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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과 새벽 사이
http://cafe.daum.net/aaabbbcc1
원출처 : 네이트판
http://pann.nate.com/talk/329022170?currMenu=best&stndDt=2015114
그 아이를 처음 본 건 이집에 이사오기 전 인테리어 공사로, 그리고 복도식 아파트라 가끔씩 사람들 인기척에 짖어댈 우리 작은 강아지들 때문에 인사차 그집에 방문했었을때 입니다.
현관앞에 엄마와 함께 나와서 나를 바라보던 초등학생은 여느 집 아이들과 같아 보였습니다.
이사오고 며칠 되지않아 남편이 담배를 피우러 종종 밖을 나갈때면 계단을 향해 내려가곤 하는데 이따금씩 그아이와 마주쳤었다고 했습니다.
그때만해도 남편은 그 아이가 옆집아이라는 것을 모를때였습니다.
하루는 남편이 담배를 피우고 계단으로 올라오는데 남자아이가 계단에서 잠들어 있었다며 집을 들어오면서 이야기 하더군요. 제가 시계를 보니 11시였습니다. 시간이 너무 늦었으니 다시 나가서 아이를 데려오라고 했습니다. 아이는 남편이 무서운지 거부했고 어디에 사는지도 말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남편은 주로 저녁시간에 담배를 피운다고 계단을 이용하고, 야간주 출근할 때는 오후6시쯤에 잠이깨어 담배를 피우기 위해 또 다시 계단을 이용할때가 많습니다. 그럴때면 어김없이 그 아이와 마주치고 ,불꺼진 계단에 있는 모습을 발견할 때면 많이 놀란다고 합니다.
밑에서 부터 걸음소리를 듣고 후다닥 뛰어올라갈때도 있고, 복도를 나와 다른집앞을 배회하기도 한다고 하네요.
저는 주로 남편의 이야기만 들어 그아이가 누군지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없었는데, 하루는 저와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제가 저녁에 퇴근을 하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누군가 재빨리 비상계단쪽으로 몸을 숨기더군요. 저는 불이 켜지는 계단을 바라보고 무서운 마음에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지 말까 생각이 들었지만 우리 강아지들이 이미 제가 오는 구두발자국 소리에 막 짖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리기에 내렸습니다.
슬쩍 비상계단을 보니 모서리쪽에 누군가가 몸을 숨기는 걸 보고 재빨리 집앞에서 비밀번호키를 눌렀습니다.
솔직히 무서운 사람일수도 있겠지만 아마 그 아이가 아닐까 생각을 하던차 입니다. 그래서인지 자꾸 신경이 그리가 있어서 번호가 자꾸 틀렸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뒤를 돌아보니 어둠속에서 몸을 움직이는 게 느껴지면서 저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 아이였습니다. 저의 옆집을 향하던군요.
저는 가방을 넣어둔뒤 다시 나와 그아이와 대면했습니다. 그아이는 당황한듯 뒷걸음을 쳤습니다.
"어디에 사니?"
"여기요."
"여기 어디? 정확히 몇호?"
"***호요"
"왜 집에 안들어 가고 복도 있는거야??"
"아....조금있으면 부모님 들어오시는데 열쇠가 없어서 못들어 가고 있어요"
"그래? 근데 너희집 번호킨데??"
"아.......그냥 조금있으면 곧 오시니까 신경쓰지마세요"
"그럼 그 동안 우리집에 가있자. 이렇게 바람많이 부는데 복도에서 춥잖아."
"아.................괜찮아요...신경쓰지 마세요. 여덟시 되면 곧 부모님 오세요."
계속 거절하는 아이에게 더이상 명분이 서질 않아 이내 찜찜하게 돌아섰죠. 그러고는 귀를 곤두서고 옆집이 문이 열리는걸 기다리고 있었죠.
저와 대화나눈 뒤로 한시간이 더 흘러서 아이는 집을 들어간듯 싶었습니다. 옆집이라 현관문 닫히는 소리는 잘 들렸습니다.
저는 생각했습니다.
아이가 집을 들어가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열쇠가 없어서 부모님이 오실때까지 기다린다고 하기엔 그 아이집은 디지털 도어락이라서 비밀번호키입니다.
부모님이 계시지 않는 집이 무섭다고 하기에도 솔직히 혼자있는 계단과 복도가 더 무서워 보입니다.
부모님이 아들이 밖에서 당신을 기다린것을 알고 있다는것이 이해도 되지 않고, 먼저 집에 돌아와있는 부모나 가족 구성원중 누군가가 싫어서 계단에서 기다리는것인지....당최 이해가 되지않습니다. 제일 이해가 되지않는것은 아이의 그 태연한태도와 늦은시간까지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서 부모님을 기다리는 것입니다. 날은 점점 추워지고 아이는 작디작은 초등학생인데 걱정이 너무됩니다. 그 집에 찾아가서 아들이 학교마치고 집에들어가지 않고 부모님을 기다린다며 말을 드리고 싶지만 남의 가정사 일이니 신경쓸 필요가 없다고 하면 어쩌나....또 아이가 학원갔다온다고 하며 놀다가 시간맞추어 들어가는 것이면 어쩌나 별의 별 생각이 다 납니다.
하지만 이 일이 만약에 아동학대나 폭력이 숨겨져있다면 결코 방치하거나 간과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집을 이사오고 얼마되지 않아 에어컨을 설치한다고 분주해 하던 어떤날입니다.
아파트 청소해주시는 분 두분이서 저희집앞 계단에서 이야기 하시는것을 들었습니다.
"어떤 놈이 자꾸 계단에다 오줌을 싸는건지 어떤 강아지들이 오줌을 싸는지 미치고 팔짝하겠네"
문열려있는 저희집을 보면서 "이집에 개가 있네....근데 이집은 이제 이사온거 같은데 그러면 이집개들은 아닌데........"하시며 돌아서시던 모습.
그때는 아....취객이 집찾아 가다가 실례하셨구나 했는데....지금 생각해보니...옆집아이가 부모님 기다리며 참지못해 실수한거였다는것을....그리고 저희가 이사오기도 전부터 계속 아이는 복도생활을 해 왔었다는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지금 이글을 쓰게 된 계기는 금방 저희집다녀간 친구배웅차 나갔다가 돌아오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또 그아이가 집앞에 서 있었습니다.
눈이 마주쳤고, "뭐하니?"라고 질문하자 "이제 들어가려구요"라며 한참을 문열리기를 기다리더군요.
그래서 제가 계단쪽으로 불러내자 순순히 따라옵니다.
"도대체 왜 아직 집에 안들어 가고 있어?"
"아..........그게......이제 엄마가 도서관갔다가 이제 어..............엄마가 이제 ....갈려구요."이렇게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합니다.
"집에 지금 누가 계시니?"
"엄마가 집에 계세요. 문이제 열어준데요."
그때 띠리릭 문이 열리고 아이의 엄마와 저는 눈인사를 마치고 헤어졌습니다.
저는 집에 들어와 생각했습니다.
갑자기 열리는 그집문에 당황되어 아무런 질문도 하지 못해 아쉬워하고, 궁금해도 하고, 아리송해 하고 말았습니다.
다시 찾아가 벨을 누르고 물어볼까 백번 생각했습니다만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문을 열고 나온 어머니의 모습은 집에 쭉 계셨던 모습처럼 파자마에 긴머리는 풀어져 있었고, 집안 조명은 간접조명으로 불이 다 꺼져있는것 같아 보였습니다.
너무 평온해 보이면서도 두려운 모습에 아무말도 걸지못했습니다.
제가 너무 넘겨짚었을까요?
계속 귓가에 맴도는 그 한마디가 계속 생각납니다.
"이제 문 열어준대요."라고....
*하루종일 몇 번을 제 글을 다시금 읽어보고 또 읽어보았는지 모릅니다. 댓글 또한 하나하나 다 읽고 또 읽어보고 지금도 계속 곱씹어보고 있습니다. 마음이 이전보다 더 무거워져 있습니다.
함부러 판단하고 행동하지 않으려 계속 여러분들의 댓글을 지인의 충고처럼 새기며 보았는데, 신고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라는 의견이 대부분인거 같았습니다. 직접적인 신고가 과연 그 아이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다 줄지 몰라 아이에게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려고 했는데
작가의 거짓 소설놀음처럼 비추어질까봐 이리 추가글을 남깁니다.
남편과 상의해서 지금 경찰에 신고가 좋을지, 아니면 한 번 더 그 아이와의 접촉을 시도해야 좋을지, 경비에게라도 일러둬야할지,,,좋은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남편은 솔직한 심정으로 저희부부가 해코지나 일을 크게 해석해버려 그아이의 원망을 받게 되진 않을까 염려되어 조금 조심스럽습니다.
친정엄마가 다녀가셨습니다. 저녁먹고 9시쯤 돌아가셨습니다. 배웅해드리러 나갔지만 사실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아이가 없기를.
계단쪽에는 컴컴하고 제가 들여다 보자 센서등이 켜졌고 아무도 있지 않아 안도했습니다. 엘레베이터를 타려하자 윗층계단에 불이 켜지는걸 봤습니다. 설마했습니다.
다시돌아와 집으로 들어가는 동안에도 여전히 아이는 보이지 않았고, 제가 너무 예민해졌나 했습니다.
한 시간쯤 흘렀죠. 강아지들이 현관쪽에 인기척이 느껴졌는지 다가갔습니다. 강아지들을 안심시키고 저희집 불꺼진 작은방으로 갔습니다. 작은방 창문은 복도와 계단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그 때 띠리릭 옆집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고 계단등이 켜졌습니다. 그리고 노란불빛속의 작은 그림자는 딱 봐도 그 아이였습니다.
일기예보는 오늘따라 왜 정확하게 추웠던지 야속했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아이는 얼마동안을 기다렸는지 모르지만 계단에 있었던 것 같았고, 문이 열렸음에도 계단센서등이 바로 켜지지 않은 것으로 보아 계단에 앉아서 하염없이 현관문만 바라보고 있었던 것 같아 보였습니다.
일전에 첫인사겸 찾아뵀을 때 어머님이 생각납니다. 강아지 짖는 소리에 양해부탁하며 민망해하던 저에게 "아이구, 저는 강아지를 너무 사랑한답니다. 그리고 저는 개짖는 소리보다 더한 피아노도 치는걸요."라며 웃으시던 모습. 이런 이웃 더 없겠구나 싶었습니다.
가끔씩 건너에서 들려오던 피아노소리도 감미롭습니다.
지금도 사실 아닐거라고 믿고 부정하던 차 입니다.
왜냐하면 좀전에 누군가의 댓글에 힌트를 얻어 전에 살던 집주인들의 연락처가 있어 문자를 남겼더니 답이 왔습니다.
옆집과의 왕래가 잦은 편이 아니여서 잘은 모르나 두 부부내외는 상냥하고 착하며 가족끼리 단란하다고, 주말마다 가족끼리 여행도 자주가며, 이제껏 아이가 계단에 있었던 적은 없었다고 하더군요. 다만, 남편분께서는 무슨 일을 하시는지는 모르나 밤 늦게 식구들이 자주 나가고 들어오고를 한다고 했습니다.
언제한번은 추석이 지나고 다른 옆집가족을 만난적이 있어서 혹시 계단에서 가끔씩 열쇠가 없어서 기다리는 아이가 본인들의 자녀분이냐는 질문에 처음듣는 이야기라고 하시던 것이 생각납니다. 세대수가 이리도 많은 복도식 아파트에서 우리부부만 보고 겪는 이 내용이 귀신이 곡할 따름입니다. 주로 밤시간에 큰 소음없이 이루어지는 일이다 보니 다들 알지 못하고 있는것 같아 가슴이 또 한번 무겁습니다.
조만간 아이와 한번 더 이야기를 나누어 보겠습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꼭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첫댓글 할 대박...진짜 읽는내내 심각해져서 날씨도 추운데ㅠㅠ잘해결되었으면
근데 문열어주는건 어떻게 알고 이제 문열어준데요라고 한거지?
헐 뭐지..
뭐지
헐
뭐야....알고싶다 왜그런건지
근데 문열어준대요라고하는게 좀 이상함 자기집 비밀번호도 모를까?약간 엄마가 못들어오게 하는 그런게 있는거아님? 아니면 어머니께 죄송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