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멋이 어울린 동래시장

[심메마니]

맛과 멋이 어울린 동래시장  

피곤하고 지친 이들이여, 시장에 가보라. 거기서 삶의 활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시장은 우리 삶의 기가 막힌 활력소다. 각종 음식은 '착한 가격'으로 웃음 짓고 서민들의 갖가지 애환은 한잔 술에 헐거워진다. 동래시장 1층 식당부의 모습.

동래시장 일대는 예전 부산의 중심이었다. 시간과 역사가 고여 있는 구도심이라는 말이다. 구도심의 상징적 건물이 동래시장 인근에 있는 동래부 동헌과 송공단, 장관청이다. 시장에 사람이 모이지만 동래시장에는 역사와 역사적 건물도 있는 것이다. 며칠간 부산의 동래시장을 취재차 다니면서 마음이 포근했다. 이곳에 역사가 있는 데다가 먹을 것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먹을거리의 천국이다. 먹을 것도 제각각의 골목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 먹을거리 골목에 나름의 이름을 붙여본다. 이곳을 세부적으로 들여다 보면 구분이 필요하다. 동래시장은 부산 동래구 복천동에 있는 리모델링된 시장 건물이다. 그외는 '동래수안인정시장' 혹은 '수안골목시장' 등으로 불린다.

# 동래시장

동래시장은 건물 시장이다. 뒤편에 임진왜란 당시 순절한 송상현 동래부사를 기리는 송공단이 있다. 낮 시간, 이곳을 오랜만에 찾은 듯한 어떤 아주머니가 말한다. "아이고, 동래시장에 에어콘도 설치돼 있네." 그렇다. 리모델링된 동래시장에는 에어콘이 '빵빵하게' 나오고 있었다. 시장 건물 안이 시원했다. 이곳의 1, 2층에 480여 점포가 들어 있다. 먹을거리와 관련해서는 1층에 식당이 60여개 점포를 헤아리고, 생선부에 60여개의 점포가 있다. 2층에도 10여개의 식당이 있다.

이곳의 식당가는 낮에는 칼국수로 사람들이 붐비고 저녁에는 회와 술 한잔으로 주객들이 떠들썩하다. 동래시장의 칼국수와 국수는 맛과 착한 가격으로 이름이 나 있다. 칼국수 한 그릇에 2천500원이고, 비빔칼국수는 3천원이다. 끼니를 2천500원에 때울 수 있는 곳이 동래시장이다.

1층의 '25년 전통칼국수' 집과 2층의 '할매국수' 집이 유명하다. 낮 12시께 2층 '할매국수' 집에 사람들이 띄엄띄엄 앉아 국수를 먹고 있었다. "'할매국수' 집에 할머니가 왜 보이지 않느냐"니까 이 집 아주머니는 "잠시 자리를 비웠다"고 했다. 30여 년 국수 장사만을 해왔으며 국수 맛의 비결은 양념장에 있다고 했다. 잘게 썰어놓은 고추를 구미에 따라 넣어 먹을 수 있도록 해놓았다. 2층의 정희네식당에도 사람들이 몇 앉아 있었는데 된장찌게가 3천500원이고, 청국장이 4천원이다. 가격에서 후한 시장 인심이 대번에 느껴진다.

1층의 '25년 전통칼국수'(051-553-3509)는 칼국수 전문집으로 선불을 받는데도 사람들이 많다. "맛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라고들 하는데 주인 아주머니는 "일하는 두 사람이 눈코 뜰 사이 없이 너무 바빠 돈을 미리 받는다"고 했다. 낮시간에 '자매분식'과 '미라분식' 등의 가게에 벌써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한 그릇씩을 들고 앉아 있었다. 옹기종기 앉은 사람들과 식당 아주머니들의 분주한 손길에서 시장의 활기가 느껴진다.

생선부는 동래시장 1층 가운데 자리에 일목요연하게 자리잡고 있다. 형제횟집 순자횟집 남해횟집 등에서 횟감을 사서 바로 옆의 초장집에서 가서 술 한잔을 할 수 있게 돼 있다. 동래시장 번영회 김진성(동래구 의원) 회장은 "횟감 2만원어치 정도이면 서너 사람이 술 한 잔 할 수 있을 정도로 푸짐하다"고 했다. 생선들이 매일 들어와 무엇보다 싱싱함을 자랑한다.

# 통닭골목

통닭골목은 '동래수안인정시장'의 끄트머리쯤에 있다. 동래구 낙민동. 이곳의 길 양쪽에 통닭집 네댓 곳이 있다. 그 중 '희망통닭'(051-555-0073)이 가장 유명하다. 이 집의 특징은 메뉴판이 없다는 것이다. 다들 알고 오는 이들로, 주된 고객은 20대들이다. 류근태(동래수안인정시장 상인회 회장) 사장은 "우리 집 통닭은 신세대들이 먹으러 오지만 통닭을 굽는 방식은 옛날식"이라고 했다.

입구에서 통닭을 요리하고 안쪽으로 들어가면 웬만한 식당 이상의 넓은 홀이 있다. 오후 6시 이후 붐빈다. 이 집 통닭의 맛은 국내산의 신선한 재료에서 나온다. 즉석에서 굽는 이 집 통닭을 먹어 본 이들은 "튀김이 바싹바싹하며 기름기가 적은 것이 무엇보다 좋다"고 입을 모은다. 프라이드, 양념 등 한 마리 1만2천원으로 가격이 싼 편이다. '통째로' 굽는 통닭도 있는데 담백하며 가격은 한 마리 1만2천원으로 동일하다. 이 집 통닭은 보통 900g짜리보다 더 나가는 1천200~1천300g으로 양에서 다르다. 주인 아저씨가 전남 곡성 출신으로 인심이 후하다. 만 25년 이곳에서 장사를 했다. '희망통닭'을 중심으로 통닭골목이 형성되었다.

# 돼지국밥골목

통닭골목 바로 옆이 돼지국밥골목이다. 이곳에 역시 네댓 곳의 돼지국밥집이 있다.

그중 '재민국밥'(051-553-0034)이 이름이 나 있다. 돼지국밥 내장국밥 각 5천원, 따로국밥 5천500원, 수육백반 8천원, 돼지수육 2만~2만5천원. 이 집은 수육을 먹는 방식이 특이하다. 고추냉이 간장 소스와 함께 나오는 유자청 소스에 수육을 찍어먹는 맛이 이색적이고 각별하다. 수육의 고기는 돼지 볼살이라는 항정살로 맛이 색다르며 좋다. 수육백반을 시켜 수육을 유지청 소스에 찍어 먹는 게 이 집의 별미다(밥값이 8천원이라서 그렇다).

반찬은 새우젓 마늘 양파 고추가 기본이고, 정구지 무침, 깍두기김치와 배추김치, 고추 초절임에 오이피클까지 나와 일반적인 국밥집보다 많은 편이다. 돼지국밥의 맛이 시원하다. 나오면서 보니까 '뚝배기'를 기름기를 빼기 위해 솥에 넣어 삶고 있다. 이 집 아들이 꼬마일 때 그 이름을 따서 식당 이름을 지었는데 지금 그 아들은 30대란다.

재민국밥 주변에는 한 네티즌이 "맛있었다"며 블로그에 올려놓은 '전통식당' 등의 돼지국밥집이 있다. 이 국밥골목에는 추어탕집이 몇 군데 있기도 하다. 실상 이 일대는 먹을거리 집으로 꽉 차 있다.

# 파전낙지골목

동래구청에서 동래교차로 쪽으로 내려오는 길의 초입이 파전낙지골목이다. 이곳에는 두 곳의 파전 집과 세 곳의 낙지집이 있다. 동래할매파전(051-552-0792)의 역사는 80년을 헤아린다. 4대를 이어왔다는 파전이다. 부산시지정 향토음식점 1호점. 동래에서 그 향이 아주 좋았다는 파, 바다를 낀 부산의 해산물이 어우러진 것이 파전이다. 재료들이 참 많이 들어간다. 찹쌀과 맵쌀을 적정 비율로 섞은 쌀가루에다가 쇠고기 조갯살 굴 홍합과 파로써 파전을 부친다. 쌀가루는 다시마 무 대파 양파 등과 '디포리'를 우려낸 맛국물로 반죽을 한다. 이 맛국물이 파전의 맛을 또한 좌우한단다. 동래파전 2만원짜리는 1~2인분이고 3만원짜리는 2~3인분이다. 버섯파전 동래고동찜 누릉지탕수 가오리무침 등의 갖가지 요리도 있고, 돌솥비빔밥(7천원) 묵채밥(6천원) 추어탕(7천원) 약선보리밥(7천원) 등의 식사류도 있다. 인근에 파전 집이 하나 더 있다.

일요일 저녁 무렵에 가보니 낙지집 세 곳 중에서 두 곳이 문을 열어놓았고, 그 중 '소문난 원조 조방낙지'(051-555-7763) 집에 손님이 가장 많다. 길 건너편에 주차장도 있다. 공기밥을 포함해 낙지볶음이 5천원이고 새우볶음 곱창전골 수중전골이 각 6천원이다. 인근에 '원조할매낙지', '30년 전통 원조할매 구 조방낙지' 집이 있다.

파전낙지골목에 유명한 집이 '일성식당'(051-553-4546)이다. 대구뽈찜을 전문적으로 하는 집이다. 뽈때기찜(1만1천, 1만5천, 2만원) 뽈때기백반(5천원) 대구탕백반(4천원) 등이 있다. 김원일 소설가와 이 집에 간 적이 있는데 어릴 적에 대구에서 고생을 했다는 소설가는 "값싼 시장 음식을 좋아한다. 이 집, 뽈때기찜을 제대로 한다"며 무척 좋아했다.

# 곰장어골목

돼지국밥골목에서 동래교차로 방향으로 50~60m 직진을 하면 곰장어골목이 나온다. 이 곳에 10군데의 곰장어 집이 밀집해 있다. 그 중의 한 집에 들어가보니 곰장어 양념구이의 중간 크기가 2만원이다. 각종 야채와 고추장과 함께 버무려 불판 위에 구워 먹는데 소주 한 잔이 없을 수 없다. 이 집은 곰장어 소금구이는 이 집에서는 5천원이 더 비싸다. 그러나 옆집에서는 소금구이와 양념구이의 가격이 똑 같다. 아마도 양이 집마다 다른 모양이다.

곰장어 구이는 이 주변에 작업실이 있는 김원백 서양화가가 좋아하는 메뉴다. 안주를 많이 먹는 편이 아닌 그는 "곰장어는 육고기와 달리 지방질이 없는 웰빙 음식"이라고 곰장어 예찬론을 폈다. '동래집 곰장어' '할매숯불곰장어' 집 등이 있다. 이 골목에는 횟집들도 다수 있다.

# 먹을거리 시장골목

동래시장 버스정류장에서 내리면 시장으로 들어가는 골목이 있다. 이 직선의 골목은 그야말로 먹을거리 골목이다. 없는 게 없다. 리어카에 전을 굽는 행상도 있고, 떡을 파는 곳도 몇 군데 있으며, 떡볶이 김밥 등 온갖 다종다양한 먹을거리가 곳곳에 넘쳐난다. 이 골목의 중간쯤에 '자매분식'이 있다. 바지락손칼국수 손수제비가 각 2천원, 즉석잔치국수 1천500원, 특미비빔밥 쌀떡국이 각 2천500원이며, 가장 비싼 콩칼국수가 3천원이다. 서민적인 가격 때문인지, 맛 때문인지, 점심 시간 이 집에는 손님들로 붐비고 있었다. '소문난 칼국수' 집도 있는데 칼국수 국수로 이뤄진 이 집 메뉴는 1천500~2천500원이다. '맛'은 재료와 양념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값으로 완성된다고 말할 수 있다면 이 곳 착한 가격의 국수들은 부담없이 맛 있을 것 같다.

[수수꽃다리]

아고~~~~~동래시장에 이렇게 먹거리가 많은 줄 몰랐네요..조금만 가까우면 어스름한 저녁에 가면 좋을것같습니다..한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