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일을 하고 있을 때에는 사악한 생각은 들어올 곳이 없다.
그래서 마귀는 그에게서 물러간다. 그러나 한가하게 있으면,
곧 그에게 나아가서 그를 부추기고 유혹한다. 그리하여 그의 마음의 생명을 해치고,
그의 공덕을 비우게 하며, 그가 하늘에서 받을 보답을 없애 버린다. .....
게으른 이는 한가한 것을 좋아하지만, 또한 한가로운 것을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한가한 것을 즐거운 것으로도 여기지만,
동시에 한가로운 것을 근심거리로도 여긴다.
그런데 한가로움을 즐거운 것으로 여기고 동시에 근심스러운 것으로 여기다가,
마침내 모든 욕망 속으로 떨어진다.
그래서 성경에 "게으름뱅이의 욕심은 그를 죽이니 그의 손이 일하기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잠언 21,25)는 말씀이 있다.
따라서 눈으로는 쓸데없는 일을 보려고 하고,
입으로는 먹고 마시는 것을 마음대로 하고 싶어하고,
혀로는 많은 말을 하기를 좋아하고, 귀로는 남을 헐뜯는 말을 많이 들으려 하고,
몸으로는 음란한 욕망을 즐기고 싶어 한다. ....
사람들이 일을 선택할 때에는 반드시 다음의 세가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그 하나는 善이다. 착한 일은 매우 많이 있다.
그러나 인간의 욕망을 이겨내고, 바른 道를 닦고,
하느님을 섬겨서 죽은 뒤의 영원한 세월의 일을 준비함에 힘쓰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다른 하나는 이로움이 있는 것이다.
만약 쓸데없는 일에 힘을 써서 한가로움을 없애려고 한다면,
참으로 웃을 만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오늘의 근심을 없애고,
오늘의 즐거움을 가져올 수 있다고 하더라도,
아직까지 이로운 일이라고 할 수 없다.
오직 일이 이미 끝난 뒤에,
반드시 마음의 덕에 이로움을 주어서 나의 참된 배움을 늘려 주어야만
그제서야 한가함에 맞서는 이로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그 하나는 (바깥 일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는 것이다.
마음의 일은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덕이 있는 선비들은 마음을 기울여 그것을 꾀한다.
그들은 바깥일을 할 때에는 마음을 빌려준다고 하더라도 그것에 마음을 맡기지는 않는다.
그리고 가령 바깥일에 힘쓴다고 하더라도 그것 때문에 속마음을 해치지 않는다.
그들은 언제나 하느님에게 마음을 기울이고,
도덕에 마음을 기울이는 참된 생각을 품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바깥일을 하지 않더라도 착한 생각이 그칠 때가 없다.
그래서 그들은 일을 하고 있지 않더라도 조용하다고 하지,
한가롭다고 하지 않는다.
(칠극, 게으름으로 채찍질하다 3, 401-40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