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빈센트 반 고흐 작품 전시회에 다녀왔습니다. 평생 그런 기회가 없을 것 같아 눈에 작품들이 인쇄되도록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왔습니다. 67점의 작품들이 전시되었는데 가장 오래 머물러 본 그림은 <착한 사마리아인>이었습니다. 그가 그린 몇 점 안되는 이른바 ‘종교화’이고 자주 그 그림을 보아왔지만 실제 그림을 보니 느낌이 달랐습니다. 들라클루아의 판화 작품을 모작한 것이라는데 그 그림을 본 미술 문외한의 느낌은 이렇습니다.
푸른색으로 표현된 험한 산과 깎아지른 절벽과 골짜기는 세상을 표현하는 듯합니다. 나귀의 등에 강도만난 사람을 태우기 위해 허리를 꺾으며 힘을 쓰는 사마리아인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나귀도 앞 다리 둘을 모으고 밀리지 않으면서 주인을 돕는데 두 사람은 모두 푸른 색 바지를 입어 세상의 색깔과 같습니다. 사마리아인은 그 고통 받는 자를 돕기 위해 자신의 속 색깔이 노란 여행 가방을 열었습니다. 그 뒤로 노란색이 점점이 이어진 길로 현대복장을 한 제사장(이나 레위인)이 책을 보면서 내려가고 있습니다. 원작을 보고 그가 책을 보면 내려간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습니다. 그가 걸어가는 길에는 노란색의 느낌대로 성공과 희망이 있어 보였습니다.
그러나 사마리아인은 자기가 가진 것으로 소외되고 고통 받는 자를 돕고 있습니다. 그 사람은 누구입니까? 예수님의 질문대로 그 사람은 누구입니까? 고흐가 대답합니다. ‘사마리아인은 바로 저 자신입니다.’ 그림 속 사마리아인은 빨간 머리와 수염을 가진 고흐의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힘들고 고단한 삶을 고통과 열정으로 살아내면서 무수한 영감 있는 작품들을 남기고 간 빈센트 반 고흐는 그렇게 착한 사람으로 살아가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자신은 동생이 보내주는 생활비로 겨우 살아갔지만, 그가 동생에게 보낸 편지대로 하나님을 사랑하는 최상의 방법은 세상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오늘 우리에게도 주님이 물으십니다. “누가 강도만난 자의 이웃이 되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