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도 말한 적 있지만, 여긴 시골입니당.
튼튼한 팔뚝을 눈여겨보신 아부지에게 덜미 잡혀 복숭아에 봉지 씌우는 일을 했지요.
저번엔 아홉시간.
오늘은 여섯시간.
일당은 없고 몸은 초죽음 상태지만.. 팔뚝이 가늘어졌어요. 우후.
팔을 죽 뻗거나 높이 들고 봉지 입구를 오므려 가지에 고정시키는 단순작업인데 굉장한 운동효과로군요.
1. 그렇다고 저걸 운동이라고 하긴 좀..
해질녘엔 뻐근해진 몸이나 풀어줄까 해서 복숭아밭 옆길을 걸었습니다.
한 번 왕복하며 속으로 걸음수를 헤어보니 1km 남짓.
3km나 4km를 걸었을 거예요.
그 와중에 운동하냐고 엄마가 감탄인지 경악인지 모를 시선을 주시더군요.
집에 돌아오기 전에 스트레칭도 했어요.
(복숭아밭 가운데에서 작업복 입고 스트레칭을 하는 이상한 여인네. -_-;)
2. 먹은 것.
아침(정오경): 잡곡밥 2/3 공기. 무생태국 건더기만. 오이소박이.
간식(밭에서 내내): 미니쮸쮸바(40kcal짜리네요..) 탠저린 주스 한 컵. 흑사탕 네 알.
점심(저녁 8시): 칡냉면 2/3 인분량 정도? (아부지.. 우리 냉면 좀 작작 먹음 안 될까요. ;;)
저녁은 우유만 한 컵 마셔야해요.
당근이 떨어졌어요. 흑흑.
3. 생활습관.
집안일도 운동이라는 말에 팔뚝만 두꺼워진다고 코웃음치던 때가 있었는데 말이죠..
하기 나름인 것 같습니다.
팔을 최대한 좍 펼쳐서 청소를 한다든지 빨래를 넌다든지.
음식 준비를 할 때나 설거지를 할 때 까치발을 들었다 놨다 하는 거요.
생활 속의 운동. 요거죠. (그러나 힘들고 하기 싫은 건 어쩔 수 없음. -_-;)
4. 잡담.
아부지도 드디어 태클을 거십니다.
그만 하믄 됐지 뭘 더.. 라고 하시는데요.
흠. 발칵 열받기 전에 먼저 '호오.. 빠지긴 빠졌나봐.. 머리카락이나 왕창 잘라내야 뭐 달라진 거 같다 라고 하시는 울 아부지가 저럴 정도면?' 요런 생각부터 들어서 일단 흐뭇.
흐뭇한 건 흐뭇한 거고.
무작정 살 빼자고 하는 게 아니라 나 위도 안 좋고 생활도 불규칙에 게으르고 어쩌고.. 근데 신경써서 먹고 운동하고 하니까 건강해지고 좋잖아 저쩌고.. 라는 식으로 설득을 했습니다.
부한 게(아니고 뚱뚱한 거였다구요, 나는!) 좋은 거라는 울집 노친네들께선 여전히 안 좋은 시선으로 뜨악해하시지만 말예요, 솔직한 심정은, 나도 한 번쯤은 날씬한 상태로 살아보고 싶다구요. 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