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20 8 8 토
산행인원 : 자연 영희언니 모닥불 솔잎 일보 수담 사계 메아리대장 해피 대간거사
산행궤적 : 0840 인제 뉴파라다이스 모텔
10:40 923봉
11:30 점심
12:30 기룡산
13:30 임도휴식
14:40 하산분기점
16:39 가야리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각자 나름대로 불행하다. 안나 까레리나 첫문장이다.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 것도 그렇다. 등산모임에 나오는 사람은 모두 비슷한 경로로 나오지만 발길을 돌린 사람은 각자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그게 어떤 사연이던 한동안 동고동락하던 이들과 인연이 끊어지는 건 마음이 편치 않은 일이다. 안그래도 짧은 인생에 풍파가 많은 건 권장할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삶은 흘러가는 것.
인제 입구 파라다이스 모텔이 시작점이다. 밖으로는 버림받은 듯 조용하고 얌전한 모습인데 뒤로 돌아들어가니 넓다란 주차장에 차가 가득하다. 세상에 딴짓하는 놈들 많다. 행여 주인이라도 나와 못올라 가게 할까봐 마음이 초조해진다. 시멘트 위에 나와 햇볕을 쬐고 있는 뱀사진을 찍을 생각도 못하고 살금살금 기어 올라 한굽이 돈 곳에 있는 철탑이다.
저밑으로 내려다 보이는 인제읍내. 가득찬 강물위로 햇살이 눈부시다. 수해에 한가하게 등산다니는 게 미안한 생각도 들었지만, 뭔가 충만한 기분이다.
적당히 오른 다음 쉰다. 한정된 시간내에 가장 긴 거리를 가야한다는 강박을 버리기로 했다. 어차피 젊은이들과 대결할 수없는 상황이 됐고, 그걸 인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들의 메대장. 모범생의 전형이다. 이런 책임감 있는 사람이 대장인 것이 우리 오지팀의 홍복이다.
동자꽃. 여름의 끝지락에 피어 가을의 전령사이기도 한데 올해는 어쩐 일인지 지난주부터 풍년이다. 잦은 비로 산꼭대기 기온이 낮아 식물들이 혼란스러운가.
언제나 선량하고 즐거운 사계. 배려하고 아끼고 이해심 많은 큰바위 얼굴이다.
화초처럼 핀 계란버섯. 강렬한 색이 유혹적이다.
백척간두진일보. 일보님. 세상 모든 걸 웃어 넘기는 달관의 경지에 이르렀다. 만사 아직도 분이 안풀리거나 성질나는 사람이 있다면 삼십분이라도 얘기를 나눠보시기 바란다. 이분이라면 힘들게 사는게 옳은 건지 다시 한번 돌아볼 기회를 줄 것이다.
달걀버섯 삼형제. 남보다 못한 형제도 많지만 그건 자기탓이지 형제탓은 아니다.
해피. 무조건 해피다. 인생의 목표가 해피고 삶의 의미가 해피인 바에야 무조건 해피가 인간의 의무 아닌가. 기왕 사는 거 해피하게 살자. 해피하지 못한 것도 자기탓이지 남탓이 아니다.
달맞이꽃. 대낮에 피었다고 이름을 바꿀 수는 없다. 달맞이꽃은 달맞이꽃.
대충 시간이 돼서 능선상에 모여 앉아 점심을 먹는다. 폭우가 예고되어 빠나를 두개 동원했지만, 오늘 내내 비는 내리지 않고, 대신 선선한 바람과 적당한 구름, 센치한 기분을 느끼기에는 짱이었다. 시야도 좋고 녹음은 한껏 우거져 마치 녹색 바다를 유영하는 듯했다. 살아 있으니 이런 감정을 맛보고, 여기 이 자리에 직접 내발로 왔으니 더욱 살아있는 기분이 드는 게 아니던가.
기룡산. 언제부턴가 뻘줌하게 기룡리라는 동네에서 이름을 따다 기룡산이라 부른다. 몇번 왔는지 세기도 귀찮다. 낯익기도 하고 낯설기도 하다. 기억하지 않아야 다음에 새롭게 올 수 있다.
일보님과 솔잎. 오랫만에 행차한 솔잎의 컨디션이 좋다.
진행방향인 북쪽으로 보이는 대암산 남능. 고냉지 밭이 환하게 빛나보인다.
성능낮은 핸펀으로 땡겨본 가리산. 날은 흐려도 시야는 좋다. 동릉 서릉 두개의 봉우리가 선명하다. 우리도 이와같이 앞길에 펼쳐질 모든 걸 선명하게 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난데없는 임도. 시원한 전망이 굿이다. 바람은 살살 불고 날은 시원하니 더 바랄 것이 없다. 둘러앉아 수건돌리기라도 하면 어떨까 싶다.
자연. 무슨 수를 썼는지 회춘한 게 분명하다. 요즘 쎄졌다. 따지고 보면 55년생 아줌마가 대단한 체력이다.
먹구름 몇장 있다고 근심 걱정할 일아니다. 비가 오면 비오는 대로 눈이 오면 눈 오는 대로.
두집 살림. 오지와 낙동 두개의 산악회를 이끌어가느라고 바쁜 수담. 자고로 두집 살림은 남자만 골병드는 일이라고 했다. 그래도 입담은 대한민국 최고다. 창조적 말재주에 모두 녹아난다. 해피가 몇번인가 도전했지만 번번이 나가떨어진다. 종래의 진부하고 쾌쾌한 아재개그 시대는 끝났다.
하산능선의 소나무. 쭉 뻗은 모습이 시원하다.
잠시 나타난 개활지에서 배낭정리겸 털어먹고 나눠먹는다. 저 아래쪽으로 내리려다 불어난 개천물 때문에 지도상 다리가 있는 곳으로 하산지점을 약간 수정하기로 한다. 동쪽으로 가려다 북진하기로 한 것. 전체 거리는 큰 차이가 없다.
안전한 임도로 내려
약 1.5키로 걸어
저끝이 지방도. 산행종료 지점이다.
사계절 푸른 솔잎. 사계와 솔잎 부부의 러브샷. 세상에 이보다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모습이 어디에 있나. 이게 오지의 힘이다.
오늘 수훈갑은 모닥불이다. 발군의 거시기 탐지실력으로 모두를 즐겁게 했다. 멸사봉공의 공공정신. 창고가 쌓일 때 뿌듯하고 저녁때 즐겁고. 이거야 말로 애타적 삶 아닌가.
인생 힘들지라도 그저 절룩일 뿐인걸. 단지 아주 가끔씩 가슴이 아플 뿐이네.
모두가 사라진 숲속에는 나무들만 남아 있겠지. 이 모든 사랑과 아름다운 기억들은 내 가슴에 영원히 있네.
첫댓글 그립네요^^,항강 건강하시길....
어제 더워도 조망은 좋았죠~
기상청이 뭐라해도 올 해 비는 오지팀을 비켜가네요.
오지 주축 멤버들의 오붓한 산행이었네요.
총대장님 문장력도 수려하네요~~
오늘 다녀온 산세 만큼이나^^
큼직한 더덕에 곶간이 가득찬 기분입니다.
사계님!
러버샷 그렇게 하는거 아니잖아요?
일부러 젠털하게 하는것 같아
ㅠㅠㅠ
비가 왕창쏟아질줄 알았는데, 우비바지때문에 다리에 땀띠만 날뻔했어요^^
러브샷이 완죤 강제 버젼이었쥬~~ 사계님! 너무 티나는 거 아니어유??
곶간도 가득하게 요즘에는 행복한 나날이 계속되네유^^
러브샷 완죤 멋져요!
신혼의 기분을..축하혀유
(사계,솔님) 님 ..♡ 사랑
막지막 사진 내려주세요 대간거사님에게 낚었네요 어휴~ 남사스러워라 얼른 내려주세요^^
가장 멋진사진 입니다!
부부가 함께 산행한다는것 또한 더욱 멋집니다.늘 행복하셔유
마지막 사진이 그간의 오지산행 사진 중 가장 명품입니다.
오지산행의 간판 사진으로 강력히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