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목(面目)이 없다. 지난해 광주광역시 화정동 H아파트와 최근 발생한 인천 검단 G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는 대한민국 건설기술인을 부끄럽게 했다. 두 사고는 첨단기술을 도입하다 기술력이 부족해서 발생한 사고도 아니고, 최신 공법을 사용하다 경험이 부족해 생겨난 사고도 아니다.
이런 사고 사례들은 1980년대 건설산업이 막 성장 단계에 있을 때도 보기 힘들 정도다. 그야말로 기본을 소홀히 한 데서 생겨난 사고다. 그때만 해도 우리 건설기술인은 기술력이 부족하다고 자성하면서 기본에 충실하며 기술 개발을 위해 노력해왔다.
그런데 지금 건설기술인은 선진 기술을 갖췄다고 자만하면서 기본을 경시한 게 아닌가 자성해본다. 그러니 건설기술인은 이번 사고에 대해 솔직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광주·인천 등서 잇단 사고 비참 건설인들 통렬한 반성문 써야 설계·시공·감리 등 총점검 필요
시론
지금까지 언론에 보도된 사고 원인을 정리하면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설계·시공·감리 단계에서 발생한 철근의 누락이다. 둘째, 시공 단계별 하중 관리의 미흡이다. 셋째, 콘크리트의 부족한 강도 문제다. 이런 사항은 건설 현장에서 콘크리트를 타설할 때 관리하고 체크해야 할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 건설기술인은 뼈저리게 반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건설기술인에게만 책임을 묻기 어려운 부분도 없지 않다. 이런 사고의 발생 원인에는 건설기술인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담보하지 못하는 법과 제도 및 시스템 등 외부의 잘못된 여건에 기인하는 바도 적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먼저 발주 기관의 문제를 들 수 있다. 과거에는 발주 기관이 설계사나 시공사의 건설기술인보다 기술력에서 우위였고, 기술 개발도 선도해 왔다. 하지만 지금 발주 기관의 기술 수준은 어떠한가. 기술력의 주체로서 컨트롤 타워가 되기보다는 사업관리 행정에만 전념하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또 지금의 설계·시공·감리의 입찰 및 낙찰 제도에도 문제가 있다. 현행 제도하에서 업체 선정은 기술력보다 영업력에 의해 좌우된다. 그래서 불필요한 영업비용이 과다하게 지출된다. 그렇다 보니 업체들은 기술개발과 인재육성 투자에 소홀할 수 있는 구조다.
시공 단계에서 생산 시스템에도 고질적인 문제가 많다. 예컨대 지역 의무 하도급제, 중소기업 보호법에 따른 자재의 조달청 별도 구매, 일부 장비와 근로자 선정에서 제약 등 공정한 시공을 저해하는 법과 제도 및 시스템이 산재해 있다. 생산 시스템의 컨트롤 타워 능력이 약화되는 실정이다.
지나치게 낮은 공사비로 인해 수익성이 떨어지다 보니 대기업들은 건설사업보다 부동산 개발 사업에 치중하게 되는 추세다. 이로 인해 기술개발 및 인재육성 노력이 둔화하고 있는 건 아닌지 냉철하게 따져 봐야 한다.
물론 이런 법·제도·시스템의 문제가 있음에도 최종 책임은 건설기술인에게 있다고 본다. 건설기술인이 방법과 절차에 따라 건설기술을 충실히 적용한다는 기본에 전념하고, 책임을 다했다면 이런 사고는 절대로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건설기술들은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 기본을 더욱 충실히 지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 건설산업이 국제표준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오뚝이처럼 일어서 다시는 국민이 실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태로 인해 건설기술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퍼져 젊고 유능한 인재 유입이 줄어들고, 이미지 실추로 건설 강국의 국제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면 안 될 것이다. 정부 관련 부처의 점검이 강화돼 현장에서 과도한 서류 업무가 늘어나 건설기술인 본연의 업무가 소홀해질까 걱정도 된다.
유사 사태가 재발하지 않으려면 건설기술인은 국민안전을 지킨다는 소명의식으로 무장하고 뼈를 깎는 자성 노력을 해야 한다. 환부를 정확히 도려내면서도 건설기술인이 기본에 충실하고 부여된 역할과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시스템 전반을 개선해야 한다. 차제에 우리 건설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는 제반 요인을 말끔히 제거해 건설산업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전환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