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 수필: 내 애처로운 <<비둘기>>야 ,,,

[찔레꽃2]

    수필:

 내 애처로운 《비둘기》야···

                                                      신 영애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서는 비둘기 한 쌍이 늘 그림자처럼  붙어 다니고 있다. 그 비둘기부부는 아파트 앞 콩크리트바닥에 내려와 먹이를 쪼아 먹기도 하고 깃을 치며 재주를 부리다가 어디론가 자취 없이 날아가군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비둘기부부 옆에 새끼 비둘기 한 마리가 나타났다. 새끼비둘기는 엄마, 아빠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이리 날고 저리 날다가도 먹이를 쪼아 먹기도 하고 구구거리며 재롱부리는 그 모습이  너무나도 앙증스럽고 귀여웠다.

  엄마 비둘기는 알에서 비둘기새끼가 부화되여 나오면 벌레를 물어다가 키우지 않고 비둘기 젖으로 키운다. 며칠이 지나서는 아빠나 엄마가 새끼비둘기에게 반(半)소화시킨 먹이를 겨워서 먹인다. 3, 4주 후이면 새끼비둘기는 둥지에서 땅에 내려와 아장아장 엄마, 아빠 비둘기를 따라 다니기도 하고 훨훨 날개짓을 하면서 저공비상을 한다. 이 정도가 되면 새끼비둘기는 아빠, 엄마를 떠날 시각이 가까워 온다. 엄마, 아빠가 동생을 낳을 때가 되면 새끼비둘기는 어버이들로부터 쫓겨나 둥지를 떠나야만 한다.

  나는 며칠만 있으면 둥지를 떠나야할 이 애처로운 새끼비둘기를 보면서 이미 머나먼 상해로 날아간 나의 애처로운《비둘기》를 늘 생각한다.

  나의 애처로운《비둘기》는 새끼비둘기처럼 엄마, 아빠의 품에서 곱게 자라지도, 재롱을 부리지도 못하고 스물한살까지 자란 불쌍하고 가련한 아이다. 세상에 태여 나서부터 말 못하는 벙어리 엄마, 아빠를 만났으니깐.

  일생에 복중에 제일 큰 복하나가 부모복이다.  떵떵거리는 부자 부모나 큰 벼슬자리에 있는 부모를 만나는 애들이 있는가 하면 평범한 백성이라고 해도 건강하고 정상적인 부모를 만나서 엄마, 아빠의 품에서 행복하게  자라는 애들은 많고도 많다. 

  그런데 나의 이 불쌍한《비둘기》는 부모복이 없어도 지지리 없다. 말 못하는 벙어리 아빠, 엄마한테서 태여나는 기구한 운명이 차례진 것이다. 나는 내 조카를 보면서 누구에게나 정해진 운명, 선택할 수 없는 운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였다.

  조카애는 태여 나서부터 이런 무거운 운명의 멍에를 메지 않으면 안 되였다. 그나마 조카애가 여섯 살 되던 해에 제일 큰 수호신(守護神)이셨던 할머니마저 저 세상에 가셨으니 말 못하는 벙어리 아빠, 엄마와 함께 살지 않으면 안 되였다.

  너무나 불쌍하고 가여워서 맘씨 착한 둘째 언니와 형부가 데려다 키웠다. 그러던 애가 커서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이 되여 한달 전에는 상해로 멀리 떠나가게 되였다.

  그날 어린 조카딸을 고생고생하면서 키우던 고모인 나의 둘째 언니는 어린애처럼 엉엉 소리 내면서 울었다. 나는 내 하나밖에 없는 아들 훈이를 한국에 류학을  보내면서도 이렇게 눈물 흘리지 않았지만 조카애가 떠나는 날 눈믈을 하염없이 흘렀다.

   공무원 아빠, 가수 엄마를 만나서 고생이 무엇인지 슬픔이 무엇인지 모르고 곱게 자란 내 아들에 비하면 고모사촌 지간이지만 조카애의 신세는 너무나 가엽었다. 불쌍한 조카딸을 데려다 만 7년 동안이나 친 자식처럼 키우고 보살피면서 공부시키고 키우면서 둘째언니의 마음고생, 경제적 부담은 더 말할 데가 없었다. 하지만 정작 멀리로 떠나보내자니 그 애달픈 심정은 오죽했으랴!

  아무리 고모 집에서 부담 없이 자라고 공부한다 해도 영원히 떨쳐버릴 수 없는 벙어리 아빠, 엄마의 존재는 조카애한데는 영원한 시름거리로, 영원히 아물지 못하는 마음의 상처로 남아 있었다. 얼마나 원망스러웠으면 열네살 되던 때인가 집을 뛰쳐나가서 옹근 이틀 동안이나 밖에서 방황하고 통곡하면서 부모를 원망하고 저주했을가?!

  그때 고모인 나와 둘째언니는 조카딸을 찾아가서 타고난 운명을 현실적으로 받아드리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 도리를 몇 시간씩 좋은 말로 설득해서야 겨우 집으로 데려올 수 있었다. 한 학급에서 공부하는 애들이 건강한 부모 앞에서 어리광도 부리고 정답게 만날때면 조카애는 얼마나 부러웠으랴! 영원히 무성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말 못하는 부모를 만나서 세살 때부터 엄마, 아빠에게서 벙어리 손시늉을 배우고 의사소통을 해야 했으니 그 슬픔과 답답함은 어느 누구도 다 헤아리지 못할 것이다.

  말 못하는 내 동생 벙어리부부 역시 말은 못하지만 남들처럼 부모구실을 할 수 없으니 얼마나 안타까웠으랴! 벙어리속은 난 어미도 모른다고 하지마는 나는 내 동생 벙어리부부의 속마음을 잘 알고 있다. 어데 갔다가도 돌아와서는 꼭 꼭 애를 찾았다. 동네방네 애들한데 얻어맞지나 않은지 혹은 형제 친척들이 모일 때도 누가 업신여기지나 않는지 하고  눈치만 살폈다. 

  어느 한번 밖에 나가 놀던 애가 한참 찾아도 보이지 않으니 온 동네 구석구석들을 샅샅이 뒤졌다. 토끼 같은 어린 조카애는 아빠가 귀머거리여서 듣지못하는 것을 잊고 우층에 사는 친구집에서 놀고 있다고 소리쳤다 한다. 그런데 벙어리 엄마, 아빠는 그런 줄도 모르고 애타게 찾았노라고 집에 돌아 온 딸애를 때리고 욕하고 한참 야단쳤다 한다.

  동네방네에서 아이의 애처로운 비명소리를 듣고서 달려 나와서야 영문을 모르고 애를 사정없이 때리는 동생을 말렸다고 한다.     조카애는 그때 얻어 맞았던 후유증으로 하여 한동안 허리가 아파서 엄청 고생하였었다. 무지막지한 벙어리 부모를 만나서 무모한 매를 맞은 적이 한 두번이 아니였다. 불쌍한 조카애가 받은 그 서러움과 아픔은  너무나도 컸다.

  조카애는 동년배들보다 철이 빨리 들고 빨리 성숙되여 중학교에 올라가서는 제일 첫 번째로 입단도 하고 반장도 했으며 선생님의 사랑과 절찬을 받았고  동학들의 신임도 받았다. 가정생활 형편이 넉넉하지는 못해도 인정이 많고 맘씨 고운 고모부도 어린조카딸 마음에 상처라도 생길가바 얼굴색 한번 흐리우지 않고 묵묵히 뒤바라지를 하셨고 조카애가 학교에서 돌아오지 않으면 늦게라도 저녁 식사를 하지 않고 기다렸다.

고모부와 고모의 따뜻한 사랑이 있었기에 조카애는 동년시절과 중학시절 재무학교를 무난히 졸업했다. 똑똑하고 총명하고 례절밝게 자라서 학교에서 동네에서 반듯하게 자란 조카애를 칭찬이 자자했다.그럴 때마다 나는 이 애처로운 《비둘기》가 더없이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다. 때론 벙어리 아빠가 시도 때도 없이 렴치 불구하고  찾아와서 어린 딸애와 돈 달라, 옷 사 달라 할 때면 어처구니없고 가증스러웠겠지만 그래도 말없이 자기 호주머니 용돈을 털어서 아빠한데 주었다. 방학기간에도 다른 애들은 늦잠도 실컷 자고 친구들과 몰려다니면서 마음대로 놀았지만 내 조카애은 고모집의 살림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줄 빤히 알기에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자기 학잡비와 용돈을 해결하군 했다.

  어엿하게 성장한 조카애- 내 애처로운 《비둘기》야!  저 높은 창공을 힘차게 날아라!  이 험악한 세상에서 더욱 굳세게 훨훨 날아라! 타고난 운명에 굴하지 않고 용감히 도전하는 네가 너무 기특하고 너무나 장하다!

  넌 꼭 잘 할 수 있을 거다! 오늘부터 너의 새로운 인생길을 네가 개척하거라!

  기차는 어느덧 서서히 떠나기 시작했다. 차창밖으로 안녕! 하고 손짓하는  조카애의 눈에도 이슬이 반짝이였다, 나는 내 애처로운 《비둘기》의 앞날이 더욱 찬란하고 행복하기를 마음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2005년 10월 15일 초고

                           2006년 3월 4일  수정

                          《연변문학》 2006년 제5기 실림

[두만강]

불쌍하게 자란애 앞으로 휘황한 앞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백양나무]

안녕하세요?이곳에서 이 글을 또 읽는군요..좋은 수필 많이 쓰시기를 바랄게요

[더니즘]

좋은글 잘 읽었읍니다^^

[가을천사]

비둘기의 앞날에 만복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찔레꽃2]

저의 애처러운 비둘기는 지금은 상해에서 아주 큰 한국회사에 총 회계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 축복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