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는 전기를 생산하지 않고 오직 열만 공급하는 소형 원자로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이 기술을 활용해 지역난방 비용을 크게 낮추는 것이 목표다.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곳은 핀란드의 에너지 공급업체 헬렌(Helen)이다. 기술 개발과 상용화는 스테디 에너지(Steady Energy)가 담당하며, 개발 중인 원자로의 이름은 ‘LDR-50’이다.
기존 원자력발전소와 달리 이 원자로는 전기를 생산하지 않는다. 따라서 전력 생산에 필요한 터빈이나 발전기를 설치할 필요가 없으며, 원자력발전소에 비해 기술적 요구 사항도 상대적으로 낮다고 한다.
다만 현재 헬싱키에는 아직 가동 중인 원자로가 없다. 스테디 에너지에 따르면 실제 원자력 시설 건설은 2028년 또는 2029년에 시작될 예정이며, 가동은 2030년대 초로 예상된다.
유럽연합 차원의 지원도 이뤄지고 있다. 유럽투자은행(EIB)은 이 사업에 4천만 유로를 지원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독일에서도 원칙적으로 이 기술을 도입할 수 있을까. 독일 원자력법(Atomgesetz)은 상업적 전력 생산을 위한 원자력 이용을 종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원자력을 이용한 열 생산까지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기존의 원전 폐쇄 정책과는 별개로 원자력 열공급 기술을 활용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것이다.
CDU의 에너지 정책 전문가 안드레아스 렌츠(Andreas Lenz)는 "원자력을 이용한 열 생산을 선입견 없이 객관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난방 부문이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다양한 기술적 대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다. 렌츠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논의와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반면 SPD 내부에서는 관련 법적 상황을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SPD 연방 에너지정책 담당 대변인인 니나 셰어(Nina Scheer)는 원자력법이 단순히 원자력 발전을 종료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원자력법에는 방사선의 유해한 영향으로부터 사람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원자력을 이용한 열에너지 생산을 허용하는 것에도 반대하고 있다.
이처럼 현재로서는 전기를 생산하지 않는 소형 원자로도 독일의 탈원전 정책 적용 대상에 실제로 포함되는지, 아니면 이를 허용하기 위해 새로운 법적 규정이 필요한지를 두고 정치적·법적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