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커스 첫 대면회의… 美 “호주에 핵잠수함 5대 판매”
바이든 “핵잠수함은 게임체인저”
‘호주 통한 中견제’ 뜻 분명히 해
中은 “심각한 핵확산 위협” 반발
호주에 판매되는 美 버지니아급 핵잠 미국의 버지니아급 핵추진 잠수함인 ‘USS 미주리함’. 13일 미국, 영국, 호주 3개국 정상은 미국이 호주에 버지니아급 잠수함을 최대 5척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미 해군 제공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리시 수낵 영국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13일 3국 안보협의체 ‘오커스(AUKUS)’의 첫 대면 회의를 개최하고 호주가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을 최대 5척 구매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초 예상보다 잠수함 판매가 10년 빨라진 것은 인도태평양의 판세를 바꿀 “게임 체인저”라며 이번 합의의 목표가 호주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는 데 있음을 분명히 했다. 3국은 2021년 9월 오커스를 창설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반발했다. 특히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이 합의가 핵 비보유국의 핵물질 보유 등을 금지한 핵확산금지조약(NPT)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세 정상은 이날 미 해군기지가 있는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호주가 2030년대 초까지 버지니아급 잠수함 3척을 구매하고 필요하면 2척을 더 살 것”이라고 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을 유지한다는 약속은 영국, 호주와만 공유하는 목표가 아니다. 이 합의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일본, 필리핀, 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 주요국과 군사 협력을 강화할 뜻을 시사한 셈이다. 14일 일본 외무성 또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앨버니지 총리와의 전화에서 호주의 핵잠수함 도입 계획을 지지했다고 밝혔다.
버지니아급 핵추진 잠수함은 원자로가 동력이며 한번 잠수하면 6개월간 작전을 펼 수 있다.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 등도 40기까지 탑재가 가능하다. 구매를 마치면 호주는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인도, 러시아에 이어 세계 7번째로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한 나라가 된다.
이번 합의가 NPT 위반인지를 둘러싼 논란도 뜨겁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호주는 영토 내에 핵잠수함 훈련용 원자로를 배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잠수함에서 동력으로 쓸 ‘사용 후 핵연료’ 또한 농축하거나 재처리하지 않을 것이므로 NPT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반면 왕 대변인은 “핵 확산 위험을 고조시킨다”고 비판했고 주유엔 중국 대표부 또한 이 사안을 유엔에 회부할 뜻을 밝혔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도 14일 “서방이 오커스 같은 기구를 만들어 아시아태평양에서의 대결을 추진하고 있다”고 중국에 동조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이날 “3국이 안전 조치를 이행하는지 살피기 위한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오커스의 중국 견제 움직임은 점점 빨라지고 있다. 13일 영국 총리실 또한 향후 2년간 국방 예산을 50억 파운드(약 7조9000억 원) 늘리는 신 외교안보 전략을 발표했다. 수낵 총리는 “중국은 우리 시대의 시스템적 도전”이라며 중국을 겨냥했다.
이날 영국 더타임스 등은 앨버니지 총리가 샌디에이고로 오면서 통상 중국 영공을 경유하는 상업 비행로를 크게 벗어난 우회 경로를 택해 미국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오커스 정상회의의 민감성을 감안해 안전한 길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베이징=김기용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