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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적인것은 아니었는데 남1인(7세)과 여1인(5세)으로 구성된 이 듀오를 요새 자주 봐줄 일이 있었다. 가령 숲학교에 가자고 했는데 한창 미운5살 테크트리를 개발중인 막내가 별 이유도 없이 가기싫다 그러면 막내는 울 집에서 봐주는 식. 그래서 내가 요즘 카페에 글도 잘 못쓰고ㅠ... 봐준 첫째날은 몸살이 살짝 날 뻔 했으며, 이 글을 쓸 당시(난 글 쓰고 몇일 묵히면서 두고 봄) 조카들이 자기네 집으로 돌아간 직후였는데 그 당시 나의 몸 상태는 오른다리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자꾸 다리에 힘이 풀리는 이유는 조카들이 놀러와서 이 게임을 하고 나서는 오프라인에서...
나는 경찰이 되어야했기 때문이다! 물론 세상의 중심인 조카님들은 주인공을 하고...
경찰의 뒤쪽으로 주인공이 접근하면 뒤통수를 치고 기절시킬 수 있고, 경찰의 앞쪽으로 주인공이 접근하면 경찰에 걸린다.
조카가 방에 들어가면 나는 마루에서 총을 든 척하고 특정방향을 향해 서있다. 만약 내가 조카를 등지고 서있으면 조카가 방에서 나와서 내 엉덩이를 치고, 나는 저 게임의 경찰들처럼 넘어진다. 만약에 내가 조카를 마주보는 방향으로 서 있으면 방에서 나오는 조카들에게 내가 총을 쏘면서 잡은 척... 조카들은 까르르 대면서 계속 하자고 했다. 그 결과 나는 강제로 빌리의 부트캠프에 입소당하여 졸지에 뒷통수가 아닌 뒷 궁둥이를 터치당하며 앞으로 취침을 반복하게 되었다. 군대에 있을 때는 그래도 50분 하면 10분은 쉬었는데...
그래도 이게 내 나름으로는 꾀를 쓴다고 쓴 방법이었는데, 놀아줄 때 최대한 애들이 힘들고 나는 가만히 있는 놀이를 개발하고 유도하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흥분한 아이들은 나보다 월등한 활동량을 필요로 하는 놀이를 하면서도 레드불에 도리도리라도 탔는지 도무지 지칠줄을 몰라. 놀이... 그것은 국가가 아이들에게 허락한 유일한 마약.
내 당시 판단으로는 경찰이 되는 것이 이것보단 낫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하다....뭘 해도 입소각이니.
당시 그렇게 판단한 이유는 이미 이 해병대훈련은 전날에 마쳤었기 때문. 애가 둘이다보니 한명씩 번갈아가면서 계속 해줘야 한다.
서서히 귀신도 잡을 것 같은 잡 근육이 생겼고...
(이때 주목할 만한 것은 아버지께서 취한 포지셔닝으로, 평소에 조카들을 놀리고 괴롭히면서 급기야 울리기 전까지로 몰고 가신다. 그 결과 조카들의 미움과 두려움을 사지만 내가 옆에서 부트캠프를 펼칠때에도 평화롭게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실 수 있는 지위를 획득하셨다.
혹은 우아하게 포청천을 보신다덩가.
이 노회한 정치감각! 포청천에서 배우신건가요...)
또한 조카, 그들은 파괴를 위해 태어났다! 이 아이들은 인도의 신으로 말하자면 파괴와 (뒤치닥꺼리)창조의 신인 시바라고 할 수 있는데, 이에 비한다면 파괴머신이라 불리던 두릅이는 우주의 유지와 보호를 관장하는 비슈누에 비견될만하다. 가령 조카들이 빗을 집어든지 10초만에 빗살이 부러졌고, 심지어 통상적인 용법으로 물건을 적정하게 만졌는데도 고장이 난다. 그냥! 그냥 고장이 나! 눈에 안보이는 물건 파괴용 나노머신이라도 내뿜고 있는 것인가. 시바...시바!
근데 어차피 중요한 물건이 없어서 다 부서져도 괜찮았지. 데헷~ 오히려 물건들 좀 버리고 싶었는데 버릴 핑계를 만들어줘서 좋았다능. 얼마전에는 둘째 여자애가 내 방 구석탱이에서 어느 고릿적의 마시마로 인형을 꺼내어들더니 '내 토끼'라며 가져버림. 안그래도 너 줄려그랬어. 다만 한번 빨고 주려고 했는데 걍 가져가라ㅋㅋ 이런 식으로 시덥잖은 물건들을 마치 진품명품에 나온 고대의 유물인양 최면을 걸면서 많은 처치곤란품목들을 조카들에게 처분해버렸다. 현미경, 쌍안경, 고장난 무선 조종자동차(폰티악 모델이었는데, 고장이 났어도 남자아이들에게는 그 디자인만으로 고려청자로 보이는 것이다. 조종은 안되어도 손으로 밀면 되니까)... 이런 것들은 분리수거가 불가능하거나, 소형가전제품으로 버려야할것들이었는데. 조카들의 엄마인 나의 누나는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는지 '다는 가져가지 않겠다'고 선언함.
그래봤자 자기도 옛날에 가지고 놀던 포피 쿠루쿠루 테레비와 만능킷트보고 열광했으면서.
포피 쿠루쿠루 테레비는 옛날에 다른 글에서 얘기한적이 있는데, 그때는 이름을 몰랐다. 사진에 나온 것처럼 저렇게 쳐다보고 손에 버튼 누르면 상대방의 전투력을 측정...이 아니라 동그란 카트리지 안의 필름이 돌아가면서 작은 영사기가 된다.
'오 이게 남아있었네! 이게 엄마가 옛날에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야. 진짜 재밌었는데'이러면서 자기 애들에게 자랑함.
다만 작동을 안하니 시무룩.
'내토끼' 말이 나온김에 아이들의 이 물건욕심에 대해서 말하자면, 그 나이대의 아이들에게는 세상 모든 것이 자기의 것이다. 또한 아이가 둘이면, 물건을 놓고 무조건 싸운다. 똑같은 물건을 줘도 그냥 하나를 놓고 싸운다. '대체제'개념이 없는 것은 물론이다. 그림을 그리자하여 스케치북과 연필을 주었는데, 좋아보이는 연필을 놓고 7세와 5세가 건곤일척의 말싸움을 벌인다. 급기야 5세짜리가 위태로운 목소리로 '내껀데! 내껀데!'하면서 국제분쟁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여서, 나는 결국 소유권과 점유권의 차이에 대해서 알려주어야 했다! 이것은 모두 삼촌의 것이며, 너희들은 잠시 이 연필을 빌려가는 것 뿐이다...근데 신기하게도 애들이 납득함.
우리는 우리가 스스로 컸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몇 년 전 젖먹이 때의 조카들을 바라보면서 느낀 점은, 사소한 것 하나부터 가르쳐서 배운 것이 많더라는. 이유식 떼면서 음식 씹는 것 부터 가르쳤으니...(그때의 나는 아기들을 바라보고 '냠냠' 소리내면서 씹는 것을 보여주면서 먹어야했다ㅋㅋ) 스케치북 종이를 스프링에서 뜯어서 각자 그리자고 했는데 첫째가 뜯다가 종이가 안쪽으로 살짝 찢어졌다. '이게 뭐야~'그러길래 그럼 다음장 잘 뜯어가라하여 뜯었더니 스케치북에 종이가 남지 않았다. 첫째가 '삼촌도 그려야지'그러면서 아까 안쪽으로 살짝 찢어진 종이에 나보고 그리라고 하였다. 그래서 내가 '자기는 좋은 종이 쓰면서 삼촌한테는 안 좋은 종이 주는 것 보소!' 그랬더니 애가 눈이 똥그래짐. 그런걸 아예 잘 몰랐던 것이다. 이 나이대의 아이들은 '배려'도 서서히 배워가는 중이다.
이렇게하여 7세 남자아이는 마루의 화분들과 내 방의 컴퓨터책상등을 그렸는데 꽤 잘 그렸다. 자기도 흡족했는지, 자꾸 엄마 언제오냐고 그림 보여줘야된다고, 뭐 먹으러갈때도 '내 그림 어디갔냐'고... 칭찬에 굶주린 짐승이여...매슬로우가 갓인 거시다. 한편 5세 여아는 추상미술을 완성시켰다.
바스키아 껒여! 피카소 꿇어! 수준...
위에 두줄은 자기 이름이라고 주장. 한글 전혀 모르면서ㅋㅋ
...혹시 한글의 구성요소를 해체한것일까??
밑에 두줄은 초코송이이기도하면서 솜사탕이기도 하면서 막대 꽂힌 사탕이기도 한 그 무엇.
그것들이 가까워질듯하다 멀어지는 긴장과 이완의 미학
그런데 사진이 왜 이리 어둡냐; 역시 난 사진고자...
앞에서 첫째가 아직 배려를 잘 모른다고 했지만, 동생을 잘 데리고 논다. 그런 면에서 이미 배운 배려들이 있다. 동생에게 맞춰주면서 놀 줄 알고, 양보할 줄도 안다. 만약에 놀다가 틀어져서 누가 울상지으면 다른 애는 살짝 긴장한다. 첫째는 이때 동생의 주의를 다른데로 돌릴 줄 안다. 그래서 금방 깔깔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난 그거 보고 놀랬음. 반면 둘이 놀다가 첫째가 틀어져서 울상지으려하면 둘째는 슬그머니 도망감 ㅋㅋㅋ
5세 여아는 아직 천상천하유아독존이다. 첫째보다 겁도 없어서 목장체험가서 양이 건초먹는다고 손을 핥아도 가만히 있다(첫째는 질겁을 하면서도 궁금해서 해볼까하고 안달내며 아주 햄릿의 고뇌를 펼치는데). 5세 여아님은 요새 싫어병에 걸리셔서 뭐만하면 일단 싫다고 한다. 그런데 그게 싫다는게 아니라 좀 더 관심가져주고 놀아달라는 뜻. 둘째가 '보지마!'라고 하면 좀 더 봐달라는 뜻. '너도 나중에 연애할때 스스로 좀 힘들겠구나' 싶다. 그러다가 맘에 내키면 인기관리를 시작하는데, 사람들 돌아가면서 한번씩 안아주고 응석부리면서 뭉개다가 기분이 좋아지면 광란의 람바다급 엉덩이춤을 추기도 하는 것이다.
반면 애들이 졸릴때는 만사가 짜증인데, 이때는 치카치카 시키기도 힘들다. 최근에 나는 이때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힌트를 좀 얻은 것도 같다. 잘 때가 다 되어서 둘째가 졸려하는게 분명한데, 둘째의 강력한 주장으로 그날 낮에 만화 '미니특공대'에서 본,주인공이 죽는 장면을 재현하며 놀고 있었다. 나는 역시 조연으로, 영웅을 살려보겠다면서 둘째의 팔다리를 주물러가며 치료를 시전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마사지가 되었는데, 이러면 애가 좀 차분해진다. 졸려서 말수가 없어진채 앉아서 조용히 나의 안마를 묵묵히 받는 5세 여아의 모습은 흡사 곰새끼를 연상케했다. 옥시토신이라도 분비된건가! 그날은 무난하게 졸려하는 애를 일으켜세워서 치카치카를 시킬 수 있었다. 이 처방전도 남녀가 유별해질 몇 년후에는 할 수 없게 되겠지. 할 수 있는날이 얼마 남지 않아서 할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궁둥이 두드려주려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런 처방전이 세상에 나쁜개는 없다랑 뭐가달라...
하지만 실제로도 반려동물, 특히 개와 이 나이대 아이들은 비슷한점이 많은 것 같다. 흔히 반려동물을 '영원히 자라지 않는 아이'라고 하지 않나.
둘째에게 있어서 나는...가끔 뽀끔뽀끔이가 된다. 둘째의 인기관리에 내가 살살 녹아서 안고 둥개둥개를 해주는데 내 양볼을 둘째가 한손으로 움켜잡아서 내 입술이 3 모양이 되어버리자 갑자기 나를 보고 둘째가 '뽀끔뽀끔아!' 라고 한 것이 시초이다. 그 이후로 가끔 나는 뽀끔뽀끔이가 된다. 뿐만 아니라 뽀끔뽀끔이 놀이가 끝나고 나서도 내가 다른 사람들하고 말하고 있을 때 둘째는 갑자기 내 입을 빤히 바라보다가 문득 '...뽀끔뽀끔아...'라고 아련하게 뭘 추억하듯 말하기도 한다. 아마도 TV에서 '도리를 찾아서'를 본 것 같기도 하고.
이 TV로 말하자면 바보상자가 아니라, 육아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신의 상자이다. 아이들에게 TV를 너무 보여주는 것은 곤란하겠지만, 애들 밥 준비하거나 할때에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니 TV를 보여주는 것에 대해 너무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을 듯하다. 이 '불가피함'은 '시장의 거대함'을 뜻하고 이는 곧 '만화 종류와 양의 다대함'을 뜻한다. 나는 숱한 만화를 봐야했다. 앞에서 미니특공대도 언급했지만 그 외에도 터닝메카드, 요괴워치, 스푸키즈, 레이디버그...등등을 보아야 했다(이상한 습관으로 나는 그것들을 분석하기 시작했으며...미니특공대는 일본 특촬물의 전통을 잇고 있었고, 요괴워치는 에반게리온등 다른 만화들을 패러디하는 것이 주요테마였다).
내가꼽은 최고의 만화는 도라에몽이다. 도라에몽은 내가봐도 재밌다. 거기에는 인간의 탐욕에 대한 경고가 들어있으며 꿈과 절망, 희망과 비관, 우정과 폭력이 공존한다! 특히 도라에몽의 탄생에피소드를 보면서 왜 도라에몽이 처음에 행복한 기억을 갖고 있었는지, 왜 노진구의 부탁이라면 절절매면서 다 들어주는지 알게 되었다. 꽤나 감동적이어서 나는 심형탁의 심정이 이해가 되었으며 나는 급기야 반려동물 로보트 1순위로 도라에몽을 꼽게 되었다.
애들은 채널을 돌리고 돌리고 나는 결국 이런 만화 까지 보게 되는데...
10초대에 보여지는 스피넬 왕자의 요망스런 손놀림!
요새 여아들 사이에서 인기최고라고. 근데 막상 5세여아는 관심없고 7세남아가 빠져서 보고 있는 현상.
노래나 캐릭터, 방영했던 내용을 봤을때 초등학생들을 아이돌시장으로 편입시키는 기획의도도 있어보인다.
이러구러 노는 동안 누나가 돌아와서 애들은 '엄마'하면서 달려가고 이 삼촌은 모든 것을 하얗게 불태운채 링의 구석에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수그리고 앉아있었다. 누나는 내가 논 것을 듣더니 껄껄 웃으면서 '결혼안한 삼촌이 조카들에게는 최고라더니'라면서 칭찬인지 계속 뽕뽑으려는 의도인지 고도의 정치질을 시전...이 집에는 다들 거물급 정치가들밖에 없는건가.
정치쪼랩인 나는 결혼을 빨리 해야겠습니다.
밥을 다 같이 먹으러 나와서 둘째 조카는 음식점에서 이날 최고의 명언을 남겼다. 밥을 다 먹어가자 5세여아는 또 일어나서 인기관리를 시작했는데, 나에게 와서는 이런 저런 말들을 하다가 또 '뽀끔뽀끔아'라고 하기도 하다가. 마지막엔 '...불쌍해'라는 말을 했다.
"불쌍해? 누가 불쌍해?"
"삼촌이"
"삼촌이 왜 불쌍해?"
"내가 가니까..."
자기가 이제 자기 집에가니 이 귀염둥이를 볼 수 없고, 귀염둥이를 볼 수 없는 삼촌은 불쌍한 존재....
넘 웃겨서 뿜음.
아이들은 표현력이 부족해서 자기가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감정을 이미 알고 있는 유사한 말로 표현하기도 한다.
추정컨데, 이제 자기 집에 돌아가야하니 자기가 헤어지기 아쉽다는 말을 저렇게 표현한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이 애 하는말이나 행동 보고 있으면 실제로 나를 불쌍해한걸지도...
이 두 강생이들이 자기 집으로 돌아가고 나니, 집은 조용해졌고, 아이와 놀아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어진 나는 홀가분해졌다.
그리고 나는 곧 불쌍해졌다.
그런데 곧 첫째 생일이라 이것들을 조만간 다시 봐야한다. 기다리는 시간은 행복할 것이다.
두릅이 방송이 끝나면 불쌍해지는 것처럼, 기다리는 시간이 행복한 것처럼.
마지막으로 파괴된 고대유적 오르골의 모습. 오르골의 작동원리는 이러하답니다. 직접 만지면서 느껴보아요.
아이구 나는 몰랐네 오르골이 이렇게해서 소리가 나는구나. 난 안에 노래하는 요정이 들어있는 줄 알았지!ㅋㅋㅋ
...하지만 이것도 이미 그전에 반파상태였다...조카들은 단지 뚜껑을 개봉시켜 준 것 뿐. 내가 너무 조카들에게 뒤집어 씌우나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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