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행복을 추구하는 방법들이 얼마나 다양하다. 있는 사람은 있는 대로, 없는 사람은 없는 대로 가지각색이다. 어차피 ‘행복’이라 하는 것이 뭔 객관적인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다분히 개인적인 느낌일 터, 남들보다 경제적으로 많이 가졌다고, 아는 게 많다고, 외모가 예쁘다고 행복 지수가 올라가는 것은 더더욱 아닐진대, 나름대로의 행복한 삶을 사는 데 혈안이 된 요즘이다. 플롯이나 첼로 등의 값 나가는 악기를 구할 수 없다면 세안할 때 쓰는 대야를 쌓아서 다른 음을 만들어 나름대로의 흥을 돋우기도 하면 되잖은가.
행복이란 우리의 목표가 아니라 도구로 여기면 더 쉽게 누릴 수 있다. 따지고 보면 행복은 삶의 마지막 순간에 이루어야만 하는 어떠한 상태가 아니라, 하루하루 우리가 즐기며 살아가는 방식인 셈이다. 우리는 행복이란 것이 내 삶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내 삶 어딘가에 있을 그 행복을 저 멀리 미래로 밀어내버리고 그 시간까지 행복하지 않은 채 고통의 시간을 인내함으로써 행복할 수 있다고 여기는 참으로 어리석은 우리다.
이게 바로 착각이다. 그래버리는 사이 나의 행복은 저 멀리 달아나 버리고만다. 행복은 내가 최선을 다하여 열심히 살아갈 때 나도 모르게 내 안에 찾아와서 자리잡는 거라고 생각한다.
어제도, 내일도 아닌 ‘지금’이 가장 값지다는 ‘카르페디엠’과도 같은 맥락이다.
내가 연주할 줄 아는 악기가 피아노다. 사실은 사고로 마비된 반신(半身)을 회복시키려는 마음으로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그러니 재활 도구였던 셈이다. 처음에는 [하농]으로 손가락 연습만 했는데, 어머니가 볼 때만 양손으로 연습하고 혼자 연습할 때는 잘 되는 오른손만 쳐대고 안 되는 왼손은 연습도 안 했었다.
그러다가 [가요곡집]이나 [영화 음악집], [동요 모음집]으로 승진(昇進)했다.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허밍’을 하니 손가락 연습만이 아니라, 내 마음까지 즐겁게 만든다. 이야말로 ‘일석이조(一石二鳥)’ 아닌가. 옛날에 쳤던 명곡인 ‘엘리제를 위하여’. ‘소녀의 기도’. ‘결혼행진곡’까지 쳐낸다. 특히 ‘결혼행진곡’은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외사촌 김용욱 오빠가 결혼할 때 내가 쳐주었던 기억이 남는 곡이다. 가끔씩 어머니나 아버지께 괜한 잔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별로일 때 피아노를 침으로써 마음에 쌓인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기도 한다. 이렇게 ‘피아노’는 옛 추억이 고스란히 묻어있으며 나의 행복 지수를 ‘껑충껑충’ 올려주시는 나의 ‘number one골동품’이다.
요즘 즐겨 부르며 치는 곡이 동요인 ‘동네 한 바퀴’이다. 요즘 아이들은 주로 아파트에서 사니 동네라는 것도 낯설지도 모르겠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동네가 우리들의 놀이터고 친구들과 만나는 아지터였으니 추억이 서린 곳이기도 하다.
동네 한 바퀴
다 같이 돌자 동네 한 바퀴
아침 일찍 일어나 동네 한 바퀴
우리보고 나팔꽃 인사합니다
우리도 인사하며 동네 한 바퀴
바둑이도 같이 돌자 동네 한 바퀴
그리고 초등학교 6학년 때, 피아노 학원에 다니면서 배웠던 ‘초록 바다’라는 노래도 연습하고 있다. ‘광명 피아노 학원’이었는데 선생님이 노래를 참 잘 하셔서 우리에게 피아노뿐 아니라 노래도, 무용도 가르쳐 주셨고 학원에서 ‘노래자랑 대회’나 ‘장기자랑 대회’를 열어 작은 재주지만 거리낌 없이 마음껏 펼칠 수 있어 좋았다.
초록 바다
초록빛 바닷물에 두손을 담그면
초록빛 바닷물에 두손을 담그면
파란 하늘빛 물이 들지요
어여쁜 초록빛 손이 되지요
초록빛 여울물에(초록빛)
두발을 담그면(담그면)
물결이 살랑 어루만져요
물결이 살랑 어루만져요
폐를 끼치지 않을 정도만 남을 신경 쓰는 세상이다. 내 비록 남들보다 2% 부족하오나, 이 세상에서 떳떳하게 당당히 서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가. 거기다가 생각하여 글을 쓰는 창조 작업까지 할 수 있다니 암만 생각해도 이것은 분명히 ‘내 탓’이 아니라. 순전히 ‘하느님 탓’인겨.
나는 책을 동무 삼고 다른 사람의 삶·생각을 읽으며 한번씩 내게 번뜩이는 영감이나 생각을 글로 표현한다.
때때로 기분이 쩝쩝하거나 ‘우울’이라는 녀석이 존재감을 표하고 나설 때마다 피아노에 앉아 손가락 운동과 함께 노래를 부른다. 그러면서 ‘내가 언제 우울한 적이 있었던가?’ 하면서 껄쩍지근한 마음을 단번에 날려버린다.
위를 보고 견주면 늘 부족투성이지만 아래를 보고 고개를 숙이고 견주다 보면 늘 만족스럽다는 데에 위안을 받는다. 오늘도 아무 것도 없는 텅 빈 마음에 작은 행복으로 갈무리하련다.
나의 초라하지만 살맛나는 ‘소확행’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운행되리라.
첫댓글 정말 좋습니다.
다 같이 돌자
동네 한바퀴.
ㅎ.ㅎ.
피아노 소리가 여기까지 들립니다.
ㅎ.ㅎ.
2천사님. 오늘도 행복하세요.
스테파노!
우리 같이 동네한바퀴 돌까나?
스테파노 어제 착한 일 한번저축했는가봐, 잉런 기회는 막 오는 기 아이거등?
사랑해용,알제?
2천사 니 옆에 있으면 군밤 두대 맞았다.
니 큰 오빠한테 함부로 기어오르는거 아나!
이거 오빠가 참아야 하나?
ㅎ.ㅎ.
에이 옆에 없는데 놔 두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