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 앞둔 슈퍼 스포츠카
아우디 R8 V10 퍼포먼스
R8 V10 퍼포먼스는 4개의 링이 부착된 마지막 내연기관 미드십 슈퍼 스포츠카다.
R8 V10 퍼포먼스는 인상적인 디자인과 성능을 지닌 미드십 슈퍼 스포츠카다. 전기차 제조사로의 전환을 앞둔 아우디의 마지막 내연기관 슈퍼 스포츠카이기도 하다. 네카쥴름 공장 R8 생산 라인도 곧 전기 스포츠카 RS e-트론 GT용 라인으로 대체될 예정이다.
아우디 전매특허인 칼날처럼 날렵한 눈매
큼직한 휠과 두툼한 캘리퍼의 완벽한 조화
디자인은 미래지향적이다. 낮고 넓은 허니콤 라디에이터 그릴, 유리 너머 보이는 V10 엔진, 날카롭게 재단된 카본 리어 스포일러, 좌우로 널찍한 리어 디퓨저와 그 양 끝에 자리한 큼직한 블랙 트윈 파이프 등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아우디 디자인의 모든 역량이 녹아든, 차별화된 모습이다. 아우디 익스클루시브 카본 익스테리어 패키지, 카본 사이드 미러 커버, 카본 엔진 컴포넌트 커버 등 ‘고성능’ 이미지를 배가하는 파츠도 많이 쓰였다. 리프트업 시스템은 지원하지 않는다. 지상고가 생각보다 높아 문제될 건 없다. 진입각이 깊은 지하 주차장도 무리 없이 나아갈 수 있을 정도다.
기대 이상으로 안락한 슈퍼 스포츠카의 실내
남자의 보석, 카본으로 치장된 사이드 미러와 도어 패널
시선을 내부로 돌리면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 다기능 스티어링 휠, 전용 스포츠 시트가 보인다.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는 큼직한 회전계를 중심으로 토크, 랩타임, 엔진 및 변속기 오일 온도 등이 보기 좋게 나열했다. USB 단자에 아이폰을 연결하면 애플 카플레이가 나오고 그 주위를 속도계와 회전계가 감싼다. D컷 다기능 스티어링 휠은 엔진 스타트 스톱, 드라이브 셀렉트 버튼을 포함한다. 9시, 3시 방향 스포크 뒤에 장착된 패들 시프터는 플라스틱제로 당기는 맛이 A4와 별반 다르지 않다. 차 값을 생각하면 많이 아쉽다. 나파 가죽을 입은 전용 스포츠 시트는 꽤 편안하면서도 두툼한 볼스터가 하중 이동 시 몸을 잘 지지한다. 프렁크 용량은 112L지만, 50L 가방 하나 넣으면 거의 꽉 찬다.
가격 대비 성능비
엔진은 람보르기니 우라칸 LP610-2에 들어간 것과 같다. 최고출력 610마력, 최대토크 57.1kg·m를 발휘하는 V10 5.2L 가솔린 자연흡기다. 그럼에도 값은 4,000만원 이상 저렴하다. 6기통 터보 엔진의 911 터보 S보다도 싸다. 가격 대비 성능은 두말할 나위 없다. 가속은 화끈하다. 7단 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이 엔진의 힘을 빠르게 네바퀴로 보낸다. 단번에 좁아지는 시야와 머리 뒤에서 울리는 우렁찬 포효가 신경을 곤두서게 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3.1초, 최고속도는 시속 331km에 이른다.
드라이브 셀렉트 버튼은 스티어링 휠 8시 방향에 있다. 버튼을 누를 때마다 승차감, 노멀, 다이내믹, 인디비주얼 모드로 섀시 설정이 바뀐다. 이 중 승차감 모드는 세단에 필적할 만한 안락함을 선사한다. ‘이 차가 과연 슈퍼 스포츠카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편안함이다. 크고 작은 요철을 부드럽게 걸러내며 차분하게 달린다. 오래 타도 피로하지 않아 장거리 이동도 부담이 없다.
드라이브 셀렉트 버튼 바로 아래에 있는 퍼포먼스 버튼은 R8 V10 퍼포먼스의 성능을 최대로 뽑아낸다. 엔진 봉인 해제는 물론 트랜스미션 매뉴얼 모드가 활성화되고 ESC가 꺼진다. 전자 장비가 도맡아 하던 일을 드라이버의 오감과 실력에 의지해야 한다. 1, 2, 3단… 단수를 높이면 폭발적인 가속력이 온몸을 짓누른다. 시프팅을 할 때마다 터지는 쾌감은 감탄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증폭되는 엔진음도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굽잇길을 돌아 나갈 땐 이따금씩 오버스티어가 일어나고 카운터 스티어로 바로잡기 위해 재빠르게 조작한다. 멈칫하는 순간 아찔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기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반면 장거리 이동에서는 크루즈 컨트롤을 켜고 느긋하게 달릴 수 있다. 복합연비는 리터당 6km.
R8 V10 퍼포먼스는 매력적인 슈퍼 스포츠카다. 주변을 압도하는 외모, 성능은 물론 경쟁 모델 대비 저렴한 가격 등 구미가 당길 만한 요소가 많다. 게다가 이 차는 아우디가 내놓는 마지막 내연기관 슈퍼 스포츠카다. 가슴 뛰는 600마력대 V10 슈퍼 스포츠카를 소장할 둘도 없는 기회다. 값은 2억5,569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