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라는 말이 시류를 탔던지 한때 꽤 유행했었다.
더 앞선 시대의 민초(民草)라는 말을 대체한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 나는 이 ‘풀뿌리’라는 어감이 썩 좋지 않았다. 아주 오래 전도 아닌 보릿고개가 있던 시절, 가난한 이들의 목숨을 근근이 부지하게 했다던 초근목피(草根木皮)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외국신문에선가 ‘grass-root’라는 단어를 접하고 ‘풀뿌리’가 토종어가 아니구나 싶어 실소 했었는데, 하여간.
10여 년 전 마라톤 바람이 대중에 확산되면서 당시 유행어를 접두어 삼아 ‘풀뿌리마라톤’이라고 일컬었다. 1999년으로 기억하는데, 마라톤 풀뿌리들 가운데 윤씨(맞을 거다) 성을 가진 어떤 이가 “국토 이어달리기”를 제안했다. 부산(맞을 거다)에서 임진각까지, 지방의 마라톤클럽에서 적당히 구간을 맡아서 이어달리기 이벤트를 하자는 것이었다. 이 기가 막힌 발상이 요원의 불길처럼 전국으로 퍼져 엄청난 호응을 받았고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날 아침 잠실운동장에 집결하여 임진각까지 달리고, 각지에서 가져온 막걸리를 한 통에 쏟아 소위 ‘팔도막걸리’를 나누어 마시며 회포를 푸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나도 잠실에서 구파발까지 약 20km를 같이 뛰었다. 그날 아침 배째라와 처음 수인사를 나누었는데, 윽, 인사하자마자 바로 참가비 만원을 내라더라. 그러니까 그때도 이 친구는 완장을 찼던 거지.ㅋ)
우리 58개띠마라톤클럽 창립 10주년을 기념하여 별로 참신할 것은 없지만 제안 하나 하자.
우리가 왕년의 이어달리기를 ‘리메이크’ 해보자. 비록 단일 클럽이지만 여건은 당시에 비해 못하지 않다. 지금 우리 클럽에는 최소의 수준 그러니까 풀코스를 완주한 친구들이 올해 기준 사백 명이 넘는다. 그리고 99년 즈음에는 울트라마라톤대회는커녕 울트라라는 개념조차 없었는데(이 개념을 정립하는데 한택희가 상당히 공헌을 했다) 이곳은100km달리기를 밥 먹듯이 하는 친구들이 즐비하며, 횡단 종단 같은 초장거리를 뛰어본 친구들도 상당하다. 그뿐 아니라 전국을 자전거로 누비는 친구들이 방방곡곡의 좋은 길을 훤히 알 것이며, 또 당시 국토이어달리기를 거의 주관하다시피 했던 某마라톤클럽의 주역들(배째라, 머슬가이, 한택희, 전차, 김종생 등)이 모두 우리 카페의 회원이다.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략의 아이디어는,
1) 코스는, 부산과 해남에서 각각 출발하여 대전쯤에서 합류하여 올라오는 ‘ㅅ’字 코스가 무난할 것 같다. 과거에도 이런 코스였을 것. 이번에는 해남-순천-부산-울산-포항-대구-광주-전주-대전, 그러니까 동서를 왔다갔다하는 ‘ㄹ’字 코스도 가능할 지 모르겠다.
2) 토요일과 일요일을 이용하여 하루에 오전 오후 25km씩 50km x 2일 = 매주 100km 정도. 전체 6주쯤 소요되려나.
3) 최소 3-5인 이상. 앞뒤로 깃발 1개씩. 다음 구역을 맡은 지역팀에게 깃발 인수인계. 안전이 최우선이니 뒤에서 승합차 1대 혹은 최소한 자전거 2대가 따라가기. 가족도 참여하면 더 좋을 것이고.
4) 기간은 봄이나 가을 중 택일. 메이저 대회는 피해야겠지만 우리 카페의 정모와 겹칠 경우에는 정모를 양보하도록 하자. 최종일을 카페창립일로 하는 것이 가장 뜻 깊을 것 같은데 여름에 대부분을 달려야 하니 의견을 모아야겠지. 웬만하면 밀어붙일 수 있으면 한다.
5) 마지막 날에는 최소한 버스 1대와 승합차 여러 대가 뒤따라야 할 것. 운영본부로 사용하고, 교대로 뛰면서 휴식도 하고, 물품도 싣고, 끝나고 돌아오는 차편도 겸해서.
6) 제대로 치르려면 많든 적든 돈이 든다. 유니폼을 만들어 판매대금으로 비용을 충당하자. 흰색 반팔 T셔츠. “우리땅 이어달리기 / 58개띠마라톤클럽” 정도로 심플하게 디자인. 개인이름은 없이.
(위의 내용은 어디까지나 나 혼자의 초안이니 마구 헤집어져서 전혀 다른 결론이 나더라도 나는 상관없다.)
그런데, 최소 3-5인이라 했지만, 마음 같아서는 한 열명 정도를 유지하면서 이어졌으면 한다. 따라서, 이 행사가 성사될 경우, 나를 포함 서울 친구들에게 특별히, 간곡히, 그리고 강력히 부탁하건대, 어렵게 마련한 마지막 날 아침밥상에 수저 한 벌 더 얹을 생각 하지 말고 아랫녘 친구들이 고생하면서 올라오는 동안 최소 한두 구간은 같이 뛰도록 하자. 주말에 50km, 힘이 되는 친구들은 이틀간 100km를 천천히 뛰고, 일과를 마친 후 같이 땀 흘린 길동무들과 그 동네 막걸리 한 잔 나누는 것도 좋지 않겠냐. (평소 썩 떳떳하지 못했으니 적잖이 쑥스럽다.) 같은 맥락인데, 혹시 인원이 부족한 구간이 있으면 거리낌없이 지원요청하고 기꺼이 동참하면 참 좋겠다.
이렇게 우리의 모든 역량과 열정을 모아 마침내 10주년 당일에는 진짜 우리만의 대회, 우리만의 잔치로 만들어보자.
전국에서 모인 동갑의 마라톤친구들이 똑 같은 옷을 입고 무리지어 앞뒤 중간에 깃발 대여섯을 들고 서울에서부터 임진각까지 질주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십여 년 전 어느 가을 아침, 경찰의 교통통제를 제공 받으며 서울거리를 질러가는 기분, 꽤나 좋았다. 그 기분을 이번에는 개띠친구들과 공유하고 싶다.
(사족)
- 올 초에 제안을 하려 했는데 이왕이면 10주년에 맞추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이제야 게시한다.
- 하루 50km가 적당한지, 많은지, 적은지 잘 모르겠다. 이게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할 것 같은데.
- 10주년에 맞추어 초대쥔장 배째라 송재익을 초대하면 좋겠다. 피차 여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지만.
- ‘뜨거운 감자’인지 모르겠다만, 멍후가 복귀하여 희한한 아이디어를 많이 내놓으면 좋겠다.
- 무엇에 쫓기는지 글빨 되게 안 받네. ㅜ.ㅜ
첫댓글 비록 내 지금은 개인신병차 쉬고있는 처지인데 58 회원 한사람 신분으로서 기가막힌 친구의 제안에 동감 드린다.
우리들의 58 개트라 도 굿 아이디어 를 제안한 초창기 가입 몇몇 친구들의 기가막힌 제안땜시 58이들의 상징 58 Km 완주 대회가 생겼잖아?
비록 내 자신이 *힘 없고 비리비리한 나약한 존재 로 전략중인 현실 이다만 친구의 좋은 제안에 동감 드리며 성공개최를 기원 드린다.
동감.
일단 저지르고 보자
좋은 아이디어네....몇 구간은 참석.....일단은 시작해....
경천동지할 발상 Good~~
좋은생각이다..
려야 하기 때문에 익일 50키로는 많은것 같고
전적으로 동감하며 한번은 해볼만한 이벤트라 생각한다..
아니 잘되면 두번 세번도 가능도 하겠지.
다만 주말 휴일일 이용해서
내 생각은 한 30키정도로 정해으면 한다..
자세한 내용과 일정들은 키로수에 맞추어 골인 날짜을 조정하면 될것같구나...
굿 굿굿.....
티물에 맞는 아이디어 이다 . 추진하자 !
굿 ~~ 함해보자 무조건.콜~~~
글빨 되게 잘 받았어!
야무지게 올려 놓았구만, 의견 투합하여 콜!~
그 옛날 기가막힌 발상 은 우리들의 영원한 호프 " 멍후" 이노마 머리속에서 다 나왔었는데......멍후~그의 단짝 광수~
코미디언 노루 의 인생강의 시리이즈 도 듣고싶고.....(그래도 그누가 뭐래해도 초창기시절 그때가 정말 인생 사는 맛도 났고 하루하루가 잼났었는데......)
추억은 아름다워라
좋은생각이다..Good

간만에 상쾌함을 맛본다, 역시 티물~
엄청 긴 글을 `열심히' 보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들,
이왕이면 하루 58km 씩 달리고,
코스는 우리 전통 옛길인 영남대로(경상), 삼남대로(전라), 관동대로(강원),
세 방향에서 출발, 서울에서 합류해서 임진각으로.
당연히 강원도 끼어야지 굿
나는 다리가 말짱하니 뛰라는대로 뛴다..ㅎ
와우 멋져라 ㅎ
좋은생각에 동의.
티물이 차기 운영진에 합류해서 좀 더 구체화시키고 반드시 실행했음 좋겠다.
뭐든 시키는대로 할게.ㅎ 스폰서 회사를 하나 잡으면 어떨까 싶기도하고.....
좋은 아이디어...
한구간 정도는 동참 하고싶네.
강원도와 충북을 생각하지 않은 것이 아니나, 어떤 코스가 적합한지 알지 못하여 언급하지 못했음. 미안하게 생각하네. 좋은 아이디어들 기대.
상당히 복잡할 것 같지만 생각보다는 간단할 것 같다.
기존의 두가지 종류의 종단과 횡단 코스를 참고하면 아주 심플 할 듯.
기안을 할 때 중요한 것은 시간과 경비로 인한 피해가 전혀 없도록하고,
시기적으로 중앙이나 춘마를 대비하는 친구들의 장거리 훈련 정도의 개념만 도입한다면
도랑치고 가재잡기가 아닐까?
정말 좋은 제안이다 좀더 심도있는 논의를 위해서 이글을 공지로 올리면 좋겠다...
58힘으로 충분한 역량이 될 것이고!!.. 들개말대로 후원받아 하면 좀 더 구체적이고 그럴싸한 그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적재산권 보호하여^^ 다른 띠들이 복사할 때 쫌 명분도 찾고 하면 좋겠다...
시작이 반이라고 햇던가? 언제 이렇게 세세하게 계획을 우리58개띠 클럽이라면 무난히 성공하리라본다?더불어10주년을 맞이하여 우리가 하나라는것을 다시한번 확인 시키는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을해본다 58개띠띠마라톤클럽 홧팅!!
티선생 멋진 제안 다수의견 잘접목해서 함 잼나게 뛰놀아보는 기회가 있기를 기대한다.
멋진 제안이다...부족하면 부족한대로 넘치면 넘치는대로 즐기면 되리라 생각한다...
그렇군. 부족한대로 넘치는대로. 형편대로. 자발적으로. 편하게. 좋은 말씀여. 당케.
티물~멋진구상이다 우리 함께 전국을 달려보자...벌써부터 많이 기대된다..ㅎㅎ나두 적극참석할께
아주 좋은 제안 이다
적극 동참하께^^
멋진!~제안이네 !~~ 기대된다.
기막힌 생각일세.
나도 '꼽사리' 좀 낄 수 있으려나.
좋은 제안이다
힘을 합쳐보자
좋은 제안이네. 정말 그 때 그 시절 생각난다. 잠실에서 임진각까지 전 구간을 다 달리지는 못하고 중간에서 뒤에 따라 오는 버스에 타고 가다가 문산에서 임진각까지 조국통일을 함께 외치며 달리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었는데.... 조국통일을 외치는 행렬이 임진각에 도착하면 관광객들이 박수치면서 같이 조국통일을 외치기도 했었고. 우리들만의 잔치로 만들어 보자. 다른 팀에서 끼어 들기 전에 계획 세우고 추진하면 좋겠네.
좋아요~~
달리기 안되는넘은 자전거라~~굿이네
인제 가리도 선수로 끼워 주면 좋겠당~~~
충분히 할수있는 좋은 행사다. 한번 해 보자.
삭제된 댓글 입니다.
글쎄. 내가 카페 활성화까지 언급했나. 하여튼 좋은 의견일세. 그런데 익명을 좋아하는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것이 왠지 섬뜩하네. 어떤 내용이든 의견은 존중되어야 할 것이지만, 여기에 또 다른 댓글이 없으면 좋겠다. 만일 이 게시글이 조금이라도 달갑지 않은 방향으로 흐른다면 댓글 단 친구들에게 미안하지만 삭제하고 발 빼겠다. 그리고 나 때문에 공연히 이름 거론된 친구들, 미안하네.
이 미친놈은 도데체 누구길래 헛소리를 하시나?
여기에 가만히 있는 내가 거론 되는지 원 쩝..
난 58 주마등 하곤 전혀 상관이 없는디 ..
우리까페 회원도 아닌놈이 댓글 달아도 되나 ?
미완창 이란 닉은 우리카페 회원이 아닌가본데 어찌 댓글을 쓸수 있는자격이 있게 하였는지 ?
더이상 진척이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