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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자필멸(生者必滅)
생명이 있는 것은 반드시 죽게 마련이라는 뜻으로, 불교에서 세상만사가 덧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生 : 날 생(生/0)
者 : 놈 자(耂/4)
必 : 반드시 필(心/1)
滅 : 꺼질 멸/멸할 멸(氵/10)
이 세상에 뭐니 뭐니 해도 생처럼 기쁜 것 없고 죽음처럼 슬픈 것 없다. 그러나 생(生)과 사(死)는 둘이 아니다. 생이 있으므로 사가 있고 사가 있으므로 생이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 하고 생을 탐할 뿐 생사의 구렁에서 영원히 벗어날 생각은 하지 않는다.
어느 날 부처님께 죽은 자식을 안고 와약을 구하는 여인이 있었다. 일찍이 가난한 집에 태어나 몸이 허약하여 이름을 키사코다미라 불렀는데 천행으로 결혼만은 부잣집으로 하여 의식 걱정은 없었다.
그러나 일찍이 자식을 낳지 못해 무진 애를 쓰다가 늦게나마 한 자식을 얻으니, 때마침 옥동자라 시가의 경멸과 학대는 일시에 총애로 변하여 자식과 여인은 마치 쟁반위의 구슬처럼 귀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토실토실 무병하게 자라던 아이가 갑자기 병이 들어 죽게 되었다. 사방팔방으로 약을 구해 써보았으나 백약이 무효라 마침내 애는 죽고 말았다.
미쳐버린 어미는 그 애를 등에 업고 "우리 아기에게 약을 주십시오. 우리 아기에게 약을 주십시오."하고, 슬피 울면서 돌아다녔다.
사람들은 비웃었다. 그러나 아랑곳없이 그 여인은, 오늘은 이 마을 내일은 저 마을로 쏘다니며 약을 구했다.
이 가련한 여인의 처참한 모습을 보고, 저 사람에게 약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부처님뿐이다 생각하고, 어떤 착한 사람이 부처님께 안내 했다.
여인은 "부처님 내 아이에게 약을 주십시오."하고 엎드려 울었다. "그래, 약을 주지. 너의 귀여운 아기를 꼭 살릴 수 있는 약을 줄 터이니 마을에 내려가 아무 집에서나 겨자씨 조금만 얻어 오너라. 단지 한번도 사람이 죽지 않은 집에서."
여인은 밖으로 나왔다. 누구도 그 가련한 여인의 말을 듣고 겨자씨를 주지 않을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여인은 물었다. "혹시 이 집안에서 일찍이 사람이 죽은 일은 없습니까?" "왜 없겠습니까? 부모님이 다 돌아가시고 연전에 귀여운 자식까지 잃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씨를 받을 수 없습니다."
여인은 또 다음 집으로 갔지만 대답은 마찬가지였다. 종일토록 이 집에서 저 집으로,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헤매 보았으나 사람이 죽지 않은 집은 없었다. "아, 사람이란 이런 것이로구나!"
서산에 해가 떨어지고 동산에 밝은 달이 솟아오를 무렵, 그 여인의 가슴에 경각의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는 곧 아이를 화장터에 버리고 부처님께 달려갔다. "겨자씨를 구해 왔느냐?" "부처님, 이제 그 일은 끝이 났습니다. 존경하는 부처님, 오직 저를 불쌍히 여기사 저의 귀의를 받아 주십시오." "착하다 여인이여. 떳떳한 것 다 헤지고 높은 것은 떨어진다.
만나면 이별이 있고 생자에겐 멸이 있다."
여인은 슬픔을 잊고 밝은 눈빛으로 부처님을 바라보았다.
(巴利語本 增支部經)
개념적인 무상, 개념적인 무아, 개념적인 지식은 결코 영탄적인 탄식에 불과하다.
그러나 자각은 이와 같은 일반적 지식과는 달리 깨달음의 세계로 옮아가는 것이다. 너무나도 평범하고 너무나도 상식적인 인생 본연의 문제이지만, 사람들은 일을 당하면 이성을 잃고 이 여자를 닮아간다.
만일 그 여인이 부처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그는 모든 사람들의 경멸과 허탈 속에 죽어 갔던지 더 미쳐 버리든지 둘 중의 하나가 되었을 것이다. 아니, 설사 살았다 하더라도 그는 혼 없는 인형처럼 바보가 되고 말았을 것이다.
자식을 잃고, 헤매이는 뭇 생명들이여, 사랑을 잃고 헤매이는 뭇 사람들이여. 이 여인을 보라 창작이 없는 지식은 타버린 재와 같다. 이것은 체념이 아니라 각오(覺悟)이고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선지자의 지혜다.
불타는 이러한 교육법으로 모든 중생들을 교화했다. 짜여진 교안, 탈해진 색깔을 거듭 물들여 그 머리를 혼동시키지 않고 병을 보아 약을 주고 목마른 자에게 물을 주었다.
병이 하나가 아니라서 약이 하나가 될 수 없고, 사람의 생각이 꼭 같지 아니하므로 그를 대치하는 기지 또한 같을 수 없다. 팔만대장경을 많다고 말라. 병이 8만이니 약이 8만이 아닐 수 있겠는가?
쥐면 하나고 펴면 열이 되듯 진리는 끝없이 이 우주에 변만해 있지만 사람들이 어리석어, 보아 쓸 줄 모르고 때를 기다리고 스승을 탓하는구나.
生者必滅 去者必返 會者定離
생자필멸 거자필반 회자정리
산 것은 반드시 죽고, 떠난 사람은 반드시 돌아오며, 만나면 반드시 헤어지게 된다.
회자정리와 거자필반은 만해 한용운 스님의 "님의 침묵" 이라는 시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여기서의 거자필반은 사람이 아닌 불교 개혁과 조국 광복의 희망을 노래한 것이기는 합니다.
일반적인 회자정리 생자필멸의 의미를 되살펴 보면 우리는 소중한 사람이나 물건들을 오래 곁에 두고 싶고, 영원히 변하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에 따라 모든 것이 많이도 변하고 사라지게 됩니다.
따라서 사람들은 사랑스럽고, 소중하고, 귀중한 것들이 언제나 항상 변하지 않고 우리 곁에 머물기를 기원하면서 거자필반(去者必返)이라는 말을 사용하는가 봅니다.
회자정리란 만나면 언젠가는 반드시 헤어지게 되어 있다는 뜻으로
아쉬운 이별을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 할 수 없다는 인생의 무상(無常)함을 일컫는 말입니다.
▶ 生(날 생)은 ❶상형문자로 풀이나 나무가 싹트는 모양에서 생기다, 태어나다의 뜻으로 만들었다. ❷상형문자로 生자는 ‘나다’나 ‘낳다’, ‘살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生자의 갑골문을 보면 땅 위로 새싹이 돋아나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그래서 生자는 본래 ‘나서 자라다’나 ‘돋다’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새싹이 돋아나는 것은 새로운 생명이 탄생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生자는 후에 ‘태어나다’나 ‘살다’, ‘나다’와 같은 뜻을 갖게 되었다. 生자가 다른 글자와 결합할 때는 본래의 의미인 ‘나다’를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姓(성 성)자는 태어남은(生)은 여자(女)에 의해 결정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生(생)은 (1)생명(生命) (2)삶 (3)어른에게 대하여 자기를 낮추어 이르는 말. 흔히 편지에 씀 등의 뜻으로 ①나다 ②낳다 ③살다 ④기르다 ⑤서투르다 ⑥싱싱하다 ⑦만들다 ⑧백성(百姓) ⑨선비(학식은 있으나 벼슬하지 않은 사람을 이르던 말) ⑩자기의 겸칭 ⑪사람 ⑫날(익지 않음) ⑬삶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날 출(出), 있을 존(存), 살 활(活), 낳을 산(産)이 있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죽을 사(死), 죽일 살(殺)이 있다. 용례로 살아 움직임을 생동(生動), 목숨을 생명(生命), 살아 있는 동안을 생전(生前), 생명을 유지하고 있음을 생존(生存),말리거나 얼리지 않은 잡은 그대로의 명태를 생태(生太), 자기가 난 집을 생가(生家),생물의 환경과의 관계에 있어서의 생활 상태를 생태(生態), 세상에 태어난 날을 생일(生日), 사로 잡음을 생포(生捕), 태어남과 죽음을 생사(生死), 먹고 살아가기 위한 직업을 생업(生業), 활발하고 생생한 기운을 생기(生氣), 자기를 낳은 어머니를 생모(生母), 끓이거나 소독하지 않은 맑은 물을 생수(生水), 어떤 사건이나 사물 현상이 어느 곳 또는 세상에 생겨나거나 나타나는 것을 발생(發生), 배우는 사람으로 주로 학교에 다니면서 공부하는 사람을 학생(學生),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을 선생(先生), 사람이 태어남을 탄생(誕生), 이 세상에서의 인간 생활을 인생(人生), 일단 못 쓰게 된 것을 손질하여 다시 쓰게 됨 또는 죄를 뉘우치고 마음이 새로워짐을 갱생(更生), 다시 살아나는 것을 회생(回生), 아우나 손아래 누이를 동생(同生), 사람이 삶을 사는 내내의 동안을 평생(平生), 어렵고 괴로운 가난한 생활을 고생(苦生), 살림을 안정시키거나 넉넉하도록 하는 일을 후생(厚生), 사람을 산채로 땅에 묻음을 생매장(生埋葬), 생명이 있는 물체를 생명체(生命體), 이유도 없이 공연히 부리는 고집을 생고집(生固執), 날것과 찬 것을 생랭지물(生冷之物), 산 사람의 목구멍에 거미줄 치지 않는다는 생구불망(生口不網), 삶은 잠깐 머무르는 것이고, 죽음은 돌아간다는 생기사귀(生寄死歸), 삶과 죽음, 괴로움과 즐거움을 통틀어 일컫는 말을 생사고락(生死苦樂), 살리거나 죽이고, 주거나 뺏는다는 생살여탈(生殺與奪), 학문을 닦지 않아도 태어나면서 부터 안다는 생이지지(生而知之) 등에 쓰인다.
▶ 者(놈 자)는 ❶회의문자이나 상형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者(자), 者(자)는 동자(同字)이다. 원래의 자형(字形)은 耂(로)와 白(백)의 합자(合字)이다. 나이 드신 어른(老)이 아랫 사람에게 낮추어 말한다(白)는 뜻을 합(合)하여 말하는 대상을 가리켜 사람, 놈을 뜻한다. 또는 불 위에 장작을 잔뜩 쌓고 태우는 모양을 본뜬 글자이다. ❷회의문자로 者자는 ‘놈’이나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者자는 耂(늙을 노)자와 白(흰 백)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者자는 耂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노인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者자의 갑골문을 보면 이파리가 뻗은 나무줄기 아래로 口(입 구)자가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사탕수수에서 떨어지는 달콤한 즙을 받아먹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사탕수수’를 뜻했었다. 후에 者자는 ‘놈’과 같은 추상적인 대상을 지칭하는 뜻으로 가차(假借)되면서 본래의 의미는 더는 쓰이지 않고 있다. 그래서 者(자)는 (1)어떤 명사(名詞) 아래에 붙여, 어느 방면의 일이나 지식에 능통하여 무엇을 전문적으로 하거나 또는 무엇을 하는 사람임을 뜻하는 말 (2)사람을 가리켜 말할 때, 좀 얕잡아 이르는 말로서, 사람 또는 놈 이란 뜻을 나타내는 말 등의 뜻으로 ①놈, 사람 ②것 ③곳, 장소(場所) ④허락하는 소리 ⑤여러, 무리(모여서 뭉친 한 동아리) ⑥이 ⑦~면(접속사) ⑧~와 같다 ⑨기재하다, 적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병을 앓는 사람을 환자(患者), 신문이나 잡지 따위에 글을 쓰거나 엮어 짜냄을 업으로 삼는 사람을 기자(記者), 학문에 능통한 사람이나 연구하는 사람을 학자(學者), 책을 지은 사람을 저자(著者), 살림이 넉넉하고 재산이 많은 사람을 부자(富者), 힘이나 기능이 약한 사람이나 생물 또는 집단을 약자(弱者), 그 사업을 직접 경영하는 사람을 업자(業者), 달리는 사람을 주자(走者), 어떤 종교를 신앙하는 사람을 신자(信者), 어떤 일에 관계되는 사람을 관계자(關係者), 물자를 소비하는 사람을 소비자(消費者), 근로에 의한 소득으로 생활하는 사람을 근로자(勤勞者), 해를 입은 사람을 피해자(被害者), 노동력을 제공하고 얻은 임금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사람을 노동자(勞動者), 희생을 당한 사람을 희생자(犧牲者), 부부의 한 쪽에서 본 다른 쪽을 배우자(配偶者), 그 일에 직접 관계가 있는 사람을 당사자(當事者), 권리를 가진 자 특히 선거권을 가진 자를 유권자(有權者), 만나면 언젠가는 헤어지게 되어 있다는 회자정리(會者定離), 일을 맺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는 결자해지(結者解之), 먹을 가까이 하면 검어진다는 근묵자흑(近墨者黑), 붉은빛에 가까이 하면 반드시 붉게 된다는 근주자적(近朱者赤) 등에 쓰인다.
▶ 必(반드시 필)은 ❶회의문자이나 형성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八(팔; 나눔, 필)과 주살익(弋; 줄 달린 화살)部의 합자(合字)이다. 땅을 나눌 때 말뚝을 세워 경계를 분명히 하여 나눈다는 데서 반드시의 뜻으로 쓰인다. ❷상형문자로 必자는 ‘반드시’나 ‘틀림없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必자는 心(마음 심)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심장’이나 ‘마음’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왜냐하면, 必자는 물을 퍼 담는 바가지를 그린 것이기 때문이다. 갑골문에 나온 必자를 보면 바가지 주위로 물이 튄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그래서 必자는 바가지나 두레박을 뜻했었다. 하지만 후에 ‘반드시’나 ‘틀림없이’라는 뜻으로 가차(假借)되면서 지금은 여기에 木(나무 목)자를 더한 柲(자루 비)자가 뜻을 대신하고 있다. 참고로 必자는 心자에서 유래한 글자가 아니므로 글자를 쓰는 획의 순서도 다르다. 그래서 必(필)은 ①반드시, 틀림없이, 꼭 ②오로지 ③가벼이, 소홀히 ④기필하다, 이루어 내다 ⑤오로지, 전일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없어서는 아니 됨을 필요(必要), 그리 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음을 필연(必然), 반드시 없으면 안 됨을 필수(必需), 꼭 이김이나 반드시 이김을 필승(必勝), 필연이나 반드시를 필시(必是), 반드시 패함을 필패(必敗), 반드시 읽어야 함을 필독(必讀), 장차 반드시 이름이나 필연적으로 그렇게 됨을 필지(必至), 반드시 죽임 또는 그런 마음가짐을 필살(必殺), 꼭 얻음 또는 꼭 자기의 물건이 됨을 필득(必得), 필요하게 씀을 필용(必用), 반드시나 틀림없이 꼭을 필위(必爲), 꼭 그리 됨을 필정(必定), 반드시 명중함을 필중(必中), 반드시 앎을 필지(必知), 우편물 따위가 정해진 기일까지 틀림없이 도착함을 필착(必着), 꼭 이루기를 기약함을 기필(期必), 다른 방도를 취하지 아니하고 어찌 꼭 또는 어찌하여 반드시를 하필(何必), 필요가 없음을 불필(不必), 생각하건대 반드시를 상필(想必), 다른 방도를 취하지 아니하고 어찌 꼭을 해필(奚必), 틀림 없이 꼭 망하고야 맒을 필망내이(必亡乃已), 반드시 무슨 까닭이 있음을 필유곡절(必有曲折), 품은 원망을 반드시 풀어 없애고자 애씀을 필욕감심(必欲甘心), 죽기를 각오하면 살 것이다는 필사즉생(必死則生), 결코 이러할 이치가 없음을 필무시리(必無是理), 삼십 년 뒤에는 반드시 인仁이 된다는 필세이후인(必世而後仁) 등에 쓰인다.
▶️ 滅(꺼질 멸/멸할 멸)은 ➊형성문자로 灭(멸)은 통자(통자), 灭(멸)은 간자(간자)이다. 뜻을 나타내는 삼수변(氵=水, 氺; 물)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없어지다의 뜻을 나타내는 글자 烕(멸)로 이루어졌다. 물이 다하여 없어지다, 멸망하다의 뜻이다. ➋회의문자로 滅자는 '꺼지다'나 '멸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滅자는 水(물 수)자와 烕(멸할 멸)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烕자는 도끼 창과 불을 결합한 것으로 ‘멸하다’라는 뜻이 있다. 전시에는 적을 혼란과 공포에 빠트리기 위해 화공(火攻)을 펼치기도 했었다. 烕자는 창과 불로 적을 섬멸했다는 뜻이다. 이미 烕자에 '멸하다'라는 뜻이 있지만, 여기에 水자를 더한 滅자는 물로 적을 쓸어버린다는 뜻까지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滅(멸)은 ①불이 꺼지다 ②끄다 ③멸하다 ④멸망하다 ⑤없어지다 ⑥다하다 ⑦빠지다 ⑧빠뜨리다 ⑨숨기다 ⑩죽다 ⑪잠기다 ⑫열반(涅槃)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망할 망(亡), 죽을 폐(斃), 꺼질 소(肖), 죽을 사(死), 갈 마(磨), 불 꺼질 식(熄), 사라질 소(消), 소모할 모(耗),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있을 존(存), 밝을 명(明), 있을 유(有)이다. 용례로는 망하여 없어짐을 멸망(滅亡), 세균 등 미생물을 사멸시켜 무균 상태로 하는 일을 멸균(滅菌), 씨가 없어짐을 멸종(滅種), 멸하여 없앰을 멸몰(滅沒), 모두 죽임을 멸살(滅殺), 죄다 없애 버림을 멸각(滅却), 멸망하여 없어짐을 멸실(滅失), 한 집안을 다 죽여 없앰을 멸문(滅門), 사사로운 것을 버림을 멸사(滅私), 멸망하여 아주 없어지거나 멸망시키어 아주 없앰을 멸절(滅絶), 찢기고 흩어져 없어짐을 멸렬(滅裂), 비밀이 드러나지 않게 하려고 그 비밀을 아는 사람을 죽이거나 거두거나 쫓아냄을 멸구(滅口), 멸망하는 때를 멸기(滅期), 등불을 끔을 멸등(滅燈), 점점 없어져 들어감을 멸입(滅入), 인쇄할 때에 닳고 눌려서 뭉개진 활자를 멸자(滅字), 적을 멸함을 멸적(滅敵), 가족이나 겨레가 망하여 없어짐을 멸족(滅族), 멸하여 없어지거나 없앰을 멸진(滅盡), 쳐부수어 물리침을 멸퇴(滅退), 사라져 없어지거나 또는 자취도 남지 않도록 없애 버림을 소멸(消滅), 자취도 없이 죄다 없어짐 또는 없앰을 인멸(湮滅), 해로운 벌레 따위를 죽여서 없애는 것을 박멸(撲滅), 무너지거나 흩어져서 없어지는 것을 궤멸(潰滅), 없어지지 아니하거나 멸망하지 아니함을 불멸(不滅), 파괴하고 멸망함을 파멸(破滅), 파괴되어 멸망함을 괴멸(壞滅), 죽어 멸망함이나 없어짐을 사멸(死滅), 갈리어서 닳아 없어짐을 마멸(磨滅), 불 타서 없어짐 또는 불살라 없애 버림을 소멸(燒滅), 끊어져 멸망함을 단멸(斷滅), 등불을 켰다 껐다 함을 점멸(點滅), 모조리 무찔러 없애는 것을 섬멸(殲滅), 죄다 없어짐 또는 모조리 망하여 버림을 전멸(全滅), 오륜과 오상을 깨뜨려서 없앰을 이르는 말을 멸륜패상(滅倫敗常), 한 집안이 멸망하여 없어지는 큰 재앙을 이르는 말을 멸문지화(滅門之禍) 또는 멸문지환(滅門之患), 사를 버리고 공을 위하여 힘써 일함을 이르는 말을 멸사봉공(滅私奉公), 현재의 죄장을 없애고 후세의 선근을 도움 또는 부처의 힘으로 현세의 죄악을 소멸하고 후세에 선의 근본이 되게 함을 이르는 말을 멸죄생선(滅罪生善), 생명이 있는 것은 반드시 죽게 마련이라는 뜻으로 불교에서 세상만사가 덧없음을 이르는 말을 생자필멸(生者必滅), 길을 빌려 괵나라를 멸하다는 뜻으로 어떤 일을 달성하기 위해 남의 힘을 빌린 후 상대방까지 자기 손아귀에 넣어 버리는 것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가도멸괵(假道滅虢), 생겨나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아 항상 변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깨달음의 경지나 해탈의 경지를 이르는 말을 불생불멸(不生不滅), 큰 의리를 위해서는 혈육의 친함도 저버린다는 뜻으로 큰 의리를 위해서는 사사로운 정의를 버림 또는 국가의 대의를 위해서는 부모 형제의 정도 버림을 이르는 말을 대의멸친(大義滅親), 몸과 마음이 함께 아주 없어짐을 이르는 말을 회신멸지(灰身滅智), 이리저리 흩어져 갈피를 잡을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지리멸렬(支離滅裂), 생사의 괴로움에 대하여 적정한 열반의 경지를 참된 즐거움으로 삼는 일을 이르는 말을 적멸위락(寂滅爲樂), 생사의 경지를 초월한 상태을 이르는 말을 허무적멸(虛無寂滅), 나라와 그 겨레가 함께 망함을 이르는 말을 망국멸족(亡國滅族), 오랜 세월을 두고 없어지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만고불멸(萬古不滅), 물이 잦아들어 없어지고 불이 재가 된다는 뜻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짐을 이르는 말을 시진회멸(澌盡灰滅), 하나님의 특성의 한 가지로 죽지도 아니하고 없어지지도 아니하는 일을 이르는 말을 불사불멸(不死不滅), 영원히 삶을 누리어 사라지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영생불멸(永生不滅), 영원히 없어지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영원불멸(永遠不滅), 열반에 이르는 도리라는 뜻으로 불교를 일컫는 말을 적멸지도(寂滅之道), 땔감을 동나서 불이 꺼진다는 뜻으로 사람의 죽음을 이르는 말을 신진화멸(新盡火滅), 사람의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경지를 이르는 말을 심행소멸(心行消滅), 사람의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경지를 이르는 말을 심행처멸(心行處滅), 생멸은 항상 변화해서 끝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생멸멸이(生滅滅已), 심두를 멸각하면 불 또한 시원하다라는 뜻으로 잡념을 버리고 무념무상의 경지에 이르면 불 속에서도 오히려 시원함을 느낀다는 말을 심두멸각(心頭滅却)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