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건봉 1,045m 강원 삼척 도계
산줄기 : 낙동육백지맥
들머리 : 도계읍 황조리 덕지기마을
위 치 강원 삼척시 도계읍
높 이 1045m
# 참고 산행기[사네드레]
탕건을 두른 것 같다는 육백산의 동생... 도계 탕건봉(1,044.5m)
"찌르릉" 투박한 검은 자석식 전화기가 소리를 지른다. "전 <사람과산> 독자입니다. 여긴 서울인데 오지산행 언제 떠나시는지 산행에 따라가도 되겠습니까?" 생면 부지의 고운 여자 목소리다. 청량리역에서 밤 열차를 타고 새벽 3시까지 태백역에 도착했다는 낭보다.
서울 손님인 이미숫씨(43세)는 오지산행 단골 손님들과의 첫 대면임에도 금새 지우지기가 되어 버렸다.
도덕정사 앞 버스 종점에서 때거리랑 옆의 아스팔트 도로를 타고 조금 올라가다 담배 가게를 겸한 황수원씨의 새마을상점에서 배낭을 풀었다. 평상에 자리를 깔고 삼아 이미숙씨를 위한 환영파티를 열었다. 탕건봉의 실질적인 산행은 이 담배가게 건너편의 김종명씨 농가에서 시작한다.
낙동정맥은 최고봉인 백병산91,259m)을 조산으로 하여 시계바늘 방향으로 사금산(1,092m), 응봉산(1,267m), 육백산(1,244m), 천제봉(1,050m)을 지나 회룡고조한다. 황조리에서는 강원도 도계읍 동쪽의 1,044.5m봉을 탕건을 닮았다고 하여 탕건봉이라 부르며 무시터마을에서는 후령산이라 한다.
김종명씨 농가에서 아스팔트 도로를 버리고 언덕으로 올라서니 집과 집, 마을과 마을을 연결해주는 오솔길의 목장 울타리를 끼고 이어진다. 똬리를 틀고 빙글빙글 돌아 이어지는 오르막길은 서서히 고도를 높여만 갈 뿐 제자리를 맴도는 기분이다. 15분쯤 다리품을 팔았는데도 들머리에 있던 농가는 전혀 멀어질 줄 모르고 제자리에 박혀 있다.
추석을 며칠 앞둔 시기라 조상 묘에 벌초하러 가는 인파들의 시끌벙한 소리가 저 아래켠으로 울려온다. 오동나무가 있는 폐가 앞을 꾸불텅하니 오르니 남쪽의 시루봉 방향으로 시야가 탁 트여 가슴이 후련해진다.
다시금 하늘을 가려버린 평탄한 오솔길로 들어서니 아름드리 돌배나무가 짙은 향을 내뿜는다. 돌배나무의 향기가 사라질 때쯤 갑자기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넓은 고추밭이 펼쳐졌다. 산 속에 혼자사는 할머니가 붉은 고추를 따고 있다. 모두 달려들어 고추 따는 일을 거들었다.
대문도 없는 강연하 할머님의 농가 안으로 들어서자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작두와 소쿠리였다. 소여물을 썰다 말고 마당 한 복판에 덩그라니 놓여 있는 쇠소쿠리는 따스한 햇살아래 졸고 있었다.
기둥에는 누룩과 메주가, 처마 밑에는 가지런히 정리된 각기 다른 호미들이 촘촘히 걸려 농가의 한적함을 부추킨다. 더덕괭이, 홀치기, 쇠스랑 등을 구경하다 보니 할머니는 집에서 직접 빚은 농주를 내놓았다. 마당에 자리를 펴고 한차례 난쟁이 펼쳐졌다.
마당의 떠들썩한 소리에 놀란 암소란 놈은 되새김질을 하다 말고 연신 주먹만한 눈망울을 굴려 댄다. 한 잔 술에 일행의 입은 모두 발채가(소쿠리) 되고 말았다.
할머니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려는 일행에게 연신 아쉬움이 남는지 잡은 손을 놓지 못했다. 할머니의 전송을 받으며 11시가 넘어 가마터를 뒤로하고 산행을 이어간다. 가마터 이후론 경운기 길이 오른편으로 크게 휘어진다. 이 길에는 소나무와 이깔나무가 뒤썩여 운치도 제법이다.
길섶의 묘 등에는 머리통만한 벌집이 있어 황급히 발걸음을 옮기니 경운기길 삼거리다. 왼쪽 길을 따라가니 농가 세 채가 남아 있는 '새평지밭'이다. 이르대로 널찍한 평야로 이곳엔 강씨 할머니의 친척집이 있다.
여기서 우마차 길을 버리고 오른쪽에 있는 농가 돌담을 따라가니 묘가 나타난다. 무궁화나무, 자두, 살구나무, 뽕나무, 토마토, 파, 배추, 콩 등이 추수를 기다리고 있다. 밭머리를 돌아 올라 꾸불텅한 길을 따라 오르니 쑥부쟁이들이 연두색 얼굴로 안내하는 주능선이다. 농가에서 주능선까지는 홑홑한 길이 이어졌으나 주능선에 올라선 후부터는 잡목을 헤쳐나가야 하는 토끼길이 이어진다. 각종 버섯이 제 철을 만나 즐비한 급경사 오르막길을 게속 오르니 짚신나물 군락을 이룬 평탄한 지형에 다다랐다.
평평한 지형에 묘 2기가 있고 길은 묘 뒤로 이어진다. 산짐승도 빠져 나가기 어려운 잔솔밭이다. 모두 기다시피해 잔솔밭을 벗어나니 굴피나무가 나열한 급경사 오르막이다. 다시 15분쯤 땀을 흘리며 다리품을 팔고 나니 며느리밥풀꽃이 한창 핀 정상이다.
서쪽으론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이 하늘과 맞닿아 있고 대간과 정맥이 뒤엉킨 협곡 아래론 석탄 생산량이 전국 제일이라는 도계읍이 놓여 있다. 동으로는 건너편의 응봉산과 육백산이 날개를 펴고 있다.
정상 모서리에서 늦은 중식을 해결하고 오후 4시가 넘어 북으로 이어진 주능선을 좇아 하산을 서둘렀다. 오를 때보다는 하산길이 길도 좋고 수월한 편이다. 철쭉나무 능선을 따라 15분 하산해 첫번째 봉을 넘으니 묘가 나타났다. 이 묘를 지나면 돌탑이 있는 작은 봉이 나타나고 기복이 심하지 않는 능선길이 이어진다.
정상을 떠나 능선길에 접어든지 55분쯤이면 북으로 가던 능선길은 오른쪽의 중우물골로 내려선다. 남서쪽으로 방향을 돌린 계곡 내리막은 인적이 끊겨 잡목이 무성하다. 컴컴한 협곡을 한 시간쯤 빠져 나오니 길도 보이고 덩굴에 달린 다래도 보인다.
모두들 입안에서 톡 터지는 달콤한 다래 맛에 땅에 떨어진 다래를 주워 연신 입에 넣는다. 그리곤 넙죽 엎드려 산삼이 섞였다는 계곡물을 들여 마셔댄다. 이제는 길도 좋아지고 10여분이면 중우물골과 때거지랑이 만나는 합수점에 이르게 된다.
*산행길잡이
탕건봉에 오르려면 삼척시 도계읍을 기점으로 삼아야 한다. 승용차로 들머리까지 가자면 도계역 앞에서 좌회전해 기차 굴다리를 빠져 나와 그대로 직진하면 도계중학교와 도계상고 앞에 이르게 된다. 이어 도계도서관과 도계고등학교를 지나 신리 표지판을 따라 접어들면 도계4리 신방터 정차장에 닿게 된다.
탕건봉의 들머리인 도덕정사까지는 신방터 정류장을 지나 동덕초교까지 올라야 한다. 초교에서 황조리는 중앙이 아닌 왼편의 골짜기를 따라 들어서야 한다.
산행시간은 김종명씨 집을 출발해 가마터~새밭평지~정상~주능선~중우물골~때거지랑을 따라 원점 복귀하는데 6시간 정도가 걸린다.
*교통
도계는 38번 국도와 태백선이 지나는 곳이라 교통이 편한 곳이다. 도계역(033-541-7788)에서 제천, 원주, 청량리 방면으론 05:26, 08:30, 09:47, 11:55, 15:40에 기차가 운행하며 강릉 방면으론 03:45, 14:56, 17:31, 19:01, 21:37에 있다.
버스편은 도계버스터미널(033-541-0308)에서 삼척, 강릉, 속초 방면으로 06:10~20:35까지 26차례 있으며 태백행 버스는 07:20~21:45까지 30차례 시외버스가 운행한다. 도계에서 출발한 황조리행 시내버스는 도덕정사 앞에서 되돌아 나간다. 황조리 버스종점에서 도계는 07:30, 08:10, 09:25, 09:50, 11:00, 13:00, 14:00, 16:00, 18:20, 20:10에 있으며 15분 정도 소요된다. 요금은 600원이다.
*잘 데와 먹을 데
황조리 덕지기마을 황수원씨의 새마을상점(033-541-6192)이나 가마터의 강연하씨(541-7213), 이광옥씨(541-7302) 집에서 민박이 가능하다. 인근의 육백산털보농장(541-6871)을 이용해도 된다.
도계읍에는 도계여관(541-2440)이나 로얄장(541-5599), 별장여관(541-2841), 태백장(541-2129) 등을 이용하면 좋다. 먹거리로는 황조리의 육백산신토불이(541-6867)의 한방약계탕을 맛보는 것도 좋다.
참고: 월간<사람과산> 2000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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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벗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