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내 '이재명 퇴진론' 잦아드는 진짜 이유
강주희입력 2022. 10. 27. 11:24수정 2022. 10. 27. 14:00 댓글4개
野, 尹정부 규탄 대회·시정연설 불참 대여 투쟁
李비판하던 박지현도 "유례없는 야당 탄압" 합세
李대표 만이 아니라 文정부 겨냥 사정 정국으로 보고 '결집'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과 원외위원장들이 26일 국회 본청 계단에서 '윤석열 정부의 민생파탄·검찰독재 규탄대회'를 갖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를 정치보복으로 규정하고 대여 투쟁에 나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대표의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과 방위산업체 주식 보유 논란 등에 대해 비명계를 중심으로 쓴소리가 나오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민주당은 26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소속 의원과 원외지역위원장, 당직자, 보좌진 등까지 결집해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검찰독재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 대표는 이날 "야당 탄압으로, 전 정권에 대한 공격으로 현 정부가 만들어낸 민생 참사, 국방 참사, 외교 참사, 경제 참사를 가릴 수 없다"라며 "민생 파탄과 국가적 위기를 외면하고 국가 역량을 야당 탄압과 정치 보복에 허비하는 것은 죄악"이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민주당은 전날 윤석열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도 보이콧(거부)했다
당 일각에선 한때 이 대표 퇴진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소장파인 김해영 의원은 이 대표의 불법 대선자금 의혹이 불거지자 "이제 역사의 무대에서 내려와 달라"며 공개적으로 퇴진을 요구했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전재수 의원은 이 대표의 방산 주식 보유 논란과 관련해 "실망스럽다"고 비판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불과 일주일도 안 돼 이런 기류는 잦아들었다. 전 의원은 26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 인터뷰에서 김 의원이 제기한 이 대표 퇴진론에 대해 "상대가 정치적으로 내전 상태를 선언, 전쟁을 치르다시피 하고 있는데 과연 그런 말이 도움이 되겠느냐. 시기적으로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를 향해 줄곧 날을 세우던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지금은 이 대표 편에 서야 한다는 메시지를 냈다. 박 전 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유례없는 야당탄압으로 당의 운명이 걸린 지금, 대안도 없이 당 대표가 내려온다면 당은 또 다른 위기를 맞게 된다"며 "그 어느 때보다 힘과 지혜를 모아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5일 윤석열 대통령이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국회 본청으로 들어서는 순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의원들이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현시점에서 계파와 상관없이 민주당이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비단 이 대표를 겨냥한 사정 정국 때문만은 아니다. 민주당은 이 대표 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구속된 뒤, 검찰이 여의도 민주당사에 있는 민주연구원을 압수수색한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미 검찰의 수사를 '야당 탄압'으로 보고 민주당 전체의 위협으로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인사들이 구속되거나 조사를 받는 등 수사 당국의 칼끝이 전 정부를 겨냥하고 있는 점도 민주당이 결집하게 된 이유로 보인다. 지난 22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이 구속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안보 라인 '윗선'을 향한 수사가 본격화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및 검찰 수사 의뢰 등 사퇴 압박도 커지는 상황이다. 여권을 향한 전방위적 수사와 감사에 대응하기 위해선 일단 당이 합심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란 분석이다.
현근택 전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YTN 뉴스나이트'에 출연해 "어떻게 보면 검찰의 칼날이 이 대표만 수사하는 게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도 수사하고 있고, 전현희 위원장뿐 아니라 민주당이 많이 관련되어 있다"라며 "대부분 당내 여론은 기본적인 인식 자체가 '정치보복이다' 이렇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대표와 측근들과 관련한 각종 수사가 진행되면서 혐의가 구체화하고 사실로 밝혀지는 일들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수사 결과에 따라 민주당 분위기가 다시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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