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와 바람이 빚은 바닷가 바위 숲, 동해 추암해변 능파대 추암출렁다리에서 본 능파대와 추암해변 지질은 ‘지각을 이루는 물질’이다. 단어 뜻이 여행과 무관해 보이는데, 지질 현상을 마주하면 생각이 달라진다. 자연이 수만, 수억 년에 걸쳐 남긴 흔적은 경이 그 자체다. 사람 손길이 닿은 예술과 전혀 다른 감동이다. 그래서 지질 트레일은 지질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여행이자, 자연이 빚은 ‘길 위의 미술관’을 걷는 여정이다. 동해시는 지질 여행의 보물 창고다. 익숙한 여행지가 지질을 기반으로 한다. 선비들이 풍류를 즐기던 무릉계곡, ‘한국의 장자제(张家界)’라 불리는 베틀바위, 도심에 있는 천곡황금박쥐동굴, 애국가 배경 화면으로 기억되는 추암해변 촛대바위가 동해시에 있다. 갈매기의 쉼터가 되는 촛대바위 추암해변 촛대바위는 동해시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여행지다. 최근 몇 년 사이 여행의 편의나 볼거리, 즐길 거리가 부쩍 늘어 몰라보게 달라졌다. 애국가 첫 소절이 나올 때 등장하는 일출 명소 이미지는 여전히 강렬하다. 유튜브가 TV를 대신하는 시대에도 변함없다. 그 못지않게 지질 트레일 역시 ‘국가 대표’급이다. 애국가 배경 화면 이미지를 지우고 들여다보면 능파대의 진가가 드러난다. 추암해변의 랜드마크, 촛대바위 능파대(凌波臺)는 추암해변 촛대바위 일대를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이다. 조선 시대 도체찰사로 있던 한명회가 이곳을 방문한 뒤 붙인 이름이다. ‘미인의 아름다운 걸음걸이’에 비유한다. 그가 촛대바위만 보진 않았을 것이다. 촛대바위 주변에서 추암출렁다리가 있는 곳까지 바위 하나하나가 대자연이 디딘 아름다운 걸음걸이다. 그럼에도 촛대바위가 도드라지는 건 어쩔 수 없다. 파도가 깎고 다듬은 능파대 석회암 추암(錐岩)은 송곳바위라는 뜻이다. 촛대바위의 다른 비유다. 그러니 추암의 랜드마크는 촛대바위다. 해안의 바위 사이에서 뾰족하게 솟은 촛대바위는 송곳이나 촛대라는 비유가 꼭 들어맞는다. 지질학에서 시 스택(sea stack)이라 일컫는 지형이다. 파도의 침식이 만든 예술품인 셈이다. 하지만 누구에게는 바위가 하늘을 찌를 듯 날카롭게 보이고, 누구에게는 간절한 바람으로 보일 만큼 그 기묘한 형상이 번번이 사람의 마음을 간섭한다. 단원 김홍도의 《금강사군첩》에 담긴 ‘능파대’와 실제 풍경을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조선을 대표하는 화가 단원 김홍도의 《금강사군첩》에 담긴 ‘능파대’를 빌려 감상해도 좋다. 《금강사군첩》은 단원이 1788년 정조의 어명으로 관동팔경과 금강산 등을 그린 화첩이다. 촛대바위전망대에 ‘능파대’ 모사가 있어 풍경과 비교하기 적당하다. 절리까지 그린 사실적인 묘사에 놀라고, 200년이 훌쩍 넘은 그림 속 능파대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아 한 번 더 놀란다. 2016년까지 철책 너머에 있던 능파대 촛대바위전망대에서 촛대바위를 보고 해암정 쪽으로 걸음을 옮기자. 계단 아래로 내려가면 능파대에 어울리는 기암괴석 무리가 보인다. 파도와 바람이 석회암을 깎아 생긴 지형으로, 라피에(lapies) 혹은 카렌(karren)이라 불린다. 물론 그보다 ‘한국의 스린(石林)’이란 표현이 실감 난다. 스린은 중국 쿤밍(昆明)에 있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다. 능파대는 규모가 작지만, 과거 바다였던 스린과 달리 지금 바다와 접한다. 해안과 어우러진 석회암 무리가 촛대바위 못지않은 절경이다. 4년 전만 해도 철책이 있어 출입이 불가한 지역이었음을 떠올리면 감흥이 더하다. 심동로가 귀향해서 지은 해암정 기암괴석 무리의 내륙 쪽에 북평 해암정(강원유형문화재 63호)이 있다. 고려 시대에 집현전 제학을 지낸 심동로가 1361년(공민왕 10) 관직에서 물러나 세운 정자다. 동로(東老)는 ‘노인이 동쪽으로 돌아가다’라는 뜻으로, 공민왕이 그와 이별하기 아쉬워서 내린 이름이다. 바다를 벗 삼고 후학을 양성하며 세월을 보낸 옛 학자의 기품이 서렸다. 바다 위에 놓은 추암출렁다리 해암정을 지나 촛대바위 반대편 언덕으로 오르자 추암출렁다리가 나온다. 2019년 6월, 바다 위에 놓은 길이 72m 다리다. 추암출렁다리는 바다 위를 건너는 아찔함보다 그곳에서 보는 풍경이 일품이다. 조금 전에 본 능파대와 추암해변이 한눈에 들어오고, 그 너머 이사부사자공원까지 품어 동해와 삼척의 경계를 실감한다. 추암조각공원에 있는 정대현 작가의 ‘The Sailer’ 추암출렁다리를 건너면 추암조각공원까지 산책로가 이어진다. 대부분 출렁다리에서 돌아서기 때문에 공원은 한적하다. 소나무 산책로를 지나자 최옥영 작가의 ‘희망’, 정대현 작가의 ‘The Sailer’, 하영생 작가의 ‘풍요로운 탄생’ 등 조각품 약 30점이 나온다. 생각보다 넓고 편안한 공원이다. 추암 여행의 마무리는 추암해변이 어떨까. 형제바위의 다정한 풍경을 바라보며 한 해를 갈무리해봄 직하다. 베틀바위전망대에서 본 베틀바위 동해무릉건강숲은 무릉계곡 초입에 위치한다. 친환경 힐링 숙박동과 테마 체험 시설(찜질방), 건강자연식당을 갖춘 웰니스 관광지다. 체류형 힐링 프로그램에 참여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챙길 수 있다. 무릉계곡 일대를 여행하기에도 알맞다. 특히 지난 8월에 부분 개방한 ‘베틀바위 산성길’을 욕심낼 만하다. 무릉계곡관리사무소에서 베틀바위전망대까지 왕복 2시간쯤 걸린다. 길이 제법 가파르고 험하지만, 전망대에서 베틀바위를 보면 수고가 아깝지 않다. 4억~5억 년 신비를 간직한 천곡황금박쥐동굴 천곡황금박쥐동굴은 4억~5억 년 된 수평 석회동굴이다. 베틀바위 산성길이 성인용 지질 트레일이라면, 천곡황금박쥐동굴은 가족 단위 지질 트레일이다. 우선 다른 지역의 동굴과 달리 시내 중심에 있어 접근성이 좋다. 총 길이 1510m 가운데 탐방로는 돌리네(석회암 지대가 물에 용해돼 깔때기 모양으로 파인 웅덩이) 지역 810m다. 종유석, 석순, 석주 등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2019년 6월 새롭게 단장해 재개장했다. 동굴 VR 체험이 가능한 ‘GG Park’는 현재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확산 방지를 위해 휴장한다. 논골담길 바람의언덕에서 본 묵호항 논골담길은 최근 동해시의 떠오르는 감성 여행지다. 한때 어업으로 번성한 마을이 벽화마을로 부활해 여행자를 부른다. 마을 이야기를 벽화와 조각 작품에 담아 골목을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논골담길 바람의언덕은 묵호등대와 더불어 마을 전망 명소다. 마을에서 운영하는 카페 앞 계단식 테라스에 앉으면 묵호항과 바다 풍경이 눈에 가득 찬다. 건너편 먹태 덕장은 이맘때가 제철이다. 찬 바람에 말려 ‘바람태’라 불리는 묵호 먹태 맛이 그만이다. 논골담길은 주민들이 생활하는 마을로, 예의를 지키며 돌아봐야 한다. 〈당일 여행 코스〉 지질 여행 / 능파대→천곡황금박쥐동굴→베틀바위 산성길 웰니스 여행 / 능파대→동해무릉건강숲→논골담길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능파대→천곡황금박쥐동굴→동해무릉건강숲 둘째 날 / 베틀바위 산성길→논골담길→동쪽바다중앙시장 [출처] 지질트레일 - 파도와 바람이 빚은 바닷가 바위 숲, 동해 추암해변 능파대|작성자 슬기로운 주부생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