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기시다 정상회담뒤 공동회견… 新안보-경제협력 구상 밝힌다
[尹대통령 내일 방일]
지소미아-수출규제 테이블에 올려… 징용해법 등 관계 정상화 방안 논의
日 피고기업 미래기금 참여 방식… 기시다 사죄 내용 언급 수위가 관건
日언론 “기시다, 올여름 답방 검토”
윤석열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방문 당일인 16일 한일 정상이 정상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 정상화를 천명하고 신(新)안보-경제협력 구상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방일하는 것은 12년 만이다. 일본 교도통신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윤 대통령 방일에 대한 답방으로 이르면 올여름 한국을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5월 히로시마 개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뒤 방한할 가능성이 크다.
● 한일 정상, 新안보-경제협력 구상 밝힐 듯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14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12년간 중단된 양자 정상 방문을 재개하는 것으로, 한일 관계 개선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양국 관계가 정체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한일 관계가 정상화의 단계로 본격 진입했음을 알리는 의미”라고 말했다. 교도통신은 기시다 총리의 조기 방한 검토는 윤 대통령의 방일을 계기로 상호 방문의 셔틀 외교를 재개해 한일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도라고 전했다. 한일 셔틀외교는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끝으로 중단됐다.
윤 대통령은 16일 오전 도쿄 도착 후 첫 일정으로 현지 동포들과 오찬간담회를 한다. 정상회담 뒤 양국 정상은 이어 일본 총리 공관에서 부부 동반 만찬을 한 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 두 사람만 배석자를 최소화한 채 2차 만찬을 이어간다.
양 정상은 회담에서 진통 끝에 나온 강제징용 배상 해법의 이행을 포함한 관계 정상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 등 정책적 장벽을 해소하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정상화하는 문제도 논의 테이블에 오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일 관계가 개선되면 지소미아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두 정상은 한일 간 미래지향적 협력 사업을 발굴하고 공동 추진할 계획”이라며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양국의 미래 지향적 협력을 강조하는 신(新)한일협력 구상을 함께 선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일 정상회담 후 일본과 추진할 부처별 프로젝트는 이미 100가지 정도 작성된 상태로 알려졌다.
다만 강제징용 해법에서 기시다 총리가 얼마나 구체적으로 추가 호응을 해올지가 관건이다. 기시다 총리는 한국 정부의 해법 발표 당일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전체적으로 계승할 것”이란 입장을 냈지만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에 있는 “식민지배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다.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총리가 이런 사죄 내용을 언급해야 배상 해법에 비판적인 여론을 달랠 수 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기시다 총리가 과거의 역사 의식을 계승한다고 분명하게 얘기했다”며 “그리고 그 얘기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다시 한번 확인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尹, 게이오대서 韓日 대학생에게 강연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17일 예정된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일본 최대 경제단체인 경단련(經團連)이 주관하는 간담회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에 대한 ‘제3자 변제안’과 별개로 양국 재계를 대표하는 두 단체가 함께 기금을 조성하겠다고 공식화하는 자리다. 배상 책임이 있는 일본 피고 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이 미래기금에 참여하기로 가닥을 잡았지만 참여를 어떤 방식으로 밝힐지가 관건이다.
윤 대통령이 참석하는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대표 등 4대 그룹 총수를 포함해 다수의 기업인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방일 마지막 일정은 게이오대에서의 한일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미래세대 강연회다. 게이오대는 과거 우리나라의 개화파 청년들을 후원했던 후쿠자와 유키치가 설립한 대학이다. 김 실장은 “미래 한일 관계의 주역을 격려하고 공감대를 넓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관석 기자. 도쿄=이상훈 특파원
“尹-기시다 2차만찬은 128년된 경양식집서”
[尹대통령 내일 방일]
돈가스 발상지로 알려진 ‘렌가테이’
日언론 “오므라이스 선호 尹 고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2차 만찬을 가질 것으로 알려진 일본 도쿄 긴자의 경양식집 ‘렌가테이’. 도쿄=김민지 특파원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16일 일본 도쿄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한 뒤 이례적으로 만찬을 두 번 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두 번째 식당으로 128년 역사의 경양식집 ‘렌가테이(煉瓦亭)’가 거론되고 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두 정상이 일본 총리 공관에서 1차로 식사한 뒤 도쿄 중심가 긴자 지역의 렌가테이로 자리를 옮겨 대화를 이어가는 일정을 양국이 조율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요미우리신문은 오므라이스를 좋아하는 윤 대통령의 취향을 고려해 경양식 명소 렌가테이가 거론됐다며 “소수 인원만 참석해 두 정상의 신뢰 관계를 깊게 할 것”이라고 전했다. 각국 정상이 올 때마다 정성을 다해 손님을 접대하는 일본 특유의 ‘오모테나시’ 문화가 발현됐다는 것이다. 다만 경호 문제 등으로 식당이 바뀔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14일 동아일보 취재진이 방문한 렌가테이는 영업을 하지 않고 있었다. 정문 앞에는 ‘긴급 정비를 위해 13, 14일 임시 휴무’라는 안내문도 걸렸다. 가게 문을 닫은 줄 모르고 찾은 손님 몇 명이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오므라이스를 먹으러 왔다는 60대 일본인 여성은 “일본에서 오므라이스를 처음 내놓은 곳으로 유명한 양식집”이라며 “현 주인은 4대째이며 나는 30년 전부터 단골”이라고 소개했다. 예약을 받지 않아 줄을 서서 먹어야 한다고도 귀띔했다.
1895년 창업한 렌가테이는 돈가스와 오므라이스 발상지로 알려진 곳이다. 대표 메뉴인 ‘원조 포크커틀릿(돈가스)’과 ‘메이지 탄생 오므라이스’는 각각 2600엔(약 2만5500원)이다. 가장 비싼 ‘비프스테이크’는 1만6000엔(약 15만6800원)이다. 맥주, 위스키, 니혼슈(사케) 등 술도 취급한다. 역사가 깊고 옛날식 실내 장식이 그대로라 분위기는 다소 허름한 편이다. 신용카드는 사용할 수 없고 오직 현금만 받는다.
일본은 각국 정상이 올 때마다 ‘맞춤형 오모테나시’를 선보이고 있다. 2018년 5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했을 때 아베 신조 총리는 한글로 ‘취임 1주년 축하드립니다’라고 쓰인 딸기 케이크를 선물했다. 또 골프를 좋아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게는 골프 접대를 하고,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에게는 초밥(스시) 장인이 만든 최고급 스시를 대접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일본 방문 때 일본식 정원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도쿄 ‘핫포엔’에서 만찬을 열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도쿄=김민지 특파원