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식사도 예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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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꿈꿀 수 있는 산들바람.
입구에 들어서면 우선 편안하다.
자연속에 와 있는 느낌을 갖는다.
인테리어 역시 초록과 어울린 나무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나무결을 그대로 살려 천연페인트로 옷을 입힌 의자는 유난히 빛이 난다.
의자에 가만히 앉아 탁자속에 놓여진 글씨의 행간을 읽다보면
산들바람만의 특색을 알수 있다.
'산들바람 밥상은 친환경 농산물로 만든 생명입니다.
우리 환경농업을 살리고, 건강을 지키는 일에 노력하며
믿음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겠습니다.'
이 글에서 친환경농산물자조금관리위원회로부터
친환경농산물 우수식당 제6호로 선정된 이유를 알 것 같다.
잠시 후 야외 간이식탁에서 신복수(54) 대표와 대화를 나눴다.
그의 일상생활 전반은 생협과 밀접한 연관성을 맺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로부터 자연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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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 첫번째가 신복수 대표, 둘째와 막내 동생
"생협에서 소비자 활동을 하면서
안전한 먹을거리를 위한 식당을 구상하게 됐습니다.
유기농업으로 생산되는 친환경 농산물의 소비가 안 되어서
소비시키고자 하는 측면이 있었다고 봅니다."
현재 아이콥생협연대 회장인 그는 처음에는 우리밀 칼국수집을 운영하려고 했다.
전국적으로 발품을 팔며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그러다 2004년 유기농 채식뷔페로 방향을 전환했다.
그가 추구하는 내용과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채식중에서도 친환경 재료를 써서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식당을 하게 되면 오랫동안 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남편을 설득해 아파트를 처분해 이곳에 땅을 사서 건축을 하게 됐죠.
주변 지인들은 채식식당을 한다고 하니 말렸어요.
누가 이 외진 곳까지 오냐는 이유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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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도 그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농업 살리기와 소비자들의 건강을 우선하려는 그의 노력이 한 몫 했다.
이처럼 공공성을 지향하려는 개인의 작은 노력이 오늘의 산들바람을 있게 했다.
"채식 뷔페라 하더라도 한식위주입니다.
콩고기와 콩햄을 제외한 식재료는
전량 아이콥생협에서 공급받고 있습니다.
국수 육수와 찌개는 표고버섯과 다시마 등으로 우려내 맛을 내고 있어요.
우유, 계란, 멸치까지도 사용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자연의 맛이 그대로 살아납니다."
그는 말을 하면서도 즐거워했다.
채식을 통해 자연의 오묘한 맛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자부심이다.
그는 이어 개발된 소스 제공은 물론
맛있는 쌈장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러한 맛은 손님들의 반응과도 직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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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뷔페를 찾는 손님들이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신뢰 형성에 주안점을 두고 있어요.
가끔 자극적인 음식에 익숙한 분들 중 1%만 맛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99%는 만족합니다. 행복한 식사도 예술입니다."
그의 말은 월∼토요일 12시부터 오후 2시30분까지의 점심시간과,
금요일 오후6∼8시30분까지 열리는 저녁시간을 염두에 둔 것이다.
여기에는 손님들을 위한 정성만큼이나 주방 식구들을 위한 배려가 깔려 있다.
"음식을 드시는 손님들과 주방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조화로움을 생각하다
점심시간에 비중을 뒀습니다.
손님들은 식사를 하면 행복해야 하고
직원들은 일을 하면서 행복해야 하니까요.
이것은 근무기준법을 지킬 수 있는 식당을 추구해 보자는 고민에서 비롯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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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을 듣고 주방을 살펴보니 직원들의 표정이 밝았다.
정성스럽게 음식 하나 하나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같은 정성심이 음식맛으로 전달되고 있으니 손님들에게 좋은 일이다.
주방에서 진행되는 요리부분과 청결 등
주방과 관련된 모든 것을 책임지고 있는 주방팀장인 그의 둘째 동생 혜선 씨와
다섯째 동생 은정 씨의 말을 들으면 더 분명해 진다.
"식재료들이 좋으니 그 자체를 다 사용하자는 원칙을 세우고 있습니다.
당근과 우엉도 거의 껍질 채 사용하고 있어요.
그리고 양념을 적게 넣어 본래 맛이 살아날 수 있게 하는 데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처음 오는 손님들이 뭔가 2% 부족하다고 하기는 하나
다시 찾을 때는 맛있게 식사합니다."
옆에 있던 막내 동생인 은아 씨도 한몫 거든다.
손님관리와 전반적인 운영을 맡고 있는 만큼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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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을 하는 것 자체가 보람되고 자연스럽습니다.
외식 사업을 하고 있지만 이같은 식당은 많지 않습니다.
손님들중 '어! 이 식당이네'란 말을 해주면 보람됩니다."
붐비던 손님들의 발걸음이 잦아들 쯤
이들이 말한 자연의 향취가 있는 요리들을 접시에 담았다.
크기도 한입에 먹기 적당했다. 두부, 다시마 말이, 현미 김밥, 쌈말이,
현미 떡볶기, 콩고기, 밀가스, 콩햄, 유기농 쌈채, 과일샐러드,
도토리묵, 국수, 빵, 떡, 호박죽, 식혜 등 다양했다.
가격은 1만5천원. 어린이 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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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과 국, 찌개가 기본입니다.
튀김요리, 제철 나물, 도라지, 버섯 등 가짓수가 많습니다.
죽은 단골을 위해 매일 바뀝니다.
그런데도 음식이 거의 남지 않습니다.
하루에 찾는 손님들이 고정돼 있는 측면도 있습니다."
그는 손님들의 건강 못지 않게 환경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1회용과 플라스틱 용기를 쓰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세면대에는 항상 면으로 만든 얇은 수건이 비치되어 있다.
설거지는 천연세제를 쓰고 있다.
"손님들은 식사가 중요하지만 환경도 생각해야 합니다.
항상 면수건을 비치하여 손을 닦게 하고 있고
세제와 비누는 물을 오염시키지 않는 제품을 쓰고 있습니다.
손님들은 무심코 사용하는 것이지만 그 속에는
환경에 대한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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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을 듣다 보니
손님들과 자연을 사랑하는 깊은 애정이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이곳에서 얻은 수익금 대부분을
맑은샘 어린이도서관 운영에 쓰이도록 염원하고 있으나
그의 바람만큼 쉽지 않다.
유기농 자연 식재료를 사용하는 관계로 수익이 생각만큼 오르지 않는다.
"도서관을 제대로 지원하려면 가격을 더 올려야 하지만
한 끼 식사를 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 손님들을 생각해서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청천동 어린이들을 위해 미니 2층집을 구입하여
맑은샘 어린이도서관으로 꾸민지가 벌써 11년째입니다.
연 3천∼4천만원을 꾸준히 지원하고 있지만 관여하지 않습니다.
운영주체이긴 하지만 어린이들이
행복하고 즐거운 도서관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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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마칠 즈음 밖으로 나오니 현관 옆에
제주 취나물 꽃이 하얗게 피어 있었다.
그의 삶의 철학이 녹아있는 산들바람과 어울렸다.
주소 : 인천시 부평구 산곡3동 370-383번지.
첫댓글 저는 개인적으로 요리를 연구 하시는 분들을 정말 위대 하다고 생각 합니다.
소크라테스가 말했나요?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거지가 낫다...
물론 철학을 하시는 분이어서 정신적인 면이 형이상학적인 사고를 하시는 분이어서 그리 말을 했겠지만
인간이 사는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이며 그 삶을 지탱해 주는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할것 같습니다.
사람의 모든 행동과 사고의 원동력은 바로 음식 아니겠습니까?
그런 음식을 연구하고 건강과 연결하여 섭생하는 삶이야 말로 건강한 인생을 사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 합니다.
가깝다면 한번 가보고 싶지만 멀리 있으니 입맛만 다십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