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욱진 첫 가족그림 '가족', 60년 만에 일본에서 돌아와
입력2023.08.16. 오전 7:48
수정2023.08.16. 오전 8:35
9월 국립현대미술관 장욱진 회고전에서 공개
장욱진, '가족', 1955[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화가 장욱진(1917∼1990)이 그린 최초의 가족그림(가족도)인 1955년작 '가족'이 발굴돼 60년 만에 처음으로 공개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일본에서 '가족'을 발굴해 다음 달 14일 덕수궁관에서 개막하는 장욱진 회고전에서 전시한다고 16일 밝혔다.
'가족'은 생전 30여점 이상 가족을 그렸던 장욱진이 항상 머리맡에 걸어둘 만큼 애착을 가졌던 작품이자 생애 처음으로 돈을 받고 판매한 작품이다. 장욱진은 이 작품을 판매한 돈으로 막내딸에게 바이올린을 사준 것으로 전해진다.
장욱진은 1964년 반도화랑에서 열린 첫 개인전에서 이 작품을 일본인 시오자와 사다오에게 판매한 뒤 아쉬움에 1972년 '가족도'(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소장)를 다시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판매 이후 60년간 행방이 묘연했던 이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이 9월 장욱진 회고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굴됐다.
발견 당시 모습[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 기획을 맡은 배원정 학예연구사는 시오자와의 아들 부부를 찾아 일본 오사카 근교의 아틀리에를 방문했다. 이곳에서 배 학예연구사는 낡은 벽장 속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작품을 직접 찾아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소장가를 설득해 이 작품을 구입했으며 보존 처리를 마친 후 장욱진 회고전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한가운데 있는 집 안에 4명의 가족이 앞을 내다보고 있는 모습과 함께 나무, 두 마리의 새를 그린 이 작품은 가로 16.5cm, 세로 6.5cm 크기의 작은 그림이다. 대상이 짜임새 있게 배치돼 장욱진의 조형 감각이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이라고 국립현대미술관은 설명했다. 또 가족도 중 아버지와 아이들만이 함께 그려진 유일한 사례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 작품이 평생 가족 이미지를 그린 장욱진 가족도의 전범(典範)이 되는 그림이자 최초의 정식 가족도라는 점에서 미술사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장욱진의 큰딸인 장경수씨는 "어렸을 적 아버지가 그리신 나무의 우둘투둘한 질감을 손으로 조심스럽게 만져봤던 기억이 난다"면서 "다시 만나니 눈물이 난다"고 소감을 전했다.
장욱진은 한국 근현대미술사에서 이중섭, 박수근과 함께 사랑받는 대표적인 작가다. 나무, 집, 해와 달, 까치 등이 단순하고 간결하게 등장하는 그림으로 '동심 가득한 어린아이처럼 그리는 화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다음달 14일 개막하는 회고전에서는 초기 작품부터 유화, 먹그림, 매직펜 드로잉, 판화, 표지화, 삽화 등을 소개한다.
장욱진의 1972년작 '가족도',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소장[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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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경(zitro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