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관이라고 하면 세계의 바깥쪽에서 세계를 대상적으로 바라보면서 이해하는 것처럼 생각될지도 모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아무리 초월적인 관점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 자신이 세계를 구성하는 한 부분임을 부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세계관을 형성하는 인간도 또한 현실세계의 움직임 속에 존재하는 것이며 그는 창조함으로써 세계를 보고 반대로 세계를 봄으로써 창조해나간다. 세계관은 역사적 현실 속에서 이루어지나 또한 끊임없이 역사를 바꾸어나간다. 이런 의미에서 세계관에서의 주체적 ·실천적 요소가 자주 강조되기도 한다.
과학과 세계관의 대립이라는 것도 이러한 관점에서 문제삼을 수 있다. 과학은 사물의 상호관계를 관찰하고 법칙적으로 기술할 뿐, 그런 방법으로 세계를 보는 인간의 주체적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다. 과학은 관측이 가능한 현상의 객관적 기술에만 시종하기 때문에, 세계를 통일적으로 파악하고 해석할 수 없다. 그래서 과학은 우리에게 ‘세계상’을 줄 수는 있지만 ‘세계관’을 줄 수는 없는 것이다.
이에 반해서 세계관은 객관적으로 대상을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보는 주체의 실천적 파악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세계관은 세계에서의 인간의 위치를 분별할 뿐만 아니라,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반성하는 경지에까지 이르지 않으면 안 된다. 다시 말해서 세계관은 근본적으로 인생관과 관련되었다고 할 수 있다.
세계관은 흔히 시대에 따라, 또는 국민에 따라, 종족에 따라, 계급에 따라 다르다고 말한다. 또 철학자의 머릿수만큼 서로 다른 세계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와 같이 다양한 세계관을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가, 생(生)의 철학자 W.딜타이는 세계관이 형성되는 근원에는 각각 다른 생의 체험이 있다고 생각하여 세계관의 유형을 종교 ·시 ·형이상학으로 대별하고 형이상학적 세계관을 ① 자연주의 ② 자유의 관념론 ③ 객관적 관념론 으로 분류하였다. K.야스퍼드도 스스로 세계관을 정립하려고 하는 ‘예언적 철학’과 세계관의 여러 유형을 비교 고찰하는 ‘세계관의 심리학’을 구별하여 요해심리학 또는 정신병리학적 관점에서 근대적 세계관의 분류를 시도하였다. 또한 J.C.F.실러가 ① 유대적 ·기독교적, ② 그리스적, ③ 자연과학적이라는 세 가지 유형을 구별하고, F.W.니체가 아폴론적과 디오니소스적이라는 두 가지 유형을 생각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유물론자는 계급적 견지에서는 부르주아적과 프롤레타리아적, 철학적 견지에서는 관념론과 유물론이라는 대립을 설정하려고 한다.
아무튼 사람이 어떤 세계관을 택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단순한 이론적 태도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며, 그 사람이 어떤 역사적 상황 속에서, 그리고 어떤 실천적 방향을 지향하면서 사색하고 결단하고 행동하는가의 문제와 깊은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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