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는 병신년(丙申年) 1월의 웰빙 수산물로 도루묵ㆍ미더덕ㆍ오만둥이를 선정했다. 겨울이 제철인 도루묵은 늦가을부터 초겨울까지는 강릉 지역, 한겨울엔 주문진 포구에서 많이 잡힌다. 도루묵은 대구ㆍ명태처럼 찬 물을 선호하는 한류성(寒流性) 생선이다. “도루묵이 잘 잡히면 명태가 풍어”란 속설이 있다. 도루묵이 명태의 좋은 먹잇감이기 때문이다. 영양적으론 저열량ㆍ고단백 식품이다. 생것 100g당 열량은 132㎉, 단백질 함량은 14.6g이다. 지방도 꽤 (7.5g) 들어 있는 편이다. 멸치ㆍ전어ㆍ양미리처럼 뼈째 먹을 수 있어 칼슘 공급 식품으로도 유용하다. 100g당 칼슘 함량은 40㎎으로 같은 무게의 멸치(생것 509㎎)ㆍ전어(210㎎)ㆍ양미리(371㎎)보다 적다. 수분이 많은 흰 살 생선으로 육질이 부드럽다. 단백질ㆍ미네랄 함량이 높아 임신ㆍ수유부와 성장기인 어린이에게 권할 만하다. 쌀밥 등 곡류를 중심으로 하는 한국인의 식탁에서 부족한 아미노산인 라이신ㆍ트레오닌이 풍부하다는 것도 돋보인다. 별난 이름을 갖게 된 일화가 재미있다. 임진왜란 때 함경도로 피난 갔던 선조는 ‘묵’이란 생선을 먹은 뒤 그 맛에 반해 ‘은어’(銀魚)란 이름을 붙여줬다. 한양으로 돌아온 뒤 그 맛을 잊지 못해 다시 청했으나 ‘은어’ 맛이 예전 같지 않았다. 그래서 “도로 목어(木魚)라고 불러라”라고 지시했다. 이때부터 도로묵ㆍ도루묵으로 개명됐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그 후 하던 일이 허사가 됐을 때 “말짱 도루묵”이라고 흔히 표현한다. 조선의 정사(正史)엔 선조가 임란 때 함경도를 방문했다는 기록이 없다. 이런 야사(野史) 탓인지 지금도 도루묵과 은어를 같은 생선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진짜 은어는 여름 생선이다. 도루묵은 몸이 길고(15∼25㎝) 입이 크다. 비늘이 거의 없어 손질하기 쉽다. 몸이 작아서 찜ㆍ튀김을 하여 뼈째 먹기도 한다. 살은 감칠맛은 없지만 고소하고 담백하다. 비리지 않고 육질이 단단해 찌개ㆍ구이 감으로 적당하다. 도루묵식해를 만들기도 한다. 김장김치에 생태 대신 넣어도 좋다. 겨울철 술안줏감으로도 유용하다. 애주가들 사이에선 도루묵찌개가 숙취 해소를 위한 해장국으로 인기다. 도루묵을 이용해 요리할 때는 꼬리 쪽에서 머리 쪽으로 말끔히 긁어내고 지느러미ㆍ내장을 떼어낸 뒤 물로 깨끗이 씻는다. 내장을 꺼낼 때는 배가 터지지 않도록 아가미 쪽으로 꺼낸다. 별미는 알이다. 도루묵의 알은 몸집에 비해 크고 투박하다. 씹으면 뽀득뽀득 소리가 난다. 갓 볶은 깨를 씹은 것 같이 맛이 쫀득하다. 알을 밴 암컷을 ‘알 도루묵’, 수컷을 ‘수 도루묵’이라고 부르는데 수컷의 곤이(精巢)도 식도락가들 사이에선 별미로 통한다. 도루묵 알은 지난해 동해안 일부 지역 해안에 엄청나게 밀려왔다. 백사장을 뒤덮을 만큼 많은 알이 파도에 밀려와 지자체(고성군) 공무원이 이를 치우느라 애를 먹었다. 해변에 쌓인 도루묵 알은 대부분 밤송이 크기의 동그란 모양이었다. 색깔은 갈색ㆍ녹색ㆍ연두색ㆍ보라색ㆍ노란색ㆍ검은색 등 다양하고 매년 달랐다. 도루묵이 산란기에 주로 먹는 먹이에 따라 알 색깔이 달라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각종 탕과 찜에 애용되는 미더덕의 제철은 겨울이 아니라 봄(4∼5월)이다. 이때 채취한 것은 횟감으로도 쓰인다. 아미노산의 함량도 최고다. 미더덕의 ‘미’는 고어에서 물을 뜻한다. ‘물에서 나는 더덕’이란 의미다. ‘더덕’이란 식물명은 덕지덕지 붙어있는 모양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되나 확실하진 않다. 더덕과 미더덕은 껍질의 주름과 혹처럼 붙은 껍질 모양이 닮았다. 미더덕은 껍질이 단단하다. 껍질 벗기는 비용만큼 가격도 오만둥이(껍질째 섭취)보다 비싸다. 미더덕을 손님상에 올릴 때 껍질을 일부 남겨 놓는 것은 ‘오도독’ 소리와 함께 미더덕 향을 더 강하게 느껴 보라는 주방장의 배려다. 미더덕은 저열량ㆍ저지방 식품이다. 생것 100g당 열량은 46㎉, 지방은 1.2g, 단백질은 4.3g이다. 뼈 건강을 돕는 칼슘(100g당 40㎎)과 빈혈을 예방하는 철분(3.2㎎)도 풍부하다. 특히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혈관 건강에 이로운 DHAㆍEPA 등 오메가-3 지방이 등 푸른 생선 못지않게 많이 들어 있다는 것이 돋보인다. 미더덕이 활성산소를 없애는 항산화 능력을 지니고, 혈압을 낮추는 성분이 들어 있다는 연구 결과가 국내에서 나왔다. 미더덕은 작은 멍게(우렁쉥이) 같다. 요리할 때 속에 든 물을 빼야 제 맛이 난다. 한반도 연안 전역에서 발견되지만 경남 마산에서 국내 생산량의 60% 이상을 생산한다. 대량 양식이 처음 이뤄진 곳이 마산 진동면이다. 음식으로 미더덕을 즐기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된장찌개ㆍ된장국ㆍ찜ㆍ젓갈의 재료로 사용한다. 알맹이에 물이 가득 찬 미더덕은 1970년대까진 어촌에서도 잘 먹지 않았다. 지금처럼 껍질을 벗길 줄 몰라서였다. 70년대 중반에 얇게 껍질 벗기는 방법을 우연히 알게 되면서 천덕꾸러기에서 소중한 바다 먹거리로 이미지 변신했다. 미더덕이 처음 소개된 서적은 ‘자산어보’(1814년)다. ‘오만동’(五萬童)이라 했다. 오만동은 엄밀히 말하면 미더덕이 아니다. 요즘 미더덕이라고 하면 참미더덕을 가리킨다. ‘자산어보’에서 언급된 오만동은 오만둥이다. 오만둥이는 지방에 따라 오만디ㆍ만득이ㆍ만디기ㆍ통만디ㆍ돌미더덕ㆍ흰멍게ㆍ주름 미더덕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경상도 말로 ‘오만(온갖) 데 다 붙기 때문에 오만둥이’란 이름이 붙었다는 일설이 있다. 생김새가 돌덩이 같아서 돌미더덕이다. 대개 10∼12월에 수확된다. 외양이 원형에 가깝고 꼬리가 없으며 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구멍이 몸 밖으로 나와 있지 않다는 것이 미더덕과 다른 점이다. 아귀찜 집에선 미더덕 대신 오만둥이를 넣기도 한다. 미더덕보다 향은 약간 떨어지나 씹는 맛은 더 낫다. 껍질은 미더덕보다 두껍지만 부드럽고 쫄깃해 껍질째 먹을 수 있다. 그대로 잘라서 된장에 넣거나 탕ㆍ찜ㆍ어묵ㆍ술에도 들어간다. 작은 것을 깨끗이 씻어 그대로 포장한 것이 통만디, 약간 큰 것을 칼로 썬 것이 썰 미다. 오만둥이도 미더덕처럼 열량(생것 100g당 54㎉)과 지방(0.7g) 함량이 낮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단백질(9g)ㆍ칼슘(89㎎)ㆍ철분(8.5㎎)은 미더덕보다 더 많다.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 노화 억제ㆍ항암 효과가 기대되며, 혈관 건강에 이로운 오메가-3 지방 등 불포화지방이 풍부하다. 미더덕ㆍ오만둥이 속의 물은 먹어도 괜찮다. 미더덕의 먹이인 미역ㆍ다시마 등 등 해조류가 소화된 액체이거나 바닷물이다. 살짝 데쳐서 냉동 보관하는 것이 원칙이다. 냉동 보관할 때는 알맹이를 터뜨려선 안 되지만 요리할 때는 터뜨리는 것이 좋다. 알맹이 속의 물 탓에 입천장이 벗겨질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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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국민건강보험 블로그「건강천사」 원문보기 글쓴이: 건강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