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두렁 / 박남희
한 여름 논두렁이 울고 있다
누가 죽었나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 살아있다
울음은 살아있다는 증거
그런데 여기저기 울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무언가 눈에 보이지 않았거나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거나
어쩌다 숨을 쉬지 못했음이 분명하다
흔들어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 것
무엇에 취한 것일까
감각을 잃어버린 것일까
그런 것들에게 논두렁이 필요하다
논두렁은 울 줄 안다
살아있으므로
죽어있는 것들을 향해 곡을 할 줄 안다
그런데 논두렁이 왜 우는지도 모르고
자신이 유령이 되어가는 줄도 모르고
오래 전부터
논두렁 위를 걸어가는 발들이 있다
그들은 논두렁 위를 걷다가
물속으로 첨벙 뛰어드는 울음을 보며
한순간 화들짝 놀란다
비로소 논두렁이 울음으로 만들어졌다는 걸 깨닫는다
자신이 지금껏 울음의 풀섶을 걸어왔다는 것도
- 2024년 고양문인협회 시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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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남희 시인(문학평론가)
1956년 경기 고양 출생. 숭실대 국문과 및 고려대 대학원 국문과 석/박사과정 졸업
1996년 〈경인일보〉, 199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폐차장 근처』 『이불 속의 쥐』 『고장난 아침』 『아득한 사랑의 거리였을까』 『어쩌다 시간여행』
평론집 『존재와 거울의 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