 게임”에 대해서 제대로된 판단을 내릴수 있는지 우리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독자 니덜은 대체 온라인 게임을 얼마나 해봐야. 그 게임이 좋고 나쁘고를 평가할수 있겠는가? 이건 아주 중요한 문제다. 왜냐하면 한 컨텐츠를 완벽하게 체험하지 않은 상태에서 해당 컨텐츠의 등급을 평가한다는 것은 공정한 평가라고 말할수 없다. 그런데 대관절 끝을 볼수 없는 온라인 게임에서 심사관이 얼마나 게임을 체험해야, 판정할 수 있을 정도로 공정한 판정이 보장되는가?
온라인 게임 소위는 리니지를 평가하기 위해 각 위원당 1개씩 아이디를 제공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온라인 게임에서 레벨이 올라갈수록 체험할 수 있는 아이템과 맵의 한계는 달라진다. 레벨 1 상태에서 플레이와 레벨 10의 플레이는 엄연히 다르다. 우리는 영등위 위원들은 도대체 어느 정도 리니지를 어느정도 레벨까지 플레이 해봤는지 매우 의문이다. 엔씨측에도 문의했으나, 개인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말해줄수 없다고 했다. 평균적인 심의 기간이 신청후 일주일 이내라는 것을 감안하면, 영등위의 기준이 '영등위 위원들은 일주일만 하면 온라인 게임을 심판 할 수 있다'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어처구니 없게도 이번 판정에서 영등위 온라인 소위 위원들은 전혀 무관한 PC 게임 위원회의 자문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것은 매우 슬픈일이 아닐수 없다.
영화는 오로지 영화로써만 판정되어야 하고, 게임은 오로지 게임으로써만 판정되어야 한다. 만약 영등위가 해당 컨텐츠가 아닌 다른 배경정보를 참고로 해서 컨텐츠의 등급을 매겼다고 하면 그것은 월권행위다. 이것은 중요한 전제다. 심의에 영화가 아니라 영화감독에 대한 개인적 감정이나 이해가 판단에 개입되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영등위 위원들이 리니지를 얼마나 실제로 체험했는지 알고 싶다. 그것은 영등위가 평소에 공격당했던 근거, 즉 등급심사시에 영등위 위원들이 해당 컨텐츠를 제대로 보지도 않고 판정한다는 악소문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도 그렇다. 더구나 영등위 위원들을 악명높은 추문에서 보호하기 위해서도 더더욱 그러하다.
영등위 위원들은 리니지를 감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게임을 플레이 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감시당한 것은 엔씨 소프트가 아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감시당한 것은 영등위 위원들이다. 엔씨 소프트는 영등위 위원들이 언제 게임에 들어왔고, 어떤 유저와 대화했으며, 어떻게 PK 당했는지에 대한 로그 파일을 가지고 있다(엔씨 소프트는 이러한 로그파일의 존재를 인정했다). 만약 재심사 이후에 결과에 만족하지 못한 엔씨 소프트가 법적인 소송을 제기한다면 로그 기록은 '영등위 위원들이 얼마나 게임을 플레이 했는가'라는 아주 기본적인 책무를 얼마나 지켰는지에 대한 증거자료가 될 것이다. 영등위 위원들은 자신도 모르게 준비된 망신을 당하게 되었다. 영등위 위원들이 얼마나 직무에 충실했는지에 대한 약점은 엔씨가 잡고 있으니. 만약 영등위 온라인 소위 위원들이 채 한시간도 안해보고 18금 판정을 내렸다고 하면 영화를 다 보지도 않고 영화에 대해 판정을 내렸다는 것과 마찬가지의 불성실한 태도를 면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우리는 온라인 게임 심의에 참여하는 영등위 위원들의 평판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그들을 감시할 체계를 제안한다. 더구나 앞으로도 이런 방식 (업체가 제공하는 아이디로 온라인 게임을 평가한다는 방식)은 더 심각한 문제를 불러 일으킬 가능성은 매우 높다. (만약) 리니지와 같이 아이템이 현금화될 수 있는 게임에서 게임회사가 심의자에게 제공하는 아이템, 혹은 높은 레벨의 캐릭터는 충분히 현금화 될 수 있다. (만약) 심의자가 그 뇌물로 받은 아이템을 팔아치워도,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게임회사는 사생활 보호를 빌미로 로그파일을 공개하지 않을 것이고, 심의자는 그런 일이 없다고 잡아떼기만 하면 그만이다. 아 물론 찾아낼 수 있겠다. 사이버 공간으로 형사를 파견해서 아이템을 산 사람이 있는지 탐문수사를 벌인다면 또 모르되.
하지만 이것도 공개된 아이디가 아닌 다른 계정의 캐릭터에 건네지는 경우엔 그 누구도 알수 없다. 지금의 영등위 위원들은 그런 악한 분들이 아님이 분명하지만 과거 시절처럼 규제가 엄격하면 엄격할수록, 로비만 더 치열해질 것이고 부작용은 극대화될 것이며 게임회사가 로그파일을 독점하고 있는 한 그런 의혹을 해소 되지 못할 것이다. 결국 영등위가 스스로 내린 결정에 대한 권위는 땅에 떨어질 운명이다. 더구나 이러한 사이비 뇌물은 이미 보편화되었다. 새로 출시되는 온라인 게임의 경우 게임 잡지사와 협력(혹은 공모)하여 게임 플레이에 필요한 사이버 머니나 아이템을 제공하고, 그 댓가로 게임의 리뷰를 실어준다. 잡지(회)사는 아이템을 이용해 유저들을 대상으로 한 이벤트를 펼치고 그 상품으로 제공받은 아이템을 나눠준다. 이것이 협력마케팅의 한 일환일수는 있지만, 매춘 매문과 다를바가 없는 비열한 행위다. 그런 잡지에 실리는 글이 해당 게임에 대해 냉정한 비판을 보여줄 수 있겠는가? 또한 이러한 형태의 이익 증여는 엄연히 그 실익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세금관계에서 자유롭다. 어떤 게임사가 사이버 아이템에 대해서 접대비 처리를 하겠는가? 일종의 탈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당신이 신규 온라인 게임에서 순식간에 고레벨이 되어 행세하고 싶으면 잡지사 리뷰를 써라. 그럼 정말 빠르게 출세(?) 할 수 있다.
영등위의 현재 심의 구조가 유지한채 이런 의혹에서 자유로울수 있으려면 영등위 위원들의 로그파일이 반드시 공개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왠만하면 영등위는 영등위 돈으로 계정을 사서 게임을 테스트 하길 권한다. 그렇지 않고는 영등위가 일반 유저의 입장에서 고려해 게임을 이해했다는 말은 우리는 믿을수 없다. 현재 규정상 육개월 동안 게임회사가 제공한 아이디의 계정을 유지하는 것도 지나친 향응일수 있다. 일반 유저가 리니지에서 현금거래에 몰두하게 되는 것은 게임을 하면서 게임비용이나마 벌어보자는 보상심리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 전용회선 비용과 게임 요금을 합하면 청소년의 한달 용돈을 훌쩍 넘는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등위 위원들은 일주일만 해보면 게임의 모든 것을 다 파악할 수 있지 않은가? 어째서 일반 유저라면 돈이 없어서 힘들게 하는 게임을 육개월 동안 무상으로 즐길, 아니 감시해야 한단 말인가. 가장 말이 안되는 것이 게임회사는 게임심의를 위한 심사료로 이미 십여만원을 지급했다. 돈은 돈대로 내고 왜 계정까지 무상으로 제공해야 하나?
네 번째로 법률적 혼돈상황을 영등위가 자초했다는 점이다.
영등위의 이번 판정은 일사 부재리의 원칙에 어긋난다. 리니지는 전기통신법상의 심의를 정보통신윤리 위원회로부터 사후 심의를 받아서 청소년 이용가로 영업을 해왔다. 즉 리니지에 부과된 판정에 대해서 이미 다른 기관이 승인을 해준 상태라는 것이다. 그러나 영등위는 사전 심의라는 형식을 취하는 자신들의 결정은 사후심의를 관장하는 정보통신위원회의 결정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하면서도 (이게 사실 논쟁거리도 안된다. 이미 5년이나 서비스를 하고 있는 게임이 어떻게 다시 ‘사전심의’의 대상이 될 수 있나? 이미 개봉해서 상영중인 영화를 또 심의해서 극장에서 끌어내리라는 말과 뭐가 다른가? 현재 개발중인 리니지 2라면 또 모르되.) 18세 이용불가 판정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죽는다.
(만약) 영등위의 사전 심의 판정이 옳다면, 엔씨 소프트는 당장 지난 5년 동안 18세 미만의 청소년들에게 받은 돈은 모두 돌려줘야 한다. 왜냐하면 엔씨의 이익은 불법적인 행위에서 취득된 범죄수익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영등위 결정에 의미가 없어진다. 엔씨 소프트에 삥뜯긴 청소년들은 즉각 엔씨를 고소하시라. 돈 좀 만지게 될 것이다.
영등위는 도대체 무슨 의도로 왜 이런 혼란을 자초했는가? 정보통신 윤리위원회가 센지, 영등위가 센지. 미욱한 우리로써는 도무지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기관이 한 일이 다른 기관의 판단을 무시하는 이런 사태야 말로 스스로 권위를 짓밣는 첫걸음이 아니겠는가? 만약 또 다른 정부기관이 영등위 판정과 다른 판단을 한다면, 그때 영등위는 뭐라고 반박할것인가?
정보통신 윤리위원회나 영등위나 게임에 이토록 관심 가져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피차 고결하신 정부위원회 위원님들끼리 이전투구가 되지 않겠는가? 이왕 나와바리 싸움을 하실 량이거든 게임으로 누가 게임에 간섭할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스타크래프트, 로스트 탬플에서 싸워서 이기는 기관이 게임에 대해서 이래라 저래라 하기로 하자. 어떤가?
영등위의 가이드 라인은 오로지 이용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법률이 아닌 가이드 라인은 사회적 가치 준거로써 만인이 공감하는 논거를 갖추어야 한다. 그것은 형식과 원칙, 그리고 결정방법, 법적인 체계정리라는 면에서 모두 일치되어야 한다.
온라인 게임은 그 형식상, 감시의 방법상 기존의 방식으로 심의한다는 것이 매우 안이하다.
영등위는 이러한 차이에 대해 먼저 고찰하고, 그 차이점을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에 진지한 고민의 결과물을 모든 관계자들에게 공유시켜 사회적 합의에 먼저 도달했어야 했다. 문화부의 공청회는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아무런 해결책도 없이 그저 법만 만들면 심의문제가 해결된다는 식의 안이함의 극치였다는 것을 영등위는 인정해야 한다.
리니지 임대차 보호법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 규제주의자들은 이번 리니지 파문으로 영등위가 승리했다고 믿을지 모른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냉정하게 상황을 들여다보면, 이번 사태가 진정으로 엔씨 소프트에 벌을 주는 일인지 우리는 우리는 고찰해야 한다. 오히려 정부가 엔씨 소프트의 농간(?)에 놀아나는 꼴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바로 엔씨 소프트 음모론이다.
엔씨 소프트는 남대문의 패션상가몰 운영회사와 어떤 의미에서 같다. 엔터테인먼트 상가를 분양하고 그 분양가를 유지함으로써 수익을 발생하는 것. 그동안 국내 최초의 게임상품 상가 리니지 A동을 운영해서 장사하던 엔씨는 그만 시기를 놓쳐서 경쟁자들이 새로운 인테리어의 상가를 많이 분양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리니지 A동 상가는 아직도 유동인구는 많지만, 새로 나온 라크나로크 패션몰이나 뮤 21세기 센터에 비해서는 그래픽이나 기타 감각이 좀 떨어지는 상태다. 이대로 가면 구형 상가를 운영하는 엔씨가 망한다. 그렇다면 대응책은 새로운 상가 즉 리니지 B 패션몰을 기존의 리니지 A 패션몰 옆에다가 짓는 것이다.
지금 엔씨 소프트 측은 리니지 2를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리니지 2가 정식으로 출시되면 현재의 리니지를 어떻게 할것인가? 리니지 2는 많은 비용을 들여서 제작한 새로운 상품이니만큼 최소한 현재 리니지를 사용하는 유저들이 리니지 2로 대폭적으로 옮겨가서 이용해야 줘야 한다. 문제는 리니지에 대한 고객의 충성도의 충돌이 발생한다. 수년동안 리니지를 플레이 해오면서 엄청난 노력으로 아데나를 쌓고, 아이템을 만들고, 레벨을 키운 캐릭터를 그냥 내버려 두고 리니지 2로 옮겨가라고 하면 어떤 유저가 그렇겠는가? 현재 리니지의 고급 유저들은 권리금 (프리미엄)이 보장되지 않는한 리니지 2로 옮겨갈 이유가 없다. 하지만 만약 엔씨 소프트가 고급 유저의 흡수를 위해 리니지 2의 시작부터 리니지1 의 레벨이전을 허용해줄 경우엔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새로운 저 레벨의 유저들이 리니지 2에 참여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지금 리니지의 경제에 프레미엄이 생기는 가장 큰 이유는 각 유저간의 불평등한 플레이 시점 때문이다. 게임을 늦게 시작한 저 레벨의 유저들이 고레벨 유저들과의 레벨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돈을 주고라도 아이템을 구입해야만 한다. 가득이나 뉴비(게임 초보자)들로써는 게임을 늦게 시작했다라는 이유 만으로 게임에서 불리한 처지다. 그런데 새로운 리니지 2에서 리지니 1의 레벨을 고스란히 이전해준다면? 리니지 1의 경제적 불평등이 반복되고 또다시 남의 시다바리나 될게 눈에 보인다면? 대체 어떤 초보자가 리니지2를 시작하겠는가?
이 지점에서 엔씨 소프트의 음모론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이다.
리니지1의 과열된 상황을 스스로 진정시킬 방법이 없다는 게 엔씨의 가장 큰 딜레마다. 사실 엔씨에서 원하는 사업모델은 A동이 서서히 망하고 B동에서 모든 유저의 프리미엄을 0으로 만든 상태에서 새로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리니지에 목숨을 걸고 있는 리니지 임대차 상인들은 한둘이 아니다. 폐업한 PC 방을 이용해 마법 채워주는 서비스 업자들, 월급을 주고 아이템을 수집해 와서 판매하는 준 회사 규모의 아이템 수집 조직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리니지 2가 베타 서비스 되는 시점부터 리니지1의 경제구조는 거품처럼 붕괴하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눈뜨고 망할게 뻔한 리니지 상가 A동에 입주한 입주자들이 가만있을까? 한달에 한번 정도는 고객 상담실 유리창이 깨어지는게 엔씨 소프트의 현실이 아닌가.
그런데 여기서 정부가 청소년 보호를 빌미로 끼어든다. 리니지 1의 왜곡된 게임 시스템 구조에 공적인 제제를 가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자 이렇게 되면 엔씨 소프트 입장에서는 울고 싶은데 빰 때려준 고마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리니지 1은 엔씨가 의도하지 않아도 정부에서 알아서 죽여준다. 엔씨는 정부의 무성의한 태도를 비난한다. 음모론에 따르면 엔씨 소프트는 싸우는 '척' 하지만, 결코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현재 사회적 파장을 축소한다는 명분 아래서 리니지1의 현재의 게임 시스템을 당분간만 (리니지 2가 출시되는 시점까지만) 유지하기로 합의할 수도 있다. 그러나 리니지 상가에 입주한 상인들의 권리금(?)에 대해선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마침내, 철거의 시간이 다가온다......
대단히 개연성 높은 음모론이 아닌가?
과연 배후에는 누가..? |
엔씨 음모론이라는 이런 논지가 퍼져나간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엔씨 스스로가 자초한 모호한 태도 때문이다. 엔씨 소프트는 지금 문제가 되는 정부측 음비게법 시안에 대해서 기묘한 방식으로 찬성했다.
처음 문광부 시안이 나올 무렵 대부분의 온라인 게임회사들은 이에 대해 공조를 취하며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E3 행사 도중 김택진 사장은 느닷없이 문광부 입장을 지지한다고 기자들에게 말했고, 결과론적으로 엔씨의 전열 이탈은 결국 이런 기형적인 심의제도를 존속시킨 상황에서 음비게법이 통과되는 한 계기가 되었다. 그 당시 많은 업체들이 엔씨의 태도변화에 놀랐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엔씨의 느닷없는 입장 변화에 대해 심지어 배신이라고 울분을 토했던 관계자도 있었다. 그들은 이제 갑작스런 엔씨의 배신(?)이 이해가 간다고 말한다.
음모론을 접하지 않고, 리니지를 미워하는 많은 사람들은 (심지어 게임 업계의 경쟁자들은) 이번 18금 처분이 엔씨 소프트에 대한 하나의 처벌이 될것이라고 기뻐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설령 음모론이 아니라해도 오히려 엔씨 소프트가 리니지1이 누적해온 모순의 책임을 정부에 돌린채 구조조정을 안전하게 단행할 즉 소프트 랜딩의 좋은 기회라는 사실만큼은 완전히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 엔씨는 피해자고, 정부는 가해자다. 누가 엔씨에 돌을 던질수 있겠는가. 그리고 만약 엔씨의 음모론이 사실이라면 과연 규제주의가 승리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아니면 규제주의를 빌미로 영등위가 이용당한 것인가?
참으로 재미있는 상황전개가 아닐 수 없다.
게임은 죽지 않는다
근대과학의 형성기에 전기의 아버지 패러데이는 한 공무원에게 전기란 무엇인가를 설명하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공무원은 이해를 하지 못했고, 한참을 설명하다가 지친 패러데이는 이렇게 말했다.
"그게 뭐든 상관이 없소. 언젠가 당신들은 전기에 세금을 물릴테니까."
게임에 대해서 이토록 많은 정부기관이 달려들어 규제와 진흥책을 남발하는 것을 보니 과연 게임이 돈이 되는 장사라는 것을 실감난다.
여러 가지 우려는 되지만 상황을 과장하고 싶지는 않다. 리니지를 플레이하지 못해서 게임방이 망할꺼라는 예측도, 엔씨 소프트가 망할꺼라는 염려도, 창작욕이 꺽여서 제대로 된 게임이 나오지 않을 거라는 걱정도 하고 싶지 않다. 아예 처음부터 성인들만 대상으로 한 온라인 게임을 출시한 업체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영등위가 아무리 펄펄 뛴들 제대로 된 업계의 게임 전문가 한명도 없는 온라인 소위가 엔씨소프트를 이길수는 없을거라고 나는 믿기 때문이다.
영등위는 이미 완벽하게 패배했다. 다만 아직 모를뿐이다.
심의과정에서 영등위가 알게 모르게 약점이 잡혀 있는 부분이 그러하고, 특히나 엔씨 소프트 음모론이 그러하다. 설령 영등위의 강요로 리니지가 규제된다고 해도 청소년 유저가 이를 피해서 얼마든지 플레이 할 수 있는 방법 몇가지가 당장 머릿속에서 떠오른다(여기서 말하면 잡혀갈거 같으니 일단은 참자). 그러니 당장 굳어버린 법조문에만 집착하는 영등위가 자신들보다 더 다양한 욕구를 지닌 유저들과 상대해온 게임회사를 이길 수 있겠는가? 무엇보다 영등위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온라인 게임의 폭력성이 위험하다고 쉽게 단죄하는 그 공무원들의 마인드로는 그 누구도 자신이 맺은 타인과의 관계성을 그토록 쉽게 파괴하는데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패착이다. 이미 사람들은 현실과 가상현실을 구분하지 않는다. 가상현실은 이미 현실이다. 온라인 게임을 하는 사람들의 관계성은 이미 오프라인으로 충분히 확대되어 있다.
왜 가상현실이 마치 현실이 아닌것처럼 믿고 있는가? 가상현실(게임)을 즐기는 당신의 몸은 어디 다른 곳에 가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현실속에 실존한다. 당신이 가상현실속에서 즐기는 상황은 당신에게는 지금 이순간의 현실이다. 가상현실은 없다. 오직 확장된 현실이 있을뿐이다.
가상이 아니라 확장된 현실일 뿐이다..
박상우씨나 영등위의 착각대로라면 무수한 리니지 이용자들이 현실에서 더 많은 깡패로 활약해야 한다. 하지만 그들은 그러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게임을 즐기는 자신이 현실이라는 것을 분명하기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삶은 게임처럼 가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은 리셋증후군에 빠져들지 않는다. 그들은 가상현실이 없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삶을 망쳐서는 안된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하는 현실인이다.
다시 말하지만, 가상현실과 현실을 차별하지 마라.
그것을 차별하려고 들거나, 구분하려고 드는 것은 한 사람의 현실을 분리하겠다는 말과도 같다. 이런 현실에서 진정으로 폭력적이라는 것은, 누군가 다른 사람과 관계 맺는 방식을 폭력적이라고 규정하고 그런 방식으로 관계맺지 못하도록 함부로 차단할수 있다고 믿는 것이말로, 진짜로 위험한 폭력이다. 그리고 그런 위험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은 게임회사가 아니라 영등위다.
하나의 게임은 한 시대를 의미한다. 우리는 우리가 했던 게임으로 우리의 시간을 추억하게 된다. 테트리스와 스트리트 파이터를 기억하듯이 말이다. 그 추억의 한 언저리에 우리는 생각하게 될 것이다. 한때 만화를 불태우고, 영화를 단속하던 과거의 모습들이 시대가 지나 조롱거리가 되었듯이 지금 리니지의 게임성을 놓고 벌어진 논쟁거리는 몇 년이 지나지 않아 다시 한번 추억꺼리가 되고 말 것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분명하다. 게임의 주인은 게임회사도 아니고, 영등위도 아니다. 정말로 제대로 된 예술작품을 만드는 창조자는 그 작품을 보고 감동하는 사람들만이 그 작품의 진정한 주인이라는 것을 잊지 않는다. 어떻게 해서 한낱 한 인간의 사사로운 감정의 토로물에 불과한 작품이 불멸성을 획득하게 되는가. 그것은 그 작품으로 감동받는 관객이 존재할 때 이루어지는 기적이다. 하여 하나의 그림이, 한권의 책이, 한통의 필림이, 한 카트리지의 필림이 예술로써의 영원성을 획득하는 것은 창조자의 손을 떠나서, 규제자의 손을 떠나서 그것을 마음속 깊히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손에 제대로 쥐어질때 일어나는 마법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하는 게임이 과연 그런 불멸성의 경지에 도달해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이번 논쟁에서 게임회사나 영등위, 그 누구도 게임의 진정한 주인인 유저의 입장은 배려하지 않고, 서로 게임의 권리만 놓고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다. 그들 중 아무도 이기지 않기를 나는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기사 추가 - 기사 마감 이후 (10월 28일) 엔씨 소프트는 PK 시스템의 포기를 중심으로 한 '리니지 업그레이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상세한 것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PK 시스템의 포기와 게임시간 쿼터제등을 도입하는 등 사실상 영등위의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개선'되는 리니지가 어떤 모양일지 아직 분명하지 않다. 다만 이런 변화가 영등위나 게임회사의 이권다툼이 아니라 게임의 실제적인 주인인 게임 유저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개선이기를 기대한다.
게임은 계속된다. LIFEPEN
(lifepen@lifepe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