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활동 즐길 공간이 없어요”...턱 없이 부족한 장애인 체육시설
-전국 평균 전용 체육시설, 장애인구 3만 8천 명당 1곳 뿐
-비장애인구 1천 160명당 1곳
일상속에 즐기는 생활체육의 인기가 수년째 이어지는 가운데,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전용체육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국민생활체육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비장애인의 생활체육 참여율을 60.8%에 달한다. 2012년 43.3%였던 것에 비해 17%이상 증가된 것으로 절반 이상의 국민이 일상 속에서 체육활동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장애인의 사정은 다르다.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전국에 등록된 장애인은 21년 기준 약 265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5.1% 수준이다. 이들 중 생활체육을 즐기는 비율은 20.2%로 5명 중 1명꼴에 불과하다(문화체육관광부, 21년 장애인 생활체육 참여율).
이처럼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생활체육 참여율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한장애인체육회의 ‘장애인전용체육시설 현황’을 보면 장애인이 체육활동을 할 수 있는 전용시설은 전국적으로 69곳뿐이다. 장애인구 약 3만 8천 명당 1곳에 불과한 수치다. 반면 비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체육시설은 인구 1천 160명당 1곳(통계청, 인구 10만 명당 체육시설 수)으로 차이가 30배 이상에 달한다.
이는 장애인이 비장애인에 비해 신체적, 정신적 차이로 생활체육에 참여하는 비율이 낮은 것이 아니라 체육시설의 부족으로 일상 체육활동 참여에 제약이 있다고 해석 할 수 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사정이 나은 지역도 있다.
대전광역시의 경우 전국 17개 시·도 중 장애인전용체육시설 인프라가 가장 좋은 지역이다. 지역 내 장애인구 약 7만 2천명, 전용체육시설 8곳으로 평균 9천여명 당 1곳을 이용할 수 있다. 전국 평균 4배 이상의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반면 인천광역시의 경우 장애인구가 약 15만 명으로 대전의 2배에 달하지만 전용체육시설은 2곳으로 1/4 수준이다.
대전의 한 전용시설에서 3년째 수영 활동을 하고있는 박모(26)씨는 “타 지역에 살 때 운동을 하러 시설에 가려면 장애인콜택시를 부르고 기다리는 시간까지 왕복 2시간 이상 걸려 포기했었다”며 “여기서(대전)는 접근성이 좋아 운동을 꾸준하게 배울 수 있어서 좋다”며 장애인전용체육시설의 접근성을 강조했다.
대전광역시가 이처럼 타 지역보다 좋은 인프라를 가진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한 장애인체육회 관계자 B씨는 “지자체에서 장애인체육회를 자체 운영 하고 안 하고의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기초단체 단위의 장애인체육회는 지역 맞춤형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이게 지역 장애인 체육활동 환경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실제 대전은 5개의 기초단체 가운데 3곳이 자체적으로 장애인체육회를 운영하고 이들이 장애인전용체육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광역시 별로 살펴봤을 때, 지자체별 최대 체육회 3곳을 자체 운영 중이다. 그중 인천과 대구는 장애인체육회를 운영하고 있지 않다. 이는 지자체에서 체육시설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비율이 현저히 떨어짐을 보여준다.
일본의 경우 장애인전용체육시설의 수는 많지 않지만 지자체의 운영으로 장애인 체육 지원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
일본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2체육·스포츠 시설 현황 조사에 따르면 일본 내 133곳의 장애인전용체육시설 중 85곳을 지자체가 운영하고 있다. 또한 장애인 학교 스포츠 시설을 42곳 운영하며 세대별, 지역별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도 지난 2018년 평창 동계패럴림픽 유산사업의 일환으로 장애인 생활체육 거점인 ‘반다비 체육센터’ 건립을 기획했고 2025년까지 지자체 주도로 운영하는 반다비 체육센터를 150개소 건립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현재 건립된 곳은 지난달 18일 개관한 광주 북구 반다비 체육센터가 유일하다. 77개소 센터 건립이 확정된 상태지만 당초 계획된 150개소의 절반정도 수준이다.
이처럼 지자체가 자체 운영하는 센터의 건립이 늦어지면서 일각에서는 센터 추가 건립도 좋지만 비장애인이 이용하는 일반 체육시설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생활체육을 즐길 수 있는 여건을 갖추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다른 장애인체육회 관계자 C씨는 “장애인 전용 체육시설 추가 건립도 우리가 체육활동에 참여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며 “하지만 우리에게 더욱 필요한 것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체육시설이 지역 곳곳에 위치하는 것이다. 현재 운영하는 일반 체육시설을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게 추가 설비를 한다면 시설 추가 건립보다 작은 비용과 시간으로 장애인의 생활체육 참여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인식은 날로 높아지고 있지만 실제 대다수 장애인들은 생활체육활동 조차 참여하기 쉽지 않은 환경에 놓여있다.
지자체 차원의 센터 추가건립, 일반 체육시설에 추가 설비 등 다각도에서 방법을 모색해 장애인 생활체육을 활성화 시킬 수 있을지 우리 사회, 정부, 지자체의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