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가 읽고 있는 이 책은 어머니께서 유물로 남겨주신 성경이다. 이 두툼한 성경을 성경주머니에 넣어 드시고 사경회로 부흥회로 다니시며 돋보기 너머로 읽으시던 그 책이다. 기쁘고 외로우실 때마다 혼자 읽으시던 그 책이다. 이 두툼한 성경을 두 손으로 모아 잡고 아들을 위하여 축복해 주시고 하나님께 간구하시던 그 책이다. 붉은 연필로 언더라인을 그으시며 80 평생을 의지해 사시던 그 책이다. 지금 내가 읽는 성구마다 어머니의 눈길이 스쳐가시고 어머니의 신앙이 증명해 주시고 어머니의 축복이 깃들어 있는 어머니의 성경. 어머니의 기도로써 내가 받은 축복. 어머니의 기도로써 내게 내리신 하나님의 은총. 지금 나도 돋보기 너머로 어머니의 성경을 읽으면서 자식들을 위하여 주님께 축복을 간구한다. 만일 내가 이 성경을 자식들을 위하여 유물로 남기면 우리 집안의 기도는 3대로 이어질 것이다. 주여! 긍휼히 여기소서. 주여! 구원하여 주옵소서. 주여! 축복하여 주옵소서. 자식에게 지식을 물려줄 것인가? 사업체를 물려줄 것인가? 집을 한 채 물려줄 것인가? 재능을 물려줄 것인가? 재산을 물려줄 것인가? 그렇게 하고 난 후 나는 훌륭한 부모 노릇을 잘했다고 어깨에 힘을 줄 것인가? 아닙니다. 요즘 농담으로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사람은 바보 중에 바보라고 한답니다. 적어도 신앙인이라면 영생을 깨우쳐주고 영생을 전수해야 되지 않을까요? 오늘의 시는 박목월의 신앙시 [어머니의 성경]입니다. 박목월이 신앙시를 쓴 것은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만 그의 생애 후반기에는 믿음의 시를 꽤 남겼습니다. 박목월은 어머니의 신앙유산을 물려받았습니다. 박목월(朴木月, 1916~1978)의 어머니 박인재 여사는 신실한 신앙인이요 여장부였습니다. 자녀들을 훌륭한 신앙인으로 키웠습니다. 장로교 장로였던 박목월은 어머니의 기도에 빚진 삶을 살았다고 고백한 적이 있습니다. 박목월의 삶을 살피면 어머니와 아내의 기도에 힘입어 성숙한 신앙인이 되었습니다. 박목월은 신앙을 회복한 후에 아내 유익순 장로와 함께 용산구 원효로에 있는 효동교회를 섬겼습니다. 박목월 시인의 따님인 박동명 권사(미국 LA 미주 평안교회 출석)에 따르면 박목월 시인은 사망하기 수년 전에 성령 충만한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박동명 권사는 ‘그 시절 아버님께서 뜨겁게 기도하며 눈물을 흘리시고, “성자의 귀한 몸 날 위하여”라는 찬양을 수십 번 반복하여 부르셨는데, 평소와 같지 않은 아버님 모습에 약간 당황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 아버님께서 큰 은혜를 받으신 것 같아요’라고 말했습니다. 박목월은 신앙시에 ‘어머니’를 주제로 많은 작품을 남겼습니다. 박목월의 일반시에는 어머니 시가 많지 않은 것을 생각한다면 그의 기독교시 대부분이 어머니의 신앙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박목월 자신의 신앙의 뿌리가 어머니의 기도와 신앙의 모범에 있음을 그의 시에서 고백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박목월은 젊은 시절에는 신앙시를 쓰지도 않았고, 자신이 신앙인임을 밝히지도 않았습니다. 초기에는 청록파 시인으로 자연을 노래하며 서정시를 주로 썼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나그네> <윤사월> <산이 날 에워싸고> 등등을 이 시절에 썼던 소위 청록파 시들입니다. 인생 중반기, 즉 동생의 죽음 이후로는 인생을 노래하며 <하관>등을 남겼습니다. 이 시기는 인생의 아픔과 허무를 주로 노래했습니다. 박목월은 인생 후반기에 아름다운 신앙 고백을 남겼습니다. 특히 <어머니>란 책(시와 에세이)에서 신앙생활의 추억과 고향 추억을 전하며 어머니에 대한 회상과 어머니를 통해 신앙을 얻은 것을 고백합니다. 또 박목월이 세상을 떠난 뒤 출판된 ≪크고 부드러운 손≫에 많은 신앙시가 담겨 있습니다. 아울러 최근(2024년 1월)에 박목월의 숨겨진 유작 300여 편의 시가 발견되었는데 그 중에 신앙시가 다수 있었습니다. 박목월의 유고 시집<크고 부드러운 손>에 수록된 <어머니성경>은 ‘어머니의 성경’을 통해 하나님의 은총이 3대로 이어질 것을 간구합니다. ‘어머니의 성경’에 집약된 ‘어머니의 신앙’은 시간을 초월해 아들의 삶에서 피어나고 있습니다. ‘어머니’라는 의미 속에서 확대했습니다. 목월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시로 심화시켰습니다. 그에게 어머니는 하나님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시인이 신앙인으로 거듭나게 된 가장 중요한 원인이 어머니에게 있었습니다. 박목월은 어머니의 신앙에 관련된 많은 시를 남겼습니다. 유품으로는 그것뿐이다/ 붉은 언더라인이 그어진/ 우리 어머니의 성경책… 이 세상에 남기신 어머니의 유품은/ 그것뿐이다/ 가죽으로 장정된/ 모서리마다 헐어버린 말씀의 책/ 어머니가 그으신 붉은 언더라인은/ 당신의 신앙을 위한 것이지만/ 오늘은 이순의 아들을 깨우치고…당신의 신앙이 지팡이가 되어/ 더듬거리며 따라 가는 길에/ 내 안에 울리는 어머니의 기도소리. (‘어머니의 언더라인’중에서) 아름다운 어머니의 신앙을 물려받은 박목월도 신앙을 전수했습니다. 박목월 가문의 믿음은 5대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와 부인 유익순 권사가 2대 신앙인으로 서울 효동교회 부부장로였으며, 3대 신앙으로 장남 박동규 서울대 명예교수 부부 역시 효동 교회 부부장로라고 합니다. 박동규 장로의 여동생 박동명 권사의 아들이 4대 신앙으로 김준철 집사 부부와 자녀들과 함께 LA에서 신앙생활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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