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외도’는 교통사고급 트라우마
불륜을 바라보는 정신과 전문의들의 조언
배우자, 연인관계에서 비롯되는 이성 문제의 경우 트라우마로 발전되는 경우가 많다. /셔터스톡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트라우마)는 일생에서 충격적인 사건을 마주한 뒤 한동안 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현상을 뜻한다. 주로 물리적인 큰 사고를 겪었을 때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최근에는 물리적 사고 뿐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크게 다쳤을 때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가장 주된 원인 중 하나는 바로 ‘배우자의 외도’다.
교통사고급 트라우마라는 배우자의 외도는 어떻게 해야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을까. 조선일보 의학·건강 유튜브 채널 ‘오!건강’에서 불륜과 정신건강에 대한 담론을 나눴다.
◇ 기혼자 30%가 경험한 ‘불륜’
최근 불륜을 소재로 하는 드라마들이 연달아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박민영이 주연을 맡은 ‘내 남편과 결혼해줘’를 비롯해 이영애가 출연한 ‘마에스트라’, 엄정화가 출연한 ‘닥터 차정숙’ 모두 배우자의 외도를 드라마 소재로 다루고 있다.
이러한 불륜 소재가 지속적인 인기를 끄는 배경은 실제로 불륜이 우리나라에서 흔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조선일보에서 2020년 성인남녀 7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불륜 관련 국민 인식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기혼자의 30.3%가 불륜 경험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 기혼 남성 중에서는 41%가, 기혼 여성 중에서는 24%가 불륜 경험이 있었다고 답변했다. 이는 상대 배우자에게 상당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제공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정정엽 광화문숲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은 정신과를 오게 되는 크게 두 가지 원인으로 돈과 이성 문제를 들었다.
그중에서도 배우자, 연인관계에서 비롯되는 이성 문제의 경우 트라우마로 발전되는 경우가 많아 문제성이 심각한 수준임을 강조했다.
외도라는 믿음이 깨지는 행동은 상대에게 잊을 수 없는 트라우마를 준다. /셔터스톡
◇ “내 삶의 ‘가치’를 무엇으로 두느냐가 트라우마 탈출의 열쇠”
정 원장은 정신과에서 트라우마를 진단할 때 중점적으로 보는 요소가 ‘믿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통사고를 예시로 들며 파란불에서 길을 걸어도 된다는 믿음이 있는 상태에서 길을 걷다가 사고를 당한 경우를 언급했다. 이때 다시 횡단보도를 걷기 어려워지는 경우가 믿음이 깨져 트라우마가 발현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배우자와의 관계에서도 기본적인 믿음이 깔려 있기 마련이다. 이때 외도라는 믿음이 깨지는 행동은 상대에게 잊을 수 없는 트라우마를 준다고 정 원장은 설명했다.
나해란 나해란정신건강의학과 대표 원장은 배우자의 외도로 인해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들에게 ‘냉정하게 현실을 받아들일 것’을 우선적으로 권고했다.
정 원장은 실질적인 문제 해결은 ‘가치’와 연관되어 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헤어짐과 가정 유지 중 환자가 더 크게 가치를 두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것이 우선이라는 뜻이다.
그는 사회적인 압력이나 시선 때문에 가정 유지의 길을 선택하지만 실제로는 헤어짐을 원하는 환자의 예시를 들며, 자신이 진정 원하는 방향대로 삶의 가치를 선택해야 트라우마와 같은 정신적 문제로부터 해방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