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건강에는 자신이 있었던 저에게 갑상선암은 참 믿기 어려운 일이었답니다. 10년 가량 교사 생활하다 남편이 해외로 발령나는 바람에 잠시 휴직하고 나와서 룰루랄라 제 생활 즐기며 열심히 지냈더랬죠. 대학교 어학코스 다니면서 중국어도 배우고 신랑이 운동은 꼭 해야된다하여 골프도 치고 주재원 아줌마들과 어울리며 중국사는 재미를 느끼고 있었더랬죠.
그러다 6월 초 정도 감기 몸살을 앓았습니다. 평소 잘 아프지 않고 약도 잘 안먹었는데 이틀을 열나고 아프더라구요. 집에 있던 상비약 먹고 감기는 나았죠. 감기 끝무렵 피부 마사지 받으러 갔는데 마사지사가 제 목이 이상하다 하더군요. 뭔가 불룩 튀어 나와 있다고.. 아니다 다를까 눈에 띄게 불룩하더라구요. 중국 병원가서 초음파 찍었더니 수술해야 할 거 같다고 그때 부터 한국행 비행기 티켓팅하고 병원 예약하고 드뎌 저의 투병일기가 시작되네요~~ 사실 이때까지도 가벼이 생각했어요. 그래 혹이 생긴걸거야. 간단히 떼내고 오자!!
*6월 24일-경북대 병원 외래 예약, 의사샘이 촉진 해 보시더니 암이 의심된다고 초음파 찍고 세침검사 하자 하심. 검사를 위해 다시 외래를 잡아야 하는 상황. 내가 외국 살고 시간 여유가 없다 하니 협진 병원 소개해 주심. 방사선의학병원 가서 초음파 찍고 세침검사 함. 따끔함. 찌르는 바늘의 따끔함 보다 암일지 모른다는 두려움때문에 아픔.
*6월 29일-세침검사 결과 암이라 함, 임파선 쪽 전이도 의심된다 함. 수술전 검사(피검사,영상의학과 촬영,심전도 검사 등) 하고 수술날짜 8월 10일로 잡아주심. 신랑이 여기저기 알아봄. 의사친구 통해 서울 아산병원 알아봤는데 외래 다시 잡는 것만도 8월 초. 맘이 급해짐. 사실 나는 경북대 병원에서 그냥하려고 함. 시댁,친정이 다 대구이고 왔다갔다 하기에도 편할 것 같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근데 신랑이 알아보고 결국 중앙대 병원으로 결정. 서울 유명하다는 병원 의사샘은 대기 시간이 기본 3-4개월. 그나마 중앙대 병원은 수술날짜를 8월 9일로 잡아주심.
*7월 6일-필요한 서류(조직검사 결과지,슬라이드,소견서,초음파촬영씨디 등) 떼러 다시 경북대 감
*7월 7일 -조보연 교수님 진료. 아주 너그러워 보이는 인상이 좋아 보이심. 근데 수술언제 했냐는 질문에 좀 깸. 저 수술 받으러 왔는데용:: 외과의 박성준 교수님 협진. 수술하고 나면 괜찮을 거야 라고 말해 주시는데 신뢰가 느껴짐
*7월 10일-다시 중국행. 저녁마다 신랑과 아파트 단지 돌며 운동하고 얘기도 많이 하고 휴가도 없을 것 같은 우리 아그들 위해 근처 호텔 가서 푹 쉬고 물놀이도 하고 좋은 시간 가짐. 별로 두렵지 않고 무서운 생각 안 듬.
*8월 2일 - 다시 한국행.
*8월 3일 - 수술전 검사를 위해 ktx 타고 서울행. 친정 엄마랑 동행. 경북대에서 했던 수술전 검사를 다시 한번 더 함
*8월 8일 - 신랑 한국으로 들어옴. 전날 오려고 했는데 태풍 무이파 때문에 비행기 안 뜸. 계속 덤덤히 있었는데 신랑이 제때 못 올까봐 그게 두렵고 눈물 남. 다행이 상봉.
*8월 9일 - 친정엄마도 동행하시겠다는 거 둘이 가겠다고 함. 괜히 엄마까지 따라오면 더 힘들거 같아서..신랑이랑 간만에 둘만의 기차 여행을 즐김, 여행용 가방 까지 챙겨 들었으니 여행 떠나는 느낌. 서울역 내려서 점심먹으로 광화문까지 감. 맛있는 한우로 배 채움. 오후 3시 중앙대 병원 6인실 입원. 간호사로부터 수술시간 및 사전 절차, 수술하고 나서 주의해야 할 점 등 상세히 설명 들음. 저녁부터 금식인줄 알았더니 밤 12시 부터 금식이라 함. 저녁은 병원 지하에서 순대국밥으로. 그리고 병원에서 첫날 밤. 편안히 잘 잠. 우리 신랑 간이 침대에서 자느라 좀 힘들어 함.
*8월 10일 - 오전 10:30 수술. 10시 준비 속옷까지 다 탈의하고 환자복 입고 침대에 누워 실려감. 수술전 마지막 초음파 검사를 통해 수술 부위 다시 한번 더 체크하고 목에 표시함. 목 수술 부위를 두군데 표시함.8층 입원실에서 다정관 건너갔다가 다시 4층 수수실까지 정말 걸어가고 싶었음. 눈 뜨고 천장 보니 어지럽기만 하고. 4층 수술실 도착 신랑이랑 잠시 손 밖에 못잡았는데 곧바로 얼떨결에 수술실로 들어감. 신랑도 약간 당황하는 눈치. 서로 손만 내밀어 뻗으면서 헤어지는 장면은 무슨 영화속 장면 같기도 함. 잘하고 오라는 소리와 함께 수술실 문 닫힘. 눈물이 남. 의사샘이 이름,주민번호 확인하고 박성준 교수님께서 다시 한번 이름, 주민번호 확인하고 자 이제 수술 들어갑니다. 10까지 세세요. 하나, 둘, 세엣 .... 하기도 전에 잠에 빠짐.
오후 4시 회복실에서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을 느낌. 신랑의 팔이었음. 수술실이 추워서인지 그 손이 더 따뜻하게 느껴짐. 수고했다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옴. 시누이 목소리도 들리고 서울 사시는 고모의 손길도 느껴짐.
수술예상 시간 4시간이었는데 실제 5시간 30분 가량 걸림. 2시 30분 경에 박교수가 신랑을 불러 갔더니 갑상선 피막 침범이 아주 심하고 임파선도 꽤 많이 떼 냈다고 함.수술 부위도 두군데였다가 하나로 길게 이루어짐.(10여cm)
오후 4시 30쯤 입원실로 올라옴. 좀 있으니 서서히 정신이 차려지기 시작. 그러나 몸 속에 남아 있는 마취 가스 때문에 너무 힘듬. 물 많이 마시라 하여 열심히 물 마시고 신랑이 사온 죽(전복죽)은 양파 냄새가 역해 먹지도 못하고 맨밥에 물 말아서 저녁 먹음. 계속 침 뱉고 화장실 자주 가고 심호흡 열심히 하고 일부러 기침도 세게 해서 폐에 자극을 주려고 노력을 함. 근데 기침 하기는 상당히 힘에 부침. 그러나 신기하게도 수술부위 통증은 전혀 없음. 목이 뻣뻣하고 부자연스러운 면은 있지만 전혀 아프지는 않음. 목소리도 작게 나옴.밤에 잠도 비교적 잘 잠.
*8월 11일 - 15일 : 입원 내내 병실에는 밥 먹는 시간과 자는 시간, 의사샘 회진 도는 시간 빼곤 별로 자리를 지키지 않음. 옥수수수염차나 보리차, 쥬스, 간식거리 챙겨서 병원 샅샅이 돌아 다님. 제일 애용했던 곳은 옥상정원, 트여있는 공간이라 거기서 책도 보고 게임도 하고 얘기도 하고 손님 맞이도 거기서 하고 비구경도 하고 아주 좋았음. 통증이 없어 통증 주사는 14일날 뺌. 주사 바늘 빼고 나니 거동이 아주 편해짐. 신랑이랑 병원 계단 오르내리기도 함. 근데 이건 살짝 무리였음. 다리에 알이 베어 며칠 고생함.
*8월 16일-퇴원. 신지약,칼슘약 처방 받고 퇴원함. 병원비는 중대동문 할인 받아 약 220만원 가량 나옴.
*8월 17일 - 신랑과 큰딸은 다시 중국행. 작은애 데리고 친정으로 가서 요양함. 몸보신에 개고기가 최고라는 말에 인삼넣고 고은 멍멍탕 열심히 먹음. 태어나 처음으로 한의원 가서 보약이란 것도 지음.
*8월 23일-외래. 갑상선 암 크기가 3cm 가 조금 넘고 림프절 27개를 떼냈는데 그 중 11개가 암이었다 함. 갑상선 전 절제술과 목 림프절 곽청술 시행함. 수술할 때는 힘들었는데 수술은 깨끗하게 잘 되었다 함. 조보연 내분비과 교수님께 넘김. 3개월뒤 요오드치료 해야 되고 손발 저림 있냐 물으심. 없다했더니 3일 뒤 외래에서 다시 피검사 해 보고 칼슘약 끊을지 보자 하심. 외국사는데 8월 25일 출국해야한다 했더니 그럼 당장 피검사 부터 하자 하심. 피검사 하고 다시 조보연 교수 만남. 칼슘 수치 정상이라고 당장 끊어도 되겠다고 하심. 신지 0.15mg 90정과 테트로닌 14정 처방받아 옴. 요오드 치료와 저요드식에 대한 간단한 교육을 간호사로부터 들음. 요오드 치료입원 예정일 10월 26일로 잡음.
이렇게 저희 수술은 아주 무난하게 잘 이루어졌답니다. 지금은 걷기운동도 열심히 하고 잘 먹고 피곤하면 낮잠도 잠깐씩 자가며 편안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앞으로 남은 저요오드식과 요오드치료라는 산만 잘 넘길수 있길 바래면서 스트레스 받지 않고 좋은 생각만 하려고 노력 중이랍니다. 목소리가 제대로 안 나오니 애들 야단칠 일 없고 조용조용 얘기하게 되니 울 아들과 관계도 좋아지는 것 같고..ㅋㅋ
암튼 수술 앞 둔 여러분 힘내세요. 막상 해보니 큰일은 아니네요. 모두 화이팅!!
(장문의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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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갑상선암 - 삼성의료원 - 홍길동의사 - 유두암 수술
첫댓글 수고 많으셨어요 수술 잘 마치셨으니 체력보강 하셔서 동위치료도 한번에 좋은결과 나오시길 바랍니다
와우~~ 맛사지사에게 한턱 내셔야겠습니다. 크기도 크고 심하셨었네요.. 그래도 수술 잘 되었다니 다행이고 글에서 힘이 느껴져 좋네요. 남은 치료도 잘 받으세요. 화이팅!!
수술 잘되어 다행이네요..... 좋은 글을 힘들게 올려주셔서 도움이 많이 되네요..감사해요~~ 복받으세요..
다행입니다. 모든게 잘된것 같네요. 바로 비행기까지 타시는걸 보니 정말 다행입니다. 희망이 보이네요.
수술 잘 되어 축하합니다~ 신지로이드 잊지말고 매일 열심히 드세요.
동위원소치료도 수술못지않게 중요하니 호르몬 끊은날짜잘 지키시고 저요오드식도 아주 중요합니다. 이런사항 잘 지키시고 동위치료결과잘 나오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