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815 (목) '두 쪽 난 광복절'… 봉합 가능성 희박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취임의 적절성 논란이 진화되지 않으면서 하루 앞으로 다가온 광복절 경축식이 반쪽으로 쪼개질 위기에 처했다. 독립운동가 후손단체 광복회는 물론 민주당 등 야권도 정부의 경축식 행사에 불참을 선언하고 김형석 관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어 당분간 '역사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은 8월 13일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이종찬 광복회장을 만나 광복회의 광복절 경축식 참석을 설득했다. 그러나 이종찬 회장은 행사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고수했다.
같은 날 광복회 서울특별시지부·경기도지부 회원 및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김형석 관장의 사퇴 및 임명 철회를 촉구했다. 광복회는 독립기념관장 선발 절차가 불공정했다며 오영섭 임원추천위원회 위원장을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앞서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종찬 회장에게 '건국절 추진 계획이 없다'라고 설명하며 광복회의 행사 참석을 설득하는 문자를 보낸 바 있다.
이종찬 회장은 자신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김형석 관장 임명을 만류하는 편지를 세 번 보냈으나 답을 듣지 못했고, '모욕감'을 받았다는 입장이다. 25개 독립운동가 선양 단체로 구성된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회(항단연)도 정부의 광복절 경축식에 참여하지 않고 따로 기념식을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조국혁신당과 진보당에 이어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도 광복절 행사에 불참하기로 했다.
광복절은 매년 국가원수가 참석해 경축사를 하고 남북한이 유일하게 같은 날로 기념하는 한국의 가장 중요한 국경일이다. 1965년 설립된 광복회가 대통령 초청 광복절 행사에 불참하기로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광복회는 2008년 건국절 논란으로 광복절 경축식 불참을 검토했다가 정부의 사과 이후 행사에 참석한 바 있다. 논란이 커지자 김형석 관장은 지난 8월 12일 서울 용산구 서울지방보훈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저는 뉴라이트가 아니고 건국절을 주장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1948년 정부 수립보다 1945년 일제로부터의 해방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형석 관장은 사퇴설을 일축한 뒤 "엉뚱한 주장으로 국론을 분열하게 하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며 광복회 등에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그러나 광복회는 "논박할 가치도 없고, 토론에 임할 필요도 느끼지 않는다"라고 받아치며 갈등이 진화되지 못했다. 김형석 관장은 "국민통합을 이루는 데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그의 바람과는 달리 야권은 독립기념관을 넘어 대정부 공세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김형석 관장 임명과 건국절 논쟁은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독립운동가 선양단체의 한 회원은 "김형석 관장의 임명 철회 외에는 광복회와 야당을 설득할 방법이 없어 보이지만 정부는 그에 대한 선을 그었기 때문에 광복절을 하루 남기고 극적 봉합은 불가능해 보인다"라며 "내년 광복 80주년을 앞두고 더욱 갈등이 커질 것 같아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건국절을 둘러싼 대립은 과거에도 있었다. 이명박 정부는 1948년을 기준으로 2008년 당시 건국 60주년 사업을 진행했고, 박근혜 정부는 국정역사교과서에 '1948년 건국절'을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다만 이들 방안은 모두 성사되지 않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2년 후 2019년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라며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일을 건국일로 못 박아는 듯한 발언을 했고, 이에 보수 진영은 반발했다. 윤석열 정부는 건국절 추진 계획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1919년과 1945년 모두 중요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 강정애 보훈부 장관은 지난달 7월 31일 보도된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건국을 몇 년에 했느냐는 논쟁 상황을 독립운동가 등 대한민국을 애쓴 지도자들이, 국민들이 원하겠느냐"라며 "모든 국민이 힘을 합쳐 현재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는 게 더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얼린 생수병 안고 자도 땀띠 범벅… 폭염에 빈곤층 ‘눈물’
서울 종로구에서 폐지를 주워 생계를 이어가는 조학영(77)씨는 에어컨 없이 올여름을 견디고 있다. 10평 남짓한 빌라에서 홀로 생활하는 조학영 씨는 8월 13일 “월 수입이 많아야 20만원이라 에어컨 구매는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학영 씨는 “올여름은 특히 더워 낮에는 동사무소 같은 곳에서 더위를 피하고, 밤에는 창문을 열어두고 잔다”며 “2~3시간마다 잠에서 깬 뒤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시는 게 더위를 식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다.
충남 공주에 사는 이모(42)씨와 아들 3명도 최근까지 얼린 생수병을 끌어안고 잠을 청했다. 낮 최고기온이 36도를 넘나드는 역대급 폭염이 계속되는데 에어컨을 들일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온몸에 땀띠가 난 막내아들은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이씨는 사회복지기관에서 일하며 매달 140만~150만원을 번다. 이 돈으로 7세, 8세, 11세 아들을 홀로 키운다. 당초 이씨는 예년처럼 선풍기 하나로 여름을 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그러나 선풍기만으로는 찜통더위를 견디기 어려웠다. 이씨의 세 아들은 속옷만 입고 있어도 계속 땀을 흘렸다.
땀띠로 힘들어하는 아들을 보며 이씨는 지난달 에어컨 구매를 위해 가전매장을 찾았다. 하지만 70만~130만원에 달하는 에어컨 가격을 보고는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최근 이씨는 에너지 빈곤 가정을 지원하는 민간단체 월드비전으로부터 70만원을 후원받아 에어컨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씨는 “아직 아이들의 땀띠는 다 낫지 않았지만, 지난주 에어컨이 설치돼 밤에도 잘 자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평소 거주지 적정 온도를 유지하기 위한 에너지 구매 비용이 총소득의 10%를 넘는 가구는 국제사회에서 ‘에너지 빈곤층’으로 불린다. 한국에서 에너지 빈곤층이 주목받은 건 2005년부터다. 당시 경기도 광주에서 전기요금을 내지 못해 촛불을 켜 놓은 채 잠을 자던 중학생이 화재로 숨지자 정부는 부랴부랴 ‘에너지 빈곤층’지원책 마련에 나섰다.
지금까지 정부의 에너지복지 사업은 전기나 난방 요금을 지원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에너지 바우처나 연탄 쿠폰 등을 지원하거나, 한국전력공사 등 에너지 공급사가 에너지 사용료를 할인해 주는 식이다. 특히 에너지 바우처는 하절기 전기 요금에서 지원액을 차감해 취약계층의 냉방비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다. 지난 5~7월 하절기 에너지 바우처 신청 건수는 5787건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51% 증가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정부가 에너지 빈곤층의 냉난방기기 현황 파악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은영 월드비전 위기아동지원팀 팀장은 “에너지 빈곤 가정 대부분은 낡은 주택에 거주하고 효율 낮은 구식 냉난방기를 쓴다”며 “정부와 민간이 함께 실태를 파악해 그들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냉난방용품을 제공하거나 기기를 교체해주는 등 구체적인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복절 연휴 일본 갑니다"… 지진·태풍에도 취소 러시 없다
일본에 대지진이 발생하고 태풍 상륙이 예고됐음에도 광복절 징검다리 연휴기간 일본 여행 수요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8월 13일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8월 8일 규슈 미야자키현 앞바다에서 규모 7.1 지진이 발생한 뒤 '난카이 해곡 지진 임시 정보(거대 지진 주의)'가 발표됐다. 임시 정보는 피난을 권고하는 경계보다는 한 단계 낮은 조치다. 난카이 해곡 대지진은 시즈오카현 앞바다에서 규슈 동부 해역까지 이어진 난카이 해곡에서 100~150년 간격으로 발생한다는 지진이다.
실제로 8월 8일 미야자키현 지진 이후 인근 해역에서 크고 작은 여진이 계속됐다. 여기에 태풍 '마리아'를 시작으로 2개의 태풍이 일본 본토를 관통할 수 있다는 기상예보도 나온 상황이다. 도호쿠 지방에는 물폭탄 수준의 강수가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여행업계 등에 따르면 다가 온 광복절 연휴에 일본 여행을 예약한 여행객 대부분이 취소없이 여행을 강행하는 분위기다.
대학생 A씨(22)는 아버지와 계획한 후쿠오카 여행을 8월 18일 예정대로 출발할 계획이다. 또 B씨(59)는 광복절 당일 소도시인 다카마쓰로 친구들과 골프여행을 떠난다. 이들은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위험해 보이지 않아 출발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8월 16일 금요일에 하루 휴가를 쓰면 광복절부터 징검다리 연휴를 즐길 수 있어 인기 여행지인 일본행 여행객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여행업계도 유의미한 취소 요청은 없다고 전했다. A여행사 관계자는 "본인이 가는 지역에 특이 사항이 있는지 묻는 고객은 있었지만 실제로 취소가 있진 않다"며 "난카이 해곡 직접 영향권에 들어가는 지역 중에 패키지 여행지와 겹치는 곳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난카이 해곡 영향권에서 그나마 최근에 국내에서 많이 가는 곳이 소도시인 마쓰야마 정도다. 그 외에는 직접적으로 영향받는 인기 여행지는 없는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홋카이도나 오사카, 후쿠오카 등은 영향권이 아니라 큰 문제가 없고 소도시도 송출 비중에서 크지 않다"며 "이번 주는 계속 상황을 주시할 예정으로 현재 후쿠오카는 일본 기상청 등에서 안내 문자가 계속 오는 상황이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출국을 앞둔 여행객들이 항공이나 숙소 등을 취소할 경우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외교부 여행경보 안내에 따라 2단계 조치(여행 자제)가 되면 여행사들은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지만 현재 일본에 대해 별다른 조치가 없기 때문이다.
여행사도 특별한 재난 상황이 아니면 무작정 취소하는 사람들의 수수료를 면제해진 않는다. B여행사는 "지난 4월 대만 화롄 지진 당시에는 현지 행사를 아예 못 하는 상황이었는데 일본은 그 정도는 아니다"며 "외교부에서 여행경보를 발령하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손실을 여행사가 다 떠안아야 해 여행이 불가능하지 않다면 수수료를 면제해주긴 어렵다" 설명했다. 일본 정부가 특별한 지진 활동이 없으면 8월 15일 오후 5시에 난카이 해곡 지진 임시 정보를 해제한다고 밝힌 만큼 업계는 상황을 지켜보겠단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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