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혁명의 거센 물결은 수많은 '스타'를 탄생시켰다. 이들은 새로운 비전과 아이디어로 우리 사회를 주도하며 새로운 질서를 창조해 나가고 있다. 기존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면서 끝간 데 모를 성장가도를 질주하는 인터넷 기업을 이끌며 '디지털 코리아’의 인터넷 신화를 주도하고 있는 스타들은 과연 누구일까.
인터넷 혁명은 산업사회의 금과옥조로 여겨졌던 경제성이나 투입과 산출의 공식은 물론 이에 근거한 기업가치의 절대적 잣대였던 주식 가격의 척도마저 파괴해 나가고 있다. 그 때문에 산업사회의 지도자급 인사들은 인터넷으로 야기되는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혼돈의 늪에 빠져 점차 지도력을 잃어가고 있다. 반면 변화에 민감하고 변혁을 주도하는 젊은 세대들은 재빨리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고 새로운 질서를 창조해 나가면서 경제계의 주도층으로 부상하고 있다.
혁명기의 대중은 소위 '스타'를 원하며, 이들이 사회를 주도해 나간다. 인터넷 시대의 스타라면 단연 인터넷 분야에서 성공 신화를 이룩한 이들이다. 지난 1999년 한해 동안에만도 인터넷 업계에서는 수많은 인터넷 스타들이 탄생했다.
인터넷 스타 탄생은 이미 지난 1997년부터 예고됐다. 서서히 무르익기 시작한 인터넷 혁명은 지난해 5인 미만의 '영세’사업장을 시장가치 1조원의 초대형 기업으로 탈바꿈시키기도 했다. 또 수많은 산업사회의 스타를 발굴해 내기도 했다. 빌 게이츠나 존 챔버스·칼리 피오리나와 같은 세계적인 스타들을 먼 나라 얘기처럼 듣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국내에도 규모는 적지만 MS나 시스코시스템즈·HP 못지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인터넷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인터넷 스타에게 세인들이 관심을 쏟는 이유는 물론 순식간에 벌어들인 '돈' 때문이다. 인터넷이 기존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면서 이른바 '성장산업 제1호'로 꼽히고, 여기에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인터넷 사업가는 그야말로 돈방석에 앉게 됐다.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을 순식간에 벌어들였다는 기사가 언론지상에 심심찮게 게재되면서 인터넷 벤처사업가는 일약 동경의 대상이 됐다.
인터넷 스타의 화려한 등장
물론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블랙 엔젤의 무분별한 투자가 난무하고 인터넷 사업의 2차 모델이 확실치 않다는 불안감이 거론되면서 인터넷 사업 자체에 '거품론’이 대두됐다. 인터넷을 단지 돈으로만 이해하려는 사람들로 시장이 혼탁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세는 인터넷이다. 인터넷이 '사람’으로 규정되면서 성공 가능성을 지닌 인물들에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졌다. 아이디어와 펀딩으로 인식되던 인터넷이 사람과 속도경쟁으로 전이되면서 인터넷 산업에서 사람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이른바 'CEO 브랜드’라는 단어가 생겨나고, CEO의 인성까지 상품화되기에 이르렀다. 사업의 성공이라는 객관적 사실보다 인터넷 붐을 이끌어낸 인물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더 주가를 올리고 있다.
그렇다면 새 천년이 시작되는 21세기에 국내 산업계를 이끌어갈 재목으로 꼽히는 '리더들’는 과연 누구일까. 리더는 대중을 이끌어갈 수 있는 신망과 카리스마도 있어야 하고 새 시대에 걸맞은 비전도 지녀야 한다.
이같은 지도자의 자질을 두루 갖춘 인물로는 이용태 삼보컴퓨터 명예회장, 정문술 미래산업 사장, 이민화 메디슨 사장, 안철수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장, 안영경 핸디소프트 사장, 송관호 한국인터넷정보센터 사무총장, 조현정 비트컴퓨터 사장, 허진호 전 아이네트 사장 등이 꼽힌다.
또 신세대 기수론을 외치며 인터넷 산업에 불을 지핀 주역으로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사장을 필두로 이해진 네이버 사장, 박용규 마르시스 사장 등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삼성물산 인터넷사업부 이사에서 벤처 전문경영인으로 모습을 바꾼 이금룡 옥션 사장을 비롯, 박규헌 이네트정보통신 사장, 장영승 나눔기술 사장, 염진섭 야후코리아 사장, 변대규 휴맥스 사장, 오익균 인터빌리지 사장, 박흥호 나모인터랙티브 사장 등이 인터넷 중진으로 활약하고 있다.
한국 IT산업의 신화 이용태 삼보 명예회장
인터넷 이전에 한국 정보기술(IT)산업의 단군 역할을 한 사람을 꼽자면 누구나 서슴없이 이용태(67) 삼보컴퓨터 명예회장을 꼽는다. 부언할 필요조차 없는 한국 IT산업의 선구자다. 그러나 그가 IT산업의 선구자로서만 신화로 불리는 것은 아니다.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산업계의 흐름을 읽는 감각이나 발빠른 대응, 순발력에는 모두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삼보컴퓨터가 경영상의 위기를 맞았을 때 미국시장에 진출해 대박을 터뜨린 인터넷 PC 'e-머신즈’나 두루넷을 나스닥에 상장시킨 것 또한 시대 흐름을 읽고 움직일 줄 아는 사업가적 감각으로 평가받고 있다. '젊음’만이 통한다고 생각하는 인터넷 시장에 뛰어들어 항상 한발 앞선 사업전략을 내놓고 있다. 그것이 '노익장’에 앞서 그를 '선구자’로 부르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문술(62) 미래산업 사장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국내 벤처 성공신화는 정문술 사장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의 비중과 영향력은 지대하다. 그는 미래산업을 국내 최고의 벤처기업으로 만들었을 뿐 아니라 벤처기업을 어떻게 경영해야 하는지 보여준 인물이다. 또한 벤처기업의 성공이 곧 사원들의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생생한 전례를 남김으로써 수많은 젊은이들이 벤처사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자양분을 제공했다.
정문술 사장은 특히 미래산업의 성공에만 머무르지 않고 육순이 넘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 못지않은 열정으로 인터넷 포털서비스업체인 라이코스코리아를 설립, 벤처기업가는 끊임없이 새로운 성공을 향해 도전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주인공이다. 그의 이같은 도전정신이 많은 사람들이 60대의 기성세대에서는 유일하게 그를 차세대 젊은 리더로 꼽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민화(47) 메디슨 회장은 벤처업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전기 및 전자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1985년 정부 과제로 개발한 초음파 영상진단기를 상품화하기 위해 동료 연구원과 함께 자본금 5,000만원으로 메디슨을 설립, 세계적인 업체로 키워낸 입지전적 인물이다. 1995년 12월에는 벤처기업협회를 설립, 초대회장을 맡았으며 98년에는 국내 최초로 인터넷 전용 펀드 무한기술투자를 설립, 인터넷 패밀리 구축에 나서고 있다. 그는 인지도와 인기도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으며 영향력이 가장 큰 인물로 지목돼 차세대 리더의 선두그룹에 서 있다.
업체 사장은 아니지만 인터넷 업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송관호(47) 한국인터넷정보센터(KRNIC) 사무총장. 한국전산원 표준본부장을 거쳐 현재 한국인터넷정보센터를 책임지고 있다. 인터넷 1세대답게 국내 도메인 등록을 전담하는 기관을 운영한다. 국내 IT 석학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다는 한국전산원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그는 최근 차세대 인터넷을 집중 연구하고 있다.
40대 초반이나 30대 후반의 인터넷 업계 사장들을 인터넷 1세대라고 한다면 그는 인터넷 선조에 해당한다. 직접 사업체를 운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의 정책이나 신기술 등 중요한 이정표를 제시하는 인물로 정평나 있다. 정계·학계·업계 인사들을 두루 섭렵해 마당발로도 통한다.
非IT 출신의 스타 안철수 소장
비(非)IT 전공자로 컴퓨터 업계에 뛰어들어 성공한 대표적 인물은 안철수바이러스연구소의 안철수(38) 소장이다. 그의 전직은 치과의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종류의 설문조사나 평가에서도 단연 두각을 나타내며 IT업계 젊은 리더의 선두주자로 꼽히고 있다.
안철수 소장은 컴퓨터바이러스용 백신소프트웨어(앤티바이러스) 분야에서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주력 소프트웨어인 ‘V3’는 이미 컴퓨터바이러스 퇴치용 백신의 대명사이자 국산 소프트웨어의 대명사로 통하고 있다. 특히 그는 바이러스 백신 개발을 통해 국가 산업발전에 크게 공헌함으로써 지도자로서의 덕목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동시에 친화력과 비전 등 모든 항목을 골고루 겸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안철수 소장은 기존 질서가 급격히 파괴되는 인터넷 혁명기에 새로운 도덕과 질서를 창조해 나갈 인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