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가 이긴다<신상훈 지음>를 2010년에 구입한 후 두 세번 읽고나서 책장에 모셔두었다가 요즘 푹푹찌는 찜통더위를 달래기 위해서 또다시 책을 꺼내어 어제 하루종일 방콕(?)에서 읽어봤다. 여러 사례를 통해 유머에 얼마나 강력한 힘이 있는지를 보여준다.
유머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이야기, 유머로 성공에 이르는 이야기 등이 담겨 있다.
무엇보다 읽어면서 중간중간에 여러 번 웃을 수 있어서 좋다. 유머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특히 유머는 위기의 순간에 빛을 발한다. 1984년 미국 대선에서 먼데일 후보는 경쟁자인 레이건 대통령의 나이 문제를 물고 늘어졌다. 사실 첫 번째 TV 토론에서는 먼데일이 유리했다. 상대적으로 레이건은 늙고 피곤해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두 번째 TV 토론에서 먼데일은 쐐기를 박으려고 나이 문젠를 거론했다. "대통령의 나이가 좀 많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그러자 레이건은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이번 선거에서 나이를 이슈로 삼지 않겠습니다. 상대 후보가 너무 어리고 경험이 없다는 사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미국 전체가 웃음바다가 됐고 레이건의 지지도는 급상승했다.(P12)
<유머는 이긴다>의 필자는 오만 가지가 다 있어도 유머가 없다면 절대 이길 수 없다고 말한다. 또한 화가 나면 참는 게 아니라 웃으면서 화를 내라고 말한다. 그 이유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청소부 삼순이 아줌마는 남자 화장실 청소를 할 때마다 짜증이 난다.
닦고 닦아도 항상 소변기 밑에는 수컷들이 흘린 소변자국으로 지저분 하기 때문이다.
아줌마는 "한 발 앞으로", "가까이 오세요". 와 같은 경고문을 붙여봤다. 그러나 별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엔 좀 재미있는 문구로 바꿔봤다.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닙니다."
"당신의 총은 장총이 아니라니까."
약간 효과가 있었으나 며칠이 지나자 다시 그 모양 그 꼴이다.
그래서 이번엔 소변기 안쪽에 파리 모양의 스티커를 붙였다. 그랬더니 효과 만점이었다.
실제로 네델란드 암스테르담 공항 화장실에서 있었던 일이다. 소변기에 파리 모양의 스티커를 붙이자 바닥으로 떨어지던 소변의 80%가 줄어들었다. 대충 갈기던 인간들이 파리를 맞춰보겠다는 일념으로 정조준을 하니까 화장실 바닥이 깨끗해진 것이다.(P60)
위의 이야기를 읽고 얼마나 웃었나 모른다. 유머는 쉬워야하고 생활에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머가 이긴다>에는 재미있는 유머가 많이 나오고, 어떻게 해야 사람들의 웃음이 터져나오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용적인 유머사례들이 나온다.
청첩장을 받으면 보통 두 가지 생각을 한다. '가야 되나?', '얼마면 되지?' 그리고 결혼식장에 도착하면 또다시 두 가지 생각을 한다. '식장으로 갈까?', '식당으로 갈까?'
사회적인 신분이 상승하면 주례 요청도 많이 들어온다. 그러면 또 두 가지 생각이 들 것이다. '해야 하나?' '꼭 해야 하나?'
어쨌거나 기왕 하기로 한 주례사라면 '검은 머리 파뿌리~'만 찾지 말고 좀 더 재미있고 기억에 오래 남을 명연설을 준비해보자.(P229)
유명을 달리한 고(故) 배삼룡씨의 주례사도 명주례사로 회자된다. 후배 코미디언 조금산씨의 결혼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 내가 무슨 말 하려는지 알지? 그럼 됐어." 딱 두 문장으로 끝이다. 10초도 안 되는 주례사가 최고의 명작으로 남는 이유는 바로 짧다는 데 있다.
골든 글러브 상을 받는 자리에서 해리슨 포드가 했던 연설도 짧았다
"시상식에서 시간이 얼마나 귀중한지 알기에 저는 수상연설을 2개 준비했습니다. 짧은 것과 긴 것, 그런데 짧은 것을 하겠습니다. '탱큐!' 아, 그런데 시간이 좀 남는 것 같군요. 긴 것도 하겠습니다. '탱큐, 베리 머치!"(P230)
코미디언 이경규씨는 강호동씨의 결혼식 주례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결혼은 어떤 나침반도 일찍이 항로를 발견한 적 없는 거친 바다입니다. 남녀가 함께 만나서 노는 것은 쉽지만 함께 사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결혼은 3주를 만나고 3개월을 사랑하고 3년을 싸우고 30년을 참는 일이란 말이 있습니다. 두 사람도 싸울 수밖에 없을 테지만 슬기롭게 싸워야 합니다."
3주, 3개월, 3년, 30년이라는 숫자 때문에 이야기의 맥락이 가슴에 남는다. 역시 강호동씨의 결혼식 때 김제동씨는 자작시를 낭독했는데 그 내용은 이렇다.
"10대 때 처음 샅바를 잡아 모래판 거인들과 함께했고, 20대에 두 번째 모래판에서 국민의 웃음이 되어 행복했습니다. 30대에 인생 최고의 샅바를 잡아 그동안 주신 과분한 사랑을 손잡고 갚아나가겠습니다."
역시 10, 20, 30이라는 숫자가 매치되어 귀에, 그리고 가슴에 쏙쏙 남는다.(P231)
노인들과 가까워지려면 용돈을 자주 드리고, 젊은이들과 가까워 지려면 유머를 하라는 말이 있다.(P239)
이 책을 읽으면 유머로 모든 것을 다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지 않는다 하더라도 모두가 웃고 살면 좋겠다. 모두가 행복해지는 세상을 꿈꾸며 책소개를 간단하게 마친다.
오늘의 유머/어느 남자의 불길한 하루
오늘 아침, 셔츠 단추를 끼우는데 단추가 옷에서 떨어져 나갔다.
그러고 나서 서류 가방을 들었는데 가방 손잡이가 뚝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문을 열려고 문고리를 잡았는데 문고리가 또 떨어져 나갔다.
이번엔 버스에 올라타서 손잡이를 잡았더니 손잡이도 떨어져 나갔다.
오늘은 내가 무얼 잡기만 하면 다 떨어져 나간다.
ㅋ
ㅎ
ㅋ
ㅎ
ㅋ
ㅎ
ㅋ
ㅎ
ㅋ
ㅎ
ㅋ
ㅎ
ㅋ
ㅎ
ㅋ
ㅎ
ㅋ
ㅎ
ㅋ
ㅎ
그래서 지금 나는 소변 보는 게 두렵다….
오늘도 웃는 하루되세요
첫댓글 더위 이기는데는 독서 만한것이 없다
책을 살려 보니 넘 오래된 책일세..
즐거움을 선물해서 고맙소...
좋은 글이구려 ~ 유머에도 힘이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