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 복사꽃
손오공이 전파시킨 하늘나라 과일
▶숯을 씻는 저승사자와 동방삭
옥황상제가 살고 있는 하늘나라에 과일밭이 있다. 앞쪽 1천2백, 가운데 1천2백, 뒤쪽 1천2백 모두 3천6백그루인데 각각 3천년 6천년 9천년만에 한번씩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
이 열매가 바로 하늘복숭아 천도天桃다. 사람이 이 천도를 먹으면 신선이 되어 구름을 타고 하늘을 날며 천지일월과 수명이 하나가 되어 불로불사한다는 것이다. 과연 대단한 과일이다. 중국신화에서 선녀仙女들의 어머니 서왕모西王母 혹은 선도성모仙桃聖母라는 신선여神仙女가 선녀들을 거느리고 불로불사의 약을 갖고 중국서쪽 곤륜산에 살았다. 그는 하늘나라 천도를 가져와 신선과 천신들을 초청, 반도승회라는 굉장한 복숭아 연회를 베풀기도 했다.
동방삭투도설화東方朔偸桃說話에서 동박삭이 서왕모의 하늘복숭아 3개를 훔쳐먹고 삼십갑자 1천8백년을 살게된다. 그런데 억만년을 산다한들 아쉬운 인생 동방삭은 좀더 살고 싶어졌다. 도승을 찾아가 방법을 물었다. 저승사자가 찾아오면 잘타합을 보라는 것. 드디어 저승사자가 찾아왔다. 동박삭은 온갖 아부를 다하며 극진한 대접을 했다. 술․밥․노자까지 넉넉한 예우를 받은 저승사자들은 인정상 잡아갈 수 없어서 동방삭의 저승명부 삼십갑자三十甲子년 수명기록 중 열십자十字에 한 획을 삐쳐 넣어 일천천자千字로 고쳐 삼천갑자三千甲子년을 살도록 수명을 연장시켜 주었다. 중국무협지 같은 허풍이라도 괜찮은 이야기다. 세월은 도랑물처럼 흘러가는 것 저승사자들이 때가 되어 다시 동방삭을 잡으러 왔다. 그러나 그 동안 동방삭은 세상일에 통달해서 능통한 둔갑술을 터득하고 변신하여 숨어버렸으니 찾을 길이 없었다. 저승의 염라대왕은 고심 끝에 하나의 작전명령을 내린다. 저승사자들에게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다리 밑 냇가에서 숯무더기를 쌓아놓고 숯을 씻어라는 지시였다. 어느 날 한 사람이 나타났다. 무엇을 하는가 물었다. 그래서 저승사자가 대답하기를 숯을 오래 씻으면 하얀숯이 된다해서 씻고 있다고 하자 내가 삼천갑자년을 살았어도 처음 듣는 소리라고 하는 말에 저승사자는 저놈이 바로 동방삭이구나 하며 답싹 잡아 저승으로 데려갔다. 이것이 삼천갑자 동방삭이도 제 죽는 날 몰랐다는 속담이 있듯이 저승으로 잡혀간 내력이다. 예나 지금이나 적은 자기 내부에 있고 입이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다.
▶하늘과일을 이 땅에 전래시킨 손오공
중국신화에서 아득한 옛날 천지개벽 때 인간으로 처음 태어났다는 전설의 인물 천자天子 반고盤古 그 시대 이 세상은 동․서․남․북 4개주로 나뉘었다. 그중 동승신주에서 일어난 이야기. 이 땅 바다동쪽 오래국에 기이한 높은 산봉우리 정상 선석에서 천지의 영기와 일월성신의 정기를 받아 한 생명이 잉태되었으니 돌원숭이 한 마리가 태어났다. 이 돌원숭이가 원숭이 무리의 왕 손오공孫悟空이다. 손오공은 영생의 도를 얻고자 사월삼성동斜月三星洞 신선도인을 찾아가 제자가 되어 정精․기氣․신神에 통달하고 구름을 불러 단숨에 10만8천리를 날아가는 비술, 선술, 비전들을 전수 받는다. 그러나 비술을 가볍게 사용하여 신선도장에서 파문을 당하고 쫓겨난다. 이 세상에서 무적이 된 손오공이 옥황상제가 살고 있는 하늘나라로 쳐들어가 용왕으로부터 빼앗아온 여의봉如意奉을 휘두르며 난동을 부린다. 천상에서도 손오공의 괴술을 어찌할 수 없어 옥황상제는 하늘나라 복숭아밭 반도원 관리로 임명하여 무마시킨다. 그러나 도원울타리를 넘나들며 천도를 마구 훔쳐먹고 더욱 괴력이 생겨 천상천하를 오르내리며 천지질서를 교란하는 행패가 극심했다. 손오공은 스스로 제천대성霽天大聖이라하며 옥황상제 자리를 내놓으라면서 궁전을 파괴하기 시작한다. 옥황상제는 급히 서방극락정토에 살고 계시는 석가세존 부처님께 구원을 요청했고 부처님이 나타나셨다. 부처님이 손바닥을 펴면서 네가 도력이 있다면 이 손 안에서 벗어나 보라고 했다. 손오공은 근두운筋斗雲을 타고 단번에 10만8천리를 날아 하늘 끝까지 갔다. 그리고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 산꼭지 거대한 바위에 제천대성도차일유霽天大聖到此一遊 즉 제천대성이 이곳에 와서 한번 놀다가노라 새겨 놓으면서 쪼로록-오줌까지 갈겨두고 내려왔다. 부처님이 척- 손바닥을 펴 보였다. 부처님의 가운데 손가락에 자기가 증거로 남긴 글씨가 뚜렷하고 찔금 방뇨해둔 자국까지 아직 남아있었다. 기가 질려버린 손오공. 오행산 바위굴에 갇히고 말았다.
그러나 손오공이 하늘복숭아를 훔쳐 하늘땅을 오갈 때 천도 3개를 땅에 떨어뜨리고 말았는데 이것이 싹이 트고 자라나서 이 세상에 복숭아가 전래되었으니 손오공은 하늘나라 과일을 이 땅에 전파시킨 공로자라 하겠다.
▶복사꽃 능금꽃이 피는 내 고향
장미과에 속하는 낙엽활엽수 높이 6m쯤에 이르는 키작은 교목이 복사나무다. 그 꽃을 복사꽃 열매를 복숭아라 한다. 복사꽃 능금꽃이 피는 내고향 만나면 즐거웁던 외나무 다리 영화주제가처럼 복사꽃은 그리운 고향꽃이다. 나뭇가지 잎전체가 매끄럽고 털이 없지만 겨울눈에는 잔털이 생겨난다. 잎은 마디마다 어긋나고 피침형이며 무딘 톱니가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다. 봄이 오면 꽃은 잎보다 앞서 지난해 자란 잔가지 잎이 붙어 있던 자리에서 1~3송이씩 꽃받침 꽃잎 5장의 연분홍 꽃들이 피어난다. 꽃지름 3㎝가량. 열매는 품종에 따라 다양한 차이가 있으나 대략 지름 6cm 안팎이며 이쁜 엉덩이처럼 봉합선이 있는 것은 같다. 복숭아는 과일의 맛과 향만큼이나 여러 품종들로 개량되었는데 크게 나누면 과일에 털이 있는 것 모도毛桃, 털이 없는 것 승도僧桃, 색깔에 따라 황도․백도․홍도로 대별한다. 그 외 복숭아의 별명 신선이 먹는 과일 선도仙桃, 물많은 수밀도, 감처럼 평편한 것 감복숭, 여러겹꽃 만첩복숭, 바래복숭, 용안복숭들이 있다.
중국 황하상류와 화북 고지대에서 복숭아 자생 원산지가 발견됐고 1세기경 실크로드를 따라 페르시아를 통해 유럽으로 전파되었다. 중국에서는 기원 수세기 전부터 재배했다는 「山海經」에 기록으로 전해오고 이 땅에서는 「삼국사기」에 삼국시대부터 심었다는 재배역사 기록이 남아있다. 한방에서 복숭아 열매 안 껍질 속에 있는 씨앗을 도인桃仁, 도핵桃核, 야도野桃라 하며 약으로 쓴다.
「본초비요, 본초강목, 동의보감」들에서 약성의 기록을 살펴보면 맛은 쓰고 달며 성질은 평하다. 간․심포경락 경에 작용한다. 뭉친 피 어혈을 풀어주고 피 응고를 억제하여 피를 잘 돌아가게 하며 정신을 안정시킨다. 그리고 장의 활동을 순조롭게 하고 약한 설사를 일으킨다.
약효는 니코틴 해독, 통경, 진통, 활혈, 양모, 발모, 살충, 간기완화들의 효능이 있다. 적용질환은 부인병 경의 불순, 경이 없는데, 산후복통, 축혈증, 해수기침, 폐와 심장질환들에 쓰인다. 도인은 어혈 폐혈 체혈 월경통을 주치하며 새로운 피 신혈을 살아나게 한다. 꽃은 결석을 파괴하고 사기를 없애며 안색을 곱게 한다. 잎은 갓난아이가 머리털이 나지 않을 때 복숭아 잎과 버들잎을 같이 달인 물에 돼지 간 삶은 물과 함께 섞어 바르면 머리털이 스스로 나온다고 했다. 복숭아 열매를 통째로 말린 것을 도효桃梟라 하는데 정신병질환에 쓰였다.
황달병에는 복숭아뿌리 한줌을 물 3홉으로 진하게 달여 공복에 마시면 대소변으로 누런 물이 나오면서 즉시 낫는다.「경험방」. 약의 채취는 잘 익은 열매에서 씨껍질을 깨고 씨앗을 빼내서 약재의 10배량에 해당하는 끓는 물에 5분 가량 담궜다 건져내어 얇아지면 껍질을 벗겨내고 쓴다. 하루 쓰는 양 6-10g 물로 달여 나누어 복용하며 임산부에게는 쓰지 않는다.
복숭아는 그 재배의 역사만큼이나 우리민족에게는 숱한 의미를 품고있는 과일나무다. 복숭아는 △여인을 상징:여색, 도색, 미색, 여근, 저고리 속 젖가슴, 치마 밑 엉덩이-춘향가에서. △이상향의 극치를 상징:무릉 어부가 꽃잎을 따라 거슬러 찾아간 곳, 신선이 살고 있는 선경도 복사꽃 피는 도원. △평화와 행복의 상징:도원경, 서왕모 천도복숭 민화는 장수. △주술적 의미:벽사-요괴잡귀를 물리침, 동쪽으로 뻗은 가지 굿판신령장수대, 돌반지 복숭아모형, 부적에 찍는 도장 복사나무로 조각. 복숭아 태몽은 아들이다.
<艸開山房/oldmt@hanmail.net>
****글:이상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